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인도 히말라야 산닥푸

산행일 : 2024년 10월 24일~11월 02일(토)

누구랑 : 산찾사와 함께 하는 해외 트래킹 팀

제5일차 :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 04:40 팔루트 산장
  • 05:10 ~ 05:30 팔푸트 정상 일출 포인트
  • 06:00 팔루트 산장
  • 07:55 팔루트 산장 출발
  • 13:37~14:40 토쿰에서 중식
  • 17:00 산닥푸 도착

전날 일출을 보고 싶은

사람만 04:30까지 집결하라고 했다.

옷을 단단히 입고 시간이 되어 나가보니 추위와

귀차니즘에 못 나온 여사님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들이 나오셨다.

우린 일출 예상시간에 맞춰 최대한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올라 정상에 서자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장엄한 풍광이 펼쳐지고 있다.

팔루트 정상은 서 뱅골 주와 시킴주 경계인데 지금 붉게 물든 하늘 아래가

바로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부탄 방면이다.

 

나는 예전 네팔 ABC에서 보던

안나푸르나의 설산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동쪽 하늘엔 짙게 낀 운무로 인해 그런가 이미 해는 떠올라

있을 시각임에도 그런 풍광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아주 장엄하게 펼쳐진 히말라야 산군이 시선을 압도한다.

정말 멋지다.

아래 사진은 그중 제일 가깝게 보인

누워있는 부처로 많이 알려진 칸첸중가의 모습이다.

 

똑딱이 디카보다 핸드폰으로 당겨보니 더 선명하다.

아래는 디카로 담은 누워있는 부처인데 솔직히 난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타루 초가 흩날리던 새벽녘의 팔루트 정상은 몹시 춥다.

그 추위를 견디며 일출을 기다리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팔루트 정상까지 밀려든

운무에 일부 회원들만 남고 다들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팔푸트 산장을 다 내려설 즘..

얼러려~!

짙은 운무를 뚫고 잠시 아침 해가 떠올랐다.

이것도 일출?

우야튼 그래도 이쁘기는 하다.

함께 내려서던 산우들은 그 광경에 다들 환호성을 울리며 감동했다.

그럼 된 거지 모~!

일출이 뭐 별건가?

 

잠시 후엔 살그머니 모습을 선보인 햇님을

또다시 삼켜버린 얄미운 운무가 슬금슬금 몰려들고 있다.

그 운무가 몰려들던 초원 저 아래엔 팔루트에서 유일한 산장이 아름답게 내려 보인다.

 

다 내려선 산장...

역시 이곳도 출발은 식사를 언제 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오늘도 역시 식사 시간이 임박했어도 식사 하란 기별이 없다.

출발 준비를 모두 끝낸 회원들이 무료함을 달래고 있던 그 시간에

나는 답답한 마음에 슬쩍 주방에 들렸는데

아~! 글쎄....

서브 가이드 미렌은 물론

 

조나단과 메인 가이드까지 혼자 빵을 굽던 여인을 돕고 있었다.

여인이 전날 밀가루와 호밀, 옥수숫가루를

섞어 미리 숙성 시켜 놓은 반죽을 밀대로 밀어 널찍하게 펴면

 

조나단이 그걸 받아다 메인 가이드 텐진설파에게 넘기자

그는 장작불에 올려 적당히 익힌 후 접시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실 우린 그 덕분에 다른 날 보다 좀 이른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후 전원 출발 준비 완료....

밖을 나와보니 안개도 말끔히 걷히고 일기 화창하다.

전 일정 중 오늘이 하일 라이트라 날씨가 가장 중요한데 우린 복받았다.

 

떠날 땐 이제 의례 행사가 된 단체사진을 먼저 박아주고

메인 가이드의 뒤를 따라서 우린 팔루트를 뒤로 보냈다.

 

오늘 코스는 제법 길다.

우린 끝없이 이어진 저 능선 길을 계속 걸어야 했는데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이런 풍광이 펼쳐지고 있어

 

다행스럽게 고산의 힘겨움을 달랠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걷다가 뒤만 돌아보면 볼 수 있었던 히말라야의 산군이다.

