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보령 아미산
산행일 : 2013년 12월30일 월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중대교~적시골~중대암~상대암~장군봉~아미산(상봉)~북서릉~미산 초중교~617지방도로~중대교
(산행 개념도)
어느덧 한해도 저물어 간다.
올 한해 마지막이 될 산행을 아내와 함께 했다.
아미산 들머리로 잡은 중대교에서 좌회전하여
중대암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공터에 주차후 산행 준비를 한다.
적시골 입구.
도로옆 민가 한채를 지나야 하는데
송아지만한 개 한마리가 터억 버티고 우릴 처다본다.
"저거 죽은 떡대 아냐~?"
맨날 신경질을 부리며 안봐야지 하면서도
끈질기게 시청하던 마눌을 따라 몇번 봣던 막장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 나오던 그 개시끼랑 똑같다.
그런데...
참 순딩이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는건지도 모른다.
더럭 겁을 먹고 살금 살금 그앞을 스처 지나는 우리 부부를 그넘은 그냥 무심히 처다본다.
가파른 시멘트 오르막길...
첫 갈림길의 이정표엔 상대암 하대라 돼 있다.
아마도 암자가 하대,중대,상대 그렇게 3채가 있는 모양인데
하대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적시골을 따라 이어진
포장도로가 끝나는 그곳에 상대암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의 절은 옛 농가 같은 건물인것 같고...
암자라기 보다는 좀 규모가 더 큰
번듯한 사찰은 그 농가같은 건물 위에 자리하고 있다.
사찰의 뜰....
참 오래된 감나무가 처다만 봐도
군침이 절로 흐르는 연시를 대롱 대롱 메달고 있다.
고요한 산사....
그 정숙함을 깨기 싫어 우린 조용히 사찰을 등진다.
이후...
너덜 같은 돌밭길의 계단을 밟아 오른다.
그리고 올라선 상대암.
이쯤이면 보령호가 보여야 하는데 짙은 박무에 가렸다.
상대암의 법당뜰에서 조금 벗어난 자리...
대략 20미터 절벽면에 조각된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서있는 마애불상이 시선을 잡는다.
상대암에서 주능선까지는 금방이다.
이후...
능선 안부의 공터를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올라선 뒤엔
기도처인듯 너럭바위들이 도열해 있는 암릉지대를 통과하면 장군봉에 이른다.
넓직한 공터의
장군봉 아래 산불감초소를 넘기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진행 방향 좌측으론
보령호가 살포시 그 모습을 내 주긴 했는데 역시 박무로 시야가 좋지않다.
드디어 올라선 아미산 정상 상봉....
사방으로 시야가 터지는 정상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그러나...
역시 심술궂은 박무로 인해 조망은 실망 그 자체다.
보령호 오른쪽으로 금강암을 품고 있는 양각산이 희미한 실금을 긋고 겨우 형체만 알아 볼 정도이고..
방금 우리가 지나온 장군봉이 그나마
먹물로 힘차게 그려낸 산수화 같은 풍경을 선보여 서운함을 위로한다.
이젠 내려야할 시각.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정상을 황급히 내려선다.
정상의 이정표가 가르키는 보령호로 방향을 잡아 내려선지 얼마 후....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 조망 바위다.
희미하긴 해도 역시 겨울의 우울함을 가득 담은 보령호가 발 아래 드리운다.
날만 좋았다면 도화담리를 넘겨
옥마산 만수산 성수산 감봉산 월하산 축육봉은 물론 칠갑산도 선명할텐데.....
언제 기회되면 다시 찾아 오련다.
미련을 털고 내려서는 내림길이 사뭇 거칠다.
아이젠을 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는 또 애매한 눈길이 오히려 더 위험 스럽다.
귀찮아도 아이젠으로 무장하고
가파른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다
좀 늦은 점심으로 허기를 때우며 아내와 함께
내 직장일로 아니 나랏일이기도 한 심란한 올 한해 우리의 앞날을 가늠해 본다.
군대를 제대후 두달만에 총무처 공채시험을 치고 들어온 직장.
9급 공무원 첫 월급 14만4천원으로 시작했던 직장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처 지난다.
남들이 싸잡아 욕하는 철밥통 직장덕에 두녀석 대학도 가르쳤고 올해는 25년 넘게 살던 27평 아파트를
4평이나 넓혀 같은 아파트 31평으로 옮겼으니 귀족이 맞다.
정말 남들 부러워 한적 없으니 내 마음은 귀족보다 더한 황제보다 더 행복하다.
사실...
우리세대는 할것 없으면 공무원이나 하지 뭐~ 란 시절에 난 공무원이 됐으니
난 무능했던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무능했던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
정의가 살아 있는 그런 사회가 내년엔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가파름이 진정되면서 시작된
아름다운 솔숲 오솔길을 걸어 내리자
등로는 마을의 좁다란 골목길로 이어진 뒤.
미산 초중교로 내려서며 아미산의 산행은 끝이 났다.
이후...
차량 회수를 위해 대략 4키로를 걸었다.
초반엔 617번 지방도로 아래의
체육공원에서 시작된 보령호 호반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가.
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올라선 617번 도로를 따라 타박 타박 걷는길엔
내 아내 초록잎새와 도란 도란 정담이 있어 그 따분함과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
산행기를 끝내며....
지금껏 세상을 살면서
의가 아니면 행하지 말고 불의를 보면 참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살았습니다.
사실...
의가 아닌일엔 절대 행하지 않았슴은 자부 합니다.
그러나...
젊어서 한때는 불의을 보면 참을 수 없는 객기도 부려봤지만
그것도 잠시...
이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뒤로만 숨어 드는 비겁함만 남아버린 겁많은 중년의 사내가 되었습니다.
그간...
올바른 사회를 위한 일에
직접 나서지도 못하고 또한 도와주지도 못한 내 행동들에 대한
비겁함들이 이젠 나를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들게 함니다.
아마도 이건 내 나이 중년들의 공통된 마음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글을 읽는 모든님들은 좀 더 너그런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새해엔 모든님들
안산 즐산으로 건강들 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함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국내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록잎새랑 단둘이 서방산~종남산 (0) | 2014.01.03 |
---|---|
신년일출 산행 (0) | 2014.01.03 |
보령 아미산 (0) | 2013.12.30 |
시름을 달래려 다녀온 덕유산 (0) | 2013.12.26 |
나홀로 걸어본 구수천 팔탄 천년옛길 (0) | 2013.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