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민주지산
산행일 : 2013.6.29(토)~30(일)
누구랑 : 초록잎새 & 다음카페 산장 나눔터 산우들.
어떻게 : 황룡사~쪽새골~민주지산~대피소~민주지산~석기암봉~삼도봉~미나미골~황룡사
28년간 직장생활....
내 실력보다는 운이 좋았던지 그간 단 한건의 사고도 없었고
기관사라면 누구나 수없이 겪게 되는 끔찍한 사상사고 한번 없었는데 그 운이 이젠 다 했던가 ?
2년전 여객열차를 운전하며 정차위치를 한참을 지나 정지한 사건이 있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누구나가 가끔씩은 겪었던 경미한 수준의 사고로 그날 그로 인해 2분을 늦게 발차한 사건이 전부다.
그런데...
남들은 그냥 저냥 넘어갈 일에 난 시범 케이스로 제대로 걸려들어
귀양살이 1년의 타지역 전출의 힘겨움을 견뎌 내야 했던 그 일이 덫이 되어
기관사에게 주어지는 무사고 기록 5년치가 까진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내 동기생들은 기관사의 영예인 백만키로를 달성해 가고 있는데....
그런거에 연연해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남들은 더한 사고를 냈어도 아무일 없던것으로 넘어갔는데란 생각에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어 몇일간 마음이 심란했다.
이런 칼같은 법과 규정수칙은 높으신 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 됐다면 참 좋은 세상이 되었을 텐데...
우야튼...
경중을 떠나 내 잘못이니 할말은 없다.
이럴땐 그저 다 잊는게 속 편하다.
다 버리고 내려 놓고 비워내면 되는 일이다.
그간 내 자식 잘 키워내고 이만큼 나를 살게 만들어준
소중한 내 직장이니 그저 감사한 마음만 갖도록 하자 마음을 다독인다.
모든걸 비워 내고
마음을 다스리는덴 이것이 최고다.
일이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짐을 꾸러 마눌 초록잎새와 함께 민주지산을 향했다.
주말인데도 한산하다.
물한계곡의 사람들 마저 없었다면 그야말로 적막강산....
그러고 보니 오늘 일기예보엔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하늘높이 키재기를 하는
울창한 전나무숲에서 뿜어저 나오는 향기가 마음을 정화 시켜준다.
아~!!
참 좋다.
그간 가슴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응어리가 풀려 나온다.
오름길을 걸어 오르는 내 마음 속엔 박베낭의 압박감이 오히려 괴로움이 아닌 즐거움과 기쁨이 되어 차 오른다..
참 별일이다.
산에 들면 그 별일들이 참 많다.
세상의 돈 많은 부자들이 가엾어 보이고 높은 지위의 윗전들이 불쌍해 보이는가 하면
가진것 없고 보잘것 없는 내인생이 어쩌면 저들보다 더 행복한 삶일거란 믿음도 생겨나니 말이다.
갈림길....
오후 늦은시각의 출발이니
얼른 오늘 정한 박지에 도착하려면 지름길을 택해야 한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의 이정표가 3키로를 가르킨다.
여름날엔 해가 기니 부지런히 서두르면 야간 산행의 힘겨움은 피할 수 있을것 같다.
모처럼 못난 서방과의 박산행이 설레이나 보다.
초록잎새 넘~ 좋아한다.
그간...
살림에 보탠다고 주중엔 일터를 향하는 마눌에겐
함께 하는날이 많지 않다 보니 오늘같은 날이 우리부부에겐 정말 소중한 날이다.
촉새골을 옆에끼고
넓은 임도 수준의 편안한 길에 드리운 숲그늘이 더위를 식혀준다.
폭염주위보가 내린 날씨가 무색하게 이곳엔 간간히 찬바람도 불어 줬다면 다들 믿을랑가~?
역시 민주지산은 큰산이다.
숲속에 들면 그 느낌이 야산과 사뭇 다르다.
그 큰숲에 우리 부부 단 둘...
마눌님은 성큼 성큼 서방을 버리고 홀로 잘도 걸어 오른다.
