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지리산
 
산행일 : 05년 10월 11일 화요일 (맑음)
 
누구와 : 산찾사 . 초록잎새
 
산행경로 : 대전한양 아파트(04:35)~추성동 주차장(06:25-06:35)~광주리 농원(06:50)
               ~두류봉 들머리(07:10)~두류봉(10:20)~국골사거리(10:43)~하봉(11:20)
               ~헬기장(11:40~11:50)~하봉아래 초암릉 초입(12:10)~염소초막(15:35)
               ~추성동 산장(15:55)~추성동 주차장(16:00-16:10)~대전 한양아파트(18:10)
 
이달 근무일정중 2박3일이 주어진 황금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행복한 고민은 지리산과 설악을 두고 아내와 이리가자 저리가자로 나뉘다 설악으로
결정을 보는데 몇일전 동생과 누님이 우리집을 놀러오겠단 전화 한통으로 박살이 나버린다.
 
부산에서 겨우 3시간 남짓 잠을 자고 올라온 전날 놀러온 누님과 동생을 장군산 영평사의
구절초 축제장으로 데리고 가 향긋한 꽃향속에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식사후
늦은 시각 집으로 향하는 동생과 누님을 보내놓고 난후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른채
몇시간의 꿀 같은 단잠에 빠진 육신을 알리없는 핸드폰 알람이 사정없이 일으켜 세운다.
 
대충 산행준비물을 챙겨넣고 집을 나서고 보니
카메라 삼각대, 나침반, 수건, 맥가이버 칼, 등등 빠뜨리고 온게 많다.
하지만 이미 떠난몸 어쩌랴 그냥 산행에 나서야지....
 
함양에 들어서자 아기햇쌀이 비추며 날이 밝아온다
오도재를 차고 오르는 나의 애마 투산의 힘찬 용틀림은 금방 지리산 전망대 휴게소를
뒤로 넘겨 버리며 1시간 50분만에 추성동 주차장에 닿는다.
 
텅빈 주차장엔 이미 주차된 1대외엔 우리차량 1대뿐...
산행준비를 하고 광점동으로 향한 시멘트길을 오른다.
지난 여름 벽송능선을 오를적 들렸던 벽송사 서암정사로 향하는 길을 만나며
그날 산행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벽송사로 향하는길을 버리고 광점교를 넘어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을 오르며 이내 만나는
두레박 민박. 통나무 산장.광점농원을 지나고 덕천산장을 20m 정도 오르면
두류능선 들머리로 향하는 성안마을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가 되는 광주리 농원을 만나는데
왼쪽길은 허공다리골로 향하는길이 되고 우리가 갈길은 오른쪽길이다.
오른쪽길로 들어서며 허공다리골로 향하는 길을 처다보니 그곳을 향한
이정표가 되는 강아리 슈퍼 상호가 한눈에 들어선다.
          
     (허공다리골과 성안마을로 갈리는 삼거리 이정표 광주리 농원 표지석)

 

광주리농원을 벗어나 바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5분정도 걸으면

또다시 만나는 갈림길엔 밑둥 하나에 두가지로 자라 멀리서 보면 두그루로 보이는

소나무가 있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직진을 하면 아래 그림의 두리봉 산장이 나온다.

 

성안마을 향하는 시멘트 도로 4번째 전신주 앞에서 왼쪽으로 휙 돌아가는 산모롱이의

모퉁이엔 금방 산사태가 날것처럼 흘러내린 절개지의 사면이 나오고 시멘트 도로는

임도로 바뀌는데 그곳을 돌아서며 잘 살펴보아 희미한 등로가 보이면 무조건 올라선다.

 

희미한 등로는 이내 뚜렷한 오솔길로 바뀌고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이곳이 등산로임을 큼지막한 위험금지출입 표지판이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등로는 염소를 방목해 키웠으리라 짐작되는 쇠철망 울타리를 끼고 이어지다 묘하나를 넘어

산죽이 이어지는 길을 걷다 삼거리를 만나 직진을 하면 흥성장씨 묘비를 만나는데

등로는 묘비를 넘어 길게 이어지는 편안하고 뚜렷한 외길의 전형적인 육산으로

초반 산행에 덜 풀린 몸을 덮히고 예열하기 참으로 좋은 산길이다.


빼곡한 수림사이로 난 육산의 편안한 등로를 보며 아내가 한마디 한다.

이 좋은 등산로가 왜 ? 휴식년제가 아닌 위험구간이라며 통제를 하냐고.....

