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공주 청벽산~명덕산
산행일 : 2012.3.09. 금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청벽가든~청벽산~매봉재~국사봉~마티고개~수월봉~달걀봉~명덕산~청벽가든
-후기-
평일에 닿는 휴일의 한가로움을 근교산행으로 메우기로 했다.
급작스레 결정해야 되는 산행지.
어디로 갈까 ?
그러다 문득 떠오른곳이 청벽산이다.
금강변의 노을빛이 청벽대교와 어우러질 쯤이면 그 풍광이 기막히게 아름답다는 그곳.
그래서...
그곳은 입문하는 사진작가들의 명소가 된지 오래다.
한번 가본다 하면서도 가까워 그랬나 ?
아직 발걸음을 못 한곳이다.
대전을 떠난지 30여분...
산행 들머리 청벽가든의 옆 넓직한 공터에
애마를 주차후 국사봉을 가르키는 이정표를 따라 오름질을 시작한다.
전날...
한동안 못햇던 웨이트로 다리운동을 빡시게 했더니 온몸이 다 아프다.
그런몸으로 나간 마라톤 동우회 회원들과의 한밤 달리기후 집에 오니 초록잎새가
뚱땡이 한병을 뚝 따서 함께 마시자니 목 마른김에 연거퍼 마실때는 좋았는데 그 후유증으로 오늘 빌빌댄다.
청벽산..
다행히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일망무제의 조망.
저녁노을이 저 강물에 담길땐 정말 멋질거란 생각이 든다.
좋은 풍광이 함께 하니
가기 싫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니 서둘것도 없는 몸이라
바위에 걸터 앉아 초록잎새와 한동안 흐르는 강물을 그저 멍~ 하니 내려본다.
한정없이 그러고만 있을 순 없는법...
터덜 터덜 앞서 걷는 초록잎새의 뒤를 따라 걷는다.
등로는 완만하여 저질체력의 산찾사가 걷기엔 아주 좋다.
그러고 보니 참 잘 나왔다.
솔숲의 오솔길엔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다량으로 내 뿜을테니 축 처진 내 몸은 곧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
아름다운 오솔길을 걷은데
기껏해야 마눌이나 찾는 나의 핸폰이 나를 부른다.
?
받아보니 예전 한가닥 하셨다는
전 등산 연합회 회장을 역임 하셨던 강 영일님의 전화다.
산찾사 아우야~
잘 있었냐로 시작되는 걸쭉한 회장님의 음성을 들으니 반갑다.
다른게 아니고..
이번달 중국의 새로운 등로 개척 답사에 니가 함께 가야되것다는 요청이신데...
하필 날자가 동아 마라톤과 겹쳤다.
좀 고민을 하다가 많이 아쉽지만 내가 챙겨줘야 할 마라톤 동료들도 있어 포기를 했다.
미안스럽고 죄송해서 중국 스루가이드 박팀장에게 대신 참가 못한다 전해 달라며 아쉽지만 정리를 한다.
걸음을 옮길수록....
아름드리 송림의 숲속으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등로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솔밭길은 유순하고 부드러워 둘 만의 오봇한 데이트 코스로 짱~!
덕분에...
잠시 흔들렸던 외국을 향한 설레임을 잠 재운다.
어느덧 발걸음이 매봉재를 넘긴다.
의외로...
이곳 국사봉으로 향한 등로엔 이정표가 아주 잘 돼 있다.
오늘은 급하게 오느랴 세세한 자료를 준비 못해 대충 머리에 입력한 산행코스 뿐인데
이정도의 친절한 이정표라면 별 문제 없을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매봉재에서 조금 떨어진 조망처...
초록잎새가 그런다.
눈에 많이 익은곳 같다고.
당연하지...
초록잎새가 서방님의 강압에 못이겨
100키로 울트라 마라톤에 처음 입문할때 최대의 고비였던 저 마티재를 울며 넘던곳인데.
ㅋㅋㅋㅋ
이곳엔..
계룡산의 주능선도 한눈에 잡힌다.
멋지다.
역시 산은 멀찌감치 물러나 바라보는 맛도 색다르다.
조망에 취해 한동안 노닐다
다시 송림에 빠졋다 탈출하여 올라선 봉오리엔
무너진 성곽처럼 돌 무덤이 있어 올라보니 바로 이곳이 국사봉 였다.
