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8년 4월 12일(토요일) ~ 4월 13일(일요일)
장소 : 청남대
누구랑 : 나홀로 십장생 사냥을 위해 연속 5회 출전.
 
 

 

2008년 제6회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의

완주 기념품 십장생 사슴은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뜻한다.

 

제2회 대회부터 연속 참가를 해온 난

올해도 십장생 열개를 채우기 위한 사냥에 나서는데

천정부지로 솟아 오른 금값으로 대회비와 십장생 금값을 따로 받는

이중부담이 힘들어 심장생을 포기하려 맘을 먹는데 아내가 돈을 건넨다.

 

큰놈 사립대학 학비보다

고3인 막내의 학원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요즘

봉급으로 생활하는데 빠듯한걸 아는 난 아내에게 내 욕심만

채우는것 같아 미안함이 든다.

 

청남대 울트라 코스는  

총상승 고도 1589m에 총하강 고도 1588m에 이르는 힘겨운 코스다.

그러나 힘든만큼 완주후의 충족감은 배가 된다.

 

올해는 코스의 어려움에 대회비 상승으로

우리 사무소 직원 모두가 포기했고 주주클럽은

대구마라톤에 단체신청을 한 관계로 나홀로 출전이다.

 

전년도에 비해 한시간 일찍 출발이라

점심식사후 바로 나의 애마를 끌고 청남대를 향하는데

신탄진과 대청댐을 넘어 문의까지 이어지는 벚꽃터널이 절정의 환상 드리이브 코스다.

 

서둘러

일찍 대회장에 도착한 덕에 마음이 여유롭다.

배번호를 수령후 물품을 맡기고 잔듸밭에 앉아 아내가 싸준

찰밥 도시락으로 100키로의 대장정에 대한 열량을 보충후 출발선상에 선다.

 

     (청남대 대회장 모습)

 

 

 

드디어 100키로 대장정의 카운트 다운에 이어

울트라 주자들에 밀려 서서히 청남대 운동장을 빠저 나와

대청호반을 낀 주로를 달려나간다.

 

     (청남대 가는길 풍광)

 

청남대 본관을 빠저 나와 상장 삼거리까지의

10키로 구간은 고저의 반복이 심한 구간이라 후반 체력안배를 위해

성미급한 후발주자들에게 앞길을 내주며 서서히 달렸는데도 10키로 구간을 넘어서며

시간을 보니 55분에 통과다.

 

문의에 들어서며

수많은 행락객의 시선을 받자

저절로 빨라지는 발걸음을 애써 붙잡으려

한창 절정인 벚꽃터널의 풍광으로 시선을 돌려 놓는데

앞서가는 주자앞으로 한줄기의 바람에 흔날리는 벚꽃이 꽃비가 되어

쏟아저 내리는 풍광이 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

정말 멋지다.

청남대 울트라는 이런 풍광이 있기에 매년 빠저드는것 같다.

 

   (청남대 울트라 대청호반 주로의 벚꽃터널)

 

어느덧

19키로 지점인 대청댐 팔각정 휴게소에 이른다.

현암사 절 입구를 지나며 급격한 내림길이 길게 이어진다.

지난 대회때 좋은 컨디션에 기록욕심으로 요 구간을 사정없이 내려 달려가다

부상으로 이어저 최악의 상황으로 겨우 완주는 했으나 그 후유증이 길게 남았던 기억에

오늘은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살곰살곰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림길을 달려간다.

 

무사히 급경사길을 내려

대청댐 잔듸밭에 안착한 나를 향해

나들이 나온 귀여운 꼬마들이 아저씨 화이팅을 외쳐준다.

꼬마들의 화이팅에 힘들 얻어 금새 추동길로 접어든다.

 

 

항상 힘든게 추동길이다.

이길만 빠저 나와 세천에 들면 게임끝이란 기분이 들 정도로

이 구간이 나에겐 참으로 힘겹다.

 

오름과 내림의 반복이 심한 추동길옆

갈밭식당을 얼마 정도 지나자 대회측에서 건식한

거리구간표가 30키로를 가르킨다.

통과시간을 체크하자 3시간 10분에 통과다.

