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옥천군 어깨산
산행일 : 2017년 1월15일(일)~16일(월) 1박2일
누구랑 : 산찾사 + 만보님.
어떻게 : 아래 개념도의 청색실선 궤적대로....
(산행 개념도)
어떤일에 미친다는 것은
혼을 빼앗기고 얼이 빠진다는 의미다.
오랫만에 찾아든 동장군이다.
이런날 깊은 산중에서 한밤을 지새는 야영은
일반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분명 미친짓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게 참 중독성이 강하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그걸 입증하듯 최근에 내가 입문시킨 서울의 구름님 부부는
노숙자 대열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슴에도 올들어 최고의 한파가 찾아든
주말에 동해의 괘방산을 찾아 풍찬 노숙을 즐기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SNS을 통해 알려 왔다.
ㅋㅋㅋ
우리부부...
취미 생활은 함께 해야 한다는 나의 지론에 따라
산행과 마라톤을 우격다짐으로 시킨 이후 마눌님은 오히려 나보다 더 골수 매니아가 되었다.
그래 그런지...
그간 산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번 산행을 흔쾌히 수락하며 엄동설한에 서방님 얼어 죽지 마라고
이른 아침부터 뭐든 다 있다는 다이소를 찾아 최 강력 핫팩을 구해와 베낭에 쑤셔 넣어 주었다.
오후...
약속시간에 맞춰 함께 가기로한 만보님이 우리집을 찾아 오셨다.
동계용 장비가 없는 만보님을 위해 베낭을 새롭게 꾸렸다.
물론 마눌님의 장비를 그대로...
쌩하니 달려 어깨산 주차장에서 시작된 산행이 어느덧 금강 전망대에 이른다.
산행초반...
아늑하고 따사롭던 차안과 달리
볼때기가 얼얼한 싸늘함에 몸이 굳어 그런지 발걸음이 무겁다.
아니면 오랫만에 메어본 박 베낭의 묵직한 압박감이 엄습하여 그런 느낌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천천히...
그렇게 게으른 걸음으로 땀을 내지 않는게 겨울 산행의 기본이다.
더구나...
한낮의 태양이 중천이고 가야할 길은 짧으니 서둘러 걸을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만을 향해 속도를 내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초보자라 보면 된다.
그런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 볼 틈이 없다.
나 역시도 그랬었다.
누가 앞서는 꼴을 용납 못 하던 시절이 지나고 나자
비로소 바람에 일렁이는 사초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사무치고
홀로 외로이 견디며 사는 소나무와 하찮아 보이던 돌멩이는 물론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게 들리기 시작 했다.
그때서야 선인들이 왜 산을 오른다는 말 대신 산에 든다고 했는지 어렴프시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금강 전망대를 지나
햇살을 피해 그늘에 서자 모골이 송연해 지는 추위가 감지 된다.
그러다가 양지쪽을 걷게 되면 몸이 따스하다.
역시...
기온이 아무리 내려가도 바람만 안불면 체감온도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난 어느새 나시 차림이 되었는데....
이런~!
만보님도 따라서 반팔 차림이다.
그러며 하시는 말씀이 산찾사 아우님을 따라 산에 들면 체질도 같아 진다나 뭐라나 ?
첫 갈림길에서 직진하면서 시작된 오름질...
가파른 경사도를 낮춘 꼬랑길이 어깨정까지 이어진다.
그 어깨정에 도착하자 나시차림의 무방비 상태로 우린 칼바람을 맞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난다.
어깨정의 조망이 황홀하나
역광이라 세세한 모습을 담아 내기엔 디카에 대한 내공이 딸린다.
천태산~대성산~장용산~마성산으로 이어진 천성장마의 능선과 서대산 계룡산 식장산
그리고 옥천의 고리산과 이슬봉 등등...