제일 우람한 칸첸중가 옆으로 쭈욱 가다 보면 뾰족 솟은 에베레스트까지 확인된다.

그곳을 배경으로 나도 이번엔 제레미와 조나단과 함께 사진을 남겼다.

사진을 담을 땐 제레미 요 녀석이 내 말을 참 잘 듣는다.

넌 너무 잘나고 잘 생긴 놈인데 키까지 커 네가 내 옆에 서면 내가 참

초라해 보이니 나랑 사진을 찍을 땐 푹~ 수그리란 명령에 제레미의 포즈가 어정쩡하다.

ㅋㅋㅋ

 

제레미는 인기도 많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사진 찍히기 바쁘다.

아무래도 저 녀석과 사진 한번 찍으려면 앞으론 모델료를 지불해야 할 듯...

그렇게 걷다 이정목을 확인하니 겨우 4킬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오늘은 20킬로가 넘는 거리라 아직은 초반대...

비록 풍광이 아름다워 흥이 실린 걸음였으나

그래도 어느새 선두와 후미 간격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혹시나 조급해 할까 봐 나는 일행들에겐 절대로

남들 걷는 거에 신경 쓰지 말고 자기 페이스만 유지할 것을 당부드렸다.

이곳 인도 로컬 여행사의 진행이 깔끔하다.

선두의 메인 가이드와 후미를 담당한 서브 가이드가 제 역할을

충실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한데 의료 행정 담당 판카치는 선두에서

걷다가 어느 순간엔 이렇게 후미까지 기다려 일일이 일행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선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가 지기 전 산닥푸에 도착하면 될 일이니

걱정 붙잡아 메시란 내 말에 후미 그룹은 조망터에선 다들 추억을 담아 가기 바쁘다.

그렇게 걷던 후미 그룹에선 어느새 또 이탈자가 생겨났다.

오름만 나오면 계속 뒤처진 최경진 님이신데 그러나 그분 곁엔 든든한

서방님이 그리고 유능한 서브 가이드 미렌이 보좌하고 있어 나는 어느 순간부턴

그들에게 안심하고 그 부부를 맡겨 버렸다.

최경진 여사님은 오름만 그렇고 내리막길은 참 잘 걸으셨다.

그녀는 오름길에선 후미 그룹과 한참 뒤떨어졌어도 내리막길에 선 어느새

따라붙었는데 그런 두 분의 표정엔 힘겨움보다는 행복함을 숨길 수 없어 마음이 놓였다.

그럼 된 거다.

꾸준히 걸을 수 있고 저렇게 즐기며 걷고 있다면 그게 최상이다.

 

결코 서둘지 않은 걸음으로 우린 걸었다.

"아이고 내가 미친년이야~!"

"산찾사에게 맨날 속았는데 또 속았어~!"

금숙 누님의 투덜이다.

이번엔 평생 의료계에 몸담았던 동료 여사님들 투덜이가 뒤를 잇는다.

"우린 네가 그냥 뒷동산 걷는 거랑 똑같다고 해 속아서 왔어~"

이날 산찾사는 사기꾼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사기꾼을 바라보는 누님들의 표정엔

원망스러운 표정은 볼 수 없고 행복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

 

첫날과 두쨋날 이곳을 올라올 땐

이런 곳엘 뭐라 오는지 솔직히 후회도 했다며 살짝 고백도 하셨다.

그러나 오늘은 평생 마음에만 간직했던 로망 하나를 이루었다니 이 정도면

산찾사는 위대하고 대단한 사기꾼이다.

김 효현 씨는 맨 뒤에서 걷다 우리가 다리 쉼을 하고 있을 땐

어느새 따라붙었는데 그때마다 그런 사기꾼에게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불러 주셔서 고맙다며...

ㅋㅋㅋ

 

능선 길은 한동안 유순했다가

어느 땐 오름과 내림의 부침이 있어 산우들을 힘겹게 했다.

그렇다 한들 사실 등로가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건 아니다.

다만 3600m의 고산이라 그럴 뿐.

우리 동네 뒷산 같음 그냥 마구 내달려도 좋을

그런 코스라도 그게 고산이라면 사람에 따라서는 한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다.