좀 빠른 생각이 드나 몸엔 별 무리가 없어 그 속도를 유지하며

달려 나가는데 핸폰이 울려댄다.

 

너른숲님이다.

내일 대구마라톤 대회날이라

이른 새벽 길을 떠나야 하기에 아내도

나오지 마라 했는데 38키로 지점에서 나를 기다린단다.

 

길게 이어지는 오름길 뒤 내림길

어디쯤 오냐는 몇통의 전화에 마음이 급하나 서두를 수 없다.

자칫 페이스오바 될까봐 조급한 마음을 다스려 다시 이어지는 오름끝 공원을 넘어서며

핸폰의 폴더를 열어 잠시후 도착할거라 전한 얼마뒤 길옆 가로등 불빛아래 나를 기다리는

너른숲님 부부를 만난다.

 

반가운 사람...

고마운 이...

뜻하지 않은 너른숲님의 응원은

힘든 추동길로 의지가 흔들린 마음에 용기와 힘을 불어 넣는다.

 

타는 갈증에

시원한 콜라는 일시에 목마름을 달래준다.

준비한 먹거리는 내 베낭의 무게만 늘려 놓을뿐이라며 사양후

너른숲님과 이별후 세천을 향해 새로움으로 충만된 육체와 정신을 무기로

힘찬 발진을 한다.

   

      (마중 나오신 너른숲님과 함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너른숲님 부부의 응원덕에

제 1 cp 세천 농협 공판장에 도착햇다.

45 km 지점인 이곳에 도착한 시간은 4시간13분이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하며 물주머니에 500미리 생수통 두병을 채우고

작년 중앙마라톤 부상의 꼬리가 남아 다시금 나를 괴롭히는 오른쪽 발등의 통증을 달래려

신발을 벗어 맨소랜담을 잔뜩 부어 맛사지를 하느랴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지체된 시간을 벌충하랴

어부동을 향한 평탄한 길에 들어서며 속도를 내 본다.

그러나 욕심이 화를 부른다.

이내 다시 시작된 통증에 욕심을 접고

살금살금 걸음으로 걷다가 도로가 가드레일을 잡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본다.

 

  (청남대 울트라 주로의 풍광)

 

오른쪽발에 너무 신경을 �나 ?

이젠 새로운 증상까지 나타난다.

우이씨~!!

이번엔 왼쪽 발목이 시끈새끈 아파온다.

다시 주저앉아 맨소랜담의 맛사지가 효과 있었던지 다행히 모든 증세가 사라진다.

 

62.5 km 의 제 2cp 까지는

외롭고 고독한 혼자만의 질주가 이어진다.

그 많던 주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건지 ?

간간히 지나는 마을마다 낮선이를 경계하는 멍멍이의 짖음이

밤의 침묵을 간간히 몰아낸다.

가끔씩 지나치는 자동차의 서치라이트에 비친 순백의 벚꽃 그 아름다움은

꿈결인양 나타났다 순간 사라짐이 황홀하다.

 

 

지처가는 몸과 마음을 추슬릴 달림이의 쉼터 제 2cp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게 어둠을 밀어내고 환한 불빛속에 나타난다.

반갑다.

웃음으로 반겨주는 운영진과 자원봉사자들.... 

지치고 힘들면 먹는것도 귀찮다.

밥과 떡은 사양하고 대신 쇠고기 미역국만 그득담아 자리에 앉으니

옆에서 산찾사님 왜 이제 오는겨~ 라며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어 처다보니

늘빈자리님이시다.

문의에서 내 뒤를 따라 온것 같았는데 어느새 나를 추월해 먼저 도착했나 보다.

 

    (제2cp에 들어서며...)

 

  (제 2cp 운영진의 안내에 따라 기록확인 싸인중)

 

국 한대접을 말끔히 비운 뒤

물주머니에 그득 생수를 채워 보충후

신발과 양말을 벗어 맨소랜담으로 맛사지후 양말을 가라 신었다.

 

62.5km의 제2cp에 도착한 시간이 6시간 20분이 걸렸는데

잠깐 쉰것 같았는데 40여분이 흘렀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싫어도 가야지...

