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덕유산
산행일 : 2009년 1월 0418일 일요일 (흐리고 비와 눈)
누구랑 : 다음카페 산장 나눔터 산우들 25명
산행코스 : 안성~동업령~ 중봉~향적봉~설천봉~무주 리조트
-후기-
다음카페 산장 나눔터가 처음으로 대형 버스를 빌렸다.
한차 꽉 채워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나 날씨가 도와주길 않는다.
늦게 일어나 부랴부랴 서둘러 아파트를 나서는데 겨울비가 처량 맞게도 주룩주룩이다.
솔직히 운영진만 아니라면 걍~
뜨끈한 아랫목에 퍼질러 앉아 텔레비젼이나 보고 싶은 맘이 절로 나는 날씨다.
내가 이런맘인데 산에 미치지 않은 회원님들야 오죽하랴 ~
그래서였나 ?
대전나들목을 나서는 버스안은
펑크낸 회원님들로 45인승 버스안이 썰렁해 보이나
이내 산우님들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그 틈새를 메꿔 놓는다.
가면서 좀 그쳐주길 바란 비는
정작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자 빗줄기는 더 굵어진다.
우산과 우의를 뒤집어 쓰고 산행을 강행한다.
고도를 높여 능선에 서면 그 빗줄기가 눈으로 변할거란 기대감을 갖고서 출발이다.
오름길은 빗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다.
마음도 몸도 찌뿌둥한건 날씨탓인지 아님 전날 酒님을 모신 탓인지 ?
다행이 함께 하는 산우님들은
그런 날씨와 아랑곳 없이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판초우의로 무장을 했어도
눅눅함이 침범한 몸띵이가 찝찝해 기분이 영 꺼림직 하다.
한겨울 산행은 체온관리가 필수관건인데 덕유산 능선에 올랐을때
거친 눈보라와 매서운 바람으로 추위에 떨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뭔놈의 겨울날씨가 왜 이 지랄인지 ?
기온이 포근하긴 왜 그리 또 포근한지 윗도리 하나에 판초만 걸쳣어도 덥다.
차차로
고도를 높여가자 기온이 내려간다.
비는 진눈개비로 바뀌다 동엽령에 가까워 오자 눈이 되어 내린다.
지금껏 맨손이던 양손이 이젠 얼얼해저 온다.
동엽령을 올라서기전
판쵸우의를 벗어 베낭에 넣고 대신 우모복으로 갈아 입는다.
벙거지와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간단하게 신고 벗을 수 있는 아이젠으로 무장을 한다.
이윽고 올라선 주능선....
역시 고산은 다르다.
칼바람이 매섭게 볼따구를 때리는데 면도날 같은 날카로움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이맛이다~!!
겨울 산행은 이래야 한다.
(오늘 산행대장 문필봉님의 자상함)
덕유능선은
저 아래와 다르게 한 겨울 동토의 땅이다.
풍요로운 설원의 풍광에 순간 매료된다.
그러나...
급격하게 변화된 체온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바람 한점 막아주지 못한 허허로운 능선을 만날때면 몰아치는 칼바람에
실려온 싸락눈이 볼따구를 때려 설원의 아름다움이고 지랄이구 간절하게 생각나는건
우리집 아랫목의 뜨끈한 구들장 뿐이다.
고산의 능선은 변화 무쌍하다.
그렇게 매섭던 칼바람이 잠잠해 지는 숲속에 들면
꽃중의 꽃 설화의 아름다움에 순간 매료된다.
햐~!!!
참 잘 왔다...
이런 젠장~!
참으로 간사한게 인간의 마음이다.
불과 수분전까지 뜨끈한 아랫목을 그리워 하며 후회를 하던놈이 순간 모든걸 잊어 버린다.
송계 삼거리를 향한 능선을 걷던중
미끄덩 엉덩방아를 찢는다.
된통 넘어진것 같다.
순간 밀려드는 오른쪽 어깨의 통증.....
주위의 등산객들 눈초리에
순간 느껴지는 쪽팔림으로 후다닥 일어서긴 했으나
넘어지며 뒤로 꺽인 오른팔이 심상치 않은것 같다.
등산화를 내려다 보니
어디에다 빠트렸는지 왼쪽발에 있어야 할 아이젠이 탈출을 했다.
12발짜리 아이젠은 아예 가저올 생각도 안했고 6발 짜리 아이젠은 산행초보로
준비를 못한 펩시맨에게 줘 간단하게 끼고 벗을 수 있는 4발 아이젠을 했더니 그여 표를 낸다.
아픔을 참고 걷는다.
아이젠 없는 한쪽발이 불편하다.
