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지리산 천왕봉
산행일 : 2012.8.12. 일요일...흐리고 비
누구랑 : 산찾사. 초록잎새. 사노라면. 혜진. 들뢰즈.
어떻게 : 중산리~ 칼바위~로타리 산장~천왕봉~제석봉~장터목~유암폭포~칼바위~중산리
(산행 개념도)
얼마전 혜진님이 한 야그...
아직 지리산 천왕봉엘 못 올라 가 봤단다.
마침 일요일에 닿는 산찾사의 휴일.
이런 경우엔 밑밥도 필요 없다.
"혜진 물어~"
이 한마디에 덥썩 물어 버린 혜진.
덤으로 듬직한 우리의 분위기 메이커 겸 포터 사노라면이 걸려들고
그 꼬리엔 의외로 묵직한 들뢰즈가 또 꼽사리로 동참을 했다.
일찍 나선 이른아침.
대진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찌프린 하늘에 빗줄기가 비치더니.
딘장~!
아주 본격적으로 쏟아진다.
오늘 산행을 해야 뎌 말아야 돼~ ?
잠시의 갈등.
그래도 이왕 나선길 가보자.
한여름 장마기간 임에도 가뭄에 찌들었던 대지를 적셔주는
고마운 빗님을 원망 할 수도 없기에 기꺼이 오늘 우리는 그 비를 맞아 주련다.
우중산행...
고거이 아주 시원할 수 도 있슴을 우린 알기에...
꼬오렉~?
꼬럼..
하모...
중산리 주차장에
거금 일일 주차비 5000냥을 주고 나의 애마 투산이를 잠재운 뒤..
산행채비를 갖춰 들머리를 향해 오른다.
다행히 비는 소강 상태를 보이다 그친다.
평소같음.
수많은 인파로 바글 바글 댔을 이곳엔 우리들 뿐...
ㅋㅋㅋ
이럴땐 빗님이 고맙다.
혼잡스런 인파에 스트레스 풀러 왔다가 오히려 더 쌓일수 있는게 휴일의 유명 국공립 공원이다.
초반...
힘좋은 사노라면을 뒤로 보낸다.
대신 오름길의 힘겨움에 낑낑대는 혜진님을 앞세워 놓고는
절대로 혜진님을 추월하지 마라 명령을 내린뒤 그녀의 뒤를 어슬렁 어슬렁 따라 올랐다.
칼바위...
첫 휴식에 든다.
이른 아침에 나선탓에 간식으로 출출함을 달랜다.
오랫만에 따라나선 들뢰즈가 간식으로 내놓은 빵은 술빵.
이런맛 정말 오랫만이다.
와우~!!!
이런걸 어디서 사왔냐 ?
사온긴...
들뢰즈 어머님이 직접 만드신 거란다.
우리세대는 이런맛에 향수를 느낀다.
어릴적 생각도 나고.
요즘 애들은 아마도 이런건 줘도 안먹을것 같다.
내가 피자, 소세지, 햄, 치즈를 병적으로 싫어하듯 말이다.
간식에 힘을 얻자
걷는 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덤으로 열려버린 땀구멍에선 연신 몸물이 홍수를 이루며 흘러 내린다.
도대체...
이 많은 수분이 어디서 부터 이렇게 흘러 내리는지 ?
아울러..
땀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들의 성가심.
지난번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을 위해 준비했던 모기 퇴치제 분무기가 효과를 발휘한다.
정작 그곳에선 꺼내지도 않았던 그게 요즘 산행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고 보니...
아프리카의 날씨가 그립다.
열대지방인 그곳보다 귀국하고 보니 우찌나 울 나라가 습하고 덥던지 ?
나날이 숨이 턱~ 막히는 날씨의 연속이다.
망바위...
이젠 얼추 올라선거다.
기념 사진을 박아 달라는 들뢰즈의 요청에 단체사진을 박았다.
한동안 운동을 게을리 하던 들뢰즈가
오랫만에 만나고 보니 어쩐일인지 홀쭉(?) 하다.
그동안 13kg을 감량 했단다.
그간..
학생들 수업준비는 물론 논문을 다시 쓰느랴
운동 할 틈이 없었다고.
얀마~!
핑게 대지 말고 앞으로는 열심히 운동해라.
그러며..
내가 한말에 들뢰즈는 쑥스런 웃음을 짓는다.
뭔 야그를 햇냐구여~?
