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옥천 누에능선 알봉산
산행일 : 2013.3.22.(금)
누구랑 : 나홀로
이동경로 : 안터 선사공원~강변길~능선~가리내 농원~한반도 전망대~생명전원강 농원~피실
~누에능선~낙화암~476봉 능선갈림길~임도~알봉산~반딧불이재~안터 선사공원 (6시간20분 산행)
(산행 개념도)
지난번 둔주봉 산행을 하면서 바라본 누에능선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려 평일의 한가로운 발걸음이 누에능선으로 나를 이끈다.
간단하게 물한병과 일용할 양식으로 모시떡 3개만 달랑 넣은 가벼운 베낭을 메고 떠난길....
옛 고속국도를 이용해 옥천에 이르러 정지용 생가를 지나 안터교를 건너자 마자 안터선사 공원이 반긴다.
오늘 이곳이 누에능선을 향한 날머리와 들머리가 되시겠다.
이리가던 저리가던 한곳으로 되돌아 올 곳이기에 발길 닿는대로 떠날참이라
선사공원에 세워진 안내 조감도 먼저 살펴보는데.....
안터마을에서 옥봉산을 올라 능선을 타고 가려던 계획이 조감도를 바라보는 순간 변경된다.
조감도의 그림엔 옥봉산 능선자락 아래로 대청호반을 끼고 돌아가는 강변 산책로란 이름이 들어있다.
그 강변 산책로를 본 순간 지난번 산행때 만났던 신셈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누에능선을 타고 돌아올때 강변 산책로를 따라 왔는데 그 느낌이 참 좋으셨단다.
안터마을을 지나자 마자
한가로움과 게으름이 실실 풍겨나는 잔잔한 호반이 눈에 들어온다.
이른봄을 시셈하는 강변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드는 추위도 아랑곳 없이 그 강가에선
몇몇의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는다.
강건너엔 수변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옥천의 육여사 생가터를 들머리로 마성산을 오른 후 이곳 수변 전망대로 내려서면 간단한 원점휘귀 산행이다.
이슬봉까지 이어 걷자면 차량 회수가 곤란하니 마성산의 조망과 대청호반의 산책을 겸한 간단한 산행으로
새순이 꼬물 꼬물 움트는 봄날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발걸음으로 아주 좋은 산행지가 될것 같아 언제 또 찾아 볼 참이다.
아무도 없는 강변길을 걷는다.
좋다.
3~40분의 시간만 할애하면
생지옥 같은 도심을 탈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믿기지 않는다.
먹고 사는데 구차하지 않는 삶이라면 그냥 이런곳에 푹 젖어 살고 싶은맘이 오늘따라 더욱 더 새록 새록 솟는다.
꾸덕 꾸덕 하여 먼지 도 나지 않아
밟히는 촉감도 좋던 강변길이 때론 이렇게 개콘의 히숙대리 처럼 질척댄다.
응달이라 이제 막 쌓였던 눈이 녹았나 보다.
그저께까지 화사했던 봄날이 가시내처럼 변덕스러워
오늘은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고 하늘은 햇살을 가려 음산하다.
그러나...
제법 싸늘하게 와닿은 바람도
왠지 그 앙칼진 맛이 사라진걸 보면 봄이 오긴 왔나 보다.
강변길이 피실마을 까지 이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못가 강변길이 끊긴다.
강물이 불어 그런가 ?
살펴보니 그것도 아니다.
잠시 망설인다.
되돌아가 처음부터 능선을 이어 걸어볼까 ?
이쯤에서 능선을 치고 오르면 옥봉산을 못 오른게 맘에 걸린다.
무슨 미련이 그래 많은지 ?
ㅋㅋㅋ
능선의 사면을 치고 없던 길을 만들며 오르기가 힘겹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대청댐으로 수몰되기전 여기도 무슨 터 였던지 주춧돌이 쌓여있는 지점을 지나자
비로소 수북히 쌓여있는 낙엽위론 흐미하나 뚜럿한 등로가 능선으로 나를 이끈다.
경사가 급하다.
낙엽은 또 왜이리 미끄러운지 ?
한동안 오름길에 열중하다 지친 나를 위로하는 꽃망울이 내 발걸음을 잡는다.
생강나무....
봄날이면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다.
저거와 비슷한게 산수유 꽃인데 솔직히 난 아직도 제대로 구분을 못한다.
