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입암산
산행일 : 2009년 11월03일 화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청솔 산악회를 따라서...
산행코스 : 장성갈재~시루봉~갓바위~북문~입암산~세재골~전남대 수련원~주차장
(산행 개념도)
가을비가 내린 뒤 날씨가 싸늘하다.
가을인가 했더니 계절은 벌써 겨울을 맞는다.
더 늦기전 아직은 남아 있을 가을속 정취를 느껴보려 길을 나섰다.
신종풀루덕에 초록잎새가 몇일 놀게 됨에 청솔 산악회를 따라 가을속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이른 아침..
버스에 올라 부탁해 놓은 맨 앞자리에
초록잎새를 앉히고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산악대장들은 다 왔다는 어느님의 말씀처럼 오랫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 아주 많다.
특히 아직도 기운이 펄펄 살아 넘치는
김수한 대장님이 맨 뒷자리의 우릴 보고 반가운 미소를 머금고
다가서는데 저 노인네 힘들게 여기까정 오게 만든다며 얼른 자리에 일어난
손대장이 마중을 나간다.
맨날 툴툴대는 뻔때없는 말투와 다르게 예의가 바르다.
덕분에 예의 없는놈이 돼 버린 싸가지 없는 난 그저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
다가선 김대장님이 내민 따스한 손을 잡는다.
그나 저나 입담 걸죽한 손대장 덕에 오늘은 오고 가는길 심심하진 않겠다.
장성갈재에 도착해 버스에 내리자
선두의 유대장님은 그새 자취를 감췄다.
후미에서 초록잎새와 천천히 숲속으로 몸을 감춘다.
장성갈재에서
시루봉을 향한 등로가 거칠다.
귀찮은 잡목이 성가시게 앞을 막는가 하면.
어느새
이삭을 다 떨군 억새밭을 지나고.
드디어 시루봉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나 보다...
본격적인 오름길을 앞두고
항상 든든하게 후미를 책임 지시는
풍경님이 어여들 먼저 가라 길을 비킨다.
항상 온화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우릴 어여삐 봐 주시는 풍경님을 오랫만에 뵈니 참 반갑다.
품위있게 노년을 다정하게 보내시는 두 부부의 모습이 청춘남녀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은퇴후 초록잎새와 내가 닮고 싶은 이상형이기도 하다.
능선을 향한 오름길에서
한발 비켜난 암반의 조망터에서 뒤돌아 보니
방장산이 나 좀 봐달라 불쑥 몸띵이를 내밀어 선을 보이고..
입암 저수지와
마을 그리고 산자락을 헤집어 놓은 건축현장이 내려 보인다.
가을 단풍은
사그락 사그락 다 떨어지고
지금껏 붙어있던 마지막 단풍이 생명의 빛 역광에 의지해
마지막 아름다운 자태를 들어내 가을향을 짙게 드리우며 폼을 잡는다.
얘야~
넌 어쩜 그리 죽어가면서도
그리 이쁠 수 가 있니 ?
시루봉을 향한길이
꿈틀대는 암릉으로 오름길이 힘겹다.
나를 앞서간 초록잎새를 따라 잡으러
우횟길을 버리고 직등의 암벽을 향해 기어 오르는데
내 꽁지를 붙어 따라 오르는 님들이 생겨난다.
처음 우려와 달리 모두들 암팡지게 달라 붙어 잘도 오르신다.
깊어가는 가을속에
겨울이 함께 공존하는 숲의 현장이다.
응달엔 잔설이 본격적인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시루봉 정상.
사방팔방 거침이 없어 조망이 끝내 줌...
우선 내가 가야할 갓바위가 젤 먼저 눈에 들어오고
구비치는 연릉의 내장산 일대의 산들이 내장을 다 들어내 우릴 맞아 준다.
시루봉을 내려 갓바위로 가는길...
갈비가 수북한 오솔길이 걷기엔 그만이다.
발빠른 밍밍님과 유여사님이 오늘은 웬일인지 늘정댄다.
"이런길은 뛰고 싶죠~?"
"길 비켜줄테니 달려 봐요~"
뛰는건 오늘 운동장에서 뛸거니
뛰고 싶음 오늘밤 카이스트 운동장에 나오라니
밍밍님 진짜로 가도 되냐 묻는다.
당근이 쥐~
그날밤
달밤의 체조현장에 밍밍님 진짜로 나와
초록잎새와 1시간을 욜심히 달렸다.
