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조치원 오봉산

산행일 : 2014년 8월16일 토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산이랑.맑은소리.잠보

 

   (산행 개념도)

 

 

홀라당 밤을 세우고 퇴근했다.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한 요즘이라 마음이 심란하다.

마눌이 아침상을 차려주며 한숨 주무시란걸 밥 먹고 가까운데 갈테니 준비하라 이른다.

피곤한 육신은 뭐 별게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이라면 누구나 다 겪게 되는

고민의 일부를 아니 어쩜 성격탓이라 해도 될 일로 잠시 내 정신은 혼란중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대비하고 준비해서 나쁠건 없다.

누구는 모나미 볼펜 3자루가 다 닭도록 밤세워 공부를 했고

누구는 밥을 먹으나 화장실을 가나 마치 하나의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하는 수도승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를 했다 하던데....

 

겨우 한달을...

그 마저도 열심히도 아닌 어거지로 준비한 결과가 당연한데도

왠지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심뽀는 대체 뭐란 말인가 ?

 

 

 

우리부부 가는길에 마눌이 폰을 넣는다.

그래서 함께 걸음하게 된 이웃사촌 산이랑님 부부와 잠보님.

내고향이 이곳의 인근이나 이런 산이 있단걸 알은지는 얼마전이다.

예전의 내 기억속에 오봉산은 없었다.

단지 그냥 평범한 뒷동산 였을 뿐...

 

그 뒷동산이 단장했다.

이름도 오봉산이란다.

성큼 숲으로 발을 들여놓자 부드럽게 밟히는 흙이 혼란한 내 마음을 다독인다.

 

나의 직장은 현재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변혁의 소용돌이를 앞둔 고요함이라 말 할 수 있는 시점이다.

여러갈레의 자회사로 갈기 갈기 찢기게 될거며 우리같이 임금만 축내는(?) 고참들은 죄다

자회사로 전출될 1순위이며 그 다음 밟게될 수순이 적자를 이유로한 직장폐쇄로 실업자의 미래가 그려진다.

따라하는 그 모법 답안이 KT란걸 이제는 누구나 다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알고 느끼며 공감하자 밀려 나지 않으려는 본능이 너나 나나 다들 스펙 쌓기에...

 

 

 

얼마전...

내 친구는 실업자가 됐다.

강요는 아니라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맞고 나갈래 그냥 이것 저것 조금 챙겨줄때 나갈래가 정답이라 그냥 나왔단다.

그런 우리 세대를 일컬어 샌드위치 세대라 하던가 ?

그 친구와 새벽녁이 되도록 2차 3차가 되도록 못 마시는 술을 퍼마시다

결정한게 남들 다 하는거 나도 해보자며 호기롭게 대들었던 자격증이다.

국토부의 어거지로 부당하게 느껴지던 2종 자격증.

우리가 가진 자격증이 1종인데 새로 도입되는 ITX 새마을호를 운전 하려면 2종을 새로 취득하란다.

자가용 면허 1종을 가진 사람에게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하란 말과 똑같다.

그러면서 시험은 ITX와 전혀 다른 전동차로 기능시험을 본다.

결과는 역시 뻔 했고 예상은 했어도 내 생애 최초 시험탈락이란 현실을 받아 들이기엔

내색은 못했지만 몹시도 내 자존심은 구겼고 마음은 상했다.

 

 

 

 

오봉산으로 향한길은 외길의 순탄대로다.

그냥 이길만 3키로를 쭈욱 걸어 오르면 정상에 닿게 된다.

대전의 식장산처럼 이산은 조치원과 신도시 세종시민의 산책로가 되어 사랑받는 오솔길이다.

좀 더 길게 걷고 싶다면 오봉산 정상을 밟은 후 되돌아 내려와 홍익대 뒷편으로 이어 걸으면 된다.

거기로 내려 맞은편 냇가를 건너면 내가 크고 자란 나의 고향이다.

이젠 다들 떠나고 외지인이 자리 잡은 내고향....

 

어느곳이고 신도시가 들어선다 하면

치솟은 땅값에 다들 집과 땅을 팔게 되고 결국엔 외지인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되어 고향을 잃게 되는게 냉혹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고향을 잃게 된게 내 경우이고 땅 좀 있어 덕을 좀 봤다면 그나마 위로가 되겠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아버지는 모든 전답을 팔아 조상님들 잘 모시고 또한 자신의 제삿밥 잘 차리라며

알뜰살뜰 챙겨 몽땅 장남인 형에게 몰아주고 난 후의 일이라 나와는 무관한 일이 됐다.

아니...

애초부터 난 그런 유산을 바란적도 없으니 불행이란 말도 틀리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중 한 구절이다.

이 양반...

하느님을 믿는 분이 한국의 고승같은 말씀을 하신다.

이분은 그러며 하신 말씀이 이 세상에 내것은 하나도 없다 하신다.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보는 이 몸뚱이를 나라고 착각하며 살아갈 뿐이라며...

 

 

 

 

 

나도 내가 아닌데 뭔 세상 욕심을 ?

그래도 살아가다 보면 꾸역 꾸역 솟아 오르는 세속에 대한 욕망과 욕심이 나를 끝없이 괴롭힌다.

