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봉평 고랭길 & 메밀꽃 축제

산행일 : 2012.9.12.(수요일)

누구랑 : 나홀로 안내 산악회를 따라서.

 

대전의 안내 산악회 일정을 살펴보니

봉평의 메밀꽃 축제와 연계된 산행지로 나에겐 생소한 고랭길이 나와있다.

고랭길이 뭔가 ?

 

예전 태기산을 올랐다가 축제장에 들렸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때 은발님 그리고 표범님과 함께 봉평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음식점에서

맛 보았던 메밀국수와 만두에 대한 미각의 기억은 생생하여 혀 끝엔 침이 솟는 반면

술을 못하는 나의 체질상 한잔의 막걸리는 생각만 하여도 속은 울렁,가슴은 벌렁,머리통은 빙글빙글 뱅뱅이다.

 

그때 그 맛을 평 하자면

강남 스타일 미식가 은발님은 그저 그런 맛이라 했지만

촌놈 스타일 산찾사는 아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날 몽땅 음식값을 지불했던 표범님을 그 이후론 아직도 만나지 못함에

쓰디쓴 커피한잔 대접 못 한 미안함이 오랜 세월이 지났슴에도 가슴 한켠엔 오롯이 남아 있다. 

 

팔랑개비 팡~팡~ 돌아가던 태기산의 풍경보다

혀끝으로 기억되는 그날의 추억이 생각나는 봉평으로 향하던 날.

평일날 한가로움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관광버스가 다 왔다며 내려 줬는데 

고랭길의 들머리는 뜻밖에도 국도옆의 얕으막한 야산이다.

 

 

 

 

고랭길....

봉평으로 향한 옛길을 복원한 것이라 했다.

고랭길은 면온과 봉평을 넘나들던 장돌뱅이들과 옛주민들의 산길였다.

그간 출입이 금지된 곳을 고랭길로 개발하며 풀었다니 자연미가 살아있는 때묻지 않는 길이다.

 

 

 

 

피닉스 파크에서 시작된 고랭길을 시작하자

초입의 완만한 숲속 산책길이 갑자기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다행인건 꼬부랑길이 고도를 낮춰 편안함을 주고 시원스레 뻗어 올린 등로옆

침엽수림은 피톤치드 담뿍 담긴 숲 향기를 뿜어주니 도심의 삶에 찌들고 지친 심신이

위로 받음으로 순간 유쾌,상쾌,통쾌함이 전신을 훍고 지남에 살폿 발걸음은 가볍게 언덕을 넘긴다.

 

 

 

 

언덕을 넘어서자

아주 평탄한 육산이 길게 길게 우리를 안내하고.

 

 

 

 

그렇게 걷다 올라선 아주 얕은 둔덕....

이놈이 번듯한 이름까지 얻어 명패를 달았는데 초봉이란다.

힘겨울것 없는 둔덕에 오른 길손을 쉬어 가라며 초봉은 넉넉한 인심을 베풀어 쉼터를 제공한다.

 

 

 

 

엉덩이 살짝 붙었다 떼어놓은 초봉을 뒤로 걷게된 숲길은

걸을 수록 참으로 좋은 길이다.

그래서...

야금 야끔 짧아지는 산책길이 아쉬워 난 아껴가며 걸었다.

 

 

 

 

울울창창 키재기 하듯  

하늘로 솟아 오른 침엽수림을 모가지 아프게 올려도 보고.

 

 

 

 

둥치만 남았어도

살아 생전의 그 영화를 짐작케 하는

고목의 전생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도 살피며 걷다 보니.

 

 

 

 

이런~!!!

 

아직도 한참을 살아야 하는

아까운 청춘의 목숨을 끊어놓은 얄미운 태풍의 흔적에 가슴이 아픈 현장을 지난다.

 

우이씨~!!!

정말로 밉기만 한 태풍아~

다음엔 갈수록 반성을 모르는 얄미운 일본이나 때리고 우리한텐 제발 오지 말아라~잉.

 

 

 

 

타박 타박 걷는길..

조급함도 조바심도 없는 평온함으로 그길을 걷는다.

제아무리 해찰을 떨며 걸어도 고랭길 1코스는 겨우 5.8km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정표 또한 잘 돼 있으니 어린이나 노약자도 절대 길을 잃을 수 없는 숲길이니 안심해도 좋다.

 

 

 

 

길을 걷다가

목마른 길손은 저 물을 마셔도 좋으리라.

 

 

 

 

걷다보니.. 

또다시 만난 쉼터는 날 보고 쉬어 가란다.

오늘은 산찾사가 말을 참 잘 듣는다.

