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김해 무척산
산행일 : 2009년 3월24일 화요일(맑음)
산행 코스 : 생림중고~ 589.2봉~선청봉~정상~시루봉~하사촌

연 이틀 산행에 나선다.
오늘은 조망이 좋고 짧은 산행이라니
저녁 회사 동기모임에 좀 늦게라도 갈것 같다.
새로 개통된 고속국도를 이용하니
두어시간 남짓 됐나 ?
눈에 아주 익은 삼량진을 들어선다.
대전 부산간 여객열차를 운전할때 매일 보던 주위풍경이다.
참 세상 좋아짐을 느낀다.
대전은 이제
동서를 제외하곤 거의 일일 생활권이다.
동해를 향해 뻥~ 뚫린 고속철도나 도로만 개통된다면
이젠 어디든 하룻만에 다녀올 수 있다.
그런 나를 보고 부산이나 서울의 산우들은 참 부러워 한다.
오늘 산행 들머리는
생림중고의 뒷편에서 시작된다.
시멘트 소도로가 모은암을 향하고 있다.
그길을 따라 오르는
선두대장을 잡아내려 오늘 산행이 너무 짧으니
여기서 보이는 저 능선부터 가자며 그곳 능선을 향한 희미한
등로로 갈것을 부추긴 손대장의 입심에 선두대장님 힘없이 끌려온다.
(거기말구 요기로 가자며 꼬실리는 손대장)

등로초입은 희미하나 뚜렷했다.
그러나 그건 잠시 뿐
그길은 어느 무덤에 이르러 뚝 끊기고 만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손대장이 아니다.
뒤에서 궁시렁 대던 욕이 나오던 입심만큼 좋은 뚝심으로
그냥 뒤돌아 가자는 일부의 불만을 묵살후 낙엽에 미끄러지고
잡목에 끄들리며 선두에서 길을 개척해 나간다.
산길은 그냥 만들면 길이라나 뭐라나
ㅋㅋㅋㅋ
사실 그건 내 전공였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었구..
(산길을 만들며 진행중...)

개척하는 등로는 항상 그렇듯
내 뜻과는 무관하게 난관에 봉착한다.
눈에 빤히 보이던 능선이 오를수록 도망가고
거기다 생각지도 않던 암릉이 터억 버티면 난감하다.
그러나 그게 뭔 대순가 ?
돌아가면 그만이지....
남들 다 돌아가는데
가만 살펴보니 그냥 조심해 오르면 될것도 같다.
나홀로 암릉를 보듬고 안아주며 한동안 열열한 사랑 싸움 끝에
올라서고 보니 어느새 맨 후미그룹이 내 앞을 가고 있다.
이런~!!
바위와의 사랑이 넘 진했나 보다.
(내 앞길을 막았던 암릉)

주 등산로와 만나는 순간부터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우선 끄들리던 잡목이 없으니 몸띵이가 편안하고
발아래 펼처지는 선경에 눈이 황홀하다.

능선을 걷다가
등로를 벗어난 소롯길이 나오면
들어가 보고 암릉을 만나면 올라가 봐야 한다.
왜~?
아래 그림들이 다 거기서 본거라니깐여~



벌써 발걸음이 정상이다.
생림면과 상동면에 걸처 있는 산.
밥상를 받아 놓은 형상이라 식산이라고도 불린단다.
한문을 풀이하면 하두 잘나서 거기에 맞는 짝이 없는 산이라는데
정말이지 참 잘났다.
그런데
넘 잘난건 좋은데 잘난만큼 짧다.
그나마 오늘 산행거리 늘린다구 쌩구재비로
고생한게 다행이지 안그럼 겨우 2시간도 안걸릴 산행일게 확실하다.
정상에선
영냄이네 식구들이 모두 다 고개를 내밀구
산찾사야 나 찾아봐라 선을 보였는데 고넘이 고놈같구 그놈이 그놈같다.
평소에 공부좀 해서 내공을 쌓았다면
이럴때 같이 하는 산우들께 잘난척 좀 해보겠는데
당췌 원 알수가 없다.
어림직작으로는
재약산 신불산 취서산 금정산
토곡산 신어산 불모산은 같아 보이는데 확신할 수는 없다.
무식한 놈이 그저 확실히 알 수 있는건
구비구비 흐르는 낙동강은 100% 알겠고 그 물줄기 넘어로 희미한 가야산 정도다.
(무척산 정상에서 정상증명 사진을 박는 산우들)




정상을 내려선다.
시루봉을 향한 등로가 유순한 오솔길이다.