다 부질없는 일인데...

그럴때 마다 찾아든 자연의 품속은 그런 세상사를 잠시 잊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평탄하던 황톳길이

우리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으려는 듯 배려를 한다.

빡센 오름질로...

 

 

 

 

허벅지에 몰려든 혈액이 팽팽해 짐을 느낄 때마다

난 살아 있슴을 느낀다.

기분 좋은 이 고통...

 

 

 

 

 

오름질의 고통을 한때 난 많이도 즐겨 했으나

이젠 저질체력인가 ?

우리 단체 사진 한방 박고 가자란 허울좋은 핑계로 잠시 휴식을 한다.

 

미워도 내 인연이 돼 준

나의 산우들의 이쁜 미소가 렌즈에 잡힌다.

아니다...

사실은 정말로 곱디 고운 나의 인연들이다.

다음엔 정말로 미워도 내 인연 되어 준 고마운 모든이가 내 렌즈에 담기길 소망해 본다.

 

 

 

 

4봉을 조금 지난 갈림길....

홍대로 길게 걸어 가려면 이길에서 갈린다.

여기서 정상은 조금 더 올라야 한다.

예전엔 그저 무명봉에 지나지 않을 하잘것 없던 작은 둔덕들이

지금에사 찾아보니 다들 번듯한 이름을 얻었다.

성주봉...

잠시의 갈등을 접고 그냥 정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예전엔 마치 무슨 의무 이행을 저버린 듯 그냥 지나치면 찝찝해 하던 산찾사가 참 많이도 변했다.

 

 

 

숲속길에서 또다시 휴식...

그때 들린 카톡소리에 핸폰을 열어보니

국가가 나를 버리기전 내가 먼저 국가를 버렸다며

명예퇴직을 강행 하고 당당한 실업자가 된 거브기님이 설악산에 들었단 소식을 알린다.

순간...

왕~ 부러움...

나도 그냥 공무원 신분으로 남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또 든다.

올해로 만33년이 지났으니 연금도 만땅이고 2년만 더 근무하면 호봉 만땅이라 

더이상 올라가지 않을테니 후배들을 위해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나올 수 있을 테지만

그건 공무원 신분일 경우만 해당 사항이다.

남은기간 우린 노후를 준비해야 말년이 비참하지 않을 중요한 시기다.

그 남은 기간마저 보장되기 어려운 시절이라 샌드위치의 우리 세대는 고민이다.

10년만 더 공무원 신분만 유지해 연금이 연장 됐더라면 나도 당당하게 국가가 날 버리기전 내가 관둘 수 있었는데...

 

 

 

도란 도란 이어지는 정담이 끝이 없다.

숱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깔리자 이내 오봉산은 지척의 거리가 된다.

 

 

 

많은 사람이 찾는 오솔길엔 여기 저기 쉼터가 있고

 

 

 

정자가 있으며...

 

 

 

때론 이런 지압로가 있다.

 

 

 

저 봉오리만 오르면 다 왔거니...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오른 정자는 그러나 정상이 아니다.

 

 

 

아무렴 어떠리~

이왕 오른길 엉덩이를 내려 정자에서 또 휴식으로 땀을 식힌후...

 

 

 

 

 

한달음에 오봉산 정상에 올랐다.

너른 원목테크의 정상엔 조망이 참 좋다.

 

 

 

 

다소 흐릿한 시야가 답답하긴 하나

내가 크고 자란 고향의 산하는 또렷한 내 기억에 각인 돼 있어 확인이 가능하다.

맨 좌측이 운주산 그리고 맨 우측에 솟은 산이 동림산이다.

예전 우리 마을의 청년들이 도시락 싸들고 저멀리 동림산까지 가서 나뭇단을 지어다

조치원 시내에 내다 팔아 연명하던 어렵던 시절 나에게 동림산은 정말 멀고도 험한 산였다.

그 산군들이 발아래 드리운다.

순간 감회가 새롭다.

그간 숱하게 찾아들던 우리의 산하들....

그러나 정작 난 내 고향의 산들을 찾아보지 못했다.

우측 숲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내고향 뒷산 병마산이 그곳에 있다.

언제 날을 잡아 병마산을 들머리로  동림산~망경산~운주산까지 능선을 이어 걸어보려 한다.

 

 

 

 

점심은 내려가 먹기로 했으니 출출함을 간식으로 달랜다.

그런데...

간식이 주식보다 더 든든해...

 

 

 

 

왔던길을 그대로 걸어 내린다.

그런데....

등로옆으로 산초열매가 초록잎새의 눈에 띄었다.

산초의 열매를 짱아치로 담그면 그 향이 좋아 삼겹살을 구워 먹을때 참 좋다.

순간...

초록잎새가 산초열매에 욕심을 낸다.

 

 

 

산초는 기관지 천식,진통,구토.설사는 물론

해독작용과 중풍을 치료 하는데 효과가 있다 알려져 있다.

욕심 내지 않고 조금만 채취 하려던 초록잎새 였으나 그 모습은 참 볼썽 사나웠나 보다.