처음 이곳을 찾아온 만보님께 대전 근교의 산군들을 일일이 집어 주며 조망을 즐기다
이내 우린 추위에 굴복당해 서둘러 오늘의 보금자리가 될 하늘 전망대로 걸음을 옮겼다.
하늘 전망대로 향하는 길엔 또 복병이 기다린다.
얼른 내려가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헬기장의 조망에 마음을 뺏긴 만보님이 석상처럼 굳었다.
시간을 보니 해찰을 너무 떨었다.
겨울의 한낮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긴다.
먼저 내려선 다음 서둘러 옷 부터 찾아 입은 후 쉘터와 텐트를 설치 하였다.
곧이어 따라 내려선 만보님이 나름대로 열심히 시다바리 노릇을 하는데 역시나 경험 부족이다.
ㅋㅋㅋ
솔직히 별 도움이 못 된다.
당연 시간이 지체된다.
일몰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마음이 급하다.
먼저 올라가 멋진 황혼을 찍고 있으라 해도 고집을 부리며 곁을 서성대는 만보님이 신경 쓰인다.
겨우 어느정도 정리가 된 후 서둘러 헬기장에 올랐다.
그런데...
아웅~!!!!
야속한 햇님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았다.
그곳 서쪽 하늘엔 짙은 여운만 잔뜩 남겨놓고 황혼이 어둠을 끌어 들이고 있었다.
터덜 터덜 내려선 우리들의 칠성급 호텔...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
만보님이 준비하신 소고기 구이로 시작을 한다.
양념은 여러가지 필요 없이
마눌님이 준비한 세발나물이 소고기 구이와 환상의 궁합이다.
오늘 우리가 모셔온 酒님은 마가목주 인데
맛이 양주 같다며 만보님이 아주 좋아한다.
체질상 술이 안 맞는 나도 이 마가목주는 어느정도 마실 수 있다.
단둘이 주거니 받거니....
솔직히 난 남의 술잔엔 참으로 무심한 편이다.
먹고 싶음 알아서 본인이 주량껏 따라 마시면 참 좋을텐데
굳이 왜 따라 줘야 하는지도 의문인 사람이다.
더구나...
비었는데 안 따라주면 상대편을 예법도 모르는 싸가지로 여기는건 더 불편하다.
그만큼 나는 주법에 대해선 무지를 넘어 무례한에 가깝다.
물론 상대편 술잔이 비었는지 차 있는지 짐작하기가 매우 난감하고 어려운게 핵심적인 문제인데
그 짐작은 또 아주 시기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문제의 그 짐작이란 낱말...
한문으로 그 뜻을 보면 술 따를 짐 (斟)과 따를 작(酌)을 쓴다.
상대방의 술잔이 비었는지 차 있는지 살펴보는 행위에서 나온 어원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날밤....
만보님과 酒님을 모시면서 난 아주 훌륭한 짐작의 감각을 발휘 했다.
짐작(斟酌)....
고거이 신들린 듯 난 아주 시기 적절하게 짐작을 할 수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관심였고 배려였다.
그날밤 나는 비로소 술 맛을 알았다는 말씀도 된다.
적당이란 말이 참 애매하다.
어디까지가 적당인지 ?
그러나..
그 선을 넘기면 곤혹 스러운게 酒님을 모시는 일이다.
뭐든 과도하면 탈이 나며 인과응보를 당하는게 순리이며 진리이나
어디 그게 사람맘과 같은가 ?
이날 우린 그러나 그 적당한 선을 넘지 않았다.
소고기 구이와 마가목주가 딱 끝이 난 순간 더 하실 의향을 물으니
어쩐일로 만보님이 싫덴다.
마침...
전날 필봉아우가 먼저 이곳에서 야영을 하며
형님 술이 모자라면 드시라며 팩킹을 해 놓고 알려준 비밀장소가 있어 술의 양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만보님은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으니 이젠 술로 실수 하는일이 없어야 하기에
몸에서 오는 신호를 캐치하여 따르기로 하셨다니 참 잘 하신 일이다.
