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정읍 두승산

산행일 : 2014년 10월17일(금)~18일(토)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서.

어떻게 : 유선사~두승산~끝봉(1박)~노적봉~황토현 푸른터~유선사

 

 

 

 

주말 영남이네 방문을 취소 시켰다.

흐느끼는 억새의 향연을 느껴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신청자 인원이 너무 저조하여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대신...

혼잡스런 주말을 하루 땡겨

가까운 정읍의 두승산으로 아내와 단둘이 떠나기로 했다.

금요일 오후 퇴근하여 부지런히 박베낭을 꾸려서 떠난 두승산은

집 떠난지 1시간30분만에 유선사를 지척에 둔 공터에 나의 애마를 잠재우며 시작됐다.

 

 

 

시멘트 소도로를 따라 올라선 유선사.

경내에서 내려 보이는 조망이 환상이다.

과연 신선이 놀다 간곳에 절을 지었다는 한문의 뜻 풀이가 아니더라도

좀 더 살펴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른다.

오늘은 해지기전 박지에 도착해야 하니 내일 자세히 둘러 볼 참이다.

 

유선사를 뒤로 유순한 등로를 따라 오른지 얼마 안 돼

망화대란 글이 세긴 암릉의 벽면이 눈길을 끄는데 무식한 놈은

도무지 해석 불가의 한문과 바위 구멍으로 된 문양이 눈에 띈다.

이런거에 관심은 없으나

학술적 또는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문화재 라면

안내문이 있을텐데 그것이 없는걸 보면 뭐~ 그닥 중요한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한가로운 발걸음이 어느새 무명봉에 이른다.

 

 

 

숲터널을 벗어나 제일먼저 눈이 가는건

공활한 가을 하늘이다.

어쩜 저리 맑고 싯푸른지 ?

이쁘다.

 

 

 

투명하리 만큼 맑고 고운 하늘아래의 풍광 역시 황홀하다.

누렇게 익어가는 너른 들판의 황금물결과 노적봉 아래 두승 저수지가 발아래 드리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땅엔 아픔도 슬픔도 없을것 같다.

그러나...

이곳은 순하디 순한 농민들이 학정에 견디다 견디다 끝내는

폭발하고야 만 혁명의 중심지 다.

 

1892년 4월 고부 군수 조병갑이란 놈이 부임 이후 

이 개새끼만도 못한 관리는 흉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리던 농민들에게

각종 명목의 세금을 수탈한것도 모자라 지 에비의 공덕비를 세운다며 농민들을 쥐어 짜는데

이에 견디다 못 해 전 창혁이란 민초가 면세 신청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 했다가 매를 맞아 죽는다.

그러자... 

그간 학정에 시달리던 농민이 궐기 하였는데

그 선봉의 인물이 바로 매를 맞아 죽은 전 창혁 아들 전 봉준이다.

어릴적 누구나가 다 한번 쯤 흥얼 거리며 놀았던  노래의 주인공 녹두장군.

 

수백년이 흐른 지금...

저 들녁의 평화스런 모습 마냥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민들은 그 시대상과 달리 살림살이 많이 펴지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됐을까 ?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의문부호가 생긴다.

대기업에 그간 하애와 같은 성은을 베풀어 할인해 주던 법인세만 돌려놔도 될 것을

국가재정 어렵다며 살기 힘든 민초들에게 각종 명목의 세금을 올리는 정책을 펴는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하는 꼬라지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서라~

그러다 또 민심 폭발한다.

 

 

 

 

 

 

두승산...

어느새 정상에 선다.

표고가 444로 참 외우기 쉽다.

정상 빗돌도 없이 이정목이 대신한 초라함에 왠지 내가 다 미안함이 들던

두승산은 그래서 오래 머물 수 없어 급히 발걸음을 말봉으로 옮겼다.

 

 

 

전형적인 육산에 우거진 솔숲....

정말 걷기 좋은 숲속의 오솔길이 말봉으로 우리 부부를 안내한다.

