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민주지산
산행일 : 2013년10월10일~11일
누구랑 : 산찾사와 만보님
어떻게 : 주차장~각호골~각호산~민주지산 대피소 1박~민주지산~석기암봉~삼도봉~미니미골~황룡사~주차장
(민주지산 개념도)
만보님이 내려 오셨다.
앞당겨 정년한 원인제공이 산찾사이니 책임을 지라나 뭐라나 ?
마눌 초록잎새가 급하게 마련한 먹거리를 챙겨 만보님과 함께 아파트를 나섰다.
민주지산을 아직 못 가봤다니 잘 됐다.
운전대를 잡고 냅따 달리는데
딘장~!
궂은비가 나린다.
다행히....
주차장에 도착하자 비는 소강상태.
얼른 산행준비후 황룡사 앞에서 우측의 각호골로 방향을 튼다.
수분을 듬뿍 머금고 있는 산하가 싱그럽다.
때도 되어 라면이라도 끓일까 했는데 만보님이 그냥 준비한거나 먹자고 그런다.
초록잎새가 부리나케 이른 아침에 나가 사온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서울서 만보님 오신다고 그랬나 ?
한줄에 천원 김밥은 아닌것 같다.
우야튼 맛나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 탓에 시간은 많이 절약됐다.
계곡을 끼고 오르다 항상 비박팀과 오르던 지능선을 외면한다.
저곳으로 오르기엔 등로가 거칠고 간간히 비가 내려 조릿대숲을 헤처 나가려면 새앙쥐 꼴이 될게 뻔하다.
우리 비박팀 산우들이 저 등로를 택한건 주님을 모시기 좋을만큼의 더덕채취가 주 목적였었다.
놀며 쉬며 걷다보니 드뎌 갈림길.
우린 각호산으로 방향을 튼다.
고도를 높일수록 가을색이 짙어간다.
어느새 우린 가을의 중심에 서 있다.
막바지 오름길...
코가 땅에 닿도록 경사가 급해진다.
비에 젖은건지 땀에 젖은건지 온몸이 흥건해 진다.
능선 갈림길...
삼거리 이정표에 베낭을 놓고 우린 각호산 정상비가 있는 암봉을 다녀 오기로 한다.
각호산을 향한 거친길을 오르자.
와우~!!!!
때맞춰 운무가 물러가며 민주지산의 눈부신 나신이 들어난다.
하아~!!
궂은날 오르다 보면 이런날도 다 있다.
환상적인 풍광이다.
저멀리 오똑 솟아 오른 민주지산이 지척이다.
그러나....
민주지산의 그 황홀한 속살의 자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부끄러움이 어찌 그리 많던지 ?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한 심술궂은 운무가 슬금 슬금 몰려들더니
이내 한치앞도 분간 못 할 그야말로 오리무중의 세상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터덜 터덜 걷는다.
일찍 가야 딱히 할일도 없으니 한껏 게으름을 핀다.
추색짙은 민주지산의 능선길엔
우리들의 정담으로 짧아저만 가고...
이 깊은 산중에 만나는 이 하나 없어 그런가 ?
찾아줘 고맙다는 듯 가끔씩 눈부신 나신을 보여주는 민주지산이 어여쁘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도착.
일단 대피소에 베낭을 놓고 민주지산을 다녀 오려 들어섰는데....
지랄~!!!!
대피소가 완전 난장판이다.
낙엽과 쓰레기 그리고 여기저기 나뒹구는 쇠주병들로 어수선하다.
그러고 보니...
대피소 안의 풍광이 지난 여름에 왔을때와 다르다.
원목테크와 바닥엔 폐 타이어 고무를 깔았고 난로도 새로운것으로 바꿔 놓았다.
그런데...
그 좋은 난로가 쓰레기 통으로 변했다.
빈 캔맥주 깡통은 물론 처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가득하여 냄새가 지독스럽다.
침상과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난로안을 깔끔하게 비우는 작업 먼저 한 후엔....
대피소 입구에 버리고 간 쓰레기도
탈 수 있는것과 분리하여 대피소에 있는 삽으로 어쩔 수 없이 땅을 깊게 파고 뭍어야 했다.
사실 수거해서 가저가야 하는데
쇠주병과 캔맥주등이 하도 많아 그걸 넣을 비니루 봉지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정도면 매니아 들인데....
C~불느무스끼들~
정말 욕 나온다.
한차레 대청소를 끝내고 정상을 향했다.
민주지산을 올라서자.
시야가 멀리까지 뻗치지는 못해도 이만함 만족할 만한 풍광이다.
다만....
고대하고 기대하던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일몰은 기대할 수 없을것 같은 날씨다.
세차게 불어오는 정상의 바람에 온몸이 얼어 붙는다.
이젠 미련을 떨치고 되돌아 내린다.
그런후....
단둘만의 만찬을 차려 주님을 모시는 시간을 갖는다.
우선....