쉬라니 쉬어야 쥐~

그런데...

강원도는 강원도 다.

얕은막한 이곳의 삼구 쉼터 표고가 자그만치 810m...

 

흐미~!!!

 

 

 

 

삼구 쉼터의 주위엔

무슨 용도로 만들어 세웠는지 이런 나무 움막이 보인다.

호기심에 들어가 앉아보니 향그런 나무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돛자리 깔고 걸판지게 한숨 때리고 가면 좋겟단 생각이 불현듯 든다.

 

 

 

 

초봉 다음은 ?

중봉 이래유~

그럼 다음은 말봉 내지는 끝봉 일까 ?

우야튼 중봉의 쉼터에 또 걸터 앉아 마른목도 축이고

마눌이 정성껏 싸준 간식으로 포도의 과즙을 즐기고 나니 주위엔 아무도 없다.

 

아무렴 어떻리...

오늘은 호젓한 홀로 산행이 더 좋다.

 

 

 

 

 

중봉을 넘기고 나자

침엽수림의 수종이 상수리 나무 군락인 활엽수종으로 바뀐다.

그덕에...

나의 느려터진  홀로 발걸음은

여기저기 떨어진 도토리를 줍느랴 한눈을 파는  노년의 두 부부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르신~!

쪼르르~

이리로 저리로 돌아 댕기는 저 다람쥐 먹이는 남겨 주실거죠~?

 

 

 

 

걷다 문득 능선아래를 보니 골프장이 훤히 내려 보인다.

이런 숲길을 걷는것 보다 저게 더 잼 날까 ?

그래도 난 웬지 당췌~!!!

호기심 내지는 관심조차 생기지 않는걸 보니

저건 내 체질엔 맞지 않는 스포츠가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엔 어쩐일인지 저걸 해 보겟다구 나서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

예전엔 아주 고급스런 스포츠로 인식되던 테니스처럼 골프도 이젠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건지

아님 저걸 하면 신분상승 이라도 된 양 으쓱 거려지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길옆의 소나무...

이런 소나무라면 맨날 옆에다 두고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다...

 

 

보기만 하냐~?

당연 만지고 싶고 안아도 보고 싶다.

 

 

 

딘장~!

우라질레이션~!!!

 

그게 이거였어~?

이미 빳빳하게 서 있는걸

자꾸 만지면 안되지 되지 돼지 같은넘아~

ㅋㅋㅋ

 

 

 

 

 

그간...

길이 너무 평이해 심심했을 순례꾼들을 위해

고랭길은 한차레 가파른 오름질을 시킨다.

고랭길은 그래서 또  산찾사의 마음에 든다.

그래~!

아~주 좋아~!!!

 

 

 

 

오름길을 올라서면

당연 그에 따른 보상이 따른다.

시원 시원한 조망들....

 

 

 

 

 

이젠 고랭길도 막바지...

그 내림길 입구는 효석 문학 숲길이란 명패를 달고 우릴 맞아준다.

 

 

 

 

효석 문학숲길 이정표엔 이런 문구를 넣은 안내문도 있다.

 

햐~!!

좋다.

 

그런데...

달이 밝으면 옷을 벗고 싶냐 ?

ㅋㅋㅋ

허생원은 분명 배불뚝이로 몸매가 형편 없었던 모양이다.

달빛에 들어난 몸매를 누가 볼까 무서워 물레 방아간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리고...

메밀꽃 필 무렵이면 지금인데

요즘의 밤이면 아주 선선한 날씨라 한밤의 알탕은 솔직히 춥다.

우야튼...

남녀의 일은 우연히 성사되는 법.

그런데...

물레방아간에만 들어가믄 사랑이 마구 오는겨~?

아주 형편없는 몸매의 허생원도 원나잇 스탠드지 지랄인지가 성사된건 아무래도 달빛 때문이 아닐까 ?

고저 뇨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드엔 쥐약이라니 말이다.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허생원이 동이와 우연히 상봉하게 된 주막집은 물론

허생원이 잊지 못할 여인과 사연을 만든 물레 방아간의 배경이 되는 이길은

효석의 문학으로 다시 태어나 오늘 우리가 까막득히 잊혀저간 옛 정취를 그리며 걷게 만든 고랭길이다.

장에서 장으로 가던 옛 숲길...

지금은 고랭길이라 이름 지어진 이 숲길을 숱하게 걸어 넘으며

작가 이효석은 분명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그려내고 써 내려 갔으리라...

 

 

 

 

효석문학 숲길이 두갈레로 갈린다.