 

 

 

두승산 정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

말봉은 그렇게 느닷없이 하늘이 열리는 곳에서 선을 보였는데

정상보다 훨~

그 위엄과 규모를 자랑한다.

우린 사방팔방 시원 시원한 말봉의 조망에 한동안 취해 있다가

 

 

 

문득...

밝고 있던 암릉을 내려다 보다 암반에 세겨진 글씨를 발견했다.

水斗木升(수두목승)...

?

네글자에 두승이란 글이 있으니

아무래도 이산과 연관이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드는 글씨라 생각 되는데...

 

 

 

이건 또 모야~?

望仙坮....

그아래 각자의 이름들이 쭈~욱...

이런데 이름 세겨넣은 인물치고 제대로 된 놈 못 봤으니

이건 별 볼일 없는 낙서라 보면 될테고...

 

 

 

뜻도 의미도 모를 글자에 해골 굴릴 이유가 없다.

금방 다 잊어 버린 산찾사와 초록잎새....

오늘 산행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을 충분하게 즐긴다.

해질녁까지 끝봉에 내려서면 되니 아직 시간은 여유롭고 충분하다.

 

 

 

 

낮은산의 조망이 이렇게 황홀 할 줄 이야~!!

이젠 내려서야 할 시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놓은 순간 아름다운 송림숲 오솔길이 또 우릴 기쁘게 한다.

향그런 숲향과 부드럽게 밟히는 흙의 기운이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전해져 온다.

 

 

 

그렇게 얼마를 걸어 내렸을까 ?

문득 앞을 내려다 보니 오롯이 솟아오른 봉오리 위에 정자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는게 보인다.

끝봉이다.

오늘 우리가 한밤 꿈을 꾸게 될 보금자리가 바로 저곳....

 

 

 

 

 

드디어 도착한 끝봉의 정자.

깔끔하다.

초록잎새가 좋아하며 하는말...

 

"음성 큰산보다 훨~ 좋아~!"

 

 

 

끝봉의 명당자리.

이젠 고수가 다 된 명인의 솜씨로 산찾사가  뚝딱 ☆☆☆☆☆☆☆급 호텔을 지어

 

 

 

우리 둘만의 원앙금침을 깔아 두고 나니...

 

 

 

저 아래 정읍 시가지와

 

 

 

너른 들판으로

붉은 노을이 퍼지기 시작한다.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는 산상에서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우린 준비해 간 음식으로 성찬을 벌였다.

 

 

 

노릇 노릇 익어가는 고기와 함께

주님을 향한 信心이 깊어 갈 수 록 내 얼굴이 석양을 닮아 붉어진다.

 

 

 

 

마지막을 더 강렬하고 화려하게 수 놓으며 

처연하게 서쪽 하늘을 불들이던 태양이 서서히 서해바다로 침몰한다.

 

 

 

 

해가 진 후... 

그 잔영의 여운이 짙게 남았던 그 자리엔

 

 

 

하나 둘 셋....

불빛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더니

어느틈에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불꽃 향연이 펼쳐진다.

 

햐~!!!!

 

 

 

술에 취해 그런가 ?

모든게 다 아름답다.

그렇게 떠나고 싶고 버리고 싶던 세속의 세상사 모든것들이

이렇게 올라와 내려보자 어찌 저렇게 또 아름답게 변신하여 나를 맞아 주는지 ?

 

산...

산은 이래서 참 좋다.

올라 서면 모든걸 다 잊을 수 있고 

추악하다 생각되던 저 도심도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니 말이다.

 

늦은밤....

화려한 도심의 야경에 도취되어

가을밤 싸늘한 밤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던 몸이 떨려 올 쯤...

만두 라면을 끓였다.

누구나가 인정하는 최고의 쉐프 초록잎새가 맛을 보더니

굿~!!!

집에선 라면조차 끓일 줄 모르던 산찾사가 큰일을 해 냈고 인정을 받은 순간이다.

ㅋㅋㅋ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어느곳과 견줘도 결코 꿀리지 않는 화려한 야경.

