산행지 : 한라산

 

언제 : 2005년 12월 31일~2006년 1월01일

 

누구와 : 나홀로..........교통편은 여행사를 통해.

 

   (이동경로) 

 

12월 31일:대전(10:00) ~ 유달산 노적봉 입구(13:25)~정상 일등봉(13:45)~주차장(14:05)

               레인보우호 승선 목포 14:30발~제주항19:20착~ 제주 아시아 호텔(20:00)

 

1월01일 : 숙소출발(01:00)~성판악(01:50~01:55)~사라대피소(04:15~04:20)~진달래 대피소(05:35~06:00)

              ~동릉정상(07:25~07:35)~용진각 대피소(08:35~08:40)~관음사 매표소(10:55)

              ~ 아시아 호텔에서 중식후 휴식~ 관광지 경유 제주항 도착.씨월드호 승선(16:30)~목포항 21:00착

              ~ 랜트카 봉고  대전 익일 0:20착.

 

년말 황금같은 연휴가 찾아온 난 한라산을 계획한다.

이리 저리 이것 저것 정보사냥에 나서다 보니 여행사에서 한라산 일출 패키지 상품이 눈에 띈다.

아내와 같이 가자 하나 뱃멀미가 걱정인 아내는

비행기 아님 못간다 하니 간만에 나홀로 홀가분한 떠남이다.

 

폭설이 내린 한라산 등반이 걱정되어 국립공원에 전화를 하니

관음사 성판악 코스는 개통 되어 신년 새벽 01시부터 입장료 징수하러 나갈테니 어서 오시란다.

 

왕복 비행기로 제주의 한라산 등반은 가봤어도 배를 이용한 제주 여행이 처음인 난 한라산 일출보다

목포에서 16:30 에 떠나는 뱃길에서 볼수 있다는 환상적인 선상 일몰에 더한 비중을 둔 이번 산행의

설레임을 안고 오전 10:00 아내의 자가용으로 시민회관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몸을 싣는다.

 

년말 교통혼잡의 우려로 애초 출발시각을 한시간 앞당겨 출발한 버스는

넘 일찍 목포에 도착하는 바람에 유달산을 경유하기로 한다.

 

구불구불 올라선 노적봉 아래 주차장에 우릴 내려놓은 가이드는 40분의 시간을 주며

늦을시 가차없이 떠나겠노라 엄포를 놓으며 시간 엄수를 당부해선가 ?

유달산 정상을 향하는 사람은 나외엔 한분도 없다.

 

700원의 입장권을 끊어

이 난영의 목포에 눈물이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노래비를 지나며

덥혀진 열기에 겉옷을 벗어들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정상에 올랐다.

 

20분만에 일등봉인 유달산 정상에 올라서니

다도해의 바닷풍광과 목포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선다.

유달산 정상인 일등봉은 사람이 죽어서 영혼의 심판을 받는다 하여 律動(율동) 바위라고도

불린다는 해설이 붙은 오석으로 된 비가 정상 한 귀뚱이를 지키고 있다.

 

정상에서 이곳 저곳 풍광을 감상하며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에서 정확히 15분...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르나 바위암반과 계단의 살얼음이 미끄러워 긴장의 연속이다.

3분의 여유를 두고 버스에 올라서자 나를 기다렸다는듯 바로 떠나는데 난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목포 시내를 굽어보는 이 순신 장군) 


 여행사에서 제공하기로 한 뱃편이 뉴씨월드호에서

 격이 한참 낮은 레인보우호로 바뀌는데

 가이드 왈  별 차이 없으니 일방적으로 양해를 구하며 갈테면 가고 말려면 말고다......

 

 그래도 여행의 설레임에 그까짓것 뭔 대수냐는 생각에

 혼쾌히 감수하며 올라선 뱃길의 여행에 난 난생처음 뱃멀미로 호된 곤욕을 치룬다.

