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날

서울에 계신 누님에게 주기위해

일주일전 산에 올라 캔 칡을 건강원에 보내 즙을 내렸는데

요게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건강이 별로 안 좋은 누님에게 내가 직접 채취한

각종 약초로 만든 효소를 보내 드렸었는데 효과가 좋아

이번엔 여성에게 좋다는 칡즙을 가저 갑니다.

칡즙을 베낭에 꽉 채우고 한박스는 손에 들고 서울역에 내리니

올 경희대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막내가 마중 나왔습니다.

 

막내를 보낸후

약간의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던 마눌이

막내놈의 품에 안겨 행복해 함니다.

마눌이 저리 좋아하는건 처음 보는것 같습니다.

 

편안하게 누님댁에서 밤잠을 자고

이른 아침 정성을 다해 차려준 조반을 들고 전동차에 오릅니다.

이른새벽 전동차엔 모두들 대회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인듯 운동복 차림 일색입니다.

 

오늘 같은날은

서울 지리를 모르는 촌놈도 걱정이 없습니다.

대회복 차림의 군중들 뒤를 쫄랑쫄랑 따라 지하철에 내린후

휩쓸려 떠밀리듯 가다보니 동아 마라톤 대회장인 광화문 광장임니다.

 

  (일출이 시작되는 서울도심의 거리)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도심의 빌딩숲으로 아침 아기 했살이 비치기 시작함니다.

이제 한시간 후면 도로를 꽉 메운 저 차들을 몰아내고 우리가 그곳의 주인이 될겁니다.

 

예전 동아 마라톤을 출발후 얼마 안돼

소중한 우리문화 유산인 숭례문 돌담길을 돌아  뛰었던 기억이 되살아 남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곳을 볼 수 없을거란 생각에 서운함이 왈칵 듭니다.

 

또라이 하나 막지 못한

소홀한 문화재 관리에 분노보다 서글픔이 앞섭니다.

광신도가 문화재 그득한 사찰에 불을 지르는 일은 안 일어날지 ?

거기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하는지 의심 해 볼 일인데

뻔할 뻔자 우리같이 그저 산에 드는 등산인의 얄팍한 호주머니를 억지로 강탈해간

문화재 관람료는 그런 용도론 절대 쓰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대회장엔 벌써

많은 군중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꽃셈 추위를 녹이는 마라토너들의 열기에 가슴이 뛰기 시작함니다.

 

       (대회장의 풍경들...)

 

 

 

  (몰래 찍으려 했는데 눈치 100단 희망창조님 어느새 두손 들어 이미지 관리)

 

 

 

올해는 즐런 펀런하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회장에 들어서자 마음은 변덕이 죽 끓듯 시시각각 변함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는

내가 기록을 내기엔 아주 적당한 기온입니다.

연습부족이 확실하나 한번 맘껏 내질러 보고픈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 오릅니다.

 

얼굴만 봐도 내마음을 들켜버릴게 확실한

마눌의 손을 잡고 얼른 물품 보관소로 바삐 걸어 갑니다.

애써 속마음을 숨기며 내가 속한 명예의 전당그룹을 지나

아내의 C 그룹에 아내와 내 물품을 한꺼번에 맡겨 놓고 C그룹 출발선에 섭니다.

 

기록이 비슷한 잠보님과 통장님

그리고 아내가 나란히 함께 출발을 했습니다.

1KM를 지나며 시간을 체크하니 6분 30초로 더딥니다.

하긴

빨리 뛰고 싶어도 워낙 많은 사람들로 붐벼 뛸 수도 없습니다.

 

3KM 지점을 지나며 체증되던 구간이 풀리자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아내를 앞서 통장님 달아나고

잠보님은 어느결에 뒤에 처져 보이질 않습니다.

 

5KM를 지나며 시간을 체크 하니

대략 3시간 40분 후반대의 기록으로 다소 빠름니다.

이런 속도가 부담되지 않냐 물어보니 아주 편안하답니다.

그래~?

그럼 당신 오늘 기록 갱신 하것다.....

 

세운상가를 빠저 나오며

오줌이 마려워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천천히 뛰려니 긴장이 풀리고 땀도 안나 그런가 봅니다.

 

아내에게 먼저 가고 있으라 해놓고

길게 줄을 선 간이 화장실에 서서 순서를 기다림니다.

그런데 줄을 잘 못 섰습니다.

내가 선 줄의 화장실 쥔장이 아마 큰일을 보나 봅니다.

젠장~!!

결국 내 앞의 주자가 노크를 하며 신경질을 부리자

화장실 쥔장도 미안했나 바로 끊고 나옵니다.

