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덕유산 어사길

산행일 : 2021년 7월24일 토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사길 개념도)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

 

 

정말 덥다.

이런날엔 쉬어가는 산행이 좋겠다.

마눌님 초록잎새의 허리도 별로 좋지 못하니

그래서 오늘 우리 부부는 편한 걸음을 할 수 있는 무주구천동의 어사길을 찾았다.

 

 

우리부부에게 무주구천동은 추억의 장소다.

85년 여름 연애시절 백련사까지 걸었던 우린 이곳에서 야영을 했는데

그때 숲속을 반짝이던 반딧불과 임도에 수없이 기어 다니던 쌀방개,똥방개를 잊을 수 없다.

여긴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였슴을 그때 그것들은 증명하고 있었다.
결혼 이후로도 우리 부부가 자주 찾았던 덕유산은 

삼공리를 날머리로 잡았던 적이 많아 사실 우리에게 각인된 이길은 고난의 길이다.

특히 남덕유에서 북덕유 종주후 걸어 내릴땐 왜그리 지겹고 힘들었던지 ?

그 지겨움이 싫어 칠봉을 경유해 내려서기도 했지만

한때 그 코스는 출입금지라 썩 내키지 않는 걸음이 되곤 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 한동안 걸음이 뜸했던 여긴 초입부터 천지개벽을 했다.

월하탄을 지나자 무주구천동 맑은 계곡에 서식한다는 금강모치의 조형물이 깜직하고

 

 

 

관리공단 매표소를 통과후엔

시멘트길을 걸어 올라야 했던 그때와 달리

맑은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는 구천동 어사길이 우릴 맞아준다.

 

 

 

한껏 기대를 안고 들어선 어사길...

 

 

좀 일찍 나선길이라 그런가 ?

휴일임에도 일단 사람들이 없어 좋고

 

 

계곡을 옆에 두고 이어진 등로가 유순해 더 좋다.

 

 

 

어느덧 발걸음이 칠봉 갈림길을 스처 지난다.

예전 칠봉을 내려 설 땐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며 철망을 넘어서야 했었다.

그때를 기억해 낸 초록잎새가 묻는다.

오늘도 그때처럼 한겨울 역고드름의 오수자굴을 경유해 정상에서 칠봉으로 내릴거냐고...

헐~!

이젠 예전 기억에 의존해 걸으면 클난다.

그때는 체력이 좋아 아주 쉽게 걸었을진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까이거 가지고 뭘 그러냐는 마눌님...

ㅋㅋㅋ

그럼 일단 백련사까지 가서 코스를 결정하기로 했다.  

 

 

어사길은 참 잘 해 놓았다.

등로 정비는 완벽.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걸으니 삼복더위는 싹 사라지고

 

 

울창한 산림에서 품어저 나온 피톤치드에 정신은 맑아진다.

 

 

한여름 한낮은 길고 길다.

거기에 우리가 남아 도는건 시간뿐이니 서둘일도 아니다.

그래도 그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는 법이라 저절로 빨라지던

초록잎새의 발걸음을 벌써 몇번이나 채근하여 잡아두다

급기야는 풍광좋은 계곡의 너럭바위를 잡아 우린 한동안 멍~을 때렸다.

 

 

 

바쁘게 걸을땐 정말 몰랐었다.

역광에 비친 단풍의 살랑임이 내가슴을 일렁이게 할 줄은...

천천히 걷자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움이다.

조용히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르킨 방향으로 시선을 준 초록잎새도 그 느낌을 전달 받았나 ?

자기는 새봄 연두빛 산하를 바라보는것 같덴다.

 

 

어사길은 그냥 일방향으로 걸으면 되니

신경쓸 일도 없어 무상무념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된다.

그렇게 걷다 등로에 조금 비켜난 곳에 김남관 대령이 설치했다는 구천불로 향했다.

 

 

등로 바로옆 숲속...