그런데 진짜루 가기 싫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주로에 나서자

갑자기 한기가 몰려든다.

와들와들 사시나무 떨리듯 몸이 떨리고 이빨은 다그닥 거린다.

이러다 저체온증에 걸리는건 아닌지 ?

 

몸에 열을 올리기 위해 힘들어도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20여분 달리자 비로소 한기가 가신다.

그러나 좀 힘들어 걸으라 치면 다시 찾아드는 한기를 쫓기 위해

울트라 베낭에서 꺼낸 바람막이를 걸처 입고나니 한결 좋아짐이 느껴진다. 

 

순간순간 찾아드는

고독과 힘겨움 그리고  슬며시 찾아드는 졸음과

싸우다 보니 어느새 청남대 울트라 최대의 고난이 시작되는 피반령이 지척이다.

 

해발 360m 고지를 두고

힘을 비축하기 위해 어슬렁 걷는 사이

힘차게 나를 추월해 가는 주자의 뒷모습이 여성이다.

뛰는 자세를 보니 아주 안정된 자세로 사뿐사뿐  쉽게 잘도 달려 나간다.

얼른 따라 동반주를 하니 혼자 뛸때 보다 한결 수월함이 느껴진다.

 

곧이어 길게 이어진 피반령....

오름길을 오르며 동반주자와 자연스런 대화가 이어진다.

김포에서 오셨다는 여성는 나와 같이 2회 부터 연속참가자로

한반도 횡단 울트라까지 끝냈단다.

 

에고~!!!!

참말루 무서운 뇨자구만~!!!

 

오름길 내내 서로간 공감대인 마라톤 얘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81km 지점인 피반령 정상을 통과후 오른만큼 길게 내리는

내림길을 달려 85km 지점 가덕공원 묘지입구 제 3cp에 도착하니 따끈따끈한 가래떡을 나눠준다.

 

유난히 떡을 좋아하는 난

자봉님이 나눠준 떡을 그자리에 앉아 다 먹는 사이

먼저 떠난 여성주자의 자취는 어둠이 삼켜 버렸다.

 

맛좋은 가래떡으로 원기를 회복후

제3cp를 떠나 가덕공동묘지를 벗어날쯤 주춤거리는

여성주자를 다시 추월해 나가던 도중 다시 도져오는 발등의 통증에

굴복당한 난 가로등 불빛아래 주저 앉아 맨소랜담으로 맛사지를 하는 사이 

여성주자를 포함한 몇명의 후발주자가 나를 추월해 나간다.

 

맨소램담 맛사지가 효과 있었나 ?

그 이후

모든 통증이 신기하게도 말끔히 사라진다.

덕분에

유니온 시멘트를 넘겨 문의와 갈리는 삼거리에서

따스한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신후 나머지 10 km구간은

아주 편안한 레이스를 펼칠수가 있었다.

뒤늦게 찾은 컨디션으로 나를 추월했던 모든 주자들을  내 뒤로 돌려보내며

붉은주단을 깔아놓고 승리의 북과 환성이 반겨주는

휘니쉬 라인을 통과한 기록이 11시간 50분이다.

 

  (휘니쉬 라인을 밟는 순간 모든 고통이 환희로....)

 

  (11시간 50분의 기록으로 제6회 청남대 울트라 연속5회 완주)

 

이로써

십장생 사냥을 위한 반환점을 통과했다.

앞으로 남은 5년을 넘어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밤을 꼬박 세우며 달리는 청남대 울트라는 계속 될것이다.

 

부드러운 봄밤

흐드러지게 핀 밤 벚꽃의 황홀함이 있기에

고저차로 악명높은 청남대 울트라 코스는 절대 거역할수 없는

고통을 동반한 야누스적인 두얼굴을 가진 달콤하나 아주 고약한 치명적 유혹이기에

지난밤의 고통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년이 벌써 기다려 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마음이 드는 나 혹 미친거 아닐까 ?

 

추신 : 기를 불어 넣어주는

         깊은밤 핸폰의 메세지에 일일해 답해 주지 못함을 용서바라며

         님들 덕분에 무사완주한 힘이 되었슴에 감사드립니다.

 

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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