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일차 : 2016년 10월02일 일요일

 

이른아침.

난생 처음으로 아내를 씻겻다.

물을 떠다 수건을 적셔 얼굴과 몸 그리고 다리까지.

마음 같아선 머리까지 감기고 싶으나 거기까진 능력 부족이라 포기.

 

아침 식사전

엑쓰레이 기사가 장비를 끌고와 사진을 찍고간 뒤

식사후 양치을 하던중 흉부외과에서 왼쪽 폐에 삽입된

마지막 관을 빼 주겠다 하여 치료실에서 처치를 받았다.

양쪽 폐에 삽입된 관만 뺏을 뿐인데

초록잎새가 비로소 사람다운 풍모를 갖춘다.

이정도만 해도 이미 다 낳은것 처럼 홀가분하여 기분이 좋다.

 

오전 8시를 넘기자 마자 간병인이 오셧다.

식수도 떨어져 급히 집으로 가 그라비올라 약초를

우려 내는 중에 조카 혜원이 전화를 받았다.

지금 병원에 도착중 이란다.

급하게 과일과 약초를 우려낸 물을 들고 병원을 향햇다.

이미 병실엔 초록잎새의 여고 동창생 영미씨가 와 있었는데

먼길을 조카 사위와 함께 달려 온 누나는 상상햇던거와 달리

아내의 깔끔한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매일같이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후...

누님과 식사후 배웅을 하고 병실에 도착하니

이미 뫼오름과 달기봉님이 다녀 가셧고...

직장 후배 형진이와 상희부부 그리고 박종경 선배님 부부에 이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일손이 잡히지 않더라는 혜숙씨가

남편인 구름님과 함께 서울에서 부터 먼길을 달려 오셧다.

갑자기 한꺼번에 찾아오신 병문안 손님들로 북적이는 병실에

이숙자씨와 수연씨가 들어 오더니 면회 하려면 번호표를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는 농담이 있자마자 겨우달려와 행복쟁이가 또 찾아왔다.

너무나 고마우신 지인들이다.

이런일을 겪고나자 내일처럼 속을 끓이고

눈물까지 흘려 주신 소중한 인연들이라 몸둘 바를 모르겠다.

 

지인들이 모두 가시고 난 저녁 무렵...

갑자기 피곤이 몰려들며 졸음이 쏟아 지기에 살며시 휴게실에 들려

쪽잠을 자는데 간병인이 달려 오셨다.

손님이 오셨단다.

누굴까 ?

참으로 반가운 얼굴...

만년 소녀 혜진낭자와 태평양 바다처럼 넓은 마음의 소유자 사노라면이다.

그간 속만 끓이다 이젠 그만 그만 하단 소문을 듣고 찾아 왔단다.

다행이다.

동생들에게 그래도 초록잎새의 힘든 모습을 감출 수 있어서...

ㅋㅋㅋ

이젠 아내나 나나 마음의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사실...

지금껏 맘 편히 잠든 날이 없었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깨어나 밤을 꼬박 세우곤 했는데

지난밤엔 아내를 병간호 하면서 오랫만에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

초록잎새도 간간이 악몽에 시달리는것 같았는데 그래도 서방님이 옆에 있어
아주 편안한 밤이 되었단다.

 

저녁식사 시간전...

병원 인터폰으로  치료실에서 아내를 호출한다.

상처 소독과 드레싱을 위해 침대를 밀고 들어선 치료실의 의사가 나를 아는체 한다.

?

사고당일 응급실에서 우리 부부를 응급 처치하며 내 정강이를 꼬맨준 의사였다.

그는 나를 알아보는데 나는 그를 못 알아 보았다.

그당시 난 완전 맨붕의 상태라 그랬다.

어디서 본 듯한 인상였는데 그걸 까막게 몰랐다니...

정신이 없긴 없었나 보다.

그날 내내 그와 함께 이리저리 검사실과 중환자실까지 다녔는데.... 

 

아내를 병실에 들여 보내놓고

사노라면 부부의 차를 타고 우리 동네에 도착한 우린 식사를 함께 했다.

고마운 후배 부부...

덕분에 나홀로 식사를 해야 하는 외로움을 덜었다.

뿐만인가 ?

푸짐하게 배를 불린 저녁식사가 됐다.

고마우이~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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