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청산.도덕봉~덕의봉

산행일 : 2017년 6월02일(금)~03일(토)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산행 개념도)

 

 

오전....

초록잎새가 을지병원 예약일이라 함께 갔다.

수술을 집도했던 교수님이 엑스레이 찍은걸 보더니

아주 잘 붙었다며 보강물을 꺼내는 수술날자를 잡자고 한다.

수술을 받기위해 피검사,소변검사,심전도,폐 엑스레이 까지 끝내고 나자

오전 시간을 병원에서 다 보냈다.

그래서 잡힌 수술날자는 그러나 전신마취를 한김에

예전부터 허벅지에 잡히던 물혹까지 제거 하려고 하자

담당 교수님이 다르다 하여 수술날자를 뒤로 미루고 그곳에 대한

초음파 사진 결과가 나오면 잡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후...

마눌님도 원하고 나도 그냥 있긴 그렇고 하여 박베낭을 급하게 꾸렸다.

멀리 가긴 이미 늦어 우린 가까운 옥천 청산면의 도덕봉에서 한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리 급할게 없어 우린 국도로 1시간만에 도착하여 도덕봉을 향한 들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운 이곳은 예전 몇번 다녀온 산행지라 익숙하다.

도덕봉 정상까진 2키로 남짓 짧은 거리로 일찍 올라가 봐야 땡빛이라

곤혹스럼만 기다릴 테니 최대한 해 떨어지는 시간과 맞추려 느리게 걸었다.

 

 

 

완만한 솔숲의 오솔길이 참 좋다.

등로옆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초가 일렁인다.

바람도 제법 불어줘 오늘은 산행 하기엔 정말 좋은 날씨다.

 

 

 

이곳 청산면의 도덕봉과 덕의봉을 연결한 능선은 명품 솔숲 오솔길이다.

아마 대한민국 어느곳도 이만한 솔숲 오솔길은 흔치 않을거다.

 

 

 

나오길 잘했다며 초록잎새가 참 좋아한다.

항상 이곳을 올때마다 솔숲이 너무 좋고 가까우니 또 와야지 하는데

사실 그때 뿐이고....

 

 

 

우리도 어딜 가면 멀리 갈 생각만 하다

정작 멀리 갈 여건이 안되자 이곳 생각이 나 오긴 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임은 걸으면서 헤죽 헤죽 만족한 웃음이 저절로 나옴이 증명한다.

 

 

 

우린 정말이지

솔바람을 맞으며 아끼고 아껴가며 이길을 걸었다.

 

 

 

 

 

그러치만 짧은 거리라

그 걸음을 어쩌지 못한 우린 철계단을 만났다.

예전엔 이곳을 오르려면 암릉에 늘여진 동아줄을 잡고 오르던 길이다.

 

 

 

철계단을 올라서면 정상은 몇걸음 안된다.

드디어 올라선 도덕봉 정상아래 헬기장엔 예전에 없던

원목데크가 오늘밤 우리가 하룻밤 묵어갈 장소가 되시겠다.

 

 

 

일단 왔으니

정상 먼저 알현하고 난 우린 주위 조망에 빠저든다.

 

 

 

정상에서 저멀리 파노라마로 펼쳐진 능선을 향해

비록 허접한 디카지만 있는 힘껏 땡기구병산과 그 뒤의 속리산이 순순히 딸려 온다.

 

 

 

시선을 좌측으로 조금 더 돌려본다.

사진상엔 보이지 않지만 통신시설 안테나를 머리에

박고 있는 금적산과 지척의 거리에 있던 삼승산 그리고 청산면 만월리가 한눈에 잡힌다.

 

 

 

한동안 황홀한 조망에 빠저 있다 헤어 나온 우리들...

차츰 기운을 잃어가는 햇님이 그래도 기운이 남아 있을 동안 일단 酒님을 모시기로 했다.

 

 

 

그런후...

나는 양촌리 다방 커피.

고상한 우리 마나님은 고급 커피 한잔으로 정상 등정의 기쁨을 누렸다.