오솔길을 걷던
여 산우님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꽃방울 터트리는 따스한 봄날이라 벌써 비암이 나왔나 ?
역시 여성들은 감성이 풍부하다.
얼레지가 꽃망울을 내밀고 봄바람에 살랑인다.
이쁜게 이쁜건만 찾나보다.
어여쁜 울 언니들 얼레지를 보고 환장을 한다.
얼레지는
꽃피우기까지 5년을 기다린단다.
그래 그런지 애뜻함으로 다가선다.
그러나...
이쁜게 질투도 잘 한다지 아마 ?
그래서 얼레지의 꽃말은 질투다.
바싹 엎드려
얼레지를 디카에 쓸어담던
샘터님이 일어서며 투덜댄다.
"아잉~!!!"
"온몸에 먼지 투성이잖아~"
예전 곰배령의 사계절을 담아낸 다큐를 본적이 있다.
그때 그곳의 주민들이 얼레지를 채취해 나물로 먹는걸 본 기억이 난다.
단순 무식한 난
저 이쁜꽃을 보며 생각나는건 오로지
요녀석
삶아 무처 먹으면 워떤 맛일까 ?
(봄을 알리는 얼레지)


시루봉을 향하다
등로를 벗어난 샛길로 들어가 보니
단애절벽 아래로 시원 시원한 조망이 펼처진다.
벌써 때도 됐다.
어느 언니가 펼처놨나 ?
이쁜 보자기 위로 너도 나도 맛좋은 찬들을 꺼넨다.
산상의 부폐를 차렸다.
산들산들 봄바람에 기가막힌 산수화를 내려보며 행복에 젖어든다.
산찾사님 술 못하시쥬~?
그런디 이건 아주 귀한 약술인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벌써 나에게 한잔 그득 따라붓는
손대장의 잔을 받아 마셔보니 향그럽다.
마가목을 담근 술에 귀한 석청을 넣어 그런지 목이 감미롭다.
술 한잔이면
다리가 휘청거릴텐데 이상하다.
요건 마실때 아주 독해 은근히 겁을 냈는데 증세가 전혀 없다.
에잉~!
한잔 더 마실걸....
올 가을
운남성 호도협 트래킹 갈때
나 데려가믄 술은 지구 갈께유 라고 말한 손대장께
필요없응께 걍~ 따라 오시구려 했는데 안되것따...
손대장님
그 술 지고 오셔야 델코 갈래유~
(조망 좋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겁없는 언니들 더 좋은 조망을 본다며....)



여기저기 야생화가 올라온다.
일단 생긴모습은 솜나물 꽃처럼 생겼는데...
요렇게 올려 놓음
만물박사 춘천의 구암님이 리플글로 답을 알려 주실거다.
환경연합 의장님이 이번주는 그리 바쁘지 않은가 ?
야생화 촬영을 위해 광덕산을 오신다 하는데 마중을 못갈것 같다.
아하~!
구암님은 참 숲 해설가 강사도 하셨다.
혹 수강생들 데리고 실습하러 오시는건 아닌지 ?
그간 열심히 놀았으니
남들 노는 토요일 일요일 니는 뺑이치게 일이나 하란다.
ㅠ~ㅠ~ㅠ~
이제 나두
남들 놀때 같이 놀고 일할때 일 하고 싶다.
그럼 구암님 따라 댕기며 귀찮게 해줄건디..
(이꽃은 뭘 까~?)

하두 늘정대며 걷다보니
정상까지 선두권이던 우리 일행이
이젠 꼬두바리 맨 후미가 됐다.
마지막 시루봉을 밟고
뒤돌아 내려 버스가 기다리는 하사촌으로 가야 하는데
왔던길 다시 밟기 싫은 산우들 극성이 또다시 길도 없는 숲을 치며 트레바스....
오늘산행은
처음과 끝을 잡목과 잡풀에 뜯긴다.
땀이 많은 난 오늘도 반팔이라 팔뚝엔 생채기 투성이다.
산행을 끝낼 쯤
따꼼 ~따꼼.....
생채기난 팔뚝의 상처가 왠지 기분좋다.

(산행 날머리의 대숲 터널)

오늘 산행은
계획된 등로를 벗어난 덕에
좀더 길게 이은 산행이 자칫 너무 일찍 내려와
점심을 먹을 정도로 짧은거리를 늘려준거에 만족한 산행였다.
그러나 한편
아쉬움은 남는 법...
이곳의 명물이라는 연리목과 흔들바위 그리고 천지못은 못 들렸다.
무척산...
정말이지 조망 하나 만큼은 무척 좋은 무척산이다.
언제고 한번은
산우들 부부동반으로 먹거리 잔뜩 싸들고 찾아와
만만디 웰빙 산행으로 하루를 보내련다.
그때 그곳은 꼬옥 가봐야쥐~....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