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성을 넘어서...

산행지 : 마분봉~악휘봉

산행일 : 2008년 11월 15일 토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큰곰님.비너스님.데이비드송님.핑크공주님.

            너른숲님.들뢰즈님.에쿠스 동서님.

 

이동경로 : 은티마을~692봉~마분봉~744봉~입석재~선바위~악휘봉~우치재(오봉정)~은티마을

 

 (산행 개념도)

 

내안의 슬픔과

고독,미움,절망을 잠재우려 산을 향한다.

자연이 주는 설레임은 잠시 모든걸 잊게 만들고 

치유해 주는 힘이 있어 오늘도 이른 아침 게으른 몸뚱아릴 재촉했다. 

 

하긴

모든것이 너나 나나 순전히

본인의 과욕과 이기심의 결과가 아니던가 ?

세상엔 물질의 풍요로움이 넘칠수록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가저오는 경우가 많은걸 요즘 새삼 느낀다.

 

몇일전

대전에서 제일 큰 대훈책방을 뒤저

선달님이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책을 찾았으나 품절이라

인터넷으로 주문하니 오래된 책이라 오히려 아주 싸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

내용은 은둔의 땅 무스탕을 트래킹한 기행문으로 첫장을 열면서 마지막장을 닫을때 까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에 내 가슴은 마냥 떨렸었다.

그러나 그곳의 매혹적인 풍광보다 내 가슴을 울린건 저자가 느꼇던 감정였다.

 

인간에게서 버림받은 사막과도 같은땅.

물이 너무도 귀해 척박하다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 그곳.

그런곳에서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저자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무엇인가를 절감한다.

 

기름지고 풍요가 넘치는곳일수록 

전쟁이 끊이지 않는건 과욕이 빚어낸 결과이리라.

내안의 마음속 소용돌이도 그 원천은 끝없는 과욕이라 생각되어

자책감에 마음이 괴롭다.

조금 더 인내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면 될일인걸....

 

산장 나눔터의 뜻을 이어

새롭게 출발하는 첫 산행지를 희양산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 요즘엔 제법 알려진 마분봉으로 정했다.

 

10여년전 찾아본 후

다시 찾아가는 은티마을을 향한 길목 연풍에서 그만

울산에서 올라온 산꾼들이 시간에 쫓겨 급했던지 사거리에서 우리들 봉고차를 들이 받았다.

다행히 간단한 접촉사고에 다친이가 없어 보험처리 받는걸로 수습은 됐으나 마음은 불편하다.

잘했던 잘못했던 아무일 없는게 좋은데 어쩌랴.... 

 

놀란 가슴 쓸어안고

은티마을에 들어서니 예전모습을 볼수 없다.

큰 주차장이 생기고 없던 펜션건물도 보이고...

 

 

 

은티마을 초입 희양산을 향한 길을 스처 지나

마을 회관을 향해 오르다 마지막 축사에서 우측의 산기슭을 향한

들머리를 앞두고 꾸무럭 꾸무럭 게으름을 피우며 한껏 여유를 부리는 산우를 기다린다.

 

왜그리 늦게 따라오나 했더니

과수 농가의 길옆에 내 놓은 맛보기 사과의 유혹에 빠저서다.

다들 하나씩 먹으며 올라서는 산우들 입이 헤~ 벌어진걸 보니 사과맛이 좋은가 보다.

   (서방님 먹이려 초록이 손엔 먹다 남은사과가....)

예전

마분봉 들머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멘기억이 있는데

그곳을 향한 초입엔 울긋불긋 시그널이 넘처나서 그런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그뿐만인가 ?

길은 왜그리 넓은지 완전 임도 수준이다.

 

 

초반부터 늘어진다.

오랫만에 산행에 나선 산우님들이 힘겨워 하는거 보다는

오늘 처음 계획한 코스에서 확~ 줄여 버린 일정으로 시간이 널널할거란

나의 말에 모두들 마음이 푸근해저 그런것 같다.

 

낙엽이 깔린 가파르고 미끄러운 첫 능선을 올라서자

핑크공주님이 먼저 그 탐스런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땅에 붙이자

너도나도 베낭을 내려 휴식에 들며 짐 줄이기 작전에 돌입한다.

 

내꺼 먼저 먹자

아니 니꺼 먹자 꺼내어 놓는 간식에

호사하는건 순전히 식탐 많은 나만 횡재다.
 

육산의 오름이 끝나고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드디어 일명 마법의 성안으로 우리 일행의 첫 발자욱이 시작됐다.
 

 

 

 

 

 

 

 

 

 

 

 

 

 

 

 

 

 

 

마법의 성...

 

마법의 성에 발을 들여놓은후

그곳을 벗어나기 위한 몸무림이 힘겹다.

그래도 모두들 힘들고 앗찔한 위험이 도사린 험로일수록

기쁨은 배가 되는 즐거움 탓인지 불평 불만없이 잘들 오르고 내린다.

 

오랫만에 산행에 나선 비너스님이

힘겨워 할줄 알았는데 알뜰살뜰 보살피던 큰 곰탱이님 나몰라라 해도

아주 씩씩하고 의연하게 암릉을 타고 오르내리니 내 근심을 크게 덜어 주는데

그만

믿었던 핑크공주님이 얼마나 바위를 사랑하던지

쓸어 안았던 바위에 살짝 백옥같은 피부를 긁히는 사고(?)를 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핑크공주님은 개의치 않고 호호호 마냥 신났고

그걸 처다보는 다른 산우들의 애만 가슴을 쓸어 내린다.

 

마법의 성안엔 UFO가 내려 앉았다.