진행방향 좌측으로 향한길은 거금 2천냥을 내야하니

그게 싫은 등산객은 이길로 들어오지 마란 안내문이 걸려 있다.

쫌생이 산찾사는 2천냥이 아까워 솔~솔~ 피어 오른 호기심을 억누르고 그냥 직진길을 택해 내려 섰는데....

 

 

 

 

그 길의 끝자락엔

멋드러진 건물과 함께 입장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효석 문학의 숲이라 이름지은 테마공원 이다.

 

 

 

 

이효석 문학의 숲...

저 테마공원에 들어서면 달빛이 형형하게 쏟아저 내리고

고저 뇨자들은 헤벌레 헤픈 뇨자가 될까 ?

그럼 2천냥도 아깝진 않을텐데...

그뿐이냐 ?

난 적어도 비겁하게 물레방아간에 숨어 옷을 벗진 않을거다.

당당하게 남자답게 벗어 제켜 울퉁 불퉁 근육질의 몸매로 처자를 홀려 버릴테다.

ㅋㅋㅋㅋㅋ 

 

 

 

이효석 문학숲길의 바로 아래엔

넓다란 메밀 꽃밭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이얀 소금을 흩 뿌려놓은 양 메밀꽃은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메밀꽃밭 한켠엔

고랭지 배추도 실하게 꼬깽이가 여물어 가고 있으며..

 

 

 

그 아래엔 예전 시골에서 흔하게 보던 곡식이 고개를 숙여 가을을 알린다.

그런데 요즘 도심의 아이들은 저 곡식이 뭔지나 알까 ?

 

 

 

 

이효석 문학숲 테마공원을 나와

도로를 걸어 이정표가 가르키는 대로 이번엔 이효석 생가터를 찾았다.

 

 

 

 

이정표의 표기대로

정말로 이효석님의 생가는 터만 남았고 건물은 이를테면 리모델링을 하셨다고...

생가터 덕에 그 옆의 음식점만 대박이 나셨다.

손님들이 바글 바글...

 

 

 

 

 

 

 

 

이 효석님의 생가터와 700 미터 떨어진 곳.

실제 선생이 살던 그 시절을 그대로 복원한 건물이 세워져 있다.

이럴거면 돈을 좀 더 들여 생가터를 구입해 복원을 했으면 더 좋으련만....

물론 돈이야 더 들겠지.

그래도 그렇치.

이효석이란 인물을 테마로 축제를 열면서 지들은

숱하게 돈을 쓸어 담아 가는 지역이 정작 이곳을 찾아 돈을 풀어 놓는

관광객에 대한 대접으론 예의로나 도의상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불현듯 든다.

내말이 틀려유~?

 

 

 

 

 

걷다보니 메밀 꽃밭속에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가 내 발목을 잡았다.

발걸음은 자연 그곳으로 향한다.

무명가수의 열창.

 

흥에 겨운 아줌씨가 어깨를 들썩이다

끝내는 무대로 뛰어 올라 멋진 춤사위을 펼친다.

함께온 친구들도 흥겹고 보는 사람은 즐거운 다함께의 축제 분위기가 보기 좋다.

저 아줌씨의 비위짱이 난 참으로 부럽다.

저렇게 마음 내키는 대로 풀어 버리는 성격이면 얼마나 좋을까 ?

저절로 흥에겨운 나머지 어깨만 들썩대고 있는 난 죽어도 저 무대로 뛰어 오르진 못할것 같다.

마음은 나도 함께 어우러지고 싶은데...

 

 

 

 

 

예전에 비해

축제의 규모가 많이 커지고 다양해진 느낌이다.

 

일년중 한철...

인물하나 잘난 사람을 둔 덕에 봉평은 숱한 사람들로 복작댄다.

축제장뿐만이 아니라 시장도 마을의 골목과 거리도.

 

 

 

 

 

 

 

 

가을의 문턱에

나홀로 훌쩍 떠나본 여행같은 나들이 산행길...

 

봉평의 메밀꽃 축제는

잊혀저 가던 옛 문인 이효석님을 재 조명함으로 옛 정취의 서정적인 풍광을 회상하게 만들고

축제에 찾아든 모든이에겐 문학을 일깨우는 데 일조를 한 격조있는 축제로 자리했다란 느낌이 들어 좋다.

특히...

걷기를 좋아하는 트래킹 매니아를 위해 

고랭길을 연계하여 축제장까지 연결한 점은 높이 살 만 하다

하여...

굳이 메밀꽃 필 무렵만이 아닌 

사계절 어느때고 좋으리란 생각에 산찾사의 여행지 추전 한표를 보태는 바이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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