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일차 : 2016년 10월01일 (토요일)

 

간병인이 하루를 쉬고 싶다하여

이른아침 베낭을 메고 병원까지 걸었다.

초록잎새는 지난밤

뒤늦게 배가 아파 묽은물이 나올때 까지

3차레나 용변을 보느랴 간병인이 잠을 못 주무셧단다.

병원에서 준 관장약이 뒤늦게 효과를 본것 같다.

덕분에 홀가분해진 초록잎새.

이젠 원활한 배변이 이뤄져야 할텐데 걱정이다.

 

   (15층 병실에서 내려다 본 풍광)

 

 

일반병실은 아늑하고 조용하며 창 밖을 볼 수 있어 좋다.

시월의 첫날 병상에서 바라본 도심은

옅은 운무속의 가로수가 벌써 가을색을 띄고 있다.

저 가로수 잎들이 곱게 물들다 낙엽이 되어 거리를 뒹굴기 전

이곳 일반병실 마저 탈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젠 지처 잠든 아내의 곁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며

나는 잠시 상념에 젖어든다.

 

 

어느덧 오후.

의료진이 찾아와 오른쪽 폐에 삽입된 관을 빼 준다.

상처난 부위는 집계로 3방을 물려 놓았는데 의외로 아내가

비명 한마디 내지 않고 고통을 잘 견딘다.

삽인된 관이 잘 빠지고 마무리가 잘 되었나 엑스레이

사진을 찍겠다 하여 1층으로 이동 하는줄 알았는데

간호사실 옆에 위치한 처치실이다.

딘장~!

어차피 촬영기계를 끌고와 찍는거라면

환자보고 오라는 것보다 찾아와 촬영 해 주는게 맞다.

엘리베이터를 탈때마다 영상속의 을지병원 원장은

감동의 서비스에 첨단 의료시설에 걸맞는 의술을 홍보한다.

닝기리 로또다.

서비스는 고사하고 갑질이나 하지 말기를...

 

얼마후...

지난밤 잠을 설친 탓에 아내는 잠의 수렁에 빠진다.

점심 식사도 1/3 공기밥만 먹은터라 간식이라도 먹이고 싶건만

일부러 깨울 수는 없기에 측은하고 불쌍한 아내의 얼굴만

하염없이 들여다 보다가 오후 3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

간이 벤취에 살 폿 잠이 들었는데 머리 위에 달아 메어놓은

바나나가 떨어지며 얼굴을 때렸다.

아마도...

하나님이 이 못된놈 얼른 일어나 마눌님 보살피란 계시같다.

깜짝 놀라 깨어난 덕에 초록잎새도 일어나게 되고

그래서 요구르트 한병과 바나나 한개를 먹일 수 있었다

 

오후 5시.

아내 이름을 호명한다.

치료실에 오셔서 소독과 드레싱을 하란다.

침상을 끌고가 드레싱 하는 과정을 지켜 보았다.

허벅지의 깊은 상처로 검게 변햇던 살색이 많이 뽀애졋다.

회복에 좋은 징조라 안심이 된다.

 

저녁식사.

추어탕에 밥을 말아 어거지로 먹이고

홍화씨 환과 홍화차를 복용시킨 얼마후 뜻밖에도

큰곰님 부부가 찾아 오셧다.

다행히 일반병실로 옮긴 초록잎새의 표정이 밝아서

찾아주신 큰곰님 부부의 놀란 가슴이 많이 진정 되신것 같다.

위로와 따스한 정을 담아 전해 주신 큰곰님 부부가 돌아 가신 후

땅거미가 내려 앉은 도심엔 찬란한 불빛이 우리 부부의 희망처럼

밝은 빛을 뿜어 낸다.

오늘도 또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15층 병동에서 내려다 본 대전 도심의 야경)

 

 

추신

무통제가 끝났다.

가격불문 다시 달아 달라니 이젠 견딜만한 진통이고

계속 무통제를 처방 받을 경우 아주 심한 변비로 더 고통

받을거라 하여 그말을 따르기로 했다.

다행히 밤새 초록잎새는 아프지 않다 하여 마음이 놓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