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향적산 국사봉~황산성
산행일 : 2013.10.28.(월)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엄사 네거리 버스정류장~청송약수터 입구~장군암~국사봉~황산성~관동리 마을~연산시장
(오늘 걸었던 궤적을 그린 지도)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여유가 없을만큼
허덕대는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는 홀로 끝없이 걷는 걸음이 최고.
오늘은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전근교의 산을 찾아간다.
늦은 아침...
게으른 몸을 겨우 추슬러 물한병에 고구마 두개만 달랑 넣은 베낭을 메고
탄방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대전 네거리에서 202번 버스로 환승 계룡시의 엄사 네거리에서 내렸다.
버스에 내리자 마자
동서남북 방향감각을 상실한채 잠시 버벅댄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후...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든 산행들머리 청송약수터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한적함이 좋다.
꽉 들어찬 수림에서 풍겨나는 향기는 더 좋고...
완만한 경사도의 등로는 푹신한 육산이라 밟히는 촉감이 아주 좋다.
천천히 걷는 걸음엔 상념이 끼어든다.
오늘은 좀 빡시게 걸어볼까~?
이마에 땀이 흐르고 셔츠가 젖어들 쯤
만운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 넓은 공터에 이르자 저멀리 국사봉이 보인다.
오르락 내리락의 등로옆...
어느님이 올려 세워 놓은 바윗돌이 예술의 경지라 바삐 걷는 걸음도 멈추게 만든다.
또다시 시작된 걸음...
무상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능선 쉼터엔 여인들의 수다가 숲을 흔든다.
잠시의 오름질...
그리고...
7부 능선쯤 될 법한 고지의 허리를 잇는 능선길엔
빛좋은 가을이 살짝 내려 앉았다.
그길 끝지점에 들어앉은 장군암에 이른다.
지금껏 물한모금 먹지 않고 급하게 걸었다.
장군암 약수터의 물을 보자 순간 갈증이 솟는다.
양껏 들이킨다.
장군암에서 국사봉은 지척의 거리.
그 지척의 거리는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몰려든 혈액으로 뻐근해진 허벅지의 고통이 몰려들 쯤....
향적산은 국사봉 정상을 아주 쉽고 싱겁게 내주며 굴복 한다.
국사봉 정상의 탑.
저 글이 뭐를 뜻하는지 ?
저 탑에 정상의 자리를 내준 향적산 국사봉 빗돌이
계룡산을 바라보며 귀퉁이에 밀려 외로이 서있다.
시원한 조망은 갑갑증의 숨통을 틔워준다.
잠시만 쉬어 가려던 마음에 순간 변덕이 일어
아예 베낭을 벗어 던저놓고 날벼랑에 엉덩이를 내린후 한동안 멍~을 때린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뒤 찾아든 의식속으로 추위가 몰려든다.
등줄기의 땀이 마르자 와들 와들 살이 떨린다.
이젠 좀 떠나라 몸이 보채는가 보다.
그래서...
이정표가 가르키는 황산성 8.7키로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옮기자
길 양편으로 시원스레 조망이 펼처진다.
멋지다.
대전근교 산행지에 이렇게 훌륭한 등로는 그리 흔하지 않을 듯....
등로옆....
거대한 암릉이 버티고 서있다.
그냥 갈 수 없어 스틱을 내려 놓고 조심스레 올라보니.
햐~!!!!
온 세상이 다 내 발아래 놓여있다.
이미 점심 시각은 지났다.
소박하게 차린 밥상엔 물 한병과 고구마 두개...
그래도 참 달고 맛있다.
배도 든든하다.
국사봉 정상보다 이곳이 더 맘에 들어 또 한차레
멍을 때리며 내리쬐는 따스한 햇쌀아래 실컨 망중한을 즐긴 후 내려섰다.
계속 고도를 낮춘 등로...
어느순간 주위의 황홀한 조망이 죄다 숲에 가린다.
숲속길을 한참을 걸었나 싶은데...
이제 겨우 3.3로를 왔고 가야할 황산성은 더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를 이끈다.
비산비야 같은 등로....
나뭇잎 사이로 길 옆 마을의 들녁이 지척이다.
얼마쯤 가야 하고 얼마쯤 걸었는지는 도통 감이 오지 않는
숲속의 외길을 마냥 걷다 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이정표가 왜그리 반가운지 ?
가끔씩 등로를 마구 파헤처 놓은 멧돼지의 흔적엔 흙이 채 마르지 않았다.
혹시 그넘들이 나를 훔처보고 있는건 아닌지 ?
그래서 더 급해진 발걸음을 거추장스럽게 거미줄이 얼굴을 잡아 챈다.
딘장~!!!
가끔씩 만나는 갈림길에선 더 뚜렷한 등로를 택한다.
그렇게 걸어 걸어 무명의 봉오리를 수없이 넘겨 함지봉을 만났다.
함지봉 삼각점
그간...
정작 필요한 갈림길에선 볼 수 없던 선등자의 시그널들...
386봉 함지봉 귀뚱이의 낡은 삭정이 가지에 다들 헤처모여 중인데
한눈에 봐도 그 명성들이 화려한 골수 산꾼들이다.
함지봉을 넘기고도 또다시 이어진 숲속길이
지루하다 생각될 쯤 한차레 답답증을 해결해 준 조망에 힘을 얻어...
드디어 황산성에 도착을 한 뒤엔...
주차장에 이르러 비로소 산행을 끝났나 싶었는데...
주차장 한켠에서 소방차 설비를 점검중인 소방대원에게 연산역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 가깝냐 물어보니 관동마을로 가라 일러 준다.
관동리 까지 3.5키로의 임도...
처음엔 차~암 좋았다.
이렇게 심심풀이 셀카질도 해가며 혼자서도 잘 논다 싶었는데.
어느순간 또 다시 치켜든 변덕.
저 임도를 다 휘돌아 내려가는것 보다는 빤히 내려다 보이는
관동리 마을을 향한 숲속길을 뚫고 내려가는게 더 좋을것 같다란 생각에 감행한 발걸음...
히유~!!!
그만큼 짧아진 등로 대신 내몸엔 가시덤풀에 찢긴 상처가 여기저기 남았다.
관동리 마을로 향할쯤...
사랑하는 마눌님 초록잎새가 나를 데리러 온다는 핸폰이 울렸다.
연산에서 논산으로 나가 열차로 올라오려 했는데 편하게 집으로 향하게 됐다.
바삐 걸은 덕분에 4시간30분만에 산행을 끝냈다.
연산시장 골목....
초록잎새가 근처에서 나를 찾아 못찾겠다 꾀꼬리를 부르고 있다.
몇번의 통화...
네비양에게 연산향교 가는길을 부탁하라 이르자
ㅋㅋㅋㅋ
그제사 금방 달려온다.
집으로 향한길...
오늘따라 냄새가 지독하다는 마눌님의 투정.
오늘은 땀 좀 흘렸다.
그만큼 세상사에 대한 원망과 세속에 대한 욕망을 털어낸 지금...
어이~!
개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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