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일차 : 2016년 10월 13일 (목요일)

 

전날 상처소독과 드레싱을 못 했다.

외과 전문의들이 새벽까지 밀린 수술일정에 쫒겨 생긴일이다.

요즘엔 외과 전문의가 기피 일종에 해당 된다더니 사실이다.

힘들고 어렵고 실수라도 하면 의료분쟁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 당연하다.

그래서 그런가 ?

초록잎새가 수술을 끝내고 회복단계에 접어 들어 갔어도

외과 전문의 상담은 물론 얼굴 한번 못 봣다.

그저 일에 찌들어 피곤이 상접한 내 아들 또래의

새내기 인턴만 상처소독과 드레싱 할 때 잠깐 볼 수 있는게 전부다.

 

전날 수술부위 전체 CT촬영 결과는 어떤지 ?

그저 답답하다.

그건 그렇고...

팔목 수술부위에 겉으로 들어난 핀을 제거 해 주기로 한 전날

간호사실에 문의를 하자 수술이 늦어저 15층병동 전체가 드레싱 조차

못했다며 죄송하단 말을 하는데 그들이 죄송할 일이 아닌 의료계의 심각한 현실같다.

그래서 기다림을 포기하고 잠든 새벽 2시...

누군가 곤히 잠든 나를 깨운다.

간호사실 옆 처치실로 환자를 데려 오란다.

 

휠체어에 아내를 태워 도착하자 담당 외과 의사는

한밤에 불러 죄송하다며 시간이 지금밖에 낼 수 없었단다.

잠시후...

의사는 목공소 에서나 볼 수 있는 뻰치로

살 속 깊이 박힌 핀을 사정없이 뽑아냈다.

짧은 외마디의 비명.

이후 소독과 드레싱을 끝내자 마자

1층 영상실에서 CT 촬영을 끝으로 새벽 한밤 소동이 일단락 된다.

고달픈 정형외과 일상의 단편을 확인하고 보니

환자에 대한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 하는건 현실과 동 떨어진 바램같다

 

오후...

식사 시간에 맞춰 상규식구 소연이 엄마가

죽을 싸서 찾아오고 이숙자님은 또 떡국을 푸짐하게 들고 오셨다.

소연이 엄마는 마눌에게 죽을 먹이고 나에겐 밥을 사 주겠다 온 건데

떡국은 당장 해결 해야 하기에 그냥 병실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마침 병원 식단이 김밥이라 떡국과 함께 먹다보니 마눌님도 덩달아 잘 드셔주니 고맙다.

 

두분을 보내 드린후

팔목과 골반에 박아 놓은 지지대 그리고

허벅지 봉합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드레싱을 끝낸 후

병실에 들어와 휴식중에 이번엔 에게해님이 초록잎새가 가장

좋아하는 복숭아를 한아름 들고 찾아 오셨다.

이젠 확연히 변한 초록잎새를 보던 에게해님이 그러신다.

늦어도 년말에는 이젠 산에서 만나자 하신다.

 

에개해님이 가신 얼마후

지하 1층에 들려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처음 3분도 못 버티던 서있기 훈련을 넘어 오늘은

양발 중심 이동 훈련 뒤엔 보조기의 도움을 받아 걸음마 훈련을 했다.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이다.

 

재활 훈련을 끝내고 입원실에 돌아오자.

이번엔 한송이님과 짱짱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잘 됏다.

덕분에 병실에 초록잎새를 홀로 두고

부지런히 집까지 달려 병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왔다.

 

오늘도 역시...

지인들이 심심찮게 찾아 주셔서

하루가 어떻게 흘러 갔는지 모르게 지났다.

마지막으로 들린 막내 처남이 돌아간 한밤 15층 입원실에서

내려본 시내 야경이 화려하다.

이젠 저런 야경이 눈에 들어 올 정도로 우리 마음도

안정되어 가는건 다들 지인들 덕분이다.

모든님께 감사 드리며.....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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