 

         (목포항을 떠나는 레인보우호의 뒷부분 기관굴뚝)


      (다도해의 풍광)


 목포항을 출항한 뱃길은 근해를 벗어날때까지 가는듯 마는듯 미동도 없이 조용히 미끄러저

 나가는데 얼마쯤을 갔을까 ?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하던 배는 심하게 요동을 치자 울렁울렁 사나이의 가슴과 속을 뒤집어 놓더니

 위장의 내용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다행히 먹은거라곤 간식으로 먹은 초코파이 두개뿐이라 반납하는 내용물에 악취와 맛은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3등실 한켠에 엎어저 괴로워하자

 어느분 보기 안됐는지 굴뚝이 있는 바깥으로 나가면 괞찮다 하여

 거의 기다시피 나간 굴뚝이 보이는 갑판의 난간을 부여잡고 있으니 속은 가라앉는데

 쏟아지는 빗줄기와 싸늘한 해풍으로 온몸이 얼어붙는다.

 

 붉게 붉게 바다를 물들이며 넘어가는 선상의 아름다운 일몰을 기대하며

 낭만의 뱃길을 연상한 기대에 넘친 여행이 일몰은 고사하고 완전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기나긴 시간이었던가 ?

 버스만 타도 멀미를 하는 아내를 데리고 오지 않음이 천만다행으로 느껴지고 고마울 따름....

 

 천신만고 끝에 제주항에 도착

 숙소를 배정받고 뒤집힌 속을 달래보며 먹는둥 마는둥 늦은 저녁식사후

 잽싸게 샤워를 하고 누워 잠을 청해 보나 뒤늦게 들어와 눕자 마자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50대 후반 아저씨의 코골이 소리에 한숨을 못자고 새벽 1시에 산행들머리 성판악으로 향한다.

 

 성판악 산행 안내도가 목만 겨우 내놓고 내가 이정표입네 알려주는 입구를 넘어

 한라산 정상을 향한 첫발을 들여놓는다.

 

 항상 산행을 시작할때는 설레임이 있다.

 스패츠와 아이젠으로 무장하고 수북히 쌓여 그 깊이를 알수 없는 등로를 따라

 선등자의 불빛을 쫓아 평탄한 등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다.


 한라산은 이방인의 방문을 거부하는 듯 짙은 운무를 깔아 놓곤 안개비를 뿌려댄다.
 녹아내려 질척대는 눈길은 걷기가 더 힘들어 진행이 더디다.
 앞서가는 일행의 진행속도에 그대로 맞춰 늘정늘정 걷는 사이사이 성질 급한 등산인들의
 짜증섞인 불만에 길을 열어 양보하며 컨디션 최악의 몸을 추슬려 오르다 보니 사라대피소다.
 사라대피소는 밤길에 무심히 지나치면 모르고 지날 정도의 엄청난 폭설에 몸을 내준 상태다.
 
 수 많은 불빛들이 한라산을 향해 불을 밝히며 길게 이어 올라 온다.
 해가 밝으려면 많은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진행속도를 최대한 지연시켜 걷는다.
 
 걷다보니 어느새 너른 분지 형태의 진달래 대피소다.
 숙소에서 받아온 도시락을 꺼내 보니 밥은 얼음덩어리가 됐다.
 보온물통의 뜨거운 물로 녹여 먹는 밥은 어제 이후 먹은게 별로 없어 그런지 아님 식욕을 되찾아 그런지
 완전 꿀맛이라 후딱 먹어치우고 뒷정리를 하여 베낭에 마구 우겨 넣곤
 몰려드는 한기를 떨꾸기 위해 다시 정상을 향한 등로를 찾아 나선다.

 어느덧 질척거리던 눈길이 어름덩어리의 눈으로 바뀌며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짐과 동시에
 정상을 밟았다.
 
 이미 해오름을 못볼것이다 예견은 했으나
 잠시 동녁을 붉게 묽들이던 하늘을 심술궂은 먹구름이 완전히 가리우며 아쉬움을 짙게 남긴다.
 그러나 언젠가는 저 먹구름도 겉히고 더 찬란한 햇쌀은 빛날것이다.
 
 찬바람이 혹독할수록
 정상은 더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한기에 노출된 얼굴이 에려옴을 참으며 못버린 일출에 대한 일말의 미련에 선뜻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상고대로 새롭게 환생한 정상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저들며 정상 주위를 배회하며 선경을 즐긴다.
 
       (정상의 풍광들....)

