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봄볕에 드러낸 지리의 여린 속살

산 찾 사 2006. 5. 8. 00:35

산행지 : 지리산

 

산행일 : 2006년 5월 03일 수요일 맑음

 

누구와 : 너른숲.들뢰즈.산찾사

 

산행코스 : 사진 보면 알어유~

 

  - 반선계곡-

 

 새벽바람을 가르고 달려온 반선계곡....

 차에 내려서자 싸늘하게 와 닿는 기분좋은 계곡의

 찬바람이 도심의 회색 빌딩숲 탈출을 확인시킨다.

 이제 막 떠오른  아기 햇살을 담뿍 받은 여린 새순의

 연두빛 수목과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연상케하는 계곡의 물소리가 반갑다. 

  

 일찍 서두룬 덕에

 입장료 주차료 꽁짜인 반선계곡을 들어서자

 계곡가에 수줍게 피어 올린 철쭉이 먼저 눈에 들어선다.

 

 이곳에 머물면 반은 신선이 된다는 반선계곡의 맑은물은

 반야봉 토끼봉 삼도봉 명선봉에서 흘러 12 KM의 계곡을 이루며

 오룡대 탁룡소 뱀소 병풍소 제승대 단심폭포 간장소등 담과 소 폭포의

 절경 이루며 등로 또한 순탄함에 산책로와 사색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오늘 일기예보는 초여름 날씨를 육박하는 더운날이라 하여

 반팔에 얄팍한 겉옷만 걸처 입은 허술함에 계곡을 들어서자

 팔뚝에 소로로 돋는 소름이 지리의 청정계곡에 들어섬을 느끼게 하는데

 숲님은 완전대비의 철저함을 자랑하는 겹겹옷을 입고 있어 계곡에 앉아 이른 아침

 김밥으로 허기를 메우는 들뢰즈와 나만 덜덜 떠는것 같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런 싸늘함이 기분좋게 느껴지며 오히려 정신은 맑아지고

 청아해 지는 느낌이다.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계곡은

 맑은물이 흐르고 피어올린 새순은 고운 색감을 풀어 놓기 시작하는데

 시선을 높은 고도의 봉오리로 옮기자 그곳엔 아직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삭막한 모습이다.

 초여름의 날씨인 요즘 지리는 아직도 두계절도 아닌 세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이끼폭포-

 

 뱀사골 계곡을 오르는 길은 지루함이 없다.

 이곳이 처음인 들뢰즈가 한마디로 그 표현을 한다.

 

" 산찾사님이 이 계곡을 걸으면 반은 신선이 된다는 말 알것 같어유~"

 

 마음이 여유롭다 보니 걷는 걸음이 한없이 늘정댄다.

 아름다운 소와 폭포 담이 나오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며 풀어놓기

 시작하는 지난 세월에  서로 살아가는 세상사로 마음이 열리고 그래서 넓어지고...

 

 재승대를 지나며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 갈림길을 찾아든다.

 이곳이 등로임을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안내팻말(?)을 조심스레 넘어선다.

 어쩔수 없이 또 범범자의 길로 들어서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눌러 가라 앉힌후

 옛 기억을 되살려 희미한 자취를 찾아 조심스레 올라서는데 예전엔 간혹 보이던

 선등자의 시그널은 전혀 보이지 않고 겨우내 찾는이 없어 그런지 등로 또한 희미하다.

 

 봄볕에 기지개를 켜는 지리의 속살속으로

 조심스레 숨어들어 30여분을 올라서자

 지리의 여린 속살을 부끄럼 없이 고스란히 드러낸 이끼폭포는

 갑자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실 비단이 흘러 내리는 듯

 푸르름의 원시림속 이끼폭포는 아침 햇살에 그 나신이 눈부시다.

 처음 찾는 숲님과 들뢰즈는 감동을 먹은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 다소 훼손된듯한 이끼의 규모를 접한 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끼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도록 멀찍이서 기념 사진을 찍은후

 주위에 앉아 고요속에 실비단을 줄줄 흘려 내리는 태고적 원시의

 아름다움에 함께한 산우들 떠날줄 모르고 벌어진 입 다물질 못하나

 갈길이 바쁜 나그네의 일정상 아쉬움과 미련을 떨치고 마음만 남겨놓은채

 이끼폭포를 뒤로 한 두번째 우리의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을 옮긴다.

