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지리산 계곡 곰의 전설을 찾아서...

산 찾 사 2006. 8. 7. 23:53

산행지 : 지리산

 

산행일 : 2006년 8월04일 금요일 (맑음)

 

누구랑 : 6층 부부와 함께

 

어떻게 : 추성리 주차장(7:15)~국골~국골사거리(11:18)~하봉(12:00)~중봉 헬기장(12:36~중식)

           중봉(13:25)~천왕봉(13:57)~마폭(15:00~15:30)~두지동(18:26)~추성동(18:45)

            산행시간 : 11시간 30분 (휴식포함) 

 

 

6층 하늘채 부부와 함께 지리의 품에 들기로 한 새벽녁

움짝달짝 할수 없게 나의 애마를 꽉 묶어둔 매너없는 주차차량으로 인해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30여분을 허비 한후 바쁘게 달려 2시간만에 추성동 주차장에 도착한다.

 

한여름 찌는듯한 더위를 식히기 위한 산행으로

오늘은 계곡으로 올라 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다.

 

산행 들머리 국골과 날머리 칠선계곡은

용소위에서 만나 합처지는데 두 계곡은 재미있는 전설이 남아있다.

 

아주 오랜 옛날

하늘나라 일곱 선녀가 칠선계곡 선녀탕에 내려와 목욕 하는 모습을 보고 연정을 품은 곰이

어느날 몰래 선녀들의 옷을 훔처 바위틈에 숨긴다는것을 사향노루 뿔에 옷을 걸어놓게 되고...

 

목욕을 마친 선녀가 곤란에 빠지자

사향노루가 도움 줌으로 무사히 하늘나라로 올라간 선녀들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는 칠선계곡으로 집단 이주해 살게하고 몹쓸 짓을 한 곰은

이웃의 국골로 쫓아 버렸다는 얘기와 함께

국골은 가야국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이 신라에 쫒겨와 진을 쳤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골짜기다.

성안이란 지명과 추성산성터 주변의 두지터(식량저장고) 얼음터,왕등재 일대의 토성,산청군 금서면의

왕산과 구형왕릉,덕양전,구형왕 증손자인 김유신 장군 훈련터등이 이런 전설을 뒷받침 하고 있다.

 

추성동 넓직한 주차장에 애마를 잠재우고

칠선교 앞 좌측길의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국골과 칠선계곡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위 쯤에서 국골을 향해 내려서자 예전 아내와 초암릉으로 내려서던 곳이다.

그곳에서 국골의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하며 오늘 산행의 대 장정에 들어선다.


             (국골 계곡의 풍광들...)


국골계곡 초반부는 완전 험로다.

계속하여 암반을 넘고 넘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등산화가 낡아 미끄럼을 타는 초록잎새와 허리가 좋지 못한 하늘채님이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암벽이 가로 막힐때와 물기를 먹은 암반을 디딜때면 어김없이 버벅댄다.

 

계류를 건너기도 하고 암반을 넘으며 끝없이 이어질것 같던 국골이

상류에 이르자 평정을 찾기 시작하더니 등로는 계곡옆 오솔길로 이어지며

그간 한개도 볼수 없었던 선등자의 시그널이 여기저기 길을 안내한다.

 

흐른 땀방울도 식히고

이른 아침식사로 꺼진 배도 불리겸 계곡의 물가에 앉아

휴식에 들어가는데 얼마 안돼 팔뚝엔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더 쉬고 싶어도 추워서 더는 못 앉아 있어 걸었다면 아마 모두들 거짓말이라 할것이 분명하나

지리산 국골의 이른 아침 산행은 걷다보면 덥고 쉴라치면 추위가 엄습하는 그야말로 피서 산행이다.

 

국골의 최상부에 이르자

진행방향 좌측 지류인 계곡을 건너자 마자 곧바로 등로는 고도를 높여

두류능선쪽으로 붙기 시작하며 그간 시원함을 안긴 계곡과 멀어저 간다.

 

국골사거리에 이르기까지 계속 급경사의 오름이 시작된다.

하늘이 보이는것 같아 올라서면 주능선을 향한 오름은 어느새 저만치 물러선후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듯 약을 올리는데 마지막 너덜길을 딛고 올라채니

아주 반갑고 낯익은 국골 사거리 이정표다.

 


     (국골 사거리 이정표)


국골 사거리부터 하봉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난 아름다운 등로가 계속 이어지는데

다만 아쉽고 안타까운 풍광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건 예전 보다 더욱

급속히 진행되는 허물어저 가는 중봉의 모습이다.

 

하봉에 이를쯤

부산에서 왔다는 젊은 연인들을 만난다.

