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이원 대성산
산행일 : 2010년 1월 08일 금요일
누구랑 : 청솔 산악회랑...
노는 날이다.
아니 쉬는 날이다.
그게 그거라구 ?
허~!
무슨 말쌈을 그렇게..
노는건 실업자구
쉬는건 뺑이치게 또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휴식이니 다르다.
뭐하며 쉬지 ?
계속 쉬다보믄 몸이 쉬어 버린다.
그렇다구 넘 굴려 버림 또 몸 베린다.
뭐든 적당해야 되는디 그게 또 영~!!!
춥다.
이게 꼴까닥 하기 직전의 지구가 반란을 일으킨거 란다.
몇일전엔 100년만의 눈 폭탄 세례까지...
변화 무쌍한 기후변화를 통해
나 이제 살 날 을매 안 남았어 라며
지구는 숱한 경고와 메세지를 보내지만 지구인들은 꺼떡도 안한다.
특히...
지구를 더럽힌 선진국넘들이 더 ...
그래서 오늘 졸라 추운건 순전히 씨오투 왕창 배출국 선진국 책임이다.
눈 폭탄 맞은 한반도 어느곳이든
길이 미끄럽고 위험하니 먼길 가기는 부담스럽다.
거기다 졸라 춥다.
그러니 귀찮다.
그러다 보니 아주 가까운 곳 업퍼지면 코 닿은 이원의 대성산을 가는 산악회를 따라갔다.
거기다 쩐도 무쟈게 싸다.
단돈 만냥...
내려와 막꼴리 쇠주 컵라면에 커피까지 마시면 솔직히 꽁짜다.
을매만에 찾아 왔든가 ?
예전 꽃피는 춘삼월에 대성산을 찍고
천태산으로 걸었던 기억이 아스름하게 기억되는 대성산 기도원이 들머리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각시님 각시님 안녕 하셔요.
낮에는 해님이 문안 하시고
밤에는 달님이 놀러 오시네.
우리 어릴적 부르던 동요다.
먹을것 없던 그시절엔 저 고드름을 따다가
발을 엮어 방에다 달아줄 각시가 없던 우리들은 쭈~욱쭉 빨아 먹었다.
양지쪽 담벼락에 붙어앉아 누런코가 댓발 쯤 나오면 후룩 들이 마시고 고드름 한번 쪽 빨고....
그시절 어린친구들 다 어데로 갔는지 ?
요즘들어 참 보기 힘든 고드름이 40년도 더 된 세월의 저편에
잠자던 추억을 끄집어 내어 향수에 젖게 만든다.
고향....
나이들어 늙어갈 수록
태어나 자란 고향과 어릴적 친구들이 그립다더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난 고향이 없다.
아니 잃어 버렸다.
고향이 조치원 근교라 행정도시로 개발될거란 발표에 땅값이 겁나게 뛴 후
서울간 개똥이도 심지어 타국에 시집간 복순이도 내 지분이 있다카며 대들고 하여
늙고 병든 엄니 애비 아주 잘 뫼실테니 저 땅 팔아 줍쇼 꼬실려서 외지인한티 죄다 팔아 치우고
모두들 정든고향들을 등졌다.
내 고향을 잃게 만든 행정도시가
요즘 오네 마네로 동네방네를 시끄럽게 하더니
이젠 온 나라를 발기 발기 찢겨 놓을 뽄세다.
대성산 기도원 입구....
오늘도 늘정대다 맨 꼬두바리 다.
그런 나를 향해 여지껏 얌전을 떨던 똥개가 그악스럽게 짖는다.
저 씨앙누므스끼~
화악~ 끄실려 부릴까 부다...
저 노무스끼 눈깔엔
앞서간 님들은 죄다 선량한님이고
난 도적넘으로 뵈나 보다.
하긴~!
요즘 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에
마음속은 시커먼스가 된지 오래인데 저넘이 그걸 알아챈나 보다.
기도원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들어선 모랫재 능선길이 가파르다.
쌓인 눈속의 낙엽도 미끄럽고...
한발 두발...
세월이 좀 먹냐
늦어두 대전서 30분거리니 어쩌랴 싶은맘에 한없이 발걸음이 느러진다.
발빠른 남정네들 다 보내고
맨 뒤에 처진 왕언니 두분이 다정히 걷는다.
그 뒤를 얼마쯤 처저서 따라가자 힐끔 돌아본 왕언니들이
산찾사님 먼저 가라 길을 내준다.