그냥 산에서 피는건 산수유로 알고 있고 굳이 구분을 하자면 잔가지를 살짝 꺽어 냄새를 맡아야 알 수 있다.
김유정의 소설속에서 점순이가 넘어지며
한창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땅이 꺼지듯 온 정신이 아찔 했다던 그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 꽃이다.
아마도 강원도에선 생강나무를 산동백이라 불리나 보다.
그 노오란 산동백이 지천으로 피었다.
이맘때면 저 노오란 꽃을 따 차를 끓여 향기를 즐겼고
그 잔가지와 잎을 조금 채취해 말려 끓여 마시면 어혈을 없애 줘 잔병치레가 없다 하여
한때는 산행때 마다 한봉지씩 채취해 가저오기도 했었는데 정작 먹어야 할 애들이 처다보도 않아 그짓도 그만 뒀는데
이젠 그런 애들도 집을 떠나 마눌과 단둘이 살기에 그런 욕심도 사라진지 오래다.
겨우 올라선 능선...
탄탄대로의 등로가 반갑다.
그런데...
이쯤이면 대체 어딜까 ?
아마 되돌아 걸어가면 옥봉산이 지척일거란 짐작뿐.
그렀다고 되돌아 가긴 싫다.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이 갑자기 내리 백힌다.
그러다 급기야 길이 뚝 끊기고 눈 앞엔 강물이 넘실댄다.
강변길을 조금스럽게 걸어 탈출하고 보니.
길 건너편으로 가파르게 치솟아 오른 봉오리를 마주한다.
개념도를 살펴보니 안터마을에서 이어진 임도가 마주한 무명봉 사이를 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임도로 직행하기 위해 조금 걸어 나오자 민가 하나가 보이는데 개념도에 나와 있는 가리내 농원으로 짐작된다.
가리내 농원에서 임도를 만나기 위해선
구불대는 길을 한참 돌아 나가야 하기에 작은 개울을 건너 임도를 향해 직등을 감행 했다.
그래서 ?
졸라 고생했다.
임도에 올라서고 보니 온몸엔 도둑놈 가시와 도꼬마린의 열매가 다닥 다닥 붙었다.
그넘들 씨를 뿌릴라면 짐승의 털에 붙어야지 승질 고약한 나한테 붙었으니 종족 번식은 다 글러 버린거다.
메마른 임도에 죄다 그놈들을 털어 버리고 휘적 휘적 고개를 넘고 보니....
임도 옆으로 생뚱맞게 무슨 연유인지 원목테크가 설치됐다.
?
원목테크 입구의 안내도가 향수 바람길을 소개하며
이곳이 한반도 전망대라 알려 줘 원목테크의 궁금증은 해소를 시켜 주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반의 풍경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려보아도 한반도 지형의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S자 지형이면 무조건 한반도 모양이라고 우겨대는 어거지가 우습다.
그냥 호반 전망대라 하시죠~?
호반 전망대를 내려서자
삼거리의 길목에 번듯한 주택 하나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게 마을이랜다.
단 한채의 집 뿐인 마을...
생명전원강 마을이란 아주 이쁘고 정감이 가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지랄~!!!
나 재네들 싫어~!
증말 싫어~!
개시끼가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가 아주 지독스럽게 짖어 댄다.
씨~앙 누므스끼들...
개시끼들 땜시 오금이 저린 산찾사가
슬금 슬금 도둑놈 발걸음으로 탈출한 삼거리에서 덩기미 피실로 급히 내뺀다.
이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산찾사가 평안을 찾은 강변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얼마를 걸었던가 ?
드디어 강변길의 끝지점에 있는 피실마을에 도착했다.
피실마을엔 전원 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몇년만에 올랐던 둔주봉에서 내려봤던 예전에 못 보던 건물이 이거였다.
그런데...
이런곳에 어떻게 건축허가를 냈을까 ?
전원주택지론 최고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노랫말의 장소론 여기가 딱이다.
다만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밭이 없어 약간의 서운함이 있을뿐.
그런데...
옴마야~!!!!
산찾사 디집어저 놀래 디지는줄 알았다.
느낌이 이상해 뒤돌아 보니 황소만한 세퍼트 개시끼 한마리가 짖지도 않고 말끄럼히 날 처다 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자릴 벗어 났는지 ?
전원주택지 바로 뒷산으로 부리나케 도망을 나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수유 꽃밭이다.