 

낸들 알겠냐 마는 이곳을 찾는이 별로 없으니 입장료 징수하는 관리원 임금도 못나와

그런것 같으니 우리같은이가 부지런히 찾아오다 보면 다 풀리것이다 라고

말 해줄 수 밖에....ㅋㅋㅋㅋㅋㅋㅋ

 

산행한지 두어시간이 지나자 아내가 배고파 못가겠단다.

적당한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먹고 따스한 커피를 마신후 달고 달은 큼지막한 신고배를

깍아 둘이 다 먹어 입안을 가시니 개운함과 함께 포만감이 몰려들어 나른나른한 피곤함이

스멀스멀 내 몸을 잠식해 들어 올쯤 추워 죽겠으니 빨리 가자는 아내의 채근에

이틀 토막잠으로 때운 무거운 몸을 추슬려 산행에 나선다.

 

본격적인 능선에 올라붙기 시작하면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는데

지난 산행때 올랐던 함양 독바위가 아스라히 잠깐 선을 보이더니 이윽고 하봉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나 완전 안개속에 잠식당한  모습 뿐이다.

 
두류봉에 다가올수록 등로에서 조금 벗어난 뚜럿한 길을 따라 잠깐 샛길로 들어서면
이내 천길 낭떨어지 절벽아래 사방으로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터가 반긴다.
우리가 내려야 할 초암릉 뒤로 창암능선 삼정능선 심마니 능선 넘어 반야봉까지
중첩되는 산의 연릉들이 아스라히 펼처지는 선경이 한눈에 들어선다.

 

솔직히 어디가 1432m 두류봉인지 ?

여긴가 ? 올라서면 바로 앞의 봉이 거기 같고....

 

아무게 봉이면 어떠랴 !!! 모든게 다 좋은걸....

 

암튼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봉이란 봉은 죄다 올라갔다 내려오며

온갖 풍광 다 보고 느끼고 내리니 밟은건 분명할테다.

 

산행내내

산천군 방면에서 피어오른 무수한 운무가 하봉 중봉 천왕봉을 넘기며 소멸되어가는

장관이 계속 연출되는데 이런장면은 초암릉을 내려설때까지 내내 이어진다.

 

  (아래사진..상내봉 아래 청이당고개를 넘어 지난 벽송산행에 한을 남긴독바위)

 

      (지리산정엔 이미 추색이 짙어간다)

 

  (저멀리 함양 독바위도 살짝 모습을 내밀고)


두류능선이 끝남을 알리는 이정표가 길을 막아선다.

국골사거리다.

이정표를 넘어 직진을 하면 천왕봉을 향한 길이다.

 

국골사거리를 직진하여 하봉을 향하는 등로는 추색이 짙어가는 운치있는 등로로

아름다운 풍광이 내내 이어진다.

조용한 산속엔 산새 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숲소리 뿐...

평일 산행의 고적함을 맘껏 즐기며 아내와 걷는길은 갈수록 행복감만 차곡차곡 쌓여간다.

 

문득 앞길 나뭇사이에 나부끼는 시그널 하나....

재넘이님을 여기서 만난다.

반가움에 시그널 한번 만저보고... 정겨운 산우님들과 함께 못한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다.

 


           (하봉을 앞둔 암봉에서...)

하봉을 앞둔 암봉에서 직벽의 암릉에 걸린 동아줄을 잡고 내려서면 천왕봉을 향한 등로엔
빼곡히 시그널이 메어있고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좁지만 뚜렷한 등로가 있는데
오늘 내려야할 초암릉의 초입이다.
베낭을 내려놓고 확인을 위해 혼자 내려가보니 기아자동차 광주산악회 스포티지 시그널이
반기며 등로는 급격한 경사로로 떨어저 내리고 있다.

일찍 시작한 산행에 시간이 널널함으로 하봉을 찾아 나선다.
주 등산로에서 10 m 쯤 떨어진 1781 m 하봉 정상은 뚜럿한 이정표나 표지석이 없다.
하봉을 올라서니 중봉쪽은 심술궂은 운무가 삼키고 내주질 않아 산의 윤곽만 보여준다.
지도를 펼처놓고 우리가 내릴 초암능선을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본다.
초암능선 양쪽으로 칠선계곡과 국골이 참으로 깊다.
산이 높으니 골이야 깊은게 당연한 이치이나 이곳서 바라보니 절로 실감이 난다.
 
국골과 칠선계곡이 만나는 추성리 마을을 향해 초암능선은 수직절리를 이룬 암봉이
촛대바위 아래로 이어지며 붉은빛을 띄기 시작하는 능선이 구불구불 이어 지고
저멀리 추성마을을 넘어 엄천강 건너 오늘 넘어온 오도재 옆의
삼봉산과 백운산 금대산이 한눈에 잡힌다.
 