교수넘들 논문은 무슨 논문이냐
오타가 난 조사까지 그대로 배껴 써 내놓고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한점 없는 학자의 양심을 부르짖는게 유명교수들의 논문인데
너처럼 별로 유명인사가 못되는 교수야 아무 문제 없을팅께 그냥 적당히 너도 여기 저기 조금씩 가저다
그럴싸 하게 짜집기나 잘 하믄 100% 배껴 써 넣은 넘보다 성의있고 양심있는 논문이 아니것냐 ?
아울러...
대학이나 학생이나 강의는 개판여도
학점만 후하게 주면 아주 능력좋고 덕망있는 교수로 대우받는게 요즘 우리 대학의 현실인데
뭔 수업 준비 ?
김 명호 교수가 왜 부러진 화살이 됐는지 아냐~?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며 그냥 적당히 살면서 니 건강이나 챙기는게 장땡이나 뭐~ 이런 야그를 해줬는데...
결과는 뭐~
별 씨아리가 멕히는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그래도 저런 먹통(?) 같은 소시민이 있어 이나라를 지금껏 지탱 해온게 아닐까 ?
로타리 산장을 앞둔 넓직한 공터.
산우들이 목마름을 호소한다.
이럴땐 ?
당근 시원한 맥주가 최고다.
법계사 뒷편의 암반에 올라 시원한 조망을 내려보며 먹고 싶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다니 워쩌~!
비는 이제 완전 끄치려나 ?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운무가 지리산 골골을 채운 뒤
스멀 스멀 피어 오르는 풍경이 아름답다.
로타리 산장....
시원한 산장의 샘물 한번 마시고 식수를 보충 후...
법계사를 스처지나
자욱한 안개가 스멀 스멀 침범하는 숲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왕봉을 향한 최단 코스...
당연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올라야 하는 가파름에 혜진낭자 지처간다.
길옆...
나무는 죽어도 저렇게 쓸모가 많다.
가만 보면...
얄궂게도 장승의 코가 거시기를 닮았다.
개선문에 도착했다.
그럼 이젠 천왕봉에 다 온거나 진배 없다.
개선문을 통과하는데
그냥 갈 수 없다는 사노라면....
물론 무거운 짐의 무게를 덜어보고자 하는 수작도 곁들였다.
사노라면은 빌빌대는 혜진낭자의 개나리 보따리까지 짊어졌기에 그럴만도 하지만
역시...
힘좋은 포터로서의 의무를 실행해야 하는 굴레를 오늘도 벗어날 수 없는걸 보면 그것도 팔자다.
개선문을 지나 얼마 후...
이게 웬일이니 ?
갑자기 쏟아 퍼붇는 장대비.
급하게 베낭커버 씌우고 우의를 찾아 입는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보아하니
금방 그칠비도 아닌것 같다.
하아~!!!
오늘 아주
날궂이는 제대로 할 것 같다.
그렇게 올라선 천왕봉.
혜진낭자가 복을 많이 쌓았나 보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서서히 그치기 시작한다.
베낭속에 잘 갈무리 해 뒀던 디카를 다시 꺼내어 첫 등정의 기쁨에
예쁜 미소를 흘리는 혜진 낭자의 용모파기를 여러장 담아 본다.
못말리는 산우들이다.
정상의 세찬 바람에 잇빨이 덜덜 떨리는 추위를 피해
바람이 잔잔한 암반으로 피난해 내려오자 그 추위에도 정상주는 해야 되겠단다.
으 29~
안개가 걷힐것 같다며
내려서길 거부하던 산우들이 다시금 휘감아 오는
안개에 굴복당해 아쉬움을 뒤로 하며 천왕봉을 내려선다.
한여름 지리의 숲속은 야생화 천국이다.
산오이 풀꽃,동자꽃,산수국,초롱꽃등등....
야생화를 좋아하는 님들이 찾아 왔다믄 아마 까무러치게 좋아 할 풍정이다.
수분을 잔뜩 머금고 바람에 살랑대는 야생화의 청초함은 무덤덤 무감각의 멋대가리 없는
산찾사의 감성을 깨워놓더니 마침내 걸음까지 멈추게 하는 마력을 선 보였다.
지리산은 올때마다 달라진다.
허물어지고 쓸려 내려가고....
그걸 복원하고 보수하는 흔적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인의적인 복원이 옳은건지
자연에 그대로 맡겨야 하는게 옳은건지 난 모른다.
일본의 북알프스 종주때 아주사와 강이 범람하며 쓸려 내려갔던 돌무더기는 물론
산사태까지 자연은 그대로 두면 자연 치유되고 복원 된다는 그네들의 방식을 보면 그게 옳은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통천문을 향한 내림길...
햐~!!!
찌푸린 하늘이 일순 벗어진다.
순간 눈앞에 벌어지는 풍광에 산우들 환성을 내지른다.
