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간 만보 1박2일  

2015.5.12(화)~13(수)

 

여행에서 좋은 친구는 정확한 지도보다도 더 유익하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은 예나 지금이나 진리인 것 같다. 오늘 동행은 여행과 산행을 통해 알게 되어 시간을 지켜볼수록 진국인 두 산우님과 함께하기에 더욱 값지고 소중한 여행이다.  

좌측(대전 산찾사님)

우측(대구 박중규님)

박중규 님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3년 <중국 계림> 용척제전 트레킹에서 였다. 그리고 2014년 작년 12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을 하면서 '우리 서로 이렇게 통할 순 없다.' 이른바 아삼육이 된 그야말로 단짝이 되었다. 그래서 중규님이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대구를 방문해 동분서주했던 만보의 1박 2일 여정을 따라가 보자.  

 

1. 팔공산 동화사 탐방

2. 팔공산 갓바위 산행

3. 대구 진미(맛집) 맛보기 

3. 앞산 산행

4. 서문시장 탐방 

첫째 날(5.12.화)

점심 무렵을 지나 대구에 도착한 만보. 

고속버스터미널에 마중 나온 중규님 승용차에 몸을 실고

일단 식당을 찾아 나선다.

팔공산 순두부 청국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냄새만 맡아도 왠지 건강해질 것만 같다. 

대구 토박이 중규님 단골 식당인 만큼 이미 맛은 검증된

진짜 원조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T 053-985-6680)

역시 맛났다.

청국장에 덤으로 준 순두부까지 몽땅 비운 후한 인심을 안고

첫 번째 여정지인 팔공산 동화사로 향한다.

팔공산 동화사

세계최대의 석불인 약사여래대불을 비롯한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동화사는 1,5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동아시아 10대 관광명소로 지정되어 연중 내내 수백만 명의 내외국인들이 참배하는 동양의 대표 성지라고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 경내가 온통 오색연등으로 꾸며져 있다. 

불교인들의 잔치가 펼쳐질 사월초파일 그날~

연등행사와 관등 놀이가 장관을 이룰 불보듯 뻔 한 일이다. 

화사를 나와 

갓바위로 향한다. 

갓바위 주차장에 다다르니 평일의 한가로움에 여유롭기만 하다.

갓바위 산행 코스(파란실선)

주차장에서 1.2km 지점에 위치한 관암사를 지나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관암사

갓바위 가는 길~

1천 365개 돌계단으로 정비된 제법 가파른 산길이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총 거리 2.1km~

쉬엄쉬엄 약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     

 

두런두런 야그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팔공산 갓바위에 다다랐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관봉(冠峰) 갓바위~ 특히 입시철만 되면 전국 수험생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불교의 성지로, 갓바위 주변에는 기도행렬이 미어터진단다.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

 

갓바위 부처는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638년(선덕여왕7)에 조성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전체적 양식으로 보아 8~9세기 통일신라시대작품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관봉 갓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전경

경산시 방향

용덕사 방향

대구 팔공산의 명물인 갓바위에 처음 올라선 만보~ 한 건 했다며 마냥 들떠 있고, 산찾사님은 이미 수차례 다녀간 산행지로 옛 추억에 젖어 있다. 물론 길잡이 역할을 한 중규님 또한 덩달아 흡족한 표정이 역력한~ 우리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서로를 배려하는 유유상종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제 갓바위에서 내려서야 하는데~

중규님이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자고 한다. 

그러나 "왔던 길~ 그대로 가는 건 싫어"

자타가 공인하는 진정한 산꾼 산찾사님이 제안하는

코스를 따르기로 한다.  

 

숲속 오솔길이 참 곱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망 좋은 곳에서 인증샷을 찍고~

헬기장을 지나 갓바위 유스호스텔 방향으로 하산한 뒤

찾아 간 곳은~호텔 인터불고 엑스코.

"히야(형아의 경상도 사투리)가 대구에 오면 무조건 호텔"에서 잠을 자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막상 특급 호텔에 들어서니 그 규모와 고급스런 분위기가 만만찮다. 중규님의 융숭한 대접에 얼떨떨한 기분~ 미안함과 고마움이 찡하게 교차한다.

 

저녁~

대구 10미(味) 중 하나인 동인동 찜갈비 골목~ 

낙영 찜갈비집을 찾았다.

노란 양푼이에 담겨 나온다.

찌그러진 양푼이가 보기엔 그렇지만 왠지 정겨운 느낌으로 묘한 식감을 자극한다. 음~ 매콤달콤 알싸한 맛에 밥도둑이 따로 없다. 비법은 간장으로 맛을 내는 보통의 갈비찜과 달리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은 이곳 동인동 찜갈비 골목의 특징이란다.  

그런데 계산은? 

지난 계림 용척제전 트레킹을 하면서 알게 된 멋쟁이 산우님(우측중규님 친구)이 우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번개처럼 달려와 호의를 베푼 그 인연에 감사했다. 오늘 여정은 여기서 끝인 줄 알았드만, 한군데 더 들를곳이 있다는 중규님~ 바로 평화시장 닭똥집명물거리~  

"찜갈비를 실컷 먹어

배가 불러 됐다고 했건만"

여행의 묘미를 더하라며

중규님이 선택한 두 번째 대구 음식이다.  