 

 

 

그러다 보니...

너무 해찰을 떨었나 보다.

서둘러 어둡기전 7성급 호텔을 짖기로 한다.

까이거~!

산찾사가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닌지라 후딱 보금자리를 꾸며놓는 동안

 

 

 

마눌님은 떡복기를 만들었다.

맛~?

당연 기막히다.

울 마눌 음식 솜씨야 세상이 다 알아주는터라

설사 맛이 없다해도 맛 없다 말하면 남들한테 산찾사 디지게 욕 먹는다.

 

 

 

급하게 나오느랴 준비한게 이것뿐...

사실 조촐한 밥상이다.

그게 마눌님은 속상한가 보다.

그러나....

솔직히 남의 살도 맛나지만 차린것 없는 오늘 밥상도 꿀맛이다.

 

 

 

어느덧..

깔끔하게 자리를 정리한 후..

 

 

 

우린 하루해를 마감하는 시간을 정상에서 맞는다.

얼마후...

못자리에 모를 내기 위해 물을 받아 놓은

청산면 만월리의 논바닥이 석양빛에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황혼...

요즘들어 미세먼지가 사라지자

비로소 내나라 내땅 같은 느낌이 든다.

저멀리 금적산 뒤로 햇님은 꼴까닥 숨을 넘기기 직전의 고통에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잠시후...

햇님은 장열한 최후를 맞이했다.

순간...

가슴 한켠이 싸아~ 해지는 먹먹함이 밀려든다.

항상 노을 보며 드는 바램 하나...

내 생애의 마지막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기를 빌어본다.

 

 

 

해가 지고 나자 급격하게 어둠이 밀려든다.

산정의 밤은 수온주가 급격히 떨어진다.

춥다며 텐트에 들어간 초록잎새가 불을 밝힌다.

아랫 동네도 하나둘 어둠이 짙어 갈 수록 불빛이 늘어가고 짙어간다.

 

 

 

 

햇님 대신 반쪽 달님이 우리를 비출때...

 

 

 

준비한 맥주가 2% 부족함에 우린 또다른 酒님을 모시기로 하였다.

마눌님이 병상에 있을때 내가 손수 담았던 오미자 효소를 걸러낸 후 담구었던 술이다.

이젠 제법 맛이 들어 새콤달콤한게 입에 착 달라 붙는다.

 

 

 

과일을 안주로 오미자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한밤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단 둘만의 오봇한 한밤...

오늘은 바람도 자고 하늘엔 별도 총총총 빛이 나건만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담아낼 내공이 없슴이 안타까운 밤은 자꾸만 흐르고 있다.

 

 

 

 

지난밤 정말 오랫만에 숙면을 취했다.

다만..

한밤중 텐트의 지붕을 두둘기던 빗방울 소리에

한차레 깨기는 했지만 다행히 비는 금방 그치고 우린 또다시 잠이 들었는데

 

 

 

새벽을 여는 청아한 새들의 지저김에 우린 눈을 떳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 도덕봉은 잡목에 가려 제대로 된 일출 장소가 없다.

그러다보니 아쉽기는 하나 산 능선에서 떠오른 햇님이 아닌 나뭇가지 사이로 떠오른 일출을 맞는다.

 

 

 

일출을 맞이하고 난 후...

우린 또다시 달콤한 새벽잠에 빠저 들었다.

다행히...

이곳을 올라서는 사람들이 없어 우린 늦게까지 해찰을 부릴 수 있었다.

오늘은 최대한 시간을 보내다 내려가면 될 일이니 서둘건 없다.

떠오른 태양빛이 따스함을 넘어 따갑다 느껴질 쯤... 

우린 구수한 누룽지로 아침을 해결한다.

그런후...

양치도 하고 세수까지 하는 호사를 다 누려본다.

여럿이 함께 올땐 솔직히 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세수는 못한다.

박 산행에서 제일 무거운게 물이라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단둘이 왔을 경우엔 내 힘껏 지고 올라온 물이면 충분하다.