하봉을 내려서서
가을빛을 닮아가는 등로를 따라 중봉을 향해 단풍을 감상하며 헬기장까지 걸어갔다가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는 이른시간이라 가저간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뒤돌아 나와
초암릉을 향한 초입 들머리로 조심스레 들어선다.

 

     (초암릉을 내려서다 바라본 하봉)

 
초암능선의 내림길은 급격히 떨어지는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미끄러움에 조심하며 내리는 길은 암봉을 만날때 마다 우회로가 아주 잘 나있어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으나 도중 길을 막는 암릉에서 칠선계곡쪽으로 난 등로를 따르다
보면 너덜지대를 만나 순간 길이 애매하고 희미하나 산죽이 있는 오른편을 잘보면
길이 능선쪽으로 다시 붙게 됨으로 이곳만 조심하여 내려서면 되고
이내 등로는 여유로움을 찾으며 평탄하리 만큼 평범한 육산의 조릿대 숲길이 고도를
완전히 낯출때까지 이어진다.
 
넘 좋은길에 방심했나 ?
순간 미끌 넘어진다.
넘어저 봤자 푹신한 육산이 받아줌에 손만 더럽혀질 뿐인데
나를 넘겨 팽개친놈이 아! 글쎄 !!! 
인적이 드문 산속이라 그런지 지천으로 널린 도토리다.
도토리를 주워 가자는 나의 말에 해먹을줄도 모르고 괴찮으니 그냥 가자며
심드렁해 하는 아내의 말에 그래 산짐승 먹이나 해라 하며 욕심을 접느다.
 
힘을 다한 초암능선은 다시 창암능선으로 이을 것으로 추측되는 갈림길과 만나는데
뚜렷한 직진길을 버리고 우리는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붙은 시그널을 보고 내려서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오른 전나무숲에 이어 염소초막 옆으로 등로는 이어지는데
초막안에 염소새끼 한마리가 완전 내려설때 까지 메~에~헤헤헤 하며 쫓아온다.
그놈도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아내는 그런 염소 새끼가 이쁜지 가까이 다가가 뭔말로 속삭이고 염소는 아내말을 받아
메에~ 거리고....
내려서다 보니 따라올 생각은 않고 아내는 염소와 한세월을 보내고 있다.
 
  (우리를 계속 따라오던 어린 염소 새끼)
 
염소 초막을 벗어나 걸어내려 오는길 주변엔 알밤이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갈아입을 옷을 넣었던 주머니를 비우고 그곳에다 알밤을 주워 넣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
한자루 그득하여 베낭 옆구리까지 채운후 국골하류로 내려서서 계곡을 건넌후 추성산장
앞뜰을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서는데 길 옆 감나무에서 떨어진 홍시가 널려있다.
아내와 두개씩 달콤한 홍시를 주워 먹고 나니  든든한 간식으로 그만이다.
 
   (내려서며 바라본 추성동 마을과 칠선계곡을 향하는 도로)
 
귀로에 오도재의 지리산 전망대에 들려 지리산 경관을 바라본다.
어느틈에 아내는 나에겐 아이스크림을 한개 들려주고
자기는 시원한 캔맥주에 오징어 땅콩을 사가지고 와선 얼른 집에 가잔다.
 
 (집에 와 풀어놓은 지리산 알밤)
 
귀로에 너른숲님의 핸폰이 울린다.
파라다이스님이 한산 소곡주 한동이를 이고 온다니 집으로 와서 한바가지 하라고...
 
그러겠습니다 하고 집에와 샤워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진다.
이틀 연속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관계로 눈꺼플이 천근만근이다.
 
숲님께 못가겠다 다시 전화를 하니 킬리만자로님도 오기로 했다며 서운한 기색이나
어쩌라 !!!
정겨운 님들 만나는 거야 나두 참으로 반갑고 즐거우나
아무리 몸에 좋은 술이라도 나에겐 쥐약이니 피곤한 몸에 한두잔 하게되면
오늘 같음 완죤 죽음뿐일걸.....
 
잠자리에 드는 나에 비해 아내는 6층 미시언니가 한잔 하자며 불러내니
얼싸좋다고 나가 버린다.
함께 산행하려다 못간 서운함을 나누려 전화를 한것 같은데 아내는 피곤하진 않나보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지리의 주능선을 밟으며
산행시작해서 끝날때까지 사람하나 만나볼수 없었던 이번 산행은
정말 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껏 느낀 우리 부부만의 산행으로 아마도 사람으로
바글바글 대는 설악으로 가서 스트레스만 않고 왔을 산행보다 더 좋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
그런 호젓함을 즐긴 산행였다.
 
 산에서 건강을 ...... 산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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