얕으막한 야산에 불과하니 당연 도심과 그만큼 가깝기 때문일까 ?

 

 

 

화려한 야경에

깜박대는 보석같은 별빛도 기가 죽었고 달빛은 아예 숨어 버렸다.

 

 

 

정말이지...

둘이 보기엔 너무도 아까워 원통할 지경....

쉽게 잠들지 못 한 깊은밤은 흘러 흘러 어느덧 자정을 넘긴다.

 

 

 

살이에 지치고 힘들어 할때 마다

산은 나에게 있어 삶의 휴식터이고 충전소이다.

오늘도 이렇게 나는 모든걸 내려 놓고 잊을 수 있어 진정 힐링이 된다. 

 

 

 

이른아침....

그렇게 화려하던 도심의 불빛이 사라진 지금....

화장을 지운 여인의 초라한 모습이려니 했는데 아니다.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

아기 햇살에 드러난 산정 아래의 모습이 청초하다.

 

 

 

아직 물러나지 않은 어둠인가 ?

아님 어스름한 안개일까...

입암산과 내장산 산너울 사이 사이에 깔린 띠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스며든다.

 

 

 

그러다 시작된 일출...

 

 

 

숙연해 지는 순간이다.

 

 

 

 

 

 

훤하게 밝아진 아침의 여린 햇살을 담뿍 받으며 떠날 준비를 한다.

먼저...

주님을 섬긴 후유증을 달래는 얼큰한 김치찌게를 끓여

맛나게 드셔주고 난 우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다.

 

 

 

이 시간들이 참 좋다.

이곳...

지난밤이 너무 황홀하여 다시한번 앵콜 산행을 기약하며

 

 

 

아니 온 듯...

주위까지 깔끔하게 정리후 다정하게 인증 샷~!

 

 

 

 

끝봉을 떠난 우린

잘록이 안부에서 방향을 틀어 내린 후 노적봉을 올라 챈다.

 

 

 

힘겹게 올라선 노적봉 정상은 납작 주저않은 쌍분묘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을 내려서자 등로는 솔잎이 깔린 부드러운 육산의 오솔길이 길게 길게 이어지다...

 

 

 

 

한차레 대숲의 터널을 통과하자.

 

 

 

입석리의 마을에 닿게 되는데

첫 민가의 이름이 황토현 푸른터라 돼 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곳 황토현 푸른터를 산행의 시.종착으로 한다.

 

 

 

뜻밖에 도로에 내려서자

딸랑딸랑 내 뒤를 따라 내려온 초록잎새 어리둥절...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란 표정.

 

 

 

유선사로 가려면 다시 산을 올라야 된다는 나의 말에

발끈할 줄 알았던 초록잎새가 왠일인지 반긴다.

그러며 하는말....

왠지 싱겁다 했다나 뭐라나~?

 

 

 

입석리에서 유선사로 향한 오름길...

아침부터 등줄기 땀 좀 나게 걸어 올랐다.

 

 

 

그래도 불평이 없을 만큼

등로는 걷기 좋았고 아름다웠다.

 

 

 

 

드디어 도착한 유선사...

 

 

 

어제 둘러보지 못한 사찰을 둘러본다.

 

 

 

유선사....

빛바랜 단청이 고찰임을 말 해 주고

대웅전 아래 수백년은 됨직한 고목과 함께 사찰로 내려서는 백호가 눈길을 끈다.

 

 

 

사찰을 뒤로 하며

가파른 시멘트 소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연이틀 산행 중.

이른아침 산책을 나오신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 외엔

누구와도 만나지 못 했던 호젓한 둘만의 오봇한 산행을 끝낸다.

큰 기대없이 찾아 들었던 정읍의 두승산...

다시 한번 더 한밤을 지새고 싶을 정도로 힐링 만땅의 기쁨을 맛 본 두승산으로

우리 부부에겐 영원히 기억 될 것 같다.

 

 

 

(동영상으로 따라가는 두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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