국사봉에 올랐으니
또 한차레 다리쉼을 하며 이곳에서 내려보면
보일것 같은 공주의 거브기님 한테 전화를 하니 출장을 갔덴다.
그러며 하는말...
너는 필요 읍구 누렁닢새나 바꾸란다.
딘장~!
거브기 등껍따구 확 디집어 버릴까 부다.
뭔 말을 하든 ?
초록잎새왈~
거브기님이 출장 빨리 끝내고 갈테니 산행을 츤츤하고 있으란다.
그럼 우리 내려올때쯤 퇴근해서 맛있는 장어를 사준덴다.
장어~?
눈이 번쩍 뜨긴 하는데...
아깝다.
거브기 행님이 용궁에서 물좋은 장어를 공수 해 왔나 본데
오늘 저녁엔 우리도 약속이 있다.
우리도 바쁜몸이니 됐다 해라 해떠니...
딘장~!
디럽게 유세를 떤다.
그럼 너 내가 장어 사준걸루 하구 넌 실컨 얻어 먹은거라나 뭐라나.
ㅋㅋㅋ
마티재를 지척에 두고
송림숲을 빠저 나온 등로가 조망을 선사한다.
구불구불 옛길이 마티재를 넘겨 저멀리 공주를 향한다.
예전엔 이 고개만 넘기면 공주는 다 온 듯 한 느낌 였다.
이젠 세월의 뒷편으로 사라진 이길은
가끔씩 드라이브를 즐기는 운전자나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이나 넘나 드는길로 변했다.
마티재...
자그만한 매점에 연기가 피어 오른다.
평일인데 쥔장이 나와 점방을 지키고 있나보다.
문전 성시를 이루던
한시절을 세월 저편에 뭍어두고
이젠 쇠락해 들어 가는 이곳 매점엔 쓸쓸함이 감돈다.
매점 옆...
누렁이가 해 바라기를 하며 졸고 있다.
고녀셕..
참 유순해 뵌다.
마티재를 넘겨 수월봉을 향한다.
보도블럭을 길바닥에 박아 놓은 그길을 따라 오르면...
여기저기 암자와 사찰로 향하는 안내판을 볼 수 있는데
그중 눈에 아주 익은 저곳....
예전 사월 초파일날 너른숲님의 조카가 운영하는 사찰 청룡사에서
비빔밥을 거하게 얻어 먹고 이곳을 지나 계룡산으로 걸음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지나치던 그 사찰이 바로 저곳이다.
계룡산과 갈라지는 수월봉에 오른다.
수월봉 정상은 무덤이다.
얄궂게도 무덤의 양팔이 펼처지는 중앙지점엔 삼각점이 박혔다.
그런데...
저걸 우쩌 ?
수월봉엔 정상석은 없고
다만 어느님이 조그만 바윗돌에 매직으로 표식을 해 놓았고
이젠 하두 봐서 익숙한 백계남님의 흔적이 수월봉임 알려준다.
그님의 시그널은 특징이 있다.
산행날자 그리고 들머리와 날머리까지 통과한 시각등등....
그런데...
이곳 수월봉은 악천후로 되돌아 갔던 사연까지 담은 코팅지가 한장 더 있다.
ㅋㅋㅋㅋ
저런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하는지 ?
뵙지는 못했지만 항상 궁금한 양반이다.
양지바른 수월봉 정상에
단둘이 앉아 소박한 찬으로 점심을 먹는다.
취나물,다래순,산초열매,등등....
짱아치로 박은 나물들이 입맛을 돋군다.
산행하며 조금씩 채취한 나물들인데 오래두고 먹을 수 있어 좋다.
이웃들과 나눠 먹고 나니 이젠 다 떨어지고 없단다.
그러니 올핸 좀 욕심껏 채취해 오라 마눌이 당부를 하는데...
히~!
싫다.
이젠 벼라별게 다 귀찮아지는 나이다.
올해는 칡도 좀 캐서 차를 우려내 먹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시기를 놓쳤다.
하긴..
베락스런 벵이리가 얌전하니
나까지 이젠 그런것에 관심을 잃어 가는 중이다.
수월봉에서 점심을 먹느랴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여기가 오늘 산행에 어디쯤이냐 물어오는 초록잎새한티
반정도 온거다 말해주니 조금만 걷겠다 더니 웬일이냐며 저녁 모임에 늦지 않으려면 빨리 가잖다.
순간
부지런히 옮기는 발걸음..
그런데...
그런 바쁜 우리의 발목을 잡아 당기는 시그널 하나가 땅바닥을 뒹군다.