비박 장비를 갖춘 무거운 베낭을 메고 태극종주에 나섰다는 그네들이

넘 이쁘고 사랑스러워 하봉에 이르러 멋진 풍광을 보며 개봉한 생맥주를 권하니

미안해 하며 몇번 사양하다 아주 맛나게 마시는데 그 모습도 어여삐 보인건

요즘 젊은이 답지 않게 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보여 그런것 같다.

 

           (중봉과 천왕봉의 모습)


       (초암능선 뒤로 길게 내려간 창암능선)


     (중봉전의 헬기장)


하봉을 뒤돌아 나와 동아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선후

중봉전 헬기장을 지나 강렬한 여름 땡볕을 피한 그늘에 자리를 잡아

다소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은후 중봉을 넘어 무너저 내리는 중봉 보수작업을 위해

인부들의 임시숙소인 컨테이너 박스에 이르자 난생처음 산에서 맹수와 마주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리산 반달곰 복원을 위해 방사를 한 곰 인듯

아주 커다란 반달곰이 아이스 박스를 부셔놓고 그 안의 내용물을 꺼내어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을 자세히 디카에 잡아볼 욕심으로 다가서니 먹이를 먹던 곰이 먹이를 먹다 말고

나를 처다보는데 그 곰과 눈이 마주친 순간 겁이 더럭 나 바짝 쫄아붙은 내가 뒷걸음으로 물러서자

다시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

 

완전한 야생을 찾지 못한 곰이 확실하나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해 핸폰으로 관리공단에 전화를 해

이곳 상황을 전해주고 전문가 파견을 요구해 놓고 천왕봉을 올랐다.

오늘 오름과 내림의 계곡은 곰과 관련된 전설을 안고 있는 곳인데 우연인가 필연인가 ?

진짜로 곰을 그것도 가슴에 문신이 뚜렷한 반달곰을 보게 될줄이야~ !!!!

 




천왕봉 정상은 항상 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인파로 북적댄다.

산행경험이 많은 하늘채님이 의외로 이곳 천왕봉 정상이 첫경험이란다.

그간 보석처럼 아까워 못올랐나 ?

하늘채님 감격스럼이 느껴지는지 정상빗돌이 비워지길 한참이나 기다려

기어히 정상정복 증명사진을 콰악 박아 버린다.

 

그에 비해

숱하게 이곳에 오른 울 마눌 초록잎새는 무덤덤...

땡빛에 고운 피부 끄실리는게 부담스러워 얼른 내려 가잖다.

 

햇빛은 따가워도

땀에 젖은 옷이 식자 추워진다.

삼복더위에 천왕봉을 올라보라 진짜로 춥다.

 

천왕봉을 뒤로 칠선계곡을 향한 들머리에 서서

한명 한명 먼저 보내놓고 마지막으로 나도 일곱선녀를 만나러 숨어든다.

 

           (천왕봉 풍광)


칠선계곡을 향한 급격한 내림길이 이어지다

계곡의 물소리가 가까워 올쯤 문득 나타난 마폭포에서

그간 피로를 달래려 등산화를 벗고 차거운 계곡물에 발을 담가

휴식으로 몸의 피로를 풀고 간식으로 영양을 보충해 원기왕성한 체력을 회복후

추성리를 향한 장장 8.1km 가 넘는 하산길에 들어섰다. 


   (마폭포)


   (무명폭포)


   (대륙폭포)


끝없이 이어지는 칠선계곡은

수많은 소와 담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 나는데

아름다운 풍광은 힘든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며 흥을 돋궈준다.

 


대륙폭포를 지나 하류로 내려서자

작년 7월 천왕봉을 오를때와 사뭇 다른 등로가 이어지는데

곳곳에 나무난간과 다리가 세워진 칠선계곡은 두지동까지 완전 등로가 정비된 상태로 우릴 맞아준다.

그 덕분에 편안한 등로를 아무생각없이 따라 내려서다

일곱선녀를 만나야 될 칠선폭포 확인을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는 실수를 범했다.

 


두지동을 넘어 추성리 매표소에 이르자

비로소 발바닥이 화끈거리며 11시간 30분을 넘긴 기나긴 한여름 산행의 피로가 몰려든다.

두 부부 모두 주차장 옆 계곡물에 옷을 입은채 그대로 풍덩 몸을 담그니

온 세상 부러울것 없는 행복이 밀려들며 기분좋은 나른함이 전신에 퍼저 흐른다.


대전으로 향하다

함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밤이 이슥해저 대전에 도착후

그냥 헤어짐이 아쉬워 가까운 생맥주집에 들려 하늘채님 지리산 천왕봉 첫 등정을 축하하는

잔을 함께 부딪처 기쁨을 나누며 오늘 산행을 비로소 접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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