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산행일 : 2017년 8월03일(목)~07일(월). 4박5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바커스.빨간장미.58공구리.전사.들풀.라오.
강원장....강동마라톤 클럽 세자매 부부 (총 14명)
제3일차 : 2017년 8월05일. 금요일
- 05:00 노우토리 산장
- 05:50~05:55 니시노우토리 다케 3051m
- 06:50~07:10 노우토리 다케 (도시락으로 조식)
- 07:45 다이몬 자와
- 10:05~10:20 다이몬자와 산장
- 12:40 나라다 발전소
- 13:05~14:53 나라다 온천장 (목욕후 점심식사)
- 18:05 후지산 5합목 주차장
- 18:30 운해산장
(구글로 본 이동 경로)
(남알프스 이동거리와 산행시간 조견표)
지난밤....
酒님의 은총으로 아주 깊은 잠에 빠진 산찾사.
실컨 잤다 생각하고 깨어나 시간을 보니
흐미~!
저녁 8시밖에 안됐다.
그럼 우리 산우님들은 ?
아직도 노우토리 산장의 뜰에서 여흥을 즐기다
이젠 아예 이부자리를 깔아놓은 산장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꺼저가던 酒님에 대한 信心을 지피려 준비중에 있다.
병성이 형님이 그만하자 만류에도 거떡 없던 님들을 향해 아무리 조용히 한다 조심해도
다른동의 숙박객에겐 방해가 되니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자며 내가 찬물을 끼얻는다.
결국 활활 타오르던 酒님을 향한 信心의 화염은 꺼졌다.
사실 산장에서 파는 술도 떨어졌다.
이후...
그때부터 나는 불멸의 밤을 보냈다.
코골이 협연이 그리 심한것도 아녔다.
오히려 잠꼬대가 더 거슬리던 그날밤 새벽녁이 다 되어서야
살폿 잠이 들었는데 그 꿀잠은 너무 늦잠이라 아쉬웠다.
오늘도 역시...
제일 늦게까지 잠들고 제일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의 대명사 58멍들에 의해 아침을 연다.
"후지산 풍경이 기막혀~!"
" 해 뜬다 얼른 일어나~!"
산장뜰에 나가니 후지산 아래로 운해바다가 펼쳐진다.
장관이다.
동녁은 이미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당연히 오늘 일출은 정말 화려하고 장엄할 줄 알았다.
그만큼 기대도 컸다.
그런데..
살그마니 얼굴을 내밀던 아기햇님을
심술궂은 구름이 순식간에 몰려 들더니 낼름 잡아 먹는다.
이런 딘장~!!!
오늘도 긴 여정이라 이른 출발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후 05시 정각에 산장을 등진
우리팀은 가파르게 치솟아 오른 능선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새벽공기가 참 신선하다.
오늘도 역시 어제처럼 힘좋은 선두권은 잘도 달아난다.
그런데...
웬일인지 우리팀의 힘좋던 막내 라오님이 맨 뒤로 처진다.
ㅋㅋㅋ
어제도 술독에 빠저 달리고 달리더니 이제야 그 효과를 보는것 같다.
열심히 걷다 문득 되돌아 보니 사진을 찍느랴 항상 후미에서 우리와 함께 걷던
들풀님이 새로운 동무가 된 라오님과 나란히 걷고 있다.
오늘도 초록잎새는 힘겨워 한다.
오름길에선 맥을 못춘다.
반보 반보....
아주 짧게 끊어서 치고 오르도록 유도하며 자주 심호흡을 시켰다.
그런 초록잎새와 반대로
제주댁 세자매는 벌써 저멀리 니시노우토리 다케를 올라서는게 보인다.
여길 오기전 그녀들은 저질체력이라 민폐를 끼칠것 같으니 잘 좀 봐달라며
그렇게 엄살을 부리더니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괴물 수준의 왕성한 체력을 자랑한다.
햐간에...
여행의 절대조건 잘먹고,싸고,자고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여인들이다.
오히려 우리팀의 폭탄은 초록잎새다.
ㅋㅋㅋ
이렇게 될 줄 애시당초 아니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다.
서농조악(西農鳥岳)이라 표기된
3051m 니시노우토리 다케에서 우리 부부를 기다려 준
빨간장미님과 기념사진을 담은 뒤 또다시 사라져 버린 선두를
쫓아가기 시작한 우리를 오르락 내리락의 부침이 심한 암릉이 연속으로 맞아준다.
위험한 등로는 위험한 만큼 아름답다.
여린 아기햇살에 들어난 산하의 풍경에 무심코 걷던 발걸음이 멈춘다.
순간....
지금까지 고통스럽던 힘겨움이 사그라 든다.
초록잎새는 얼굴이 퉁퉁 붓고 두통에
시달리면서도 걷는 내내 밝은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이맛이다.
예전 메리설산에서 고산병으로 극한 고통을 겪었던 초록잎새가 그때뿐....
모든걸 다 잊고 다시 이렇게 매번 고산을 찾게 만든 이유가 이런게 아닐까 ?
"또 오자면 올겨~?"
"당연하죠 서방님~!"
풍광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도 노우토리 다케에 올라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이 참 아름답다.
먼저 떠났던 선두권의 우리팀들이
노우토리다케 아래의 평평한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먹고 있다.
그 아래론 이른 새벽 차분하게 가라 앉았던 운해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몰려들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이 너무 멋지다.
선계의 풍광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 ?
우린 세상 최고의 밥상에 앉아 시시각각 변모하는
운무쇼를 감상하며 가슴 저 깊은곳 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른 행복을 맛 본다.
일행들 곁에서 자리를 마련한 우리도 밥상을 편다.
