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영취산

산행일 : 2011.8.23. (화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안내산악회를 따라서.

어떻게 : 옥산~상원사~978봉~영취산~부전계곡

 

 

모기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다.

지겹게 내리던 비도 그치고 밤엔 제법 쌀쌀하다.

역시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고 절기 또한 속일 수는 없는가 보다.

 

이젠...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절기는 성큼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지난 여름의 기억을 못 떨궜나 보다.

모처럼 찾아든 안내 산악회 버스안이 썰렁하다.

텅텅빈 버스가 그래도 떠나주니 고맙다.

 

대전서 가까우니 금방 도착.

옥산마을에 일행을 풀어 놓자 마자

우리의 초록잎새 서방을 떨궈놓고 저 혼자 쫄랑 쫄랑 잘도 도망을 갔다.

옥산마을의 들녁엔 그새 나락들이 여물어 간다.

이쯤에선 햇쌀이 쨍쨍 내리 쪄야 알곡이 야무지게 들어 찰 텐데....

 

 

햐~!

맨날 퍼붓던 비 폭탄에도

민가의 텃밭에 사과는 먹음직 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마을 벗어나

상원사로 향한 오름길이 환상이다.

 

 

정말 멋드러진 솔밭.

그 솔밭을 가르며 오솔길이 이어진다.

어쩜~

저리도 이쁜지...

 

 

 

 

 

상원사를 앞둔 갈림길....

진행방향 좌측의 계곡으로 향한다.

 

 

초반...

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잡목에 길이 뭍혔다.

하도 사람이 다니지 않아 그렇지 다행히 등로는 뚜렷하다.

 

 

초반의 희미한 길이 사라지고....

환상의 계곡길이 시작된다.

청정지역....

 

그 흔한 시그널 하나 없다.

계곡의 수량도 풍부하고 쓰레기 하나 볼 수 없다.

어떻게 이런곳을 알고 코스를 잡았는지 모두들 칭찬이 자자...

 

 

 

 

 

계곡의 최상류...

물길이 끝나며 너널길이 시작됐다.

 

 

그러다...

어느순간 길이 사라진다.

그저 방향만 보고 능선을 찾아 힘겹게 올라야 할 상황.

 

가파른 오름길...

수돗꼭지가 열린듯 하염없이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천국같던 환상의 계곡길과 이별하자 마자 지옥같은 오름길의 전주곡이 울려 퍼진다.

 

미끄러운 오름길이

이젠 키를 덮는 산죽밭으로 바뀐다.

세상에나~!

정말 지독스런 산죽 숲터널이다.

이런 산죽터널은 예전 낙남정맥길 막바지인 묵계치에서

삼신봉을 향해 오르다 만난 이후 첨 이다.

 

사람마음은 간사하다.

아까 계곡을 오르며 했던 칭찬은 사라지고

이젠 원성의 소리가 자자하다.

 

"우이씨~!"

"이걸 코스라 잡은 저의가 뭐여~?"

"내려가믄 이 코스 기획한 000이 내가 쥐기삔다."

 ㅋㅋㅋㅋ

 

 

지옥탈출...

드뎌...

산죽 숲속을 탈출해 능선에 안착.

올라서니 바로 978봉이다.

 

 

이제부턴

백두대간 길이니 등로느 아주 좋다.

 

978봉 조망처...

내려보는 조망이 시원 시원한데

시원한 조망보다 더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에

흠뻑 젖은 윗도리 아랫도리가 썰렁해 지며 추위가 엄습한다.

 

햐~!

더워 디지것다구 할때가 몇일전인데

이게 웬일이니~?

 

 

 

몸이 추우니....

산행속도가 자동으로 속보.

모두들 금새 영취산 정상에 도착했다.

 

 

평소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송이 언냐~

두송이도 아닌 그저 귀하고 귀한 한송이 언냐인데 시들하다.

그만큼....

오름길의 산죽터널은 모든 산우들의 진을 다 빼먹었단 증거다.

영취산 정상비앞에 털부덕 앉은 한송이님 얼굴은 찌그러 들었고

그 옆의 밍밍님은 그렇찮아도 밍밍하고 싱거운디 더 밋밋한 밍밍님이 되어 브럿따.

 

 

 

 

시들해진 산우들이

기운을 차린건 산상의 부페잔치를 벌인 후 였다.

그중 젤 션찮은 밍밍님은 노오란 판쵸우의를 걸처 입고 나서야

밥숫가락을 들 수 가 있었는데 그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개밥그릇님이 아닐까 싶다.

우찌 닉네임을 개밥그릇으로 했는지 ?

모두들 개밥그릇님 하고 불러주긴 하는데 불러놓곤 웬지 민망하고 죄송한건 어쩔 수 없다.

나이나 적어야지 원~!

그런 개밥그릇임이 추위 떨고있는 처자들을 위해

즉석 뜨끈한 짜장을 만들어 나눠 주셨다.

산 정상에서의 짜장면....

맛~?

몰러~!

나 사진 한방 찍고 났더니 어느새 죄다들 퍼가구 찌끄러기만 남았다.

개밥그릇님은 그런 나를 위해 냄비를 박박 긁어서 맛이나 보라구 건네 주셨는데

솔직히..

나두 쫄깃한 짜장면발을 후루룩 빨아 먹구 싶었다.

딘장~!

그래두 엑기스는 내가 다 먹는거여~ 라구 휜소리를 했다만

담엔 내것두 남겨도~~~

ㅋㅋㅋㅋ

 

 

 

오늘 산행하기엔 날씨가 넘 좋다.

흠뻑 땀을 흘린 후 산 정상에서 한잔의 맥주맛에

울 마눌 초록잎새는 산에 오른다고 하는데 오늘은 맥주를 찾지 않는다.

그만큼 서늘한 날씨다.

그래도 맥주를 따긴 땃는데....

산우들 그리 달갑게 달겨 들지 않는걸 보니 모두들 춥긴 추운가 보다.

그럼...

얼른 정상 증명사진이나 박고 내려 가야쥐~

 

 

내림길....

또 한번 곡소리 나는 길이다.

한없이 이어지는 너덜길....

 

내려오며

한두번 안 넘어진 사람 있을까 ?

 

다 내려서고 보니

덩치가 산 만한 철리님은 완죤 인민군 패잔병이다.

 

 

 

오늘 산행은

천당과 지옥을 왓다리 갓다리 하는 산행이다.

 

지옥같은 너널길이 끝나자

부전계곡은 천국행으로 향한 들머리가 된다.

 

 

천국같은 부전계곡을 향한 걸음을 옮기자 마자...

 

 

암반계류가 맞아 준다.

청옥 두타의 무릉계곡과 견줘도

정말이지 꿀리게 없는 계곡이 내림길 내내 이어진다.

 

 

 

 

 

이렇게 좋은 계곡이

이런곳에 숨겨 있는줄 왜 이제 알았을까 ?

한여름 계곡산행으로 강추다.

원점휘귀 코스도 있으니 내년 여름 다시 한번 와야 쓰것다.

 

산에서 건강을 .....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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