갓바위가 코앞...
갓바위를 앞두고 만난 암릉.
그냥 갈 초록잎새가 아니다.
얼레~!!!
재 왜 저래 ?
빙 돌아가면 될 길을 놔두고 꼭 저런다.
처다보는 서방 간 쫄아들게 만들며.....
올라선 암릉엔 또
끝 가장자리에 서서 조망을 볼건 뭐람~
갓바위로 향한 오름길은
편안한 원목테크의 계단길이다.
갓바위 정상의 조망터...
오늘산행의 최대 하일라트가 여기다.
빼어난 풍광에 비해 올라온 사람들이 적어 한가롭다.
오던중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차장을 꽉 메웠던 산악회 버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아마도 지금 내장산은 단풍잎보다 몰려든 인파가 더 많으리라.
평일산행에
아내와 함께 한게 얼마만인지 ?
평일의 한가함에
아름다운 산정에 올라 다정한 산우들과 함께 하니
오늘은 참 행복한 하루다.
인생이 모~있나 ?
이게 인생이고 행복이지...
애들 대학 마칠때까지 다닌다고 마눌은 고집하나
나는 당장 때려 치우고 나랑 평일 이런 산행과 여행이나 다니고 싶다.
트레드밀(런닝 머신) 법칙이란게 있다.
헬쓰장에서 런닝머신에 올라 운동을 할때 발견한 법칙이라 한덴다.
아무리 빨리 달리나 느려 터지게 달리나 항상 그자리를 벗어날 수 없는게 런닝 머신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란다.
행복지수는
열라게 돈을 많이 버나 적게 버나 똑같아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는 트레드밀 법칙이 적용된단다.
돈이 많고 적음이 행복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란 얘기다.
갓바위를 내려와
아늑한 장소를 골라 점심을 든다.
함께한 산우들이 내놓은 찬들이 풍성하다.
몸에 좋다하여 요즘엔 맥주보다 막걸리를 많이들 가저온다.
그런데 함께 점심을 먹으며 내놓은 술들이 남아돈다.
마침 발빠른 뫼오름님과 손대장이 벌써 식사를 끝내고 우리곁을 다가선다.
솔향 그득한 담근술에 막걸리가 그님들 차지가 되었다.
뒤이어 참석한 철리님은 캔맥주를 내어 놓았으나 오늘은 별 환영을 못받는 품목이 된다.
식사를 끝내고
북문을 지나 입암산을 향한다.
입암산은
입암산성 자체가 입암산이다.
투렷하게 남아있는 돌무더기를 밟으며 산성터를 이어 걷는다.
산성터가
암릉길을 돌아간다.
그냥 직등해도 충분할것 같은 암릉이라
일단 올라서고 보니 마지막 부분은 석굴을 통과해야 된다.
날씬한 피아노도
베낭을 벗어야 통과할 수 있는
석굴을 빠저 나오자 성터가 다시 이어진다.
암릉을 타는 동안
초록잎새가 멀찍이도 달아났다.
함께 걷던 일행들께 물어보니
금방 앞서 갔다해서 열라게 뛰어가 보지만
도통 그 모습을 잡을 수 없어 도중 포기하고 나홀로 걷는다.
우이씨~!
무정한 여편네....
입암산성길을 내려
장성새재의 갈림길에 선다.
장성새재에서
남창골로 향하는 새재골의 오솔길로 걸음을 옮긴다.
새재골의 오솔길이 환상이다.
바스락 거리는 낙옆 밟는 소리는 물론
색색으로 물든 아기단풍의 빛깔이 넘 곱고 이뻐
가을의 정취에 빠저 걷는길이 마냥 행복하고 즐겁다.
단풍의 유혹에 빠진 동안
내 주위의 모든 산우들이 사라진다.
잠시 나홀로
정적에 잠긴 숲속을 타박 타박 걷는다.
아~!
이 느낌이 정말 좋다.
이런길을 하루종일 걸을 순 없는지....
가을의 정취에 푹 빠진 하루다.
더욱이...
오늘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걸을 수 있슴이 행복이요 오랜만에 만난 다정한 산우님들이 있어 더욱 좋았다.
내 인생 모든 나날들이 오늘만 같아라 한다면 넘 욕심이 많은걸까 ?
함께 하신 산우님께 감사드리며....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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