그나마 오른쪽 어깨가 아파 미끄러움을 지탱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잡는것도 힘들다.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아픔이 상쇄되고 이내 그만저만해저 옴에 마음이 놓인다.
송계사 삼거리를 지나면서 마주오는 등산객들이 많아진다.
협소한 등로에서 지체 되던 행렬이 중봉을 앞둔 암릉을 두고 멈추더니
아예 움직일줄 모른다.
이런 악천후에도
전국의 산꾼들이 다 덕유산으로 몰렸나 보다.
하긴 요즘
강원도에 눈 구경을 할 수 없다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지체된 구간에서 산꾼들이 연속으로 내려선다.
올라서려는 산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이내 타협안이 나온다.
20명씩 끊어서 올라가고 내려 가기로...
완죤 도떼기 시장같은 분위기...
항상 평일 산행을 해오던 난 참으로 적응하기 힘들다.
아무리 경치가 빼어나도 이런 경우엔 마음이 심란해 아무것도 볼 수도 느낄수도 없다.
덕유펑전....
수많은 인파에 설원이 시달리고 있다.
새하얀 설원에 휘날리는 빵봉지와 캔 맥주등 쓰레기들....
청바지를 입고 올라선 젊은 남녀....
등로를 막고 막무가내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아우성들...
우이씨~!!!!
순간 순간 나타나는
설원을 담으려 디카를 꺼내는 수고로움도 잠시...
작년 일본 북알프스의 여파로 맛이 갔던 디카가 작동불능이다.
오늘 습기에 노출된게 원인인듯....
향적봉 대피소까지
일행의 맨후미에서 도착해 인원점검을 하니 모두들 무사히 도착했다.
협소한 대피소 건물의 처마끝에 자리잡고 늦은 점심을 먹는데
다들 그악스런 날씨탓에 먹는것도 괴찮아 한다.
그래도 먹어야 힘을 내 하산을 하기에 더욱 더 퍼붇기 시작하는 눈을 맞아가며
꾸역꾸역 위장에 디밀어 넣는다.
식사를 끝낼 쯤
대피소에서 방송을 한다.
대설주위보 발령으로 입산을 통제하니 모두들 빨리 하산 하란다.
일기예보는 5 mm 비 조금였는데 오늘도 기상청은 구라청이 된것 같다.
검령을 거처 하산하려던 계획을 접고
그냥 편안히 스키장 곤도라를 타고 하산하기로 한다.
향적봉을 지나
설천봉을 향한 내림길이 지체된다.
대설 주위보가 내려 입산통제라는데 내려서는 사람보다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놈들 혹 짜고 치는 고스톱 아냐~?
덕유평전에 넘처나는 사람들 정리하면
곤도라로 계속 새로운 사람 올릴수 있으니 수입이 짭짤해 질게 분명한일...
대설주의보로 입산통제면
곤도라도 운행을 중지해야 할텐데 연이어 사람들이 올라선다.
하도 세상이 심란하여 믿을놈 없다보니 나까지 오염되어 애만 사람들 의심만 하는것 같아 씁쓸하다.
무주리조트까지
내 생전 처음 편하게 내려와 봤다.
대신 거금의 편도 요금 7000원을 지불했다.
오늘 여기는 떼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
아직도 대설주의보로 입산 통제된다는 덕유산 정상으로
꾸역꾸역 행락객들이 밀려드는 인파수를 헤아려 보던 필봉아우가 대략 수입이 일억을 넘것다며 웃는다.
덕유정상은 폭설인데
내려오니 하늘은 활짝 개임이다.
다만 정상부위만 짙은 운무에 잠겨 있을뿐.....
참말루 별스런 날씨다...
편안하게 내려온 덕에 일찍 대전에 도착했다.
헤여짐이 서운한 산우들이 너른숲 누님이 운영하는 가게로 직행했다.
맛좋고 푸짐하고 저렴하고 깔끔한 음식들....
허술하게 때운 점심으로 인해 배를 주린 산우들 식성이 장난이 아니다.
내오는 족족 비어지는 접시들이 쌓여갈 쯤 해가 저문다.
솔직히 오늘 산행은
운영진이기에 의무적으로 다녀온 산행였다.
이른아침 일어났을때 궂은 날씨라 나서기 싫었고
갔다 와서는 또 꼬박 밤을 세우는 출근이 기다리고 있어 더욱 그랬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 다녀오면 개운하고 기분좋다.
특히 각별한 산우님들과의 산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화기애애한 뒷풀이가 흥겹다.
기분이 좋아 그런지 묵직하게 느껴지던 어깨의 통증도 가라 앉는것 같다.
흥겨움을 뒤로 산우들과 작별을 고하며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오늘 산행을 접는다.
끝으로
산행을 기획하고 이끌어준
필봉아우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함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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