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일차 : 2016년 11월15일 (화요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을지병원을 찾았다.

먼저 정형외과 팔목 수술을 담당했던 교수님을 만났다.

도착하여 CT사진을 찍은 결과를 보더니 진행상태 아주 양호하단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골절부분 뼈가 붙은건 30% 정도이며

두달이 지나야 완전하게 붙을거란 말씀을 하신다.

헉~!

아직도~?

밤마다 찾아오는 통증의 원인을 물어보니 당연하다며

CT사진을 보여주는데 부서진 뼈를 대신한 넓적한 쇠 판대기에

여기저기 뼈를 잇느랴 볼트같은 핀이 10개나 박혀 있는걸 볼 수 있었다.

교수님은 세월이 약이라며 한달치 약 처방을 내려 주셨다. 

그러며 하신 말씀이 4달정도 지나야 편안해 질 거란다.

흐미~!

 

다음에 찾아간 흉부외과...

가슴 엑스레이와 혈액을 채취한 결과를 1시간 기다려야 한덴다.

그 지루한 시간은 어제 담근 김장김치 한통을 들고 함께 입원을 햇던 아주머니를 찾았다.

맨날 누워만 있던 마눌이 멀쩡하게 그것도 화장을 한 모습으로 찾아가니 처음엔 몰라 본다.

ㅋㅋㅋ

역시 여자는 화장빨 인가 ?

이렇게 이쁜 여자 였어~ 라며 놀라시며 반가워 하시는 아주머니와 시간을 채웠다.

언제 또 볼날이 있을까마는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아주머니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불행을 극복중이시다. 

잠시후 흉부외과 교수와 마주했는데 갈비뼈가 이젠 거의 다 붙었단다.

엎어지든 눕던 맘대로 활동해도 된다는 제일 기분 좋은 결과를 들었고

한달후 한번만 더 사진을 찍어 보자는 말씀으로 진료 끝.

 

집에와 점심 식사후...

오늘 미용실 휴업인 처제에게 전화를 하니 현충원에 있단다.

꼬렉~!!!

그럼 기다려 같이 걷자 한 후 부지런히 달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보훈 둘레길 개념도)

 

 

동서부부와 현충원의 보훈 둘레길을 시작한다.

개념도에 그려진 빨강길 초입엔 곱게 물든 단풍이 절정이다.

 

 

 

길 바닥엔 잎을 떨군 단풍잎이

꽃잎마냥 흩 뿌려저 있는 모습도 참말로 이쁘다.

 

 

 

두달전만 해도 걷게만 해 주세요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던 초록잎새가 비록 다리는 불편하지만

단풍잎 다 떨군 스산함만 감도는 오솔길이 아닌 이렇게 빨리 절정의 단풍나무 아래를 걷게 될지는 나도 몰랐다.

 

 

 

그저 이 모든게 감사 할 따름....

 

 

 

걷다 보니 그늘을 뚫고 쏟아져 내린 빛줄기에

그 화사함을 들어낸 아기 단풍의 고운 색감에 발길이 머문다.

이런 풍광을 온전히 두 다리로 걸어가며 볼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그저 모든게 다 고맙다.

 

 

 

길게 늘어선 그림자 마냥

이젠 점점 더 밤이 길어진 늦가을이라 해가 짧다.

오늘 걸어야 할 보훈 둘레길이 개념도엔 8.2키로라 돼 있다.

좀 늦게 시작한 걸음이라 초록잎새가 해 지기전 이길을 다 걸을 수 있을지 ?

 

 

 

한줌의 햇살은 바스락 말라가는

볼품 없는 낙엽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 준다.

마치...

절망감에 휩싸였던 우리 부부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던 그 많은 지인들의 사랑처럼...

 

 

 

살붙이 친 동기간의 끈끈한 정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한없이 여리고 착한 처제는 툭하면 울음을 터트리는 울보인데
그간 얼마나 속을 태우고 울었을까 ?

그래서...

형제중에 마눌님이 입원해 있을때 제일 늦게 알린게 처제였다.

 

 

 

무슨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지 ?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처럼 끝없이 지껄이는 두 여자.

저걸 보면 여자를 일컬어 지지배라 불린다는 말은 정답이다.

 

 

 

그 반면...

가뜩이나 무뚝뚝한 동서는 아예 말이 없다.