그런데....
산수유 꽃에 정신을 팔 정도로 여유롭지 못한 맨붕의 상태가 아직도 진행형이다.
저누무스끼 보신탕거리가 내 눈치를 보며 슬금 슬금 나를 따라오고 있다.
하이구야~!
우짜믄 존노~?
세퍼트는 숲속에 들자 사라진다.
무슨 건물을 철거한 잔해가 남은 등로를 지나자 비로소 산찾사의 마음이 진정되고.
비로소...
오매불망 그리워 하던 누에능선을 걷는다.
오르락 내리락....
꿈틀대는 누에의 등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걷는 내내 강 건너편의 둔주봉은 지척에서 따라오고
그 아래론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오늘따라 강물의 물빛이 유난히 아름답다.
옥색의 물빛은 어쩜 저리 고울까 ?
한겨울 추위에 저 강물이 꽁꽁 얼어 붙은날
누구는 저 둔주봉에서 내려와 강을 건너 이 누에능선을 걸은 후 저 강을 다시 건너 갔다고 한다.
내년 한겨울엔 나도 꼭 한번 그래 보리라.
걷다보니 어느덧 때도 지났다.
모시떡 한개와 물 한모금으로 요기를 한 후 또 누에능선을 걷다가...
삼각점이 박혀있는 244봉에서
또다시 모시떡 한개랑 물 한모금 드셔 주시공...
낙화암을 향한 내림길에서 호반의 풍경이 아름다운 조망바위를 만나
궁상맞게 쪼그리고 앉아 누에능선 등반기념 셀프 사진을 한장 담아 보고...
다 내려선 다음엔
멀리서 처다보기엔 까마득히 높아만 보이던 460봉을 올라채기 시작했다.
460봉을 향한 오름길 초반은 단애절벽으로 이뤄진 암릉길이다.
그래서 이곳을 낙화암이라 그랬나 보다.
당연 조망과 풍광이 오늘 산행중 가장 빼어나다.
낙화암 암릉 능선을 다 벗어날때 까지
계속 되돌아 보고 또 보게 만들던 경관도 숲에 들며 잔가지에 가리게 되자
비로소 오름질에 열중하게 된 산찾사....
힘겨운 오름질이 끝난 능선 갈림길에서
460봉을 향해 오른쪽으로 꺽인 능선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결에 나도 모르게 460봉을 지나치게 되고 진행방향 좌측 반대편엔
산 허리를 가르는 임도가 보이는데 눈에 많이 익은 모습들이다.
그 산허리를 파 먹으며 이어진 임도가 만나는 고갯마루....
예전 마눌 초록잎새랑 단둘이 청마리 야자학교에서 탑산을 오른 후 저기 보이는 고개를 넘겨
부룡산이 내리백힌 능선을 타고 내려 원점휘귀 산행을 했던곳이 바로 저곳 청마고개다.
알봉산을 향한 능선길이 청마고개를 향한 임도를 만난다.
그 임도를 넘어 능선길을 직등하면 얼마 후 알봉산에 닿게 된다.
이젠 안터마을을 향한 길을 찾아간다.
통신시설탑 아래의 희미한 족적을 따라 내리면 이내 등로는 뚜렷해 지고....
소나무가 울울창창한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며 능선길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고도를 낮춰 가다가
피실로 이어지는 임도와 만나게 되면 오늘의 길고 긴 산행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다.
임도를 가로질러 반대편 숲을 파고 들어 올라서면
초반에 못 올랐던 옥봉산을 경유하여 안터마을로 안착하게 되는데....
내 발걸음을 뒤로 돌리게 만든 전화 한통이 울린다.
마눌이 오늘 저녁 약속이 있으니 빨리 오란다.
솔직히 걷기 싫었다.
야산 하나 더 올랐다는 의미외엔 뭐 볼게 있냐란 생각에 덤으로
마눌의 전화는 적당한 핑계가 되어 왠지 찜찜했던 마음을 다독이며 편안한 길을 따라 안터마을로 향했다.
오늘 산행거리가 얼마인지 모른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걸었고 걷고 보니 6시간 20분이 걸린 장거리 산행이 됐다.
그래도...
항상 마음에 두고 있던 누에능선을 걷고 나니 누가 시켜 그런것도 아니것만
무슨 큰 숙제를 끝낸 홀가분한 이 기분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동영상으로 누에능선 걸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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