 


   -묘향대를 찾아서-

 

 묘향대를 향한 등로는

 산사태가 난 절개지를 통과후 다른 산에 있더라면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얻었을 세개의 폭포를 지난후 진행방향 좌측의 능선으로

 올라야 하는데 예전의 기억에 의존해 진행하기엔 지형지물이 많이 변해있어 어려움이 있다.

 

 그런대로 묘향대로 향한 능선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등로를 찾아 올라서는데

 선등하던 숲님이 어째 길이 아닌것 같다란 말씀에 주위를 살펴보니 그말이 맞는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음에 확신이 서지 않아 다시 내려서서 좀더 계곡위로 진행해 보기로 한다.

 

 계곡으로 올라서는 등로는 끊겨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지금껏 한개도 볼수 없었던 선등자의 빛바랜 시그널이 눈에 띈다.

 이끼폭포를 전후하여 철저하게 시그널을 회수한것이 분명함은

 까탈스런 암릉을 올라서자 메어놓은 동아줄을 사려놓아 나무에 꽁꽁 묶어 놓은걸

 보아 지레짐작으로 알수가 있는데 그 시그널을 따라 좀더 진행을 하다보니

 이미 묘향대로 향하는 지능선을 지나처 버림은 흘러간 시간으로도 알수가 있슴에

 함께한 숲님과 들뢰즈에게 이 계곡을  치고 올라 달궁에서 중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으로

 붙는 산행을 해야겠다 설명후 산행을 이어간다.

 

 계곡을 치고 오르는 길은 고행의 연속이다.

 한두개 보이던 시그널도 그마저 보이지 않고...

 그러나 그만큼 원시림의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맛은 짜릿함이 있다.

 한줄기로 쭉 이어지던 계곡이 하늘이 가까워 오자 두 갈레로 갈리는데

 우린 반야봉 방향의 좌측 계곡을 택하여 오름질을 계속 이어간다.

 

 산 능선 상단에 이른 계곡은

 아직도 얼음과 눈덩이를 고스란히 간직한채 우릴 맞는다.

 오름질에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에 젖은몸은 후끈

 달아올랐는데 그몸을 눈덩이에 대자 이내 몸은 옴추들고 양팔에 소름이 돋았다.

 

 계곡의 물이 말라붙고

 너덜겅 지대를 만나며 마지막 능선을 향한 힘겨운 고행은

 그러나 다행스럽게 터지기 시작한 시원한 지리의 주능선 조망에 그 고통을 잊었다.

 덕두산 바래봉에서 이어지는 지리의 서부능선과 코앞의 와운능선이 깔끔한 하늘아래

 시원스레 그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줌에 우리는 오르다 뒤돌아 보고 오르다 뒤돌아보고....

 

 이내 너덜겅 지대가 끝나고 ......

 가시덤풀과 잡목이 우거진 등로도 없는 마지막 장애물을 헤치며 올라선다.

 하늘은 가까이 손에 잡힐듯 하건만 올라서면 저만치 물러서고 또 올라서면 그만치 도망가고....

 들뢰즈가 힘겹게 뒤따라 올라오는게 안쓰럽고 이런길로 인도하는 내가 참으로 미안스럽다.

 

 드디어 힘겹게 올라선 뚜렷한 주능선.....

 우선 반야봉을 향하는데 조금 진행하자 마자 내림길로 이어진다.

 이게 아닌데 ????

 

 주위의 높은 봉으로 올라서 주위를 살펴본다.

 분명 우리가 서있는 지점은 심마니 능선을 이어가는 등로가 확실한데

 보여야할 반야봉은 안보여 당황스럽다.

 

 계곡에서 올라붙은 주능선이 달궁에서 올라온 주능선에서 중봉으로 향한 능선이리라

 철석같이 믿었는데 사실은 중봉에서 묘향대로 내려서는 초입의 등로였기에 헷갈려 생긴일이다.

