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장군봉

 

산행일 : 2007년 1월 17일 수요일(흐림)

 

누구랑 : 아내와 둘이서...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감싸고 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보던 독감 바이러스가 싱싱한 먹잇감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감행한 상대는 년말 송년모임의 여파로 방어기능이 무실해진 초록잎새 입니다.

 

나에게 시집 온 이후 애 낳으러 병원 가 본 기억밖에 없는 초록잎새는

아무리 독한 감기도 병원가면 일주일, 냅두면 열흘에 다 물리칠수 있다 고집 부리며

한사코 병원가기를 거부하다 질기고도 길게 이어지는 독감 바이러스의 공격에 드뎌 두손 두발 다 들어

치욕스런 굴복을 당한 뒤 병원 한번 다녀 옴에 신체 기능 회복의 뚜럿한 증세가 있어

오늘 그 기능을 테스트도 할 겸 가까운 계룡산 장군봉을 향했습니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이후

처음 발을 들여 놓는 장군봉을 향한 매표소는 터~엉 비어 있어

겨울날씨 만큼이나 황량스럽고 쓸쓸함이 감도나 꽁짜로 처음 들어서는

산객의 발길만큼은 아주 가볍습니다.

 

    (장군봉 들머리 매표소)

 

 

       (장군봉을 향한 능선의 암릉)


부실해진 몸으로 나의 뒤를 따르는 초록잎새의 힘겨움이 느껴저
최대한 천천히 장군봉을 향한 오름질을 이어 갑니다.
 
첫 계단을 밟고 올라선후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암릉을 타고 오르다가
사방팔방 시원스레 터지는 조망 좋은곳 그곳의 암릉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싱싱하게 자라는 노간주 나무 한그루 앞에 걸음을 멈춥니다.
잘 자라고 있는 노간주 나무 한번 쓰다듬자 까실한 나무의 감촉이 온몸에 전달됩니다.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 깊숙한 곳에 감춰둔 호미자루를 빼어 보니
그간 세월의 흐름에 시퍼럿게 날이 섯던 호미끝은 호~ 불면 날아갈듯 잔뜩 녹이 슬어 엉겨 붙어있습니다.
 
가저간 술병을 나무주위에 고루고루 뿌려주며
그리 먼 옛날이 아니지만 이제는 아주 까마득히 먼 옛날같은
아니 먼 옛 일처럼 잊고만 싶은 지난날을 회상해 봅니다.
 
20여년도 훨씬 더 지난 세월의 저 건너편.....
지지리도 못살아 궁핍했던 신혼초에 불쑥 찾아온 동생의 곁엔
말라캥이처럼 날씬하나 때 뭍지 않은 수수함에 배시시 수줍은 미소를 띤 처녀가 있었습니다.
 
형이라고 찾아는 왔지만
잘 해준것 없이 그냥 밥 한끼 먹여 보냈던 그네들이
부부의 연을 맺은뒤 매년 찾아올때마다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불면 날아갈것 같던 제수씨의 몸은 불더니 건강을 위협할 수준까지 이르게 됩니다.
걱정스런 나의 잔소리가 으름장으로 변해가도
그저 맘만 좋은 제수씨는 그냥 그렇게 살다 죽지요 뭐~ 한마디에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러다 진짜로 걸린 큰병
뒤돌릴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삶에 대한 애끓는 애착....
이어지는 투병.
최악의 경우로 이어진 뇌사.
삶과 죽음의 선택에서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앞으로 남아
살아가야할 자의 막막한 현실을 중히 여긴 난
제수씨가 빨리 이 세상을 떠나줄것을 빌었습니다.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빨리도 떠난 제수씨..
한줌의 재로 변한 제수씨를 그냥 아무곳에나 뿌려 버릴순 없어
이세상 하나 남긴 혈육 한점이 그나마 찾고 싶을때 언제든 찾아오라고
경치좋고 조망좋은 이곳에다 그중 가장 실한 나무에 제수씨를 묻어주었습니다.
그때 한줌의 재로 화한 재수씨를 담은 걸망을 맨 등판엔
아직도 온기가 남아 등판때기 후끈 달아올랏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홀쭉했던 그때의 노간주나무 한그루는
제수씨의 양분을 받아먹고 자라 그런지 제수씨의 몸처럼
옆으로 퍼저 실하게 자랐습니다.
모지렀던 못된 내 맘 속에 든 또다른 나의 진심을
마음 너그런 제수씨는 이해하고 용서하리라 애써 자의해 봅니다.
 
내 등판때기에 업혀 올라오던 제수씨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전
동생놈이 다른 여인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 자리에 꼬옥 참석해 달란걸
모질게 거절한게 마음 아프고 떠난지 한해도 못돼 잊혀저가는 제수씨는 더 불쌍하고.....
 
이런 저런 생각과 옛일로
마음이 쓰리고 아파옵니다.
있을때 잘하란 노랫말처럼 왜 그 흔한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줫는지.
다시 한번 제수씨 나무를 어루만저주곤 자리를 뜹니다.
 
           (제수씨 영혼이 깃든 나무)

너럭바위에 앉아
아내와 함께 아픈 옛일을 회상하며 길게 눌러앉아 있다 장군봉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장군봉 정상엔 계룡산 전망도를 그려넣은 조감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은 초록잎새가
찬바람에 기침이 잦아집니다.
남매탑까지 이어가려던 애초의 계획을 접고 지석골로 하산을 결정합니다.



      (장군봉 정상에서...)

 



   (장군봉 능선....)

 


     (하산하여 바라본 장군봉 능선)


겨울날 같지 않게 포근한 날씨 탓에 흐린 시야는

우울한 내 마음같아 가뜩이나 골골거리는 초록잎새로 인해

지석골로 하산을 하고 나자 베낭엔 도시락이 그대롭니다.

 

귀로에 갑동의 검은콩 국수집에 들려

화가인 여 쥔장이 그린 그림을 감상하며 검은콩 수제비와

검은콩 만두를 곁들여 늦은 점심을 먹은후 집으로 향합니다.

신년들어 아내와 함께 한 첫 산행은 아내의 부실한 건강으로 인해 짧게 마감합니다.

년초부터 불어닥친 독하디 독한 독감에

사랑하는 나의 산우님들 건강 유의하기길 빕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

 

오복중에 제일이 건강입니다.

건강은 건강할때 지킴이 아주 중요합니다.

나 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을 불행으로 몰아 넣는게

건강을 잃을때임을 제가 알고 계신 모든분들은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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