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5년 9월 12일 월요일 (맑음)
누구랑 : 관광버스를 따라서 나홀로
산행경로 : 버리기미재(11:10)~곰넘이봉(11:50)~촛대봉(12:15)~촛대재(12:28)
~대야산 정상 (13:09 중식~?)~피아골~월영대~용추폭포(15:20)~완장리 벌바위(15:40)
(산행지도)
몸이란 고스란히 몸이며 몸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며
몸이란 영혼에 매달린 이성이자 의미일 뿐이다.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말씀이다.
그 아무것도 아닌 몸이 요즘 말이 아니다.
조상의 묘를 깍는 연례행사는 나의 과중한 업무이자 의무로 자리를 잡은건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다.
항상 밤톨을 깍듯 이쁘장하게 깍아논 그 솜씨를 따라갈순 없어 항상 이 맘때면 아버님이 생각난다.
올해 그 신성한(?) 의무행사의 과정에서 허리를 다친 난
니체가 말한 그 아무것도 아닌 몸이 영혼과 이성을 마구 흔들어 제켜놓으며
나를 괴롭히고 있다.
니체는 완전 구라장이다.
몸이 건강해야 그 몸에 메달린 영혼이 제대로 붙어있게 되고
따라서 올바른 이성이 생겨날수가 있다는게 나의 생각이고 경험철학이다....
나의 산우 한의사 재넘이님은
허리 아플땐 온전히 몸 조신하게 조리해야 한다며
자기에게 찾아와 침 맞고 물리치료 받은후 후끈후끈 파스나 받아가라 하시는데....
니가 이겨 병신이 되든
에구 징그러운놈 하고 지가 나가 떨어지든 결판을 보러
이틀 연속 산행에 나서기로 했다.
전날 숲님과의 개머리산 산행은 사실 힘겨웠는데
산행후 마신 막걸리 한잔에 비몽사몽의 한밤을 보낸후 일어난 아침은 왠일인지
운신하기엔 전날 보다 컨디션은 더 낳아 보인다.
(전날 개머리산 산행중 대청호 조망 - 너른숲님 촬영)
아내는 툴툴대면서도 주섬주섬 산행준비물을 챙겨준다.
따가운 뒷통수를 의식하며 집을 나선후 다소 늦은 시각인 11시 10분에 산행들머리
버리기미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백두대간의 길목이기도 한 버리기미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의 연속이다.
여름이 다시 찾아온듯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의 기온은 푹푹 찌는 폭염이다.
맨 후미에서 시작한 난 서서히 몸에 열기가 오르고 부터 산행속도에 가속이 붙는다.
한무리의 등산인을 조심스레 추월후 얼마안가 낮이 익은 선두와 함께 단둘이 등로를 오른다.
가파른 능선을 올라붙자 터지는 조망은 저멀리 희양산 백화산 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선명하게 시야에 한눈에 들어온다.
얼마안가 최고의 전망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곰넘이봉이 반긴다.
그간의 산행으로 힘찬 박동을 쉬지 않는 심장을 서서히 잠재우며 휴식에 들어간다.
대야산을 처음 찾았을때
아름다운 능선의 암릉에 월영대와 용추폭포를 안고있는 용추골의 계류암반에 홀라당 반해버린 난
자주 찾는 산지로 가까운 이웃들을 이곳에 안내하곤 하던 곳이다.
(곰넘이 봉의 전경)
곰넘이봉을 넘어서서 불란치재까지는 암릉사이사이 급경사의 연속이다.
한없이 내려선 만큼 다시 또 올라붙는 등로는 아름다움 만큼 험로의 급경사로
숨이 턱이 닿을쯤 조망이 좋은 장소에 이르는데 668봉 촛대봉이다.
촛대봉엔 청주 새동내에서 음식점을 한다는 버섯 채취꾼이 커다란 바구니에 가득 싸리버섯과
능이 몇송이를 담은 바구니를 옆에 놓고 쉬고있다.
싸리버섯철에 잔뜩 따다 1년 장사를 한다는 그분은 오늘 이곳에 5명을 풀어 버섯을 채취하는데
예년에 비해 신통치 못한 수확에 불만이 가득이다.
버섯 채취꾼과 한참을 이야기 하며 쉬는 동안
모습을 감춘 선등자의 자취를 찾아 뒤를 따른다.
(촛대재 이정표)
촛대봉에서 촛대재까지 약간의 내리막은
힘든 오름에 대한 배려인가 ?
대야산 정상까지 험로에 힘을 비축할겸 이미 때를 넘긴 배도 달릴겸
포도 한송이를 뚝딱 해치우고 정상 정복에 나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 얼마안가
시그널을 붙이고 있는 선등자를 만나 함께 정상을 올랐다.
(정상을 오르며 바라본 풍광.. 쌍곡계곡을 두고 왼편의 군자산과 오른쪽의 칠보산이...)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대야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들...맨뒤 속리산의 서북능선이 길게 누웠다.)