마눌님...

세상에 산에와 세수하고 화장을 해본건 처음이라며 행복해 디진다.

ㅋㅋㅋ

 

 

 

말끔하게 뒷처리후 우린 하룻밤 만으로도 그만

정이 홈빡 들어버린 도덕봉 정상을 뒤로 덕의봉을 향했다.

 

 

 

 

가파른 내림길...

초록잎새가 내딛는 걸음엔 겁이 잔뜩 들었다.

왜 안그러겠나 ?

예전 한겨울 민주지산에서 돌틈에 콱 박힌 아이젠 때문에 넘어저

손가락 복합 골절로 수술을 하고 작년에 낙석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는데...

그래도 그런 트라우마를 딛고 다시 산에 드는것만도 기특하여 내겐 너무나 어여쁜 마눌님이다.

 

 

 

이곳은 참 아름다운 숲길이다.

울울창창 솔숲과..

 

 

 

아름드리 갈참나무가 반갑게 맞아주던 등로가

 

 

 

만월고개를 넘기자

다시 힘겨운 오름질이 시작된다.

 

 

 

헛고개를 넘기고 나자

이젠 좀 등로가 수월해 지며 비로소 

등줄기의 땀방울이 서슬바람에 식어가자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덕의봉으로 향한 솔숲 능선길이 황홀할 정도로 이쁘다.

그런데 그 이쁜 능선길은 더 이쁜짓을 한다.

걷는 내내 골바람이 옷속을 파고 든다.

그 바람을 맞은 초록잎새가 너무나 행복해 한다.

 

 

 

어느덧 능선길이 삼거리를 지난다.

그럼 이젠 덕의봉은 지척이다.

 

 

 

드디어 올라선 덕의봉...

햐~!!!!

여긴 전에 못 보던 우람한 빗돌이 세워저 있다.

이젠 내려만 가면 오늘 산행도 끝...

 

 

 

그 내림길에 만난 조망처가 우릴 한동안 묶어 놓았다.

텐트 두동 정도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데크에서 바라본 풍광이 기막히다.

마눌님이 그런다.

여기 이런거 있는줄 알았다면 여기서 잘 걸..

 

그래~?

그럼 다음에 또 오지 모~!

 

 

 

 

또다시 시작된 급격한 내림길...

 

 

 

한발 한발이 조심 스럽다.

 

 

 

드디어 안정을 되찾은 능선길에서

덕의봉 옹달샘을 들렸다 청산면으로 내려가는 길은 역시 아름답고 걷기 편안한 길이다.

 

 

 

그런데...

그 오솔길에서 가슴아픈 시설물을 발견했다.

누군가 소나무 둥치에 대못을 박아 철봉을 만들어 놓았다.

참 잔인한 짓이다.

지가 운동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저 만행인지 ?

 

 

 

오늘은 피톤치드로 산림욕을 제대로 한 산행길이다.

그래 그런지 한결 몸이 가쁜하다.

 

 

 

 

어느덧 마을이 지척이다.

이젠 산행도 막바지...

 

 

 

나의 애마가 있는 주차장을 향하다 보니

마을 담벼락은 벽화로 치장을 했다.

그냥 갈 수 없어 기념사진 꽝~!

 

 

 

 

점심 식사시간에 맞춰 내려서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슴에도 너무 일찍 내려서긴 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순 없어 옥천 어죽의 원조가 되었던 식당을 찾았다.

우린 이곳에서 어죽과 돌이뱅뱅이를 그리고 맥주 한병으로 이른 점심 식사를 했다.

 

 

 

마눌님의 평...

다른 어느곳 보다 역시 원조라 그런지

어죽맛도 풍미가 있지만 도리뱅뱅이는 정말 맛이 좋았단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내고장 인근의 산은 감동을 주었다.

그래서 아마도 언젠간 또 우리 부부는 이곳을 다시 찾게 될거란 생각이 든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산행 모습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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