비록 찬은 비루하나 황제밥상 부럽지 않다.
언제 또 우리가 이런 밥상을 받아보랴~!!!
식사후 이어진 발걸음이 가볍다.
당연한게 이제부턴 계속 내림길이다.
뿐만 아니라 발아래엔 운무쇼가 펼쳐지고
고개만 들면 운무가 휘감고 있는 일본의 최고봉 후지산이 반겨준다.
풍광에 취해 걷다보니 능선 안부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이 중요 갈림길 다이몬자와로 우린 진행방향 좌측으로 꺽어 내려야 한다.
다이몬자와를 내려서기 전
우리는 아쉬움을 담은 눈길로 후지산을 바라본다.
이제 이곳을 내려서면 후지산은 숲에 가려 더 이상 볼 수 없다.
다이몬자와를 내려서자 마자
능선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된 가파른 등로를 따라 걸어 내린다.
그런데...
어느순간 앞서 걷던 초록잎새가 능선사면 아래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헉~!!!!
이게 무슨 상황 ?
곧이어 비명이 터진다.
굴러 떨어지던 초록잎새가 다행히 나무에 걸려 멈춘것 같다.
그냥 그대로 꼼짝말고 있으라 소리친 후
베낭을 냅따 던저 버린 난 정신없이 숲속을 헤치며 내려갔다.
일단 상황을 살핀후 몸을 조심스레 움직이게 하자
히유~!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다만 몹시 놀란 상태....
굴러 떨어질때 부드러운 나뭇가지와 풀섭이 완충역활을 한게 다행였다.
가파른 능선 사면을 걸을땐 항상 낭떠러지와 반대편으로 붙어서 걸어야 된다.
그걸 망각하고 잠깐 방심하며 걷던 초록잎새는 낭떠리지 가까이 밟았던 땅이 꺼지며
순간 굴러 떨어졌는데 숲속이라 다행였지 그게 너널길 능선 사면 였다면 ?
헐~!!!
지금도 그때 상황을 생각하면 모골이 성연하다.
히유~!!!
급경사로 이어어지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로가
안정을 찾아가며 등로가 좋아진다.
당연...
진행 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우리가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산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산우들을 향해
우리의 팀닥터 강원장님이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씩 엥긴다.
마시면 좋긴 한데 술이 약한 난 다리가 풀려 사양했다.
아직도 우린 여기서 나라다 온천 마을까지 9km를 더 내려 가야만 한다.
다이몬자와 산장을 지나며 등로는 육산이다.
순간 발바닥이 편안하다.
우거진 숲속길은 따거운 햇살도 피할 수 있어 좋다.
그렇게 걸어가다 우리팀은 계곡에서 화끈거리는 발바닥을 식히기로 했다.
그러나...
남들 쉬는동안 더 내려 가기로 한 마눌님과 난 먼저 하산길을 서둔다.
이제 저 구름다리만 지나면 끝 ?
그러나 그건 우리의 희망사항...
발전소를 지나고
임도를 따라 걸어내려
나라다 발전소 입구의 터널옆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연히 우릴 기다려야 할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병성 형님이 버스회사에 전화를 하자
약속된 13:00 정각을 그들은 오후3시로 알았단다.
2시간의 시간이 남는다.
회사에선 바로 버스를 출발 시켜 주겠다 해도 오려면 멀었다.
할수 없이 지친몸을 이끌고 우린 20여분을 더 걸어 나라다 온천마을로 향했다.
그런후...
온천욕으로 그간 거지 몰골같던 몸을 씻어낸
개운한 몸으로 음식을 시켜 좀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얼마후 도착한 전세버스....
남알프스 종주를 무사히 끝낸 우린 또다른 목적지 후지산을 향한다.
피곤함에 끄덕 끄덕 졸다 깨어나니 버스가 골골대며 산허리를 타고 올라서고 있다.
그런데...
가끔씩 빗방울이 버스의 차창을 때린다.
내일도 비가 오면 어쩌지 ?
그런 나의 우려를 씻어내 듯 고맙게도
비가 그치더니 이젠 운무가 버스를 감싸 안는다.
그러나....
그마저도 버스가 운무를 뚫고 5합목 주차장 이르자.
햐~!
맑게 개임이다.
오우~!!!
얼마후...
우리는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후지산 5합목을 뒤로 보내며 힘찬 발걸음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든다.
이젠 곧 해가 질것 같다.
자연 우리의 발걸음도 바빠진다.
드디어....
오늘 우리가 묵을 운해산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오메 반가운거~!!!
오늘의 안식처가 바로 저기다.
산장에 도착해 뜰에서 세상을 내려다 본다.
발아래엔 온통 운해바다가 펼쳐있다.
와우~!!!
예약을 확인한 우리팀은 비용을 지불후 방을 배정받고
운해산장에서 제공한
카레밥으로 저녁식사를 끝낸 후 자유시간을 갖는다.
어둠이 내려앉은 산장....
어스름 달빛이 내려와 소근대고 그 아래엔 도심의 불빛이 아른댄다.
저 아래 도심의 불빛...
이국땅 한밤의 풍광에 문득 아련함이 가슴에 스민다.
산행의 피곤함도 잠시 잊은채 한동안
추위가 엄습하던 산장뜰을 나는 마냥 거닐었다.
(산행모습을 동영상으로....)
'해외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호가 중국 용호산을 가다 (상편) (0) | 2017.12.12 |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마지막편) (0) | 2017.08.13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트래킹 제2편 (0) | 2017.08.11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트래킹 제1편 (0) | 2017.08.11 |
뉴질랜드 베낭여행 제14편 (크라이스트 처지 관광 & 귀국편) (1) | 2017.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