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산행일 : 2005년 9월 01일 목요일 (맑음)

 

누구와 : 나홀로

 

산행코스 : 학봉리~황적봉(664)~천왕봉(605)~벼랑바위~통천문~쌀개봉(827.8)

                ~칼릉~은선폭포~동학사~학봉교

 

오랜만에 찾아온 이틀 연휴....

지리의 품을 찾을까 ? 설악을 갈까 ?

행복한 고민을 칼 같이 싹둑 잘라버린 전화 한통화가 날아든다.

 

9월25일 철도공사 사장배 동호회 대항 마라톤 운영방안에 대한 토론에 꼭 참여해 달라는

철도공사 건강 달리기 시샆님의 통보에 거절할 명분도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솔선해야할 일이다.

각지에서 모여든 운영위원및 진행요원과 지역관리본부에서 모임을 같고 저녁식사가 끝날쯤

친구녀석의 핸폰이 울린다.

 

술이 무척 고프단다.

군대가서 하나 건진 친구놈이다.

예전 한밤중 술이 떡이 돼 친구는 니뿐이다 나좀 집에 데려다 달라고 툭하면 전화질하여

괴찮게 하는놈인데 자기사업을 하면서 바쁜지 요즘들어 그런 버릇은 없어졋다.

 

그간 한참을 못본 친구와

돼지 갈비를 굽고 소주잔을 나누며 정담을 나누니 시간은 살같이 흐른다.

그놈 두잔마시면 난 반잔정도 마신게 술자리를 끝내고 일어서려니 속이 울렁울렁 메습껍다.

 

친구는 그런 나를 부축하여

어느정도 술이 깨면 집에 가라며 노래방을 들어간다.

두놈이 돼지 멱따는 목소리로 악쓰고 놀다 집에오니 새벽2시다.

 

날이 밝은 아침

운장산에서 구봉산까지의 안내산악회라도 따라 가려던 난 도저히 일어날수 없다.

9시를 넘겨 겨우 밥을 먹고 아내에게 도시락을 얻어들고 계룡산을 향한다.

 

학봉리에서 신도안으로 향하는 1번국도 초입 적당한 공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이곳을 못가본 너른숲님을 위해 들어섰다 공단 아자씨에게 들킨 그자리에서 한참을 벗어난 곳에서

무작정 치고 오르다 보니 금새 등로를 만나고 등판에 땀이 흐를쯤 시원한 조망이 반겨준다.

 

 

향적봉

 

황적봉을 오르는 발걸음이 전날 술로 인해 힘이 없다.

땀만 비오듯 쏟아지는데 얼마나 흐르는지 웃통을 벗어 쥐어짜니 주르룩이다.

얼마못가 바위에 걸터앉아 사과 한알을 우적우적 씹어 삼켜 원기를 회복시키고 다시 나서 보는데

역쉬 풀려버린 다리엔 힘이 없다.

 

천왕봉

 

아무리 높은 태산인들 하늘아래 메인고로

하늘을 향해 오르려는 나의 발걸음에 정복은 당하기야 하겠지만

오늘은 참으로 더디다.

 

힘겹게 향적봉을 넘기고 천왕봉을 내려서자

시원한 바람이 반겨주는 조망이 으뜸인 벼랑바위에 닿는다.

 

 

 

쌀개봉

 

지금껏 산행하며 이렇게 힘든 산행은 처음이다.

쌀개봉을 치고 오르기전 한없이 내려서는 등로가 오름을 예고하기에 겁이나고

1.8 L의 수통이 비어감에 더 겁이 나는데....

 

내몸 어느곳에서 이렇게 많은 물이 나오는지 ?

그래도 다행이라면 흐르는 땀과 함께 주독이 빠저 나오는지 몸상태가 호전됨을 느낄쯤

통천문옆으로 쌀개능을 올랐다.

 

쌀개능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전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윗통을 벗어 땀을 짜서 나무에 걸어놓고

내친김에 바지도 벗고....

망설이다 평일에 이곳에 올 사람 없을것 같은 확신에 팬티마저 벗어 젖은 고추를 말리는데

 

에궁 !

시상에 이렇게 시원할수가 !!!!!!