ㅋㅋㅋ

 

그사이 울 마눌 십리는 달아났습니다.

수많은 달림이를 헤집고 뛰려니 힘듭니다.

해서

걍~ 인도로 올라 뛰기 시작하며 많은 군중들 틈에 아내를 찾습니다.

한참을 숨통 끊어지도록 달려도 아내는 보이질 않고

우리 뒤에 처졌던 잠보님이 보입니다.

잠보님 곁에 다가가 화이팅 한번 해주고 또다시 아내를 찾아 질주를 함니다.

대략 잠보님과 500여 미터 앞선 아내를 찾았습니다.

생리해결 한번 한 덕에 오늘 제대로 한번 내질러 봅니다.

 

하프를 넘겨도 생생하게 잘 달리던 마눌이

25KM를 넘기며 갑자기 힘겨워 하는 기색이 역력함니다.

그사이

어느결에 잠보님 따라붙어 우리곁에 섭니다.

울 마눌 초록잎새 초반 오바 페이스가 분명해 보입니다.

자기 능력을 잘 알고 자제력을 발휘한 잠보님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초반 오바 페이스는

후반부에 극심한 고통으로 이어질거란 걸 알기에

잠보님을 먼저 보내고 페이스 다운을 시킵니다.

 

"어쩐지 잘 나가더라"

 

나의 말을 받아 마눌이 강펀치를 날립니다.

 

페메가 뭐여~

그럴땐 못가게 잡아줘야 할거 아녀~?

그냥 옆에서 뛰어 주는건 아무나 다 해~

지난번 너른숲님은 힘 남을때 못뛰게 말리고

힘 없을땐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재촉해 빨리 뛰게 하더라 뭐~

 

공연히

마눌 페메 해준다 해놓고

오늘 완죤 대회 망처놨다 원망 듣게 생겼습니다.

오늘은 그저 우리 두 부부 나란히 발 맞춰 풀코스 완주에나

의미를 두자며 마눌을 달래 줍니다.

 

35KM까지 힘겨워 하던 마눌이

후반에 힘을 내기 시작함니다.

뒷심이 참 좋습니다.

초반 오버 페이스가 정말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이런 속도면 4시간 01~02분에 들어갈 수 있다 말해 주며 좀 더 힘을 내라 말함니다.

 

40키로를 넘기며 시간을 보니

키로당 5분 30초로 주파하면 3시간 59분에 완주할 수 있습니다.

마눌은 서브4에 대한 미련을 버린것 같은데

오히려 내가 몸이 달아 올랐습니다.

마지막 1KM를 남기고 아내의 등을 떠밀며 눈에 들어오는 잠실운동장을 향해 달립니다.

 

그러나

운동장을 들어서며 시계를 보니

이미 타임은 4시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에궁~!!!

 

그제야 서브4에 대한 미련을 버립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아내에게 천천히 뛰면서

휘니쉬 라인을 들어서며 멋지게 우리 둘 사진이나 찍자며 손을 잡습니다.

 

뒤저라 뛰는 달림이들을 피해 앞과 뒤의 주자를 벌려

멋지게 우리 둘만이 찍힐 수 있는 공간에 신경 쓰며 두손 맞잡고

휘니쉬 포토존 구간을 통과하며 4시간 01분의 기록으로 동아 마라톤을 끝냅니다.

 

물품을 찾아 나오는데

누군가 산찾사를 부릅니다.

 

뒤돌아 보니 세상에~!!!!

우리 부부의 오랜 산우 투리님이 오셨습니다.

이른아침 관악산 등반후

곧바로 우리 부부를 보려고 잠실 운동장을 찾아 오셨답니다.

 

함께

점심이나 들면서 맘껏 회포를 풀고 싶은데

삼실 마라톤 동호회원과 대전 주주님들이 또 나를 기다립니다.

서운하지만 투리님을 먼저 보내 드렸습니다.

투리님의 그 포근한 미소를 본것 뿐인데 우리 부부 넘~ 행복했습니다.

 

 

   

     (투리님과 기념사진)

 

 

 

삼실 회원님들을 만났습니다.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많이 참석은 못했으나

아직 마라톤에 대한 열의는 대단함니다.

일찍 KTX로 내려 간다해서 먼저 보내 드리고 주주의 캠프로 발길을 돌림니다.

 

  (사무실 마라톤 동호 회원님들과...)

 

    (잠실 운동장 풍경들.) 

