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일차 : 2016년 10월 08일 (토요일)
전날밤 고속철도 팀장으로 있는 상규부부가
오만가지를 다 사다 놓고 음악과 강연등을 들을 수 있는
음향기기(?)까지 마눌님 귀에 걸어주고 갔다.
그날밤...
지고지순한 조선의 여인 같은 상규 식구는
아마도 나의 아내를 보자마자 눈물 바람였을게 뻔하다.
상규야 고맙다.
오전...
손거울과 기초화장품 그리고 메론을 담은 과일에
약초 우려낸 식수를 담은 베낭을 내려 놓자마자 마눌님이
지난밤 통증으로 죽을뻔 햇다하여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간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한 탓에 무리가 있었나 보다.
운동을 시킨다고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려 생긴 일이다.
참을성 하나는 끝내주는 곰팅이 마눌 성격도 한 몫을 한 결과라
오늘은 그냥 쉬어갈 참이다.
오전을 그렇게 지루하게 보내던 중 쎈스쟁이님이 찾아와 활력을 불어 넣는다.
물론 감정이 풍부한 여인이라 일단 한차레 눈물을 뽑은건 당연지사 였고...
그러더니...
주섬주섬 싸온 물건을 내어 놓는데 이거 기절 하겠다.
찾아오는 문병객들이 들고 온 반찬으로 이미 냉장고는 만땅이다.
이게 다 초록잎새의 인간성을 입증하는게 아닐까 ?
덕분에 이곳 병실의 간병인들은 먹거리가 푸짐하여 땡~ 잡았다.
ㅋㅋㅋ
이젠 그만들 가저 오세요.
그냥 다정한 얼굴만 보여 주시는게 더 좋습니다. (진짜로 진심)
(센스표 반찬과 국)
점심식사 후.
마눌님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이 있다하여
잠시 집에 들린참에 일주일 단위로 계산하는 간병비를
송금하던중 마눌님의 전화를 받았다.
형,동생부부,사촌형과 동생들이 왔단다.
택시로 병원에 도착하자 내 형제들 뿐만이 아니다.
주주클럽의 병아리님,쎈스쟁이님,베로니카님,지기님이 함께 하고 있다.
덕분에 지루하던 오후의 한나절이 빠르게 흐른다.
어느덧...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지인들이 빠저나간 병실에 정적이 감돈다
그러던차에....
짜잔~!!!!
초록잎새가 정말로 좋아하고 닮고 싶어하는 부부가 오셧다.
언제봐도 반갑고 만나면 유쾌해 지는 바커스님과 빨간 장미님 이시다.
두분은 초록잎새가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보고 싶은 마음을 눌러 참느랴 혼나셧단다.
고마우신 형님과 형수님이다.
좋은분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심신이 치유되는 힐링이다.
두분이 가시면서 내 손에 쥐어준 봉투 속 메모지엔 따스한 마음과 정이 뚝뚝 흐른다.
이날은 그렇게 지인들과의 만남으로
하루가 어떻게 흘렸는지 모르게 보낸 후 담당 의사를 만났는데
담낭(쓸개) 제거 수술은 서둘지 말고 몸 상태가 최고일때 하는게 좋겠단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선생님 좋습니다"
"아무래도 쓸개 빠진년보다 그냥 하루라도 더 붙어 있는년이 저는 좋습니다".
그말에 초록잎새가 웃는다.
이젠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너무나 행복하다.
그래~!
우야튼 죽을것 같던 고통도 이 또한 지나 가고 있다.
막내 동생이 가면서 형수의 머리맡에 놓고간 봉투엔 이런 글귀가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말은 내가 더 하고 싶었던 말이다.
그대신...
내가 이런말 자주하면 값어치 떨어지는 것 같아서 절대 하지 않던 말인데
언젠가는 이글을 보게 될 아내에게 미리 한마디 하려고 한다.
사랑한다.
(추신)
1.우측폐에 삽입된 관을 빼낸 곳에서
실로 꼬맨거 3개와 철심 3개를 저녁에 제거 했다.
아내의 몸에서 하나 둘 이런게 빠저 나가는게 나에겐 기쁨이다.
내일은 좌측 폐에 삽입된 상처가 아물어 이물질인 실밥과 철심이 제거 되기를 소망해 본다.
2. 파업으로 인해 대체근무의 피곤함이 극에 달했을 텐데
지사에 근무하는 동료후배 이종열 부부가 늦은밤 병실을 찾았다.
종열이 식구는 마눌님도 오랫만에 보는데 변함없는 모습에 놀라워 한다.
덕분에 순수한 사람들의 모임였던 예전 직장 산악회 산우들 생각이 많이 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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