넘실대는 운무사이로 언뜻 언뜻 내 비치는 짙푸른 산하가 그림이고 예술이다.
이런 풍광에 대한 묘사는
짧고 미천한 글 솜씨가 오히려 군더더기가 되고 구차할 수 있다.
그래서...
아래의 그림으로 대신.
통천문에서 만난 젊은 연인들...
대전에서 왔덴다.
아직은 연애중인 아름다운 연인들이다.
27~8년전 산찾사와 초록잎새가 정분이 난 뒤로 산으로 산으로 찾아들던 그때의 우리 모습을 보는것 같다.
젊은 친구들은 그 젊음 자체만으로도 이쁜데 이렇게 산을 찾은 애들은 더욱 더 이쁘다.
우리 카페를 갈켜주며 한번 찾아오라 했는데...
비가 그친 제석봉이 싱그럽다.
항상.
쓸쓸함과 허무함이 감돌던 제석봉의 느낌이 오늘만큼은 새롭다.
계절탓일까 ?
생동감과 싱그러움이 어우러저 풋풋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제석봉을 내리면 바로 장터목 산장.
그제사...
황홀한 풍광에 홀려 잠시 잊고 있던 허기가 몰려든다.
오늘의 주방장은 사노라면...
맛 없이 끓여내면 니놈을 뜨건물에 입수 시킬거란 엄포에도 실실 쪼개는 사노라면...
라면맛에 대한 비장의 래시피가 있는가 보다.
끓는물에 라면 먼저 넣고
그 뒤를 이어 어묵이 입수를 한 뒤...
양파도 넣고.
계란 탁~!
파 숑~ 숑~
잠시 익기를 기다리며 또 맥주로 건배...
이후..
어묵 먼거 건저 먹고
쫄깃 쫄깃 라면빨 빨아 땡기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먹으니
흐미~!!!!
세상사
부러울것이 하나두 읍네~잉....
이젠 내려가야 할 일만...
급하게 내려 백히는 계곡길이 진정되는곳에 유암폭포가 자리한다.
시원한 물줄기.
생각같음 그냥 퐁~당 뛰어들고픈 마음 간절하나
여기는
국공립 공원이라니 참아야 하느니라~
언젠가
큰물길에 휩쓸렸나 보다.
아주 오래전 찾아들던 계곡의 기억속엔 이런 풍광이 없었는데...
수분을 잔뜩 머금은 등로가 미끄럽다.
오름길을 힘겨워 하던 혜진낭자가 우쩐일인지 이런길은 날래게 도망간다.
서방도 떼놓고.
산찾사 오라버니도 모르척 쌩까고.
이런 하산길엔 완전 버벅대는 초록잎새 언니도 왕무시하며 내달려 내려간 뒤엔 소식도 없다.
그녀의 뒤를 디저라 쫓아 내려 오느랴 덕분에 하산은 일찍 끝낸다.
히유~!!!!
산행을 끝낸 후.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을 장소는 화장실 뿐...
남정네들이 윗통을 벗고 볼썽 사납게 씻는다고 청소부 아줌씨의 구박이 심하다.
발을 올려 놓고 절대 씻지 마라 쫓아 댕기며 참견한다.
끝내는 메인 수돗꼭지를 잠궈 버리기 까지...
그래서..
산찾사는 못 씻었을까 ?
천만에 만만에 말씀.
남자 화장실엔 청소 도구함을 넣어 놓는곳이 있는데
그곳엔 수도꼭지는 물론 그 물을 받아 쓸수 있는 바가지까지 있다.
다만..
옹색한 공간이 쬠 불편할 뿐.
잠금 장치까지 있으니 이글을 보신 분들은 그곳을 찾아가 맘놓고 씻으시는데
다만 남자 화장실에 청소부 아줌씨가 느닷없이 찾아올땐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알아서들...
ㅋㅋㅋ
한여름 산행의 묘미는 알탕인데
현실적으로 그걸 못하게 막았다면 그 대안으로 화장실에 샤워장과 탈의실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한여름 씻지 못하고 차에 올라타면 악취가 장난이 아니다.
찝찝한 본인은 물론 타인에겐 완전 참기 힘든 민폐다.
합천의 가야산은 계곡물을 끌여올려 씻을 수 있는 샤워장이 있던데
다른곳도 그런 시설을 갖춰주길 바란다.
오락가락 빗줄기속에
간간히 지리의 은밀한 속살을 부끄럽게 내 주던
오늘 산행이 또 나의 추억속 아름다운 한페이지를 장식한다.
함께 해준 산우님께 고마움을 전하며...............(산찾사.이용호)
(지리산의 운무 쇼 동영상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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