그러다...
느낌이 이상했던지 ?
뒤돌아 보며 어느새 곁에서 한참을 떨어진 서방을 기다려 주고.
저렇게 힘차게 잘 오를줄 알았다면
마눌이 좋아하는 뚱땡이 맥주 두병은 저 베낭에 넣어 줄걸...
쪽새골과 이별하며
갑자기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 등로의 힘겨움에 차츰 지처만 간다.
아~!!
두어깨의 박산행 베낭의 압박감도 점점....
윗옷을 한번 벗어 쥐어짜니
주르르르~
육수가 한 양동이쯤을 쏟아낸다.
그만큼 내안에 들어찼던 세상사의 모든 욕심이 함께 쏟아저 내린다.
햐~!!!
내 몸안에 나쁜 피가 다 빠저나간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아울러...
시들해저 가던 내 근육들이 어느새 펄펄 되살아나며 박달나무처럼 탱탱해진다.
이정도면 됐다.
다시 세상사에 부대껴도 견뎌낼 충분한 힘이다.
하늘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것들로 꽉 들어찬 이 더러운 세상을 살아 가자면
반드시 나에게 필요한 정신이고 신체 근육이다.
그간에 꽉~ 들어찬 수목에서
어느 한순간 벗어나자 밀려드는 바람~ 바람~ 바람~
내 몸 구석 구석을 훍고 지나는 민주지산 정상의 찬바람속을 무상무념속에 그렇게 난 한동안 서 있었다.
훅하니 폐 속으로 빨려 들어온 바람이 몰고 온 약간의 습한 공기가 숲의 향기와 섞여 있다.
비가 오려나~?
별님과 달님을 벗삼아 꿈결같은 산정의 밤을 위해 이곳에 왔는데...
저녁 노을이 찬란하다.
하루해가 저물며 그려놓은 하늘은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치장을했다.
저 풍광만 보면 난 왜 이리도 서러울까 ?
원인 모를 쓸쓸함으로 가슴이 시리고 아프니 말이다.
초록잎새가 곁에 없었다면 아마도 찔끔 눈물 한방쯤은 분명 지렸을 거다.....
한참을 민주지산 정상에서
노을과 풍광에 빠저 허우적 대다 우리를 기다릴 산우가 생각나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오전부터 올라 오기로 한 산우들과 우린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미 땅거미가 내려 앉은 대피소...
산우들은 만찬을 차려 놓고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마자 내민 술잔에선 더덕향이 짙게 풍긴다.
오늘 산행하며 채취한 더덕이 푸짐하다.
고기가 구워지고 술잔이 돌아가는 깊은밤...
살그마니 빠저나와 대피소와 떨어진 곳에 초록잎새와 하룻밤 묵을 5성급 호텔을 뚝딱 지어놓고
다시 합세한 동료들과의 술자리.
그런데...
깊은밤이 되어 끝난 뒷자리의 여운이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우리 산우들과 합세한 홀로오신 그님의 술이 과했던 모양이다.
도를 약간(?) 넘었다.
그날밤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별님과 달님의 달콤한 속삭임 대신 산정엔 주정꾼의 괴성이 차지했고
길도 없는 벼랑길로 굴러가는 그님을 데려다 눕혀 주며 하얗게 지샌 그밤의 일들이 많은 생각을 갖게했다.
그님은 상처와 한이 많았나 보다.
아마도...
살면서 부대키며 받아온 상처들을 이 깊은 산중에 홀로 들어 저렇게 치유하며 달래려 했던건 아닌지 ?
짙게 풍겨나던 밤새 쏟아낸 그의 푸념과 하소연 넉두리에 난 그만 얄밉기도 했지만 웬지 미워 할 수 만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시 한수....
너
- 김 완하-
너로 하여 세상을 밀고 가던 때 있었다
너를 의탁하여 가파른 벼랑 위에
나를 세우고, 아찔
아찔 그 어질머리에 기대 있을 때 있었다
너를 업고 따라가던 때
너를 업고 가던 때도 있었다
너 이놈, 술
새벽....