거브기 형님 시그널이다.
언제 여길 온겨~?
이곳부턴 산꾼들의 흔적이 별로 없는곳이다.
잘 보이는곳에 거브기를 새로 달아 메단다.
잘 한건지 모르겠다.
거브기는 땅바닥을 겨야 제격인데...
혹 모를일이다.
그래서 거브기 형님은 시그널을 땅바닥에 깔아 놓은건지도.
그렇다면 혹시...
내가 그걸 다시 메달아 놨다구 요걸 보믄 아마도 3박4일쯤 씹을지도 모르것다.
걷다보니..
약간의 둔덕 비스무리하게 생긴 봉오리.
허~!
정성이 지극하다.
독도법도 아주 잘 하시는 분인것 같다.
이곳이 바로 달걀봉이란 표식을 달아 매어 놓으셨다.
저거 없슴 우린 그냥 아무생각 없이 스처 지났을 것이다.
갑사에서 공주로 넘어오는
691번 도로에 내려설때까지 등로는 기막히게 좋았다.
푹신한 낙엽.
그리고 평탄한 육산.
이런길은 그저 막 내달려도 좋고 반대로 느긋하게 해찰을 떨며 걸어도 좋다.
구비 구비 돌아 올라온 도로가
능선을 갈라놓은 그곳에서 들머리를 찾아 잠시 헤맨다.
그러다 그냥 일단 치고 오르니 무인 송신탑 뒤로 신작로처럼 잘 나있는 등로가 반긴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진행방향 우측으론 벌목을 하고 새로 나무를 심었는데
일단은 좀 흉하다.
아마도 유실수로 밤나무를 심지 않았나 짐작된다.
벌목지역을 벗어나 올라선 능선 갈림길....
내려가야 할 곳의 반대편 봉오리가 더 높다.
그럼 저곳이 명덕산이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곳을 다녀오기로...
힘좋은 마눌의 꽁지를 따라서 올라가 보니...
명덕봉 정상엔 무덤이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명덕산이란 명패도 없었고.
뒤돌아 베낭을 메고 이젠 내려간다.
내림길...
낙엽이 거짓말 조금 더 보태 무릅까지 올라온다.
ㅋㅋㅋㅋ
등로는 또 얼마나 좋은지 임도수준의 대로다.
내가 잠시 사진을 찍으며 해찰을 떠는 동안 어디로 사라졌나 ?
초록잎새가 보이지 않는다.
부리나케 뛰어 내려가다 보니
얼러려~!!!!
우리가 내리는 옆동네로 능선 하나가 더 보인다.
소리 소리 질러 초록잎새를 불러 세우곤....
거브기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임도처럼 좋은 이길로 내려가면 청벽대교와 얼마나 벌어질것 같냐니
하두 오래전에 갔다와서 나두 잘 모르니
니 맘대로 내려 오거나 말거나 되돌아 가거나가 거브기님의 답이다.
ㅋㅋㅋㅋㅋ
돌아가려니 은근슬쩍 괴차니즘이 발동한다.
그래서 가던 발걸음 되돌리지 못하고 달콤한 귀차니즘에 굴복당한 산찾사는 좋은길로 내려 섰는데...
산에서는
능선 하나 잘못 선택하면 도가 갈리는게 상식이다.
그래도 내림길은 정말 좋았다.
우린 금강변의 은성 멧돼지 음식점으로 내려 섰는데
다행히 그리 멀지않은 곳에서 청벽대교가 이리오라 손짓한다.
타박 타박 걷는길...
그래도...
봄이 오는 금강변을 따라 걷는길엔 운치가 있어 좋다.
초록아~
우리 저 아래로 내려가서 걸을까 ?
넹~!
니나 걸으세유 서방님.
청벽대교에 도착하며 산행을 끝낸다.
청벽대교 아래 화분집...
초록잎새가 관심을 보인다.
봄맞이 꽃이라도 심으려나 ?
올해는
우리집 베란다 식물들 분갈이 할때가 되었다.
아마도 꽉 쩔은 뿌리에 식물들은 분명 숨이 막혀할 텐데...
그런데.
난 화분엔 관심없고 저놈의 돼지 대가리가 맘에 든다.
이럴땐 아파트가 아닌 정원이 있어 흙을 밟고 살 수 있는 개인 주택였다면
아마도 난 분명 저눔을 낼름 차에다 실었을 것이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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