오늘은 처음과 끝을
왕언니들과 함께 걷겠습니다 하니 내심 반겨 하신다.
오름질로
등판대기에 땀이 흐른다.
의외로 산속에 들자 날이 포근하다.
추울줄 알고 고소모 내의까지 챙겨 입었는데 낭패다.
홀라당 껍데기를 벗겨 간편한 차림으로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고도는 낮아도
그간 워낙 추웠으니 상고대는 있겄지란 꿈이 사라졌다.
앙상한 가지엔 초라하고 옹색한 서리꽃만이 풍성했던 지난날의 흔적만 남았있다.
대성산을 향한 능선길...
세찬바람이 귓볼을 때린다.
벗었던 옷을 다시 챙겨 입는다.
바람만 없으면 따스한 날인데...
선등자의 고단함이 뭍어나는 러셀의 흔적들...
그러게 요런날은 나같은 뺀질이 산꾼은 맨 뒤에서 걷는다.
러셀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게 얼매나 힘든줄을...
ㅋㅋㅋ
능선을 걸으며 비로소 조망이 터진다.
그러나 희뿌연한 개스에 가시거리는 그다지 멀리 뻗지를 못한다.
그래도 올라보니 좋다.
올망졸망 고만고만한 산들이 사방팔방 빼곡하다.
올라보면 웬 산들이 그래 많은지 ?
그 틈바구니의 조막만한 들과 밭을 일궈 굶지 않고 먹고 사는게
마냥 신기하단 생각이 산에 올라올때 마다 드는건 나 뿐만이 아닌지 ?
앞서가는 왕언니들의 살아온 지난 과거가
걷는 길섶에서 길 위에서 펄떡 펄떡 살아난다.
특히..
데레사님의 아버님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그때는 진정 몰랐는데 이제 그나이가 되니 아버님을 좀 이해를 할것 같다고...
사는게 힘겹고 고달플수록 지나고 나면 그게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나 보다.
그건 그래도 난 싫다.
먼 훗날 그런 추억거리 하나 없어도 지금 현재 안온하고 평탄한 굴곡없는 삶이 좋다.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나이 지긋한 어른신들 뒤를 따라 룰루랄라 천천히 걷는것도 참 좋다.
산찾사님 땜시 든든해서 넘 고맙다는 공치사는 물론
어르신들의 살아온 지난 삶의 얘기는 물론
자식과 손자들의 부대낌 속에서 노년의 살이에서 느껴지는 가족간의 감정들은
어떤것일까 어렴풋이 알 수도 있고..
대성산 정상을 앞두고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먹었다.
급하게 행장을 꾸린탓에
반찬은 초라하나 보온 도시락의 밥과 국이 따스해서 좋다.
배고픔을 해결하자
눈길을 헤치며 올라온 피로에 지친 고단함이 다소 풀린다.
천태산에서 마성산까지
길목 요소마다 헷갈리는 구간엔 어김없이
아래의 정성이 가득 담긴 안내 이정표를 볼 수가 있다.
그 이정표를 만들어 달아메신 님의 시그널이다.
박달령님..
직접 뵌적은 없으나 참 고마우신 분이다.
내고장 고향의 산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그 정성에 감복할 따름이다.
장용산을 향한 길에서
김대장님의 전화 한통을 받는다.
오늘 계획된 등로를
변경하여 장천재로 하산을 결정했단다.
눈쌓인 등로로 인해 체력소모가 많아 모두들 지친 모양이다.
매봉을 지나
장용산을 코앞에 두고
우측의 능선을 따라 걸어내려 장천재 저수지로 하산을 한다.
하산길...
초반 뚜렷한 등로가 희미해 지며 잡목에 끄들리고 부딪치고...
사람이 다닌지 꽤 오래된 길이 분명하다.
내려선 장천재 저수지가 꽁꽁 얼었다.
꽁꽁 언 저수지에 사람들이 득실댄다.
강태공들이다.
요즘 제철인 빙어를 낚나 보다.
장천리 마을 입구...
조형물이 눈에 띈다.
추욱~ 늘어진 가슴과 뱃가죽...
하염없이 하늘을 처다보는 눈가엔 지난 세월의 부침이 느껴진다.
이젠 힘 떨어지고 돈 떨어지고...
이제나 저제나 언제 올지 모르는 그리운 자식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농촌의 모든 부모님이 저런 모습이 아닐지 ?
산에서 건강을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