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일차 : 2016년 9월29일 금요일

 

오전에 만난 흉부외과 전문의.

현재 아내의 폐는 양호하긴 하나

피가 아닌 물이 고여 있는 상태로 이런 경우는 정상인도

마찬가지인데 운동을 하게 되면 자연 없어지는 현상이란 설명을 들었다.

결론은 운동을 하라는 말씀.

그런데 갈비뼈는 움직이면 그만큼 접합이 늦어진다.

몸상태가 결국은 언바란스란 이야기....

그런데...

그것보다 더 답답하고 조급하게 만드는건 담의 염증이다.

내과 전문의가 판단을 내릴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정형외과는 아직은 별 이상은 없는것 같다.

별일 없는한 다음주는 일반병실로 옮길것 같은데 담의 염증이 문제.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구경순님과 박종경 형수님이 병실을 찾아 오셨다.

남편들 고교 동문이란 인연으로 만난 사이인데 오히려 남편들 보다

아내들이 더 절친이 된 사이라 그런지 후배 부인 구경순님은 들어서자 마자 또 울먹 울먹....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아파하고 걱정해 주시니 우리 마눌님이 얼른 일어나야 할텐데..

 

오후...

잠시 집에 들리러 가는길.

15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바라본 도심이

낮게 깔린 구름속에서도 깔끔한 시야를 보여준다.

우울 모드의 현 우리 상황도 저렇게 깨끗한 도심의 풍광처럼 될 날이 곧 오겠지 ?

 

 

걸어서 가는길...

정신없이 보내는 사이 오늘따라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낀다.

그간 이길을 몇번이나 걸었어도 저 모습이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었다.

이젠 좀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

오늘 보니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이런 사고가 없었다면 초록잎새와 난 분명

영남 알프스의 억새 평원에 뭍혀 한밤을 보내고 있을게 분명하다.

 

 

 

막내아들이 마감시한에 밀린 웹툰 작업으로 밤을 세웠다.

오늘 가야 한데서 깨우려 햇는데 벌써 일어나 점심까지 차려 먹었단다.

좀 쉬었다 가자 하니 좀 더 엄마 곁에 있다 가겠다 하여

얼른 뼈 접골에 좋다는 홍화씨를 다린 물과 병상 생활에 필요하니

챙겨 오라는 커다란 타올 및 휴지등등....필요한 물품을 챙겨 이번에 자가용으로 병원을 향했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다

아들은 버스시간에 되어 떠나고 얼마후 찾아온

정형외과 의사에게 내일 진료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지금 담낭에 3개의 염증은 CT촬영으로 수술여부를 결정 할거고

수술을 하게 되면 복강경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니 큰 걱정을 하지 마란다.

이런~!

쓸개가 없어지는데 왜 걱정을 안해~?

어쩌것나~!

그저 아무일 없기만을 빌 수 밖에....

 

밤 10시부터 금식 명령이 떨어진 아내에게

어거지로 밥을 최대한 많이 먹이려 애를 써도 수술을

할 지도 모른다는 말에 걱정이 태산인 아내는 식욕을 잃었다.

계속되는 병상 생활에 혈관이 숨어들어 방금전에 채혈을 하던 간호사도

힘들어 하고 초록잎새는 더 힘겨워 하는걸 보고 있자니 또 내 가슴이 미어져 온다.

그때 마침...

초록잎새의 여고 동창생들이 문병을 왔다.

여인들의 수다에 잠시 마눌님은 기분 전환이 되었나 이내 표정이 밝다.

연이어 고속철도 기장으로 가 있는 입사 동기생 김현중님 부부가 문병을 오셨다. 

이젠 병문안도 끝나갈 시각...

간병인에게 아내를 부탁하고 김현중님 부부와 총총히 병원을 나서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그렇게 우리부부는 또 보다 낳은 내일을 기원하며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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