마눌 초록잎새가 가르켜준 대로
각종 야채와 오리 훈제를 익혀 쏘스를 찍어 먹어 보는데...
ㅋㅋㅋ
만보님 금방 감동의 물결이다.
그 다음으로 준비한건
내가 부산 초량시장 어묵공장에서 직접 사온 어묵탕.
요게 요게 또 쥑인다.
청양고추의 매콥한 맛에 어묵에서 우러나온 진한 국물이 끝내줬다.
고실 고실하게 밥을 하려는데
만보님이 배가 부르다며 어묵국물에 그냥 라면 하나만 끓이잖다.
그래서....
라면의 면만 어묵 국물에 입수.
그랬더니...
햐~!!!
어찌 이리 면발이 쫄깃한게 맛이 좋던지 ?
그러는 사이 어둠이 짙게 내렸다.
배도 그득하고 주님의 은총이 그득하야 이제는 알딸딸해 지는 정신세계에서
뭔 말을 지껄이고 떠들었는지 ?
기억나는건 적상산 측우소에서 뺑이를 치고 있는
공주의 거브기 형님을 폰으로 불러내어 염장질을 한 기억은 난다.
그날밤은 酒님의 은총으로 내 뱉은 말이니 혹 실수가 있었더라도 거브기 형님은 이해를 하시라~
어떻게 잠들었는지 ?
문득 한밤중 잠에 깨어 일어나 보니...
만보님이 난로에 불을 지피려고 기를 쓰고 있다.
전날 여기저기서 모아온 나뭇가지는 물에 흠뻑 젖어 그런가 불이 붙지 않는다.
만보님을 밀어내고....
갖은공을 다 들여 드뎌 내가 불을 지피는데 성공.
밤 새도록 비는 줄기차게 내린다.
그러나 우리의 보금자리는 활~ 활~ 붙기 시작한 난로 덕분에
따스한 온기는 물론 꿉꿉하던 습기도 날아가 아주 쾌적한 잠자리가 된다.
난로의 성능이 참 좋다.
새벽엔 난로 위에 코펠을 놓고 라면까지 끓였다.
군대에서 한밤중 보초를 서고 난 후에 맛 보았던 그 라면맛을 그날 우린 맛 보았다.
ㅋㅋㅋ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그러나...
모닝커피를 한잔 타서 마신후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후 밖을 나서려 하자 신기하게도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그런나...
비 대신 이번엔 자욱한 안개가 등로를 삼켰다.
다시 오른 민주지산 정상.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만보님은 이런길도 좋단다.
운치가 있어 좋고 을씨년 스런 분위기도 웬지 좋다나 뭐라나~
석기암봉을 앞두고....
허술하게 때운 아침이라 그런지 시장하다.
마눌 초록잎새가 준비해준 비장의 간식을 꺼낸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호박죽.
우리 둘이 먹기엔 아주 적당한 양이다.
덕분에 든든한 요기가 됐다.
박베낭을 메고 석기암봉을 올라채기엔 .
암릉이 비에 젖어 미끄러워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설설 기다시피 하여 올라선 석기암봉.
많이 아쉽다.
이곳은 황홀한 조망처라 혹시
운무가 약간은 비켜나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냥 갈 순 없고...
요즘 이 포즈가 대세라고 한다.
그래서....
얄미운 하늘을 향해 산찾사의 원한이 듬뿍 담긴 화살 하나를 날려 보냈다.
또다시...
조심스레 석기암봉을 내린다.
삼도봉까지는 걷기 좋은 등로....
아직 감성이 폴~폴~ 살아있는 어린애 같이 순수한 만보님...
그님이 문득 가던 걸음이 멈춘곳엔 고운단풍이....
드뎌....
삼도봉이 보인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날씨가 좋아지고 있다.
올라선 삼도봉 정상....
구비치는 백두대간의 물결이 저멀리 운무속에 잠긴다.
삼도봉을 내리면
금새 화주봉과 갈리는 사거리에 도착을 하게 되고...
우린 진행방향
좌측으로 발길을 돌려 내림길을 향한다.
완만한 내림길의 등로가
하늘로 치솟아 오른 전나무숲에 이르게 되면...
황룡사가 지척이고
우린 곧 주차장에 도착하며 1박2일의 산행을 끝낸다.
귀로....
대전을 찾은 산우님들께 생색을 낼 수 있는곳이 이곳이다.
옥천의 민물 생선국수와 도리 뱅뱅이는 맛이 구수한데 값은 또 아주 저렴하다.
이곳은 방송도 여러번 탄 유명 음식점이라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난 후....
대전의 우리집에 도착하여 만보님과 이별을 하는데...
만보님 또 그런다.
"다음주도 함께 어디 가자~!"
ㅋㅋㅋ
평일의 한가로움을 함께 즐기자는데 나야 좋지...
만보님~
또 내려 와유~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1박2일 민주지산 산행모습을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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