기운 떨어진 그님이 잠든덕에 나도 잠시 잠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밖의 소란스럼에 잠이 깬다.
뭘까~?
여기 저기의 새들이 숲을 흔든다.
청아한 새들의 울음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어 텐트의 문을 젖히니 밖은 이미 훤하다.
잠이 든 초록잎새를 깨울 틈도 없이 정신없이 일어나 밖을 나가자
그 바람에 초록잎새 눈을 뜨며 날 처다 본다.
"같이 갈래~?"
도리 도리 고갯짓의
초록잎새를 남겨두고 정신없이 민주지산 정상을 향해
뛰어 가던중에 동녁을 바라보니 말갖게 이미 해가 솟아 오르고 있다.
민주지산 정상의 아침일출은
소박하게 떠올라 찬란하게 세상을 내려 비춘다.
산 골골이 들어차기 시작하는 운해와 산 그리메들의 선경에 순간 산찾사의 가슴이 벅차다.
저걸 어찌 담아가나~?
내 욕심이다.
줌렌즈가 고장나 17mm 단렌즈 하나 달랑 들고온 미러리스 구식 디카론 어림없다.
언제 형편을 보아 은근슬쩍 렌즈하나 구입하려 해도 이젠 염치가 없어 마눌 초록잎새한테 말도 못 꺼낸다.
지난달 메리설산의 여파가 남았고 막내놈이 대학에서 단체로 백두산 여행을 간다고 해서
이달엔 마이너스 백만원이 훨 넘었다는 마눌님의 경고성 발언에
수시로 들락날락 하던 지름신도 이젠 포기를 했나 뜸해진 요즘인데 이럴땐 정말 내 지르고 싶다.
ㅋㅋㅋㅋ
아침 바람이 신선하다.
그동안 못 볼거 보고 사느랴 피곤이 상접한 안구정화는 확실하게 했다.
대충 디카에 그 선경을 담는걸 끝으로 하염없이 산 그리메에 빠저 들며 이제는 그 풍경들을 마음속에 담아 본다.
다시 찾아든 우리의 오성급 호텔....
비록 방음벽이 부실했지만 그런대로 훌륭한 보금자리다.
초록잎새가 찬바람을 몰고 들어온 나를 보며 민주지산 정상을 궁금해 한다.
"쥑~여 줘~"
"얼른 가봐~"
그래서 홀로 올라간 마눌 초록잎새.
쥑여주는 풍경에 죽었나~?
아침밥 먹을 시간이 다 됐어도 내려올 줄 모른다.
정상에서 내려선 초록잎새랑
우리들의 산우가 기다리는 아지트 민주지산 대피소에 내려서니
오늘의 주방장 피나님이 아주 맛나게 죽을 끓이시고 있다.
왁작지껄....
다들 지난밤의 이야기로 할 말들이 많은가 보다.
정겨움....
다들 이쁘고 사랑스러운 나의 산우들.
대포동급 미사일을 장착한 디카를 소유한 필봉이...
지난밤 酒님을 너무 섬겼나 보다.
이른아침 일출을 놓칠넘이 아닌데 이제사 일어나 앉았다.
"얀마~!"
"오늘 일출 정말 멋졌어~!"
그런데 이넘은 나의 염장질에도 꺼떡없이 빙그레 웃음만 짖는다.
그러며 하는말...
"형님~"
"해는 여기서도 떠유~"
이궁~!!!
다같이 아침을 먹고...
아니온 듯 깔끔하게 정리한 무인대피소에서 우리 부부는 또다시 산우들과 이별을 했다.
전날 길게 산행을 이어온 산우들은 곧바로 하산을 결정.
반면...
모자란 산행으로 허기가 진 우리 부부는 마저 산행을 하기로.
일행들을 남겨두고 먼저 떠난 우리부부...
민주지산 정상에 선다.
어제부터 3번째 민주지산 정상에 섰는데도 매번 새롭고 풍광은 황홀하다.
그냥 갈 수 없어 우린 오랜만에 셀카로 우리부부의 민주지산 등정기념 사진 한장 남겨본다.