(희양산을 배경으로 한 정상 빗돌)
대야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사방으로 시원스레 한눈에 잡힌다.
북쪽으로 군자산 장성봉 희양산으로 이어지는 소맥산맥의 줄기와 동쪽 벌바위 용추골 피아골 다래골....
남쪽 둔덕산 조항산의 그림같은 연릉들을 바라보며 자리를 펴고 먹는 점심은 항상 그렇듯
꿀맛이다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점심식사를 끝낼쯤
왁자지껄의 소란스러움이 정상을 메운다.
억양으로 보아 경상도에서 온듯한 단체 등산객 한무리가 몰려들어
여기저기서 야~호를 외치는데 정신이 혼란스럽다.
그들을 피해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밀재를 향해 나서는데 길목 한가운데를 몽땅 잡고
점심 식사를 하는 그네들을 뚫고 나가려니 순간 귀찮은 생각이 든다.
약속한 하산시간에 맟추려면
시원찮은 몸에 그래도 널널한 여유를 부릴수 있는 피아골로 향한다.
(피아골로 향하는 급경사의 내림길)
피아골은 습기를 머금은 암릉이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조심스레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위험구간이 끝났다 생각되는 순간 방심했나 ?
순간 미끈 밟히는 바윗돌에 발랑 넘어졌는데 다행히 메고있는 베낭에 1차 충격흡수
2차로 바윗돌에 닿는 머리의 충격은 심하지 않은데....
이런 !!!!
몸의 중심을 잡으려 디딘 왼쪽 손바닥의 살 한점이 홀랑 벗겨지고
왼쪽 종아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나 보다 한발 앞서 나가던 산악회 선등자가 보고 달려와
담배재로 흐르는 피를 지혈시켜준다.
괜찮다 해도 이게 좋다라는 그분의 호의를 거절할수 없어 받아드린다.
밀재에서 내려오는 다래골과 피아골의 합수지점에서 발을 멈추고 목을 축인다.
이곳은 보름달이 계곡물에 비치면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기에 월영대란 이름을 얻은 명소다.
이곳에서 물한모금 먹고 하산하는 내림길은 조릿대숲이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순탄로다.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아름다운 등로를 따르다 용추폭포가 가까워 올쯤 바위와 숲그늘이 가려주는
적당한 지점을 발견 올 마지막이 될 알탕에 들어갔다.
맑은 물에 더러운 몸과 마음을 씻으려 물에 앉으니
이곳의 물고기들이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내몸 주위에 떼로 몰려들더니
다리와 몸통 팔다리를 먹어치우겠다고 톡톡 치며 간지럼을 먹인다.
그 느낌이 너무 좋고 투명하리 맑은 계곡이 넘 좋아 나를 잊고 세상을 잊고 모든걸 잊어버리고
한세월을 그렇게 그곳에서 보냈다.
물고기와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내려선 용추폭포엔
빛나는 젊음을 발산하는 젊은 남녀들이 퐁당 퐁당 물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예전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
그네들의 젊음이 부럽고 노는 모습이 왜그리 한결같이 예뻐 보이는지.....
나도 늙어가나 ???
(용추폭포의 풍광)
용추폭포를 내려서 얼마를 가니
예전엔 달랑 한채였던 민박 식당가는 여러곳으로 늘어나 한가하고 쓸쓸했던 분위기를 잡아먹고
화려함과 번잡함으로 변질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을 찾은게 오래전임을 실감한다.
그런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식당가 입구의 예쁜 꽃들이 아름답다.
울 아파트 이웃들과 추억이 깃든 대야산행을 접으며
문득 떠오르는 현빈네...
계룡산을 처음 시작으로 금오산 월악산 조령산 신선봉을 함께 오르며 정이든 이웃사촌인데
같은 나이에 같은 또래의 자식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금방 친할수 있었던 그네들은
이곳 대야산을 접하곤 완전 산에 포옥 빠진 매니아가 되어가던중
IMF 의 급물쌀을 피해 서울 본사로 들어가 서울로 이사를 가며 헤어젔는데
우리와 헤여저야 함을 가장 애통해 하던 부부였다.
대야산 산행을 끝낸후 두 부부가 함께 들렸던 내수약수 원탕에서 느낀 사타구니의 따꼼따꼼한 느낌이
아직도 살아있듯 그네들도 우릴 잊지 않고 잘 지내는지 ?
오늘은 전화 한통이라도 해볼거나.....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귀로에 앉아오는 버스는
구부려도 보고 뻣뻣히 세워도 보지만 여전히 불편한 허리는
가까운 대전이 멀게만 느껴지게 만든다.
낼은 고집 그만 부리고
재넘이께 찾아가 신세나 한번 저볼꺼나
에궁 !!!!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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