구천불은 구천동을 알리며 극낙정토의 염원을 담아

구천개의 불상을 설치하려 했으나 23개만 완공해 여기에 안치해 놓았단다.

 

 

다시 이어진 발걸음...

백련사 가는길이 이렇게 좋은줄 몰랐다.

우린 더위를 잊었지만 아마도 도심은 펄펄 끓고 있을게 분명하다.

 

 

어사길은 잠시 기존의 시멘트길을 넘겨

누구나 마음 놓고 쉬어가는 곳이라는 안심대로 이어진 후

  

 

깔아 놓은지 얼마 안된 듯

부드럽게 밟히던 야자매트의 오솔길이 백련사까지 이어진다.

 

 

 

드디어 오늘의 코스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

마눌님께 결정권을 준다.

 

"갈겨~?"

"싫어요 서방님."

 

 

그럼 내려 가야지 모~

그러기전 백련사는 들려야 한다.

백련사 대웅전을 향해 오르다 보니 계단옆 부도탑에

정광당 일선탑이라 적혀 있어 들여다 보니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다.

 

산을 보니 그저 산이고,

물을 보니 그저 물이로다.

 

윗글은 서산대사의 4대 제자중 한사람인

저기 저곳 부도탑의 주인공 일선대사 문집에 실린 싯구다.

그런데...

우리가 아주 귀가 닳도록 들었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랑 뭐가 다르지 ?

ㅋㅋㅋ

임진왜란때 승려들이 전쟁에 참여하는게

승려의 본분인가 개탄한 일선은 도반 유정에게 이제 전쟁이 끝났슴

똥폼 그만 잡고 얼른 관복 벗어 던지고 승가의 본분을 다하라 일갈한 인물로 전해진다.

 

 

백련사 대웅전에 찾아든 초록잎새...

종교에 의탁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한다면 굳이 난 반대는 안한다.

108배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라며

그거 한번 해 보고는 싶은데 허리가 션찮아 될지 모르겠다던 초록잎새라

 

 

 

나는 대웅전 뜰에 앉아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 보았다.

그런데 마눌님이 금방 나온다.

108배는 아무래도 무리인 듯...

 

 

백련사를 되돌아 나와

왔던길 그대로 걸어가던 우린 등로옆 계곡을 찾아들어

 

 

각자 캔맥주 한개로 갈증을 삭힌후...

간편식으로 준비한 과일과 떡으로 점심 식사를 끝냈다.

 

 

그런후 차가운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군 뒤

 

 

 

계곡의 그늘에 누워 망중한을 보내다 일어섰는데

으이구~!!!

마눌님이 그런다.

법당에 지갑을 놓고 왔덴다.

벌써 시간은 한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허겁지겁 되돌아 올라간 백련사 법당엔 그러나 마눌님 지갑이 없다.

다행히...

수소문해 보니 누구 손 탈까봐 그랬다며

우리 뒤에 찾아오신 분이 발견해 절에다 맡겨 놓았단다.

 

 

 

참 큰일이다.

나이를 먹으니 마눌이나 나나 깜빡깜박 하니 이를 어쩌나 그래~!

둘 중 하나만이라도 멀쩡해야 할텐데...

ㅋㅋㅋ

 

 

일찍 내려 가봐야 기다리는건 펄펄 끓는 염천 더위라

우린 계곡옆 암반에서 멍~을 때리다가 한차레 오수까지 즐기며

그렇게 오래오래 숲속의 품안에 노닐다 지칠쯤 어사길을 내려 섰는데

 

 

 

흐아~!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방금전 머물던 그곳 구천동 계곡이 천국였다.

 

 

폭염속 건강 관리 잘 하시길 기원하며

정관 일선대사의 시 한수로 어사길 후기를 끝냅니다.  ......... (산찾사.이용호)

 

세상에 가진 것 무엇이더냐

이 한 몸밖에 남은 것 없다네.

사대는 끝내 흩어져 버릴 것이니

허공을 날아오를 듯 상쾌하구나

 

(동영상으로 보는 어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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