THE 큰본부 닭똥집 전문점.

보통은 구워서 기름장에 찍어 먹는 닭똥집이 치킨처럼 튀겨 나온다.

달달 볶아 쫄깃한 맛에 길들여져 있던 만보의 닭똥집 식감이었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러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이미 저녁을 배불리 먹은 상황에서 위장은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그런데 중규님~ 그래도 대구 먹거리는 단연 막창이라며 넌지시 운을 뗀다. 이거야 원~ 막창까지 먹었다간  우리의 막창이 터질 지경이다. 1박 2이란 짧은 일정 속에 요것 조것 맛보게 하고픈 중규님의 진심 어린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며 "오늘은 이제 그만할려" 손사래를 치며 숙소로 향한다.                

 

둘째 날(5.13.수) 

아침은 호텔 뷔페로 든든히 속을 채우고~

어제 대구 외각 명산 팔공산 갓바위 산행에 이어

오늘은 대구 도심 속 '앞산'을 찾았다.

신록으로 우거진 앞산 숲길~

일명 맛둘레길이라 칭한

그 길을 걷는 그 자체가 힐링이다.

 

대구 앞산은 서울 남산과 같은

대구 시민이 자랑하는 명산으로

관광용 케이블카도 운영하고 있다.

우회길이 있지만

짜릿한 스릴을 맛보는 암릉길~ 

철없는 아이들처럼 마냥 신난

우리를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짓는중규님~ 

 

 

정상을 찍고 내려와

이동한 곳은 서문시장.

사실 이번 대구를 찾은 만보의 최고 관심사는 바로 서문시장였다.

왜? 중규님이 운영하는 칼국수집이 이곳 시장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그에 대한 관심의 발로였다.

점심 무렵을 훌쩍 지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바글바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재래 시장통이다. 주차장 포함 8개 지구에 5500여개의 점포에 달하며 이곳에서 일하는 상인 수만 2만명이 넘고, 하루 방문고객이 6만~7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서문시장의 그 뿌리는 조선 중기로 거슬러 올라가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조선 시대 3대 장터 중 하나로,

당시엔 '대구장'이라 불렸다고 한다.

아직 5월 중순도 지나지 않았건만 대구는 역시 덥다.

일단 시원한 우묵가사리 콩국으로 목을 축이니

별미가 따로 없다.

뽀얀 콩국물에 매끈 투명하고 야들야들해

고소한 우묵가사리를 후루룩 후루룩~ 한 컵 쭈욱 들이키고,

중규님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 멈춘곳~

'대구 10미 중 하나'인 이름하여 납작만두집(미성당)~

이름 그대로 납작한 모양에 당면만 몇 가닥 들어 있는 단순한 음식이지만 

묘한 맛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손님들로 붐비는 납작만두집을 뒤로하고,

중규님이 운영하는 명품국수집에 들어섰다.

 

이윽고 이번 대구 여정길의 백미인 칼국수가 나오고, 이왕에 들른 김에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도 맛본다. 하루에 700그릇을 팔아 봤다는 그 맛의 비밀에 만보야 물론 "맛있다" 를 연발지만, 그 사실적인 근거는 주인장 중규님의 지난 역경의 세월 속에 있었으니 그의 은밀한 과거를 알아보자.

중규님의 이력.

사회에 첫발을 공직자로 출발한 남들이 부러워하는 요직을 맡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과감히 사표를 낸 그 이유란게?

다름 아닌 '쩐'의 유혹이 싫어 그랬단다.  

즉 부정 청탁이 만연한 공직사회 문화와 타협하지 않은

80년대 당시 그의 올 곧은 성품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인지 친구들 사이에선 일명 '부리끼또 박'이라 불리며 괴짜로 통한다.

('부리끼또'는 '부리킨다'는 대구 사투리로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한다'는 의미)

 

그렇게 불같이 사표를 낸 '부리끼또 박'~ 박중규님~

이후 여러 사업에 손댔지만 하는 족족 말아 먹고,

불과 몇해 전 심기일전하여 현재의 명품칼국수집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뜻하게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내부에 걸려 있는 현수막 글귀에 강한 믿음이 간다.

그 과정에는 분명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을 터~

식당을 꾸려 나가는 방식 또한 독특하다.

 

중규님이 모든 투자를 하고, 운영은 친구 아내가 맡아서 하는

바지사장 같은 실질적인 주인장인 그는~ 

종업원과 갑과 을의 관계를 떠나 서로 윈윈하며 

한 달 매출을 일정한 비율로 분배한단다. 

그래서 또 다른 작은 사업도 겸하고 있는 그의 사업 수완은 물론

인간 됨됨이까지 느끼게 한다. 

이렇게 룰루랄라~~~즐겁게 대구 탐방을 마친 만보의  발길~

중규님 그가 살아온 그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의 손폰 배경화면 글귀에 경의를 표하며  

<대구에 간 만보~> 마침표를 찍는다.  

 

출처 : AM트레킹[해외트레킹/문화탐방/제주여행]
글쓴이 : 만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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