 

 

 

대전 주주클럽 아지트로 들어서자

훈련부장 체리가 득달같이 달려오더니

울 마눌 초록잎새를 덤썩 안더니 놓아주질 않네유~

 

체리가 이번엔 봉사만 하기루 했나 봅니다.

동마 출전도 않고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며 회원들 챙기느랴 분주함니다.

 

 (반겨주는 주주 훈련부장) 

 

맨날 봉사만 받다

봉자로 나서니께 고거이 솔찮이 힘들었다는 요 아래 츠자가

V를 쌍으로 들며 우리 부부를 맞아 줍니다.

 

보기보다 아주 손이 날쌘 처녀라

부려먹기 아주 좋았다구

오늘의 봉자 두목 맑은소리님의 칭찬이 대단하더군요.

 

 

(오늘의 봉자로 힘을 좀....) 

 

주주의 수장 풀코스님입니다.

오늘 회원님들 모두 휼륭한 기록으로 무사완주하니

기분 댓빵으로 업 되셨습니다.

 

(주주 회장님이 반겨 줍니다) 

 

핵교 다닐때

줄반장도 못해 본 울 마누라가 마라톤 입문하더니

아주 출세를 했습니다.

울 나라 마라톤 명문클럽 대전주주의 부회장이 되셨습니다.

 

고거이 다

서방이 외조를 잘 해서 그리 된거지만 서두...

ㅋㅋㅋㅋ

 

풀 뛰고 들어선 부회장님을

풀코스로 모신다구 풀 회장님이 내품에서 빼앗아 가버리네유~

 

 

  (회장님과 부회장님) 

 

오늘의 자봉 두목...

봉자언니 중 언니인 맑은소리님이

나를 주려구 숨겨두고 숨겨둿다 건네주는 도시락은

그녀의 끈적 끈적 묻어나는 정처럼 찰밥이 그득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주주클럽 명문팀의 봉자 두목은

우선 명문대 영양학과를 나와야 자격이 된다꼬 하네여~

그래야

우리 주주 회원님들 뱃고래가 든든해 진다나 뭐라나 ?

 

우야튼

그런 자격조건을 갖춘 맑은소리님이 끓여낸

김치찌게가 아주 쥑여 줬다구 온동네방네 소문이 십리 백리까지 뻗처습니다.

 

 

     (봉자 두목 맑은소리님)

 

 

  (주주 아지트 풍광들)

 

 

 

올해는 차량 두대로 이동 했습니다.

전날 올라 온  우리 부부는 ktx를 타고 내려 가려다

자리가 빈다고 해서 함께 대전으로 내려 왔습니다.

 

대전으로 이동중

간단하게 오늘의 대회 성과를 보고중인 체리님 뒤를 이어서....

 

 

묵은솔이 광솔임을 입증하신

바커스님의 무용담이 펼처집니다.

 

마라톤의 매력이라믄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기록으로 말해 주는거랍디다.

 

그런디

바커스님 앞에선 그말이 순전히 구라가 됩니다.

요 양반

월 100km 도 안되는 연습량 가지구 썹스리를 해 브럿습니다.

누구는 500 키로를 넘게 달렸다는데도 썹쓰리를 실패했는데...

 

시상 참 불공평 하쥬~?

그러나

분명 뭔가 비결은 있을 겁니다.

 

그건

지금껏 달리며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될 수도 있고여~

우리몸이 기억하고 있는 기록에 대한 포인트 점이 될 수도 있구여~

 

그러니께

요즘 내가 빌빌대며 못 달린다꼬

비웃지 마러유~

나두 맘만 머구 내질르믄 썹쓰리  할수도 있응께....ㅋㅋㅋㅋ

 

 

대전 도착후 뒷풀이는

대박구이에서 펼처집니다.

푸짐한 먹거리와 푸짐한 화제로 화기애애하게....

 

그리고...

대박구이에서 펼처진 특별 이벤트.

산찾사의 생일 축하연을 베풀어 주신 주주님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게

날은 잘 잡아 태어 나야 된다니께유~

 

마지막으로

생일 축하 폰 메세지 보내주신 회원님들

일일히 답글 못드려 죄송함니다.

아직 원시인 수준이라 폰 메일을 보내는거 잘 못하것슈~

그게 왜 그렇게 어려워~???

싸가지 없는놈이라 욕해두 할 수 없더라구여~

 

그런디 에쿠스님 문자 보내주신거 있잖유~

글은 몇게 없구 뭔 간첩들 주고 받는 부호와 기호만 잔뜩 들어 있남유~?

난중에 해석 줌 부탁해유~

 

동마를 다녀와서 .....끝

 

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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