 

 두번째 목적지 묘향대는 애초의 계획에서 어긋난 아래서 찾아 올라서는길이 아닌  

 아래서 찾아 내려가는 꼴이 되었지만 암튼 계획대로 반야봉에 앞서 묘향대를 먼저 들리기로 한다.

 

 

   ( 바래봉으로 향하는 지리의 서부능선과 앞쪽의 심마니 능선)


       (좌측의 만복대와 남원으로 넘어 가는 정령치)


 

   - 묘향대-

 

 지리산의 영험한 10 대 기도처는

 노고단에서 질매재로 가는길의 문수대, 종석대 아래 우번대, 피아골 대피소 위 서산대

 불무장등에서 직전마을로 가는 능선의 무착대, 두류능선 사면의 향운대,법계사 위 문창대,

 영신봉아래 영신대, 장터목 대피소 샘터 옆 향적대, 뱀사골에 있다는 금강대와

 오늘 우리가 찾아갈 반야봉 아래 묘향대다.

 

 문수보살의 문수는 妙有(묘유)라 하는데

 항상 변함없이 自性 하는곳을 가르키는 것으로 이 묘유가 바로 묘향이다.

 문수보살의 몸 즉 문수보살이 기거 하면서 수양하는 도량이 바로 묘향대란 뜻이다.

 

 妙香臺(묘향대)는 화엄사의 말사다.

 원래 토굴 형태 였는데 70년대 초반 도광스님이 현재의 모습으로 건축했다 한다.

 해발 1200 m에 위치한 설악의 봉정암보다 높은 약 1700 m의 고지에 자리잡은

 참선도량으로 선을 수련하는 스님이면 머물고 싶어하는 희망순위 1번지로 꼽힌단다.

 

 우리나라 사찰중 최고의 고도에 위치한 묘향대는

 반야봉 아래 꼭꼭 숨어있다 무단침입하는 이방인을 맞아준다.

 초라한 시골농가의 모습을 한 묘향대는 몇일 남은 석가탄신일을 앞둬서 그런지

 몇개의 연등을 달아메어 놓았다.

 

 조용조용 살그머니 들었다 살짝이 빠저 나오려 들어선 우릴

 용케도 알아차린 스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소승은 방금 공양을 끝냈다며

 함께 못함을 미안스럽다는 투로 말씀을 건넨다.

 

 어디로 올랐냐 이것 저것 물어보시는 스님은

 우리가 올라선 등로를 말씀드리자 산행능력이 대단함을 말씀하시나

 난 무모함을 질책하는것 같아 사찰 뜰에 앉아 단체 증명사진을 꽉 박고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처마를 해 엊은 샘터인 달디달은 석간수로 식수를 보충후 얼른 반야봉으로 향했다.

 


 

   -반야봉-

 

 오늘 세번째 목적지 반야봉은

 지리산 주능선에서 비켜난 봉이기에 지리종주를 할때 일부러 들리지 않음

 따로 반야봉만을 목적으로 등반을 하여야 하기에 여태 그곳을 못가봤다는 숲님을 위해

 반드시 들려야 하건만 대전 대학교 오후 6시에 학생들 강의 일정이 잡혀있는 들뢰즈가 걱정된다.

 

 마음이 바쁜 숲님 중봉을 향해 기운차게 치고 오르나

 뒤에 처진 들뢰즈 보이질 않고.....

 

 애초 계획된 산행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초과된 현 시점에서

 심마니 능선으로 하산하기엔 이미 늦었기에 마음속으론 하산이 제일 빠른

 달궁을 생각하며 바삐 걷는 숲님의 발걸음을 애써 잡아놓고 들뢰즈를 기다린다.

 

 힘겹운 모습의 들뢰즈 뒤따라 붙기에

 중봉의 따가운 햇쌀아래 점심을 먹기보단 시원한 이곳에서 중식을 하기로 한다.

 자리를 피며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운지 숲님 도시락 반만 먹자 하여 그러자 하니

 들뢰즈가 우리의 일정을 편케 하는 한마디에 왕창 퍼질러 앉아 싸온 도시락 다 먹고

 거기에 담가온 술까지 곁드리는 호사까지 다 부리는데

 들뢰즈의 말은

 학생들 강의는 최대 1시간을 미뤄도 되고

 마지막으로 그것도 안돼면 보강을 하면 된단다.