걷는 내내 뚱~하니 말없이 걷는 두 남정네와 참 비교가 된다.

 

 

 

하아~!

어찌 이제야 이런곳을 알았을까 ?

온 나라 구석 구석을 뒤지고 다녔어도 정작 가까이

이렇게 좋은길이 있는걸 이제야 알았다는게 의문이다.

 

 

 

정말 아름답다.

걷기는 또 얼마나 좋은지 ?

아직은 운신의 폭이 좁은 초록잎새가 운동삼아 걷기엔 이런곳도 드물것 같다.

 

 

 

 

 

 

일곱 색깔 무지개 처럼 순서에 따라 이름지은 오솔길이

빨강길에서 주황길로 접어 들었는데 그길 초입엔 무성한 대숲이 맞아 준다.

그 대숲의 오솔길엔 아름다운 시와 좋은 글귀을 담은 안내판이 있다.

그중에서 단연 내 맘을 사로 잡은건 백범 김구 선생님의 애송시인데 그분의 성품과 닮았다.

발걸음 마저 조심스럽던 옛 선인들의 행실에선 지금 혼용무도의 나라 꼬라지를 만들고도

뻔뻔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그녀와 비교된다.

이번 기회에 새롭게 사회질서가 구축되기만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또 그렇게 될 거고 반드시 그래야 된다.

만약...

그럴경우 이게 다 순실이의 공~?

ㅋㅋㅋ

 

 

 

 

오르락 내리락...

그러나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은 산책길이다.

 

 

 

이길은 그냥 달리기를 해도 좋을만큼

길이 좋아 한번 달려보고 싶은 욕구가 치민다.

 

 

어느덧...

주황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길의 막바지엔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아기단풍이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쩌면 저리도 아름답던지~!!!!

이길을 걷는 내내 우린 행복했다.

 

 

 

보훈샘터에서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풀고

 

 

 

노랑길로 들어선 우린 어느새 충혼지에 들어섰다.

잔잔한 연못 충혼지의 반영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또다시 들어선 대숲.

 

 

 

그리고...

초록길로 들어서자 처제가 힘들어 한다.

이런~!!!!

병상생활에서 이제야 걸음을 걷기 시작한 울 마눌님만도 못 한 체력이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느덧 파랑길로 들어서자

국립묘지의 규모가 확연하게 다르다.

촘촘한 무덤에 비석하나...

나라를 위해 몸 받친건 똑같은데 죽어서도 사병과 장교와 장군의 묘가 이렇게 달라야 하는지 ?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덤의 규모는

같아야 하는게 정당한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나

현실에서 엄감생신 꿈도 못 꿀 일이다.

그전에...

이곳에 독립군과 나란히 뭍힌 친일파 무덤이나 하루속히 파 내는게 더 큰 일이다.

이곳 장군 묘역 69번이 안두회에게 김구 선생을 살해 하도록 지시를 내린 김창룡의 무덤이다.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친일파 형사로 독립군을 잡던 놈이 지하에서도 독립군을 쫓아 다니도록 방치한 부끄러운 나라...

하나뿐이 아니고 그런 친일파 무덤 수십기가 현존하는 현충원인걸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순실이 덕분(?)으로 우리 민중의 힘으로 친일정부가 청산되면 반드시 하루속히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의 하나가 바로 이곳 현충원의 반역자들 묘지 이장이다.

 

 

 

마지막 두 구간인 쪽빛길과

보라길을 남겨놓고 초록잎새가 힘들어 한다.

아무래도 장거리는 무리가 있었나 보다.

처제와 도중 도로를 걸어 내려 가라 하곤 동서와 함께 냅따 두 구간을 뛰었다.

 

 

 

마지막 단풍이 아름다운 길에선

그 황홀함에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 내리며 보훈길 둘레길을 끝냈다.

 

 

 

원점휘귀 둘레길을 끝내고

걸어 내려오던 마눌님과 처제를 픽업하고 나자 땅거미가 서서히 내려 앉는다.

오늘 우연히 참 좋은 산책코스를 알아 기쁜 마음이 든다.

마지막 두 구간을 못 걸은 초록잎새를 위해 언제 다시 한번 걸어 봐야지...

 

 

(그날의 흔적을 여기에 모아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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