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일차 :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지난밤...
복용햇던 약이 수면제 효과가 있었는지
아님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그랫는지 혼절하듯 3시간 남짓 잠을 잔것 같다.
이후....
계속 어제일이 생각난다.
가기 싫어하던 초록잎새를 데리고 간일...
현관 도어록 고장이 났을때 그 핑계를 대고 산행을 포기 할걸...
산행지를 다른곳으로 해야 햇는데 등등...
이런 저런 숱한 후회와 자책들이 몰려들며 지금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아내 생각에 통곡을 했다.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나의 아내...
지금껏 살아오며 보아온 내 아내는 천사다.
그런데...
그렇게 착하게 살아온 내 여자에게 왜 저런 고통이~!!!!
새벽이 오고...
면회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던차에 서울의 만보님 카톡을 받았다.
내가 제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형보다 더한 만보님이라 순간 내가 처한 상황을 간단하게 전했다.
그러자...
1초의 망설임 없는 응답.
"지금 만보 당장 달려가네~"
오셔야 마땅히 할게 없으니 후에 오시란 나의 말에
평생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내가 더 잘 알테니 차후에 대한
논의라도 나랑 얼굴 마주 보며 해야겠단다...
얼마후..
외상 중환자실에서 온통 의료기기를 몸에 달고 있는 아내를 보자
절대 이러지 말자 했던 결심이 순간 흐트러지고 복 받처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너를 어떻게 해야 되니~!!!
너를 정말 어쩌면 좋으니~!!!
진정이 된 후 아내에게 해 준 말이래야 고작
30년만에 겪는 우리부부의 최대 시련이니 힘들지만 극복하자.
힘든거 알지만 견뎌 줘~!
이렇게 밖에 달리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 미안해~!
30분이 어쩜 이리도 빨리 지나던지~?
고통에 겨워 심음하는 아내를 두고 나오려니 참았던 눈물이 또 왈칵 솟는다.
나오며 담당 간호사에게 주치의 면담을 신청했다.
아무리 늦어도 끝까지 기다릴테니 오시면 불러 달라고...
중환자실 밖에서의 기나긴 기다림...
그사이에 만보님과 에개해님이 나를 찾아 오셧다.
다함께 긴긴 기다림 끝에...
수술을 끝내고 잠간 짬을 내서 올라 오셨다는 전문의와 마주 했다.
자신은 흉부외과 전문의라 정형외과는 차트에 올라온 수준에서만 알려 준다며
주로 흉부외과에 대한 진료과정을 설명하는데...
겁이 왈칵 난다.
충격에 의한 내상으로 폐에 혈액이 고여있는 상태이며
10년전만 해도 이런 경우엔 50%가 사망인데 지금은 약이 좋아저 괜찮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최악의 경우를 얘기 한다고는 하나 내가 듣기엔 심각하다.
정형외과에 대한 소견은 차트만 볼땐 팔목은 수술.
골반은 보정하는 정도의 수술.
허리는 수술까진 아니다란 소견.
다만...
허벅지의 깊은 상처가 매일 같이 드레싱 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심할거란 말.
차후...
폐가 호전되면 이번주에 수술.
호전이 안돼도 마냥 기달릴 수 만은 없는 관계로 다음주 수술.
이경우 폐는 최악으로 갈 수 도 있슴을 각오하란 말.
나에겐 모든게 공포스런 말 뿐...
그런데...
만보님이 그러신다.
원래 아무일도 아닌것도 의사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까지 말 하니 신경 쓰지 마란다.
너무 걱정 스러워 서울 삼성병원으로 이송 시킬 경우를 생각해 그곳에 근무하는
조카 혜원이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조언을 들었다.
혜원이도 같은 이야기.
다만...
의료시설과 기술은 월등하게 좋은데 거주지 이동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 해야 한단다.
당연한 이야기 다.
그러나...
마음은 당장 이송하고 싶은데 지금 저 몸 상태로
온전한 이송을 장담 못하니 일단 추후 진행과정을 보고 결정 하기로 했다.
힘든때 만보님과 에게해님이 곁에 있어 많은 의지가 되었다.
입맛 상관없이 무조건 먹어야 한다며 데리고 간 음식점에서
겨우 밥 한그릇을 비워 냈다.
형님들만 아녔슴 아마도 굶었을게 분명했다.
이젠 헤여져야 할 시간...
만보님이 조용하게 내 소매를 잡더니 봉투를 내 주머니에 넣어 주신다.
"너 분명히 말하는데 굶지마~!"
"제수씨를 위해 너 끼니 거르지 마라고 주는 돈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솟구친다.
정말 고마운 형님.
그 먼길 달여와 준 것만해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는데.....
가시고 난 후 처다보니 두둑하게 들어있는 봉투의 겉면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우리 천사와 같은 제수씨의 빠른 쾌유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만보 석진호)
그래~!
남들도 다들 인정하는 천사와 같은 마눌님을 위해 힘내자.
그래서...
일단 사무실에 가서 소장님과 고교 후배인 부소장을 면담한 뒤엔
진단서를 첨부하여 병가를 낸 후 기타 사무실에 처리해야 할 잔무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어제 하루 검사비만 해도 150만원이 넘게 들은걸로 봐선
아무리 해골을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아 퇴직후에나 받을 수 있던 공제조합을 탈퇴 하기로 했다.
이돈은 정년후 아내와 해외든 국내던 여가생활에 쓰려던 목적으로 지금껏 적립해온 돈이다.
우야튼...
이런거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직장에서 돌아오니 처남 부부가 찾아왔다.
매형 혼자 있슴 분명 저녁도 드시지 않고 계실것 같다며...
그런데...
정말 밥이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처남댁과 처남들이 권해도 어쩔 수 없다.
다만...
다리 부상에 대한 약은 먹어야 하기에 포도 한송이와 빵 한조각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처남들이 돌아가고 홀로 남은 한밤....
아~!
지옥같은 고통이 몰려든다.
신들이 정녕 계시다면 제발 좀 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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