어느덧 짙게 깔린 어둠속 하늘전망대 아래의 마을 불빛들이 따사로움을 전한다.
평화와 안식이 깃든 한밤이다.
술도 깰 겸 다시 올라선 헬기장....
우리들의 칠성급 호텔과 마을의 불빛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겹다.
이곳과 가까운 어깨정까지 산책도 하며
밤하늘을 수 놓은 무수한 별들의 잔치에 함류한 우린 그렇게 한밤을 보냈다.
이런 저런 정담으로
산중의 깊은밤은 속절없이 흘러만 가고
그러다 보니 또 허기를 느낀 우리는
위대(胃大)함을 달래주기 위한 라면을 끓였고 남김없이 쓸어담아 증명을 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한밤의 성찬을 끝낸 우린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한시...
타는 목마름에 한차레 잠에서 깨어난 이후 계속 숙면을 취했다.
그러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 일어난 만보님 때문에 나도 일어났다.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 만보님 스스로가 믿을 수 없었던 숙면의 밤였다.
일출을 맞으러 다시 올라선 헬기장...
장용산 뒤로 우뚝 솟은 서대산이 우릴 맞아 준다.
동녁하늘...
백화산에서 주행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자락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얼마후
불쑥...
어느순간 태양이 떠 오른다.
한순간 어둠을 밀어낸
햇살아래 들어낸 산하의 모습이 선경이다.
아무 말이 없는 두사람...
들려오는 소리는 그 아름다운 산하를 담아내는 카메라의 셧터 소리뿐이다.
무슨 미련이 남았던가 ?
찬란하게 하늘을 수놓고 있던 반대편 하늘엔
맑고 서늘한 빛의 달님이 서럽게 서럽게 서쪽 하늘 끝자락을 힘겹게 버티며 달려 있었다.
다시 내려선 하늘 전망대...
아침으로 떡국을 준비한다.
현재 외기온도 영하 14도라 그런지 가스불이 너무 약하다.
침낭속을 덥혔던 날진통의 온수를 개스통에 붓자 순식간에 화력이 힘을 발휘 한다.
잠시후 버너의 위치를 옮기려 하자...
이런~!
날이 춥긴 한가 보다.
바닥에 흘려내린 온수가 꽁꽁 얼어붙어 개스통은 결박 시켰다.
아침식사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그런후...
텐트와 쉘터에 잔뜩 낀 성애를 어느정도 털어낸 후 정리를 했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간...
하늘 전망대에서 바라본 탑산과 부룡산이 아름답다.
어느 봄날...
우리 다시 한번 더 찾아 오자 다짐하며 보금자리를 등진 우린
가는 내내 아름다운 금강변이 내려 보이던 능선을 따라 내려
송골 갈림길에서 지우대를 향했다.
지우대 갈림길...
짧은 산행길이 아쉽다면 내처 더 걷자 하니
만보님 대번에 질색 반색...
그래서...
지난번 내가 내렸던 그길을 따라 걸어 산행을 끝낸 후엔
실개천이 지줄대며 휘돌아 나가는 옥천을 찾아
정지용 생가를 방문 했는데...
마침 월요일은 휴관이라 발길을 돌려야 했다.
2월달...
만보님과 함께 하는 둘레길 회원님들을 위한 답사로
만보님께 정지용 생가터와 박물관 위치만 확인 시켜 준 다음엔
옥천의 특식 생선국수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젠 모든 일정 끝...
집으로 향던길에 만보님이 식장산을 궁금해 한다.
꼬렉~!!!!
어려울것 없다.
정상까지 그래서 차로 이동하여 대전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 보이는 전망대에 내려주자 만보님 입이 쫘악~ 벌어지더니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우님~!"
"다음엔 나 여기서 한번 더 재워 줘~!"
"넵~!"
"얼마든지..."
(산행모습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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