한차례 언덕을 넘어서자

저 멀리 초원엔 천막이 보였고 선두의 산우들이 쉬고 있다.

그곳엔 뜻밖에 간이매점이 있었다.

여긴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산우들이 비스킷과 음료 그리고 예전

추억의 과자 라면땅 같은 걸 사와 산찾사에게 건넨다.

환전을 안 했던 난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일정 내내 입만 가지고 얻어만 먹었다.

초원의 매점에서 제법 길게 휴식을

취했던 우린 다시 힘을 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평소 심장이 약해 폐활량에 문제 좀 있다던 점숙양이 힘겨워 했다.

그래도 참 잘 견딘다.

그녀는 비록 느린 걸음이나 인내심과 꾸준함이 있어 다행이었고

후미의 최경진 님은 배낭까지 대신 매고

우리 이쁜 강아지 참 잘 걷네 라며 알뜰살뜰 보살핀

서방님이 있으니 해가 지기 전 산장에 도착만 하면 될 일이다.

해발 3600m의 고산 지대라면 관목 지대 내지는

수목 한계선이 당연함에도 여긴 아열대라 울창한 숲속이 존재하고 있다.

당연히 다른 고산 지역보다 산소가 많아 트래킹을 하기엔 좋은 환경 조건을 갖추었다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랄리구라스 숲속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선두 그룹을 만났던 후미 그룹은

또다시 길게 휴식을 취한 후

 

시간이 지날 수 록 슬금슬금 몰려든 운무 속을 걸어 들어갔다.

 

능선 길은 한차례 초원 한가운데 축사를 통과하여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저 앞 초원엔 건물한 채가 보였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 줄 토쿰이란 산장이다.

역시...

인도답게 여기도 주문한 요리는 더디게 나왔다.

빠름 보다 후미 그룹은 핑계 김에 길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그게 더 좋았다.

아직 가야 할 거리는 많이 남았고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지체되어 식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서둘러 우린 떠났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식사 후 위장으로 몰려야 할 혈액이

다리통으로 향했으니 소화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

서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안전산행이 최우선이라 선두권을 보낸 이후

후미 그룹인 우린 아예 이렇게 퍼질러 한동안 해찰을 떨며 휴식으로 힘을 비축했다.

마지막은 악으로 깡으로~

이젠 저 산모롱이만 돌아가면 우리가 머물 산장이라고 했다.

이날 우리가 숙소로 정한 산장이 신의 한수였다.

사실 애초에 계획된 숙소가 있는 산닥푸는 2킬로 이상 더 가야만 했다.

만약 산닥푸 마을의 숙소까지 가야만 했더라면 후미의 여사님들 모두 죽을 맛이었으리라.

이날 아직 도착하지 못 한 최경진. 김효현 부부를 위해 친절한 금자 씨보다 더한

제레미가 따스한 차를 담은 보온병을 들고 마중을 나갔다 함께 들어오자

우리 모두는 인간 승리라며 무사 완주하신 최경진 부부를 위해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숙소는 부부에겐 따로 혜택을 드리고

나머진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방 배정을 끝낸 후

산장에서 저녁 식사를 끝냈다.

그런 우릴 위해 조나단이 맥주를 식탁에 올렸는데

주당들에겐 그 정도 가지곤 어림 반품어치도 안될 양이라

ㅋㅋㅋ

오늘도 춘식 아우님은 산장의 매점을 털어 맥주를 잔뜩 사와 풀었다.

이제 힘든 건 다 끝났다.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고소에도 해방이다.

저렇게 마시고 골이 패든 말든 오늘 밤만 넘기면 될 일이라

당신들 맘대로 주량껏 마시라 권했더니 다들 저렇게 좋아하셨다.

그런 우리들에게 판카치가 다가왔다.

오늘도 피해 갈 수 없는 산소 포화도 측정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다들 자신 있게 손가락을 디밀며

설사 그거 미달 여도 이젠 네가 어쩔 건 데란 표정 들였다.

ㅋㅋㅋ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 후기)

https://youtu.be/xbKaP3sUPa4?si=vQSbQ68Qe7K3Az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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