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 2016년 12월28일 수요일

어디로 : 대전 수목원 서원 & 둔산동 팀쿡

누구랑 : 초록잎새랑...

 

 

겨울비가 내리고 난 다음날...

수온주가 갑자기 많이 떨어지자 체감온도는 그 이상으로 춥다.

그러나 아파트 거실에서 내려 보이는 시야는 깔끔하고 햇살은 따사롭다.

마눌님은 해방시켜 줄테니 홀로라도 어디든 다녀 오라는데

갑자기 떠나려니 막막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허허로움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갈 마음 또한 없다.

그래도...

날씨가 참 좋으니 은근 쏘가지가 인다.

이것도 참 병이다.

내 속을 환히 알고 있는 초록잎새는 자기 때문에 그런줄 알고 안절부절....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아직 환자라는 마눌님에게 표정관리 못하고

본심을 들어내 보인것 같아  난 내심 미안한데 마눌님이 그런다.

당신 머리도 기른것 같으니 우선 머리나 깍고 맛난 점심이나 먹으러 가잖다.

하여...

처제에게 들려 이발을 하고 도심속 공원인 대전 수목원을 찾았다.

 

 

 

퇴원하고 걷는 연습을 하러 찾았던게 대전 수목원이다. 

그때 단풍이 곱기만 하던 수목원이 이젠 동토의 땅이다.

지난번 동원을 걸었으니 오늘은 서원으로 발길을 옮겨 솔숲 오솔길을 찾아든다.

 

 

 

한겨울 수목원이라 그런지 찾는이가 아무도 없다.

우린 서원 끝까지 걸어 갔다가 이리 저리 테마별로 꾸며진 공원 전체를 다 걸어 보기로 했다.

 

 

 

스산함이 감도는 수목원엔

정막감으로 쓸쓸함이 짙게 풍긴다.

그 고요함을 깨는 초록잎새의 조잘거림 마저 없었다면 어찌 견뎠을지 ?

 

 

 

수목원 답게 수종이 아주 다양한 공원엔

잎들을 다 떨군 봄의 전령사 산수유가 빠알간 열매를 다닥 다닥 매달고 있다.

초록잎새가 그걸 보며 아까워 하는걸 보면 천상 살림꾼이다.

 

 

 

서원 끝까지 걸은 다음엔 우리 부부는

살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수변공원 산책로를 통해 되돌아 간다.

 

 

 

 

 

 

한동안 앞서서 말없이 걷던 초록잎새가 연못을 한참이나 들여다 본다.

뒤에서 가만 내려다 보니 살얼음판 아래엔 꼼실대는 수많은 송사리떼가 눈에 띈다.

저 추운곳에서 뭘 먹고 저리 사는지 ?

 

 

 

불과 몇달전만 해도

몸 하나 디집지 못한채 똑바로 누워 지내야만 햇던 초록잎새.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 이 현실이 꿈만 같이 느껴진다.

그저 모든게 감사하고 그래서 행복할 뿐...

 

 

 

 

아주 간단하게 도심속 공원을 걸어 준 우리 부부는

이제 배를 불려 줄 음식점을 찾아든다.

 

 

 

경양식집 팀쿡....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눌님을 향해 핸드폰을 디밀자

찍지 마라 얼굴을 가린 초록잎새...

그런다고 안 찍을 내가 아닌데 왜 저러는지 ?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의외로 기대 이상의 맛을 보여준 음식을 앞에 놓고 초록잎새가 그런다.

혜숙이 언니 생각이 난다나 뭐라나~?

그러고 보니 함께 인도 베낭 여행을 갔을때 먹었던 맛과 느낌이다.

그때 혜숙이 언니는 뭐든 맛나게 아주 잘 드시고 표현도 얼마나 이쁘게 하던지

함께 먹던 그 음식들과 비슷한것만 보면 초록잎새는 그 언니 생각이 나며 보고싶어 진덴다.  

ㅋㅋㅋ

여행은 추억을 남겨 온다.

좋은 사람과의 추억은 문득 또 일상의 생활에서 뜻밖의 그리움을 일게 만든다.

 

 

 

초록잎새는 요즘 재활치료에 열중이다.

하루빨리 후유증에서 탈피하여 또다시 좋은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꿈꾼다.

우리 부부가 야심차게 계획했던 내년 초의 여행이 물거품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빠른 회복을 보이는 초록잎새가 자신감을 찾아감에 따라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것 같다.

 

 

 

 

팀쿡...

사실 이런곳이 나는 아주 낮설다.

그냥 한정식이 편안하고 내 입맛에 맞는편이라

마눌님도 항상 내 식성에 맞는 식당을 찾게 되는데 오늘따라

마눌님의 취향대로 이런곳을 찾아온게 의외 였나 보다.

그런데...

사실 여길 오게 된건 우리 삼실에서 직원들 모두에게

가족 식사권이 나왔는데 지정된 음식점이 우리집과 가까운건 

여기뿐 였다는걸 울 마눌님 아시려나 ?

ㅋㅋㅋ

아직 예전의 식욕이 되살아 나지 않던 초록잎새가 양껏 음식을 먹어 준게 고맙다. 

그래서...

언제 한번 더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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