외계인은 어디로 사라젓는지 볼 순 없고 비행물체만

덩그러니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비행물체 날개를 잡고

비너스님  나 한번 태워 줘 읍소를 하나 그넘 세상천하 유일미녀 비너스님를

본체만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 UFO 바위 )

 

 ( UFO 바위 한번 타보고 싶은 비너스님)

   (희양산과 구왕봉이...)

 

 

 

 

UFO 바위를 뒤로

몇차레 쑤셔박히듯 내려서는 클라이밍 지역을

올랐다 내려서다의 수고로움 끝에 마법의 성안에 갇혀 헤메던

우리들 일행 모두의 탈출이 성사되고 끝내 우리 산우 모두는 마분봉 정상에 섯다.

 

 

 

오늘 첫 목적지

마분봉을 오른후 정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조망좋은 너럭바위에 앉아 산상의 부페를 차렸다.

 

우선

연풍의 슈퍼에서 사온 오미자 막걸리로 목을 축인후

너른숲표 담금술 한모금 목을 넘겨 비너스 큰곰댁 꼴뚜긴지 문어새낀지

싱싱한 해산물을 안주 삼으니 천하의 진미는 다 여기에 모인듯 입안이 감미롭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갈증엔 맥주가 최고라는 초록잎새의 청에

들뢰즈의 베낭이 열리고 피티병 맥주에 최고인 마른 오징어가  나오는데

산에 들때면 요것이 아쉬워 들뢰즈는 꼬옥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누군가에 말에

모두들 수긍 하는걸 보면 앞으로 들뢰즈 베낭이 가벼워 질때면 

언제든 산우들 한테 팽 당할  충분함의 이유가 되것단 불안한 생각이 든다. ㅋㅋㅋ

 

먹고 마시는 시간은

아주 짧은것 같은데도 자리를 정리후

악휘봉을 향해 발을 옮기자 시계를 처다보던 너른숲님이 한마디 하신다.

 

점심먹는데만 그새 한시간이 넘었네

   (산상의 부페)

 

 

 

 

 

 

 

 

 

 

 

 

배를 불린 점심식사후

이어지는 산행은 744봉을 넘겨

입석재에 이르러서야  겨우 마법의 성을 완전 벗어났다.

 

입석재를 넘겨 올라서자 백두대간길과 만난다.

우린 악휘봉을 다녀오기로 한다.

악휘봉을 앞둔 오름앞엔 이곳 최대의 명물 선바위가 반긴다.
 

선바위에 앞에서

사진들을 찍으며 해찰을 부리는 동안

너른숲님은 혼자 덜렁 악휘봉을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긴다.

 

한참후 뒤 따라 올라서자

아무도 없는 악휘봉 정상에 홀로

정상빗돌에 몸을 기댄 너른숲님은 세상 제일 편안한 자세로 자연과 일체가 됐다.

 

더 있다 올라올걸

괜히 방해가 된건 아닌지 ?

햐간 폼 하나는 쥑인다.

 

 (정상의 풍광들)

 

 

 

악휘봉 정상에선 조망이 압권이다.

파도치는듯한 산의 연릉은 자연 펼처놓은 예술작품이다.

예술의 심오한 풍광에 빠저든 산우들이 일어설줄 모른다.

예술이 있는곳에 술이 빠질순 없다.

베낭에 남아있던 술들이 다 나오고 이내 그 술병들이 비워진다.

 

 

  (오랫만의 산행에 흡족한 초록잎새) 

   (맥주 안주엔 들뢰즈표 오징어가 최고)

   (정상에서 단체사진)
 

정상에서 다들 내려서기 서운해 한다.

갖은게 시간뿐인데 하며 맘껏 여유를 부리다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젠 서운해도 내려야 한다.

당연 악역을 맡아햐 하는 내가 먼저 걸음을 옮기자

이내 산우들 싫어도 싫은 내색없이 내 뒤를 쭐레쭐레 따라온다.
 

 

 

 

 

 

 

왔던길 되돌아 가 백두대간길을 따라 걷는다.

구왕봉을 향한 백두대간길은 예전과 다르게 완전 고속도로다.

등로 정비도 아주 잘 돼 있다.

우리는 구왕봉을 앞두고 길게 내려 앉은 오봉정 고개에 이르러

은티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발목을 덮은 낙엽을 원없이 밟으며 내려선

은티마을 입구의 묵밭에 이르자 감나무 한그루가 많은 홍시를 떨궈놓고 있다.

 

얼마나 바쁘고 일손이 부족하면

이 좋은 감을 수확 못하고 내 둿을까 생각하니 아깝고 안타깝다.

모두들 떨어진 홍시를 주워들고 맛을 보니 달콤하다.

밀어내기 걱정이 들 정도로 우린 감으로 배를 또 채웠다.

 

 

 

은티마을에 들어서며 오늘 산행을 끝냈다.

돌아오는길엔 은티마을에서 맛보기 사과를 먹었던 농가에 들려

모두들 사과 한자루씩 사서 들처메고 대전을 향한다.

 

오늘 오후 전국적으로 비가 올거란 일기예보는

또 틀리는 구라청의 뻥이구나 생각했는데 대전을 들어설쯤

한두방울 빗줄기가 보이더니 이내 그것으로 끝이다.

 

어둑해진 도심을 밝히는

휘황찬란한 불빛속으로 귀환하며 오늘 산행을 접는다.

 

그간 어지럽고

심란했던 마음이 정겨운 산우들과

청정한 숲에 들며 하루를 보냄으로 정화가 된 듯 마음이 한결 개운하다.

 

함께하신 산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림니다.....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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