 

 중식후 마지막 중봉을 향한 오름질은

 식후라 그런지 더 힘들고 너무 먹어 그런지 식식댄다.

 중봉 헬기장에 올라 한숨을 고르고 한달음에 반야봉을 오른다.

 

 반야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청아한 하늘아래 저멀리 천왕봉에서 노고단은 물론

 서부능선을 향한 성삼재에서 바래봉까지와 돼지령에서 뻗어 내려간 왕시리봉을 비롯하여

 지리의 골골 모든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들뢰즈가 반야봉은 뭐가 특징이냐 물어오기에

 반야낙조를 최고로 친다고 하자 제일 바쁜 들뢰즈 오늘 반야 낙조까지

 감상하고 가자며 너스레를 떤다.

  

 

        -심마니 능선-

 

 성삼재로 넘어가는 도로와

 뱀사골 계곡 사이로 길게 뻗어 내려간 능선이

 옛날 약초꾼들이 즐겨 다녀 그 이름이 심마니 능선이다.

 

 본격적인 심마니 능선 진입은 두번째 길 안내 이정표를 지나면서 시작되는데

 뚜렷한 등로는 산죽과 함께 하며 때론 발목을 스치고 때론 키를 덤는 무성함으로

 나그네를 맞으며 오르락 내리락 고도를 서서히 내리는데 산행느낌이 마치

 천왕봉의 향기가 흘러 내린다는 창암능선을 걷는것과 같다.

 

 내려서는 내내 진행방향 좌측으로 쟁기소 달궁의 모습을 넘어

 지리의 서부능선이 보이고 우측으로 가깝게는 삼정능선이...

 그뒤론 지리의 천왕봉 중봉 하봉의 동부능선이 아스라히 조망된다.

 

 잡목에 가려 시원스런 모습을 볼수 없던 천왕봉 중봉 하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암릉의 조망터를 만나 잠시 목을 축이는데

 중봉아래 허옇게 들어낸 상처를 가르키며 들뢰즈가 무슨길이냐 물어

 숲님과 함께 씁쓸한 웃음을 짖는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폭우 폭설등

 이상기후에 의한 자연재해가 저렇게 지리산을 무너트리고 있다.

 

 흔히들 말한다.

 돈으로 환산할수 없는 자연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자연 보호를 해야 한다고...

 

 시건방지게 인간이 감히 어떻게 자연을 보호하나 ?

 자연을 해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보존만 잘 해 준다면 오히려

 자연이 인간을 보호하고 품어준다.

 

 오늘 산행은 산 매니아들만 다닐수 있는

 어려운 코스임에도 이곳 저곳 버려진 양심들을 발견 할수 있었는데

 자연보존을 위한 목적과 이념을 양보할수 없더라도 방법과 수단은

 한번쯤 바꾸어 모든 국공립 입산통제를 전면 해제하고 입장료는 후불제로

 쓰레기 수거용 봉투로 대신하고 만약 쓰레기 수거를 못한 분은 따따불에

 제곱을 더한 입장료 징수를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심마니 능선 내림길엔

 요즘 보기 드문 아름드리 적송군락이 눈에 띈다.

 들뢰즈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위해 잠시 쉴틈없는 내림길을 이어온 산행은

 삼정산 아래 와우마을에서 영원령을 넘는 고개가 발 아래 가까이 보일쯤

 마지막 얕으막한 봉오리 옆의 소롯길를 택해 내려서니 뱀사골 초입의 임도에

 닿으며 무사 안전 산행에 종지부를 찍는다.

 

 

    (아름드리 적송군락)


    (무너저 내리는 지리산의 상처가 허옇게 드러난 중봉)


         (삼정산 아래 와우마을의 모습과 영원령을 넘는 도로가 살며시....)


  아무말없이 묵묵히 산행일정을 따르다 산행을 끝낼즘

  지금껏 산행중 제일 힘들었다 속내를 들어낸 들뢰즈님 고생하셨습니다.

 

  항상 띨띨한 산행리더를

  아무 불평없이 잘 따라준 숲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님들과의 산행에 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