 정상에 몰려드는 인파와 한파에 굴복한 난 관음사로 향한 급격한 내림으로
 발길을 돌리나 혹한으로 새롭게 환생한 새하얀 꽃들의 잔치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고
 주춤 주춤 발걸움이 멈춰지고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한세월을 보내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서는 곳곳의 풍광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수묵화로
 먹향이 짙게 풍겨 나올것만 같은 국보급 문화재의 동양화다. 
 
 내려서는 등로 한꼍에 자리잡은 용진각 대피소도 폭설의 융단폭격에 잠식당한채 동면에 들고
 화장실은 용무 급한 여인네들이 눈을 파서 길을 낸듯 줄을 서서 오고 가는
 여인네들 모습에 내가 남자로 태어남이 다행으로 여겨짐을 느끼게 한다.
 
 돌아서면 천지가  화장실인 남정네가 여인네들은 을매나 부러울꼬 !!!!!
 

      (눈속의 뭍힌 용진각 대피소의 화장실) 
 
 용진각 대피소를 내려서며 진행방향 좌측의 고상돈 캐론에서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현란한 아름다움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3 m 이상 폭설에 먹이감 구하기 어려워진 때문인가 ?
 까마귀떼가 사람을 무서워 않고 울며 불며 달려드는데 안쓰러움이 인다.
 빈약한 나의 베낭엔 나누어줄 식량과 간식이 없다.
 어느 누가 던저준듯
 일회용 빈도시락 주위에 떼로 몰린 까마귀들의 배고픈 서글픔의 울음이 애닮다.
 
 "까마귀야 미안쿠나........"
 
 
  (힘겹게 한짐을 이고 있는 소나무)

 널널한 산행임에도
 하산후에 보니 내려온 인원이 별로 없다.
 여행사의 특별 이벤트 관광상품이라 안내 산행리더도 없이 모두들 나홀로 산행이고
 초보 등산인이 다수 포함되어 그런지 두대의 관광버스중 한대의 버스에 인원이 찰때까지 한참을
 기다려 호텔 숙소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2시간 이상 휴식을 취한후 후미 일행의 식사가 끝남을 기다린후
 제주항으로 이동하며 남는 시간을 죽이기 위한 특산물코너와 용두암을 거처 제주항으로 이동을 했다.
 
        (용두암의 풍광) 
 
 용두암의 해안에 등지고 앉아 있는 인어 아가씨는
 서양의 인어 아가씨가 아닌 제주의 비바리를 닮은 인어 아가씨다.
 
 그래선가 ?
 다른데서 보던 풍만한 가슴을 가진 인어 아가씨가 아닌
 내 가슴 보다도 더 작은 젖가슴을 내밀고 앉아 있어 요염함이란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인어상이다.
 

 귀로의 선박은 뉴씨월드 고속훼리다.
 레인보우호의 선박에 비해 3배 이상 큰 덩치답게 목포항에 도착할때까지 흔들림 없는
 정숙운행으로 배 멀미 걱정은 뚝 이다.
 내부 시설 또한 엄청나서 해수 싸우나, 식당, 노래방, 매점 오락실등등.......
 돈만 있으면 지루한줄 모르고 즐기며 오면 된다.
 
 그러나 여행사의 횡포인가 ?
 3등실의 배정 받은 방은 30명 정원도 비좁을 듯 한데
 이곳에 55명을 몰아넣곤 좁은 방에만 있지 말고 넓은 선실 구경이나 하며 가시면
 별 불편 없지 않냐며 항의하는 손님에게 오히려 면박을 준다.....

  (씨월드호의 갑판에 솟아오른 어마어마한 기관실 굴뚝) 

 나홀로 떠난 신년일출 산행 한라산.....
 
 여행사의 횡포에 실망하고.
 말 한마디 나눌 산우와 다정다감한 나의 영원한 벗 옆지기 없슴에
 옆구리 허전한 쓸쓸함으로 외로운 고독감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놓치 못한
 일몰 일출의 기대도 헛물키고 마지막 떠나며 기대한 선상일몰도 끝끝내 외면한 나홀로 나들이는
 그나마 한없이 원없이 밟아본 한라산의 눈길 산행으로 위안을 삼는다.

             (잘있거라 나는 간다 제주야~ 올봄 춘사월 철쭉피면 다시오마)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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