석기봉을 향한 능선길...
언제 이길을 걸었었나~?
참으로 아마득한 기억속의 능선길이다.
아주 오래전 황간까지 열차로 와서 버스를 타고
찾아 들었던 민주지산의 첫 발걸음이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다.
민주지산은 우리나라 식물분포도가 제일 다양하다는걸 증명하듯 봄날에 찾아들면
지천으로 널려 있던 봄나물로 예전엔 빈 베낭으로 돌아간적이 별로 없던 아낌없이 베풀어 주던 산였다.
지금껏 이어지던
편안한 능선의 육산이 암릉으로 바뀌면 석기봉이 지척이다.
지난밤 다 털어낸 베낭이라도 암릉엔 좀 부담스런게 박 베낭이다.
안전에 주의 하며 조심스레 올라서자 세찬 바람이 먼저 우릴 반겨준다.
오우~!
예~!!!!
석기봉 정상에선
그간의 목마름을 한방에 해결해 주는 시원하게 얼린 캔 맥주 한잔의 즐거움을 누린다.
이맛에 산을 타고 마라톤을 한다는 우리 초록잎새의 표정이 압권이다.
그렇게 좋아~?
정말 맛나게 들이킨다.
요 장면을 동영상에 담았는데 하이트 맥주회사에서
CF광고물로 한번 쓰자고 할지 모를 정도로 시원하게 마시는 장면을 담았다.
정말인지는 나중에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길...
ㅋㅋㅋ
울 마눌님...
지가 다 마셔놓고 딱 한모금만 냄겨 준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가지구 서리 무겁게 들고온 서방 챙겨준다는게 겨우 요거다.
석기봉은 정말 가기 싫을 정도로 바람이 시원했다.
그래도 가기는 해야것징~?
석기봉을 내려서는 초록잎새의 표정엔 그래서 아쉬움이 그득 담겼다.
다시 유순한 육산의 능선길...
그길이 고개를 들며 고도를 높이다 우릴 이끌어 놓은곳엔...
3개도가 한곳에 뭉친 삼도봉이다.
삼도봉...
뙤약볕이 살갖을 다 태울 정도로 따겁다.
바람도 한점 없고.
쫓기듯 삼도봉을 내리 꽂는
능선을 따라 내리자 삼거리에 이르고.
우리 부부는
한적한 숲속을 찾아들어 미나미골로 숨어 들었다.
빼곡한 침엽수림....
걷는것 조차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숲길이다.
그래서...
해찰을 떠는 나와 상관없이
팔랑 팔랑 잘도 걸어 내려가는 초록잎새를 몇번이나 불러 세웠다.
드디어 도착한 황룡사.
일요일인데도 그닥 산을 찾는 사람이 없어 한적한 민주지산이 참 좋았던 오전 산행을 끝낸다.
더운 여름날엔 오후 늦게 올라 산정의 푸른밤을 지새고 이렇게 오전중으로 내리는 1박2일 산행 스타일도 참 괜찮단 생각이 든다.
늘 두렵고 떨리는 삶이다.
가난을 짊어지고 어렵게 사는 민초들에겐 더욱 팍팍해저만 가는 이세상이
혈기 왕성할땐 한때 만만해 보일때도 있었지만 아주 잠시뿐였고 살아오면서 느낀건 여전한 두려움이다.
시간은 느리지만 세월은 어찌 이리도 속절없이 빠르기만 한지 ?
이젠 정년도 얼마 남지 않는 직장생활을 잘 버텨 내야 겠지만....
무엇보다...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보다 더 힘들다는 이세상에서
다른 뉘집 자식이야 어떻게 되던 말든 내 새끼들이나 잘 되기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들과 세속적인 욕망의 끈들을 어쩌지 못한 불안함을 떨구기 위해 틈만 나면 또 우리 부부는 산을 찾는다.
어제와 오늘처럼 여전히 산은 그런 우리 부부를 다음에도 또 싫다 않고 받아 주겠지 ?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동영상으로 1박2일 산행 따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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