 

혼자 먹는 점심은

더위에 너무 지쳣나 밥을 넘기기 어려움에

물을 말아 훌훌 넘겨는 보는데 그마저 힘들어 나머진 뒤늦게

 

고시레~~~~

 

       (매 바위라는디... 매 같으요 ?)

 

          (뒤돌아본 향적봉 능선)

                (통천문)

   

                                   (쌀개능서 바라본 정상)

 

             (쌀개능 정상에 무리지어 핀 달개비꽃)

 

쌀개능선

 

점심을 먹고나니 나른나른한 몸을 일으키기 어렵다.

내처 더 쉬며 이곳 저곳 풍광을 감상하며 이곳에서 만큼은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데 요러다간 눕고 싶은 생각이 들까 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쌀개능의 능선만으로 걸으며 바라보는 풍광은 계룡산의 진면목을 한눈에 볼수있을 만큼의

빼어난 조망이 확보되어 가는내내 즐거우나 그만큼 위험이 도사린 험로다.

능선에서 이어지는 절벽길을 내려서서 다시 암릉을 조심스레 올라서서 조금 더 진행하면

은선산장으로 이어지는 칼릉이다.

 

칼릉

 

서울에 사시는 산행 대선배 보원님의 아픔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후배가 이곳에서 사고를 당해 아직 이곳의 칼릉은 밟고 싶은맘이 없다 하셨는데

작년 숫용추에서 머리봉을 함께 오를때 산찾사님 언제 한번 함께 칼릉 타봐야지 하던 말씀이 생각난다.

 

칼릉으로 향하는 희미한 초입 등로는

낡아서 삭아진 귀연산악회의 시그널 하나가 길을 안내하더니

언제부터인가 가는곳마다 보이기 시작하던 강산애님의 시그널을 요기서도 보게 되는데

다녀간지 얼마 되지 않은듯 시그널은 삐까번쩍 광이 나는데 하산내내 오직 하나의 시그널 뿐이다.

 

칼릉의 최대 위험지대에 설치한 동아줄은 오래된듯 믿음을 주지 못한다.

동아줄 잡기를 포기하고 바위의 크랙 사이사이를 잡고 휭단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곳을 통과하면 칼릉의 최대 명물이라 할수 있는 암릉이 반겨주는데 암릉의 이름은 따로 없는것 같다.

 

암릉을 계속하여 타 넘으며 고도를 낯춘 등로는

저 멀리 은선폭포가 내려다 보이고

이내 은선대피소로 내려서면 칼릉의 릿찌산행은 끝이난다.

 

      (칼릉의 암릉들...)

 

은선대피소의 계곡에서

그간 못먹었던 물을 배터지게 들이키니 살것같다.

은선폭포는 수량이 부족하나마 그런대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수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거의 사람을 볼수 없는 등산로는

동학사가 가까워 올수록 계곡에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막바지 발악을 하는 더위를 피해 찾아온듯 간편한 차림에 발을 담근 모습들이 한가롭다.

 

공휴일과 주말엔 사람이 넘처나는 이곳도

평일날엔 한적하니  사색을 하듯 다녀오는 적막한 산행이 참으로 좋은데

오늘따라 동학사의 풍광도 더 아름다워 보인다.

 

 

차를 주차해 놓은곳까지

따가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걷는 아스팔트길이 곤혹스럽다.

동학사로 내려오며 삼불봉 아래 자리잡은 오성대와 심우정사를 찾아보고 싶은 욕구는

주신이 잡아먹은 체력저하로 인해 포기를 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마지막 걷는길은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걸으며 처다보는 아름다운 장군봉 능선에 구름이 걸려있어 바라보는

시선만은 즐거우니 힘든길에 많은 위로가 된다.

 

 

  오케스트라의 프리티시모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귀가 멀어서야

  베에토벤은 최고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했고,

  말에 채여 집에서 드러누었던 윌터 스콧은 마지막 시인의 노래를 지었으며,

  앞을 완전히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존. 밀턴은 실락원이란 걸작을 쓸 수가 있었습니다.

 

  고통은 육체에 대한 정신의 승리입니다.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 있다해도 모두들 잘 이겨내시고

  올 가을 풍성한 결실을 거둘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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