지나던 어느님이 호되게 야단을 치더란다.

샐쭉해진 초록잎새가 욕심은 접었으나 대신 마음이 많이 상했나 보다.

 

"버섯을 한아름 따 내려오는 사람들은 뭐라 않고 나만 가지고 그래~!"

 

ㅋㅋㅋ

그님의 말씀도 틀린 말이 아니니 서운해 할일도 아니다.

꺽거나 캐내어 싹을 도려내는게 아니니 다만 넓은 아량과 이해를 구할뿐이나 그마저도 내 욕심이다.

산초열매는 아주 조금만으로도 짱아치를 담아 오래 먹을 수 있으니 큰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오늘 그 정도면 됐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건 잘못 했슴을 지적하고 따끔하게 혼을 내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초록잎새를 혼낸 그 어른처럼...

예전 우리의 어릴적 어르신들은 내자식 남 자식을 안가리고 훈육을 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

남 자식에게 그랬다간 큰 곤혹을 치루는 시대다.

지금 우리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황금 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시절이다.

그런점에서 김일병 사건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인간존중의 기본을 망각한 폭행사건이 참 충격적이나 하루아침에 그일이 일어난건 아니라 본다.

더불어 다 함께 살아가야 함은 일상의 교육을 통해 가르켜야 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예전 홍콩 트래킹때 내가 보고 느낀 그네들의 교육이 생각난다.

한학기엔 반드시 치뤄야 하는 과제라며 일주일간 주워진 밋션을 실행하며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하는 트래킹을 학생들이 그룹별로 실행하던 현장을 목격한 일이 있다.

그 그룹엔 당연히 못난놈 잘난놈이 있을거다.

당연한 일이지만 잘난놈이 제 아무리 잘났어도 못난놈을 함께 이끌고 가기전엔 목적지 도착은 성공할 수 없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숱하게 겪게될 갈등은 그들 스스로 해결해 나갈 테고....

그 과정에서 자연 그들은 잘난놈 못난놈 다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의 이치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이 그룹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안전만 책임진다고 한다.

이런게 참 교육이다. 

그깟 주저리 주저리 암기만 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

이게 참 바람직한 사회이긴 한데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가 ?

한때 역사 드라마 조선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이 화제가 된적이 있던걸 기억한다.

정도전이 시대를 잘 읽긴 했어도 고려는 망할 수 밖에 없었다.

고려시대에 민초들은 군역과 세금의 부역을 지면서도 죽어라 농사 지은 수확의 90%를 뺏겼다.

반면 귀족들은 세금은 물론 군역도 면제....

그런 국가는 오래 버틸 수 없다.

토지문서를 불사른 후에 백성의 숫자대로 토지를 나눠 주겠다는

계민수전의 정도전 개혁안은 그래서 민초들의 환영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혁명은 당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1%의 기득권을 위해 99%가 착취 당하는 세상은 망한다.

역사가 그걸 증명한다.

1%의 기득권층은 그걸 인정해야 하며 같이 망하지 않으려면 베풀어야 한다.

정치권이 민초들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지 ?

참고로 우리 사장님과 이사진은 세월호 참사로 이목이 집중된 그때

이사회를 몰래 열어 지네들 봉급만 왕창 올렸고 직원들 월급은 제작년부터 경제가 어렵단 이유로 동결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명랑이란 영화가 파죽시세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봤지만 참 감동적인 영화였다.

여기서...

우리 선조의 행태에 왜놈들이 맨붕을 겪었다는 영화 보기전 역사공부란 어느님의 강의에

난 빵~ 하고 터저 버렸다.

왜놈들은 일개 하잘것 없는 성주라도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일은 절대 없단다.

패할 경우엔 목슴보다 명예를 중하게 여겨 할복을 하고.

당연 왜놈들 한양 입성후 선조를 잡았다 생각했는데 이미 선조는

의주로 몽진을 간 이후라 그래서 그네들이 맨붕을 겪었단다.

자기들 상식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현상에 어떻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가 맨붕의 이유란다.

ㅋㅋㅋ

그 뒤를 이어 6.25때 이 승만은

저 혼자 살려고 우리국군이 북진중이라 구라를 풀어 안심하게 만든뒤 

걸리적 거릴 혼잡을 이유로 한강다리 끊고 도망을 간 그 후예가 세월호 선장 이준석이란다.

고려말의 사회현상과 지금 우리시대를 비교해 보면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지를 너나 나나 고민해 봐야 하고 특히나 지도층과 있는자는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 ?

 

 

 

 

산행을 끝낸다.

한껏 지껄이고 걷다보니 마음이 홀가분 해 진다.

이게 힐링이다.

 

돌아 오던길...

유명한 짬뽕집에 들려 늦은 점심을 든다.

다들 짬뽕에 초록잎새만 오랫만에 먹고 싶다며 짜장면...

 

 

 

 

 

 

배를 불린후...

대전을 향한다.

일부러 라도 짬을 내서 다녀와도 좋은곳 내 고향의 산.

다음엔 나의 옛집 뒷동산 병마산에서 동림산을 거처 운주산까지 걸어 보련다.

 

 

(동영상으로 따라가 보는 조치원 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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