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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종주

산 찾 사 2005. 12. 9. 09:10

 

산행일 :2004년 11월08~09일

 

산행지 : 영남 알프스 종주

 

오랜만에 묵직한 배낭을 메어본다.
8분을 늦어 떠난 첫 새마을호 열차는 곡선을 돌아갈 때
바로 앞의 2량만 남기고 짙은 안개가 잡아먹곤 보여주지 않는다.
지독한 안개가 열차를 더 지연시킨 덕에 동대구 도착후 급하게 뛰어간
천일고속 버스터미널은 통도사 i.c 경유 부산행 시외버스가 떠나간 뒤다.
40분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뒷차로 1시간 40분만에 통도사에 도착했다.
택시로 극락암까지 이동후 본격적인 산행 준비에 들어갔다.


대전역(07:40)~동대구역(09:25)~천일고속(10:20)~통도사(12:00)
~택시(12:20)~극락암(12:20-12:25)

비용 : 고속버스:6200원. 통도사 입장료:2000원. 택시:5000원


                                                          극락암 전경



    통도사를 들어서면서 아름드리 소나무의 짙은 숲향기가
    정신을 맑게 하여주는데 극락암을 지나면서 이어지는 등산로 역시
    숲향의 싱그러움에 기분이 상쾌하다.




    오랜만의 묵직한 배낭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지독스럽던 안개가 걷히자 날씨는 화창하고 수온주는 높아져
    백운암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가 초장부터 육수를 왕창 빼먹는다.


    백운암에 도착(13:05-10)하여 식수를 보충하고 좀더 올라 전망좋은 곳에 앉아
    동대구 버스 터미널에서 사온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




    시살등 백운암 영취산으로 향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13:45-55)



    1058.9봉에서 바라본 영취산




                    등산로 옆으론 기암기석과 천길 낭떨어지가...




                                   정면으로 조망되는 재약산과 천황산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



    영취산(취서산)정상을 정복하고 보니(14:45-55)
    이미 거의 이삭을 떨군 누런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장쾌한 영남 알프스 능선의 시원한 조망에 가슴이 시원하다.






                                                하산하며 뒤돌아본 영취산의 전경


 

                              
                            신불평원의 억새군락은 늦은 가을날의 쓸쓸함이....








      신불재에 도착하여 저녁과 아침식사까지 할 수 있는 양의
      식수를 보충하고 가파른 신불산을 향한다.(15:40-16:00)




                                                     신불산 정상 도착 (16:10-20)





       신불산 정상에서 바라본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








예전 간월재를 향해 야간산행시 계속 직진하다 되돌아 나온 기억 때문에
마지막 갈림길 능선을 앞두고 우측으로 많은 시그널이 붙어있어
지레짐작으로 그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첫날산행 최악의 결과를 만드는데...


전혀 헷갈려할 곳이 아님에도 실수를 연속으로 범했다.
5분정도 내려서며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을때
바로 뒤돌아 나와야 함에도 그날은 어이된 영문인지 조금만 더 가보자는
생각으로 내려가다 보니 등산로는 험한 계곡으로 이어진다..

그때라도 뒤돌아 나왔으면 되는데 거기에서 간월재의 구불구불한 임도가
아주 가깝게 보이는게 아닌가?
내 추측엔 좀더 내려가다 임도로 붙여 다시 올라가면 되겠다는 판단으로
계속 하산을 하게 되는데 추측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결과는 비참하리 만큼 참혹스런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급경사 계곡 바위길에 잔뜩 긴장 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산하다 보니 어느순간 순한 등산로를 만나고
좀더 내려서니 이정표가 나오는데
현재위치에서 신불산 방향 험로 3.2km 간월산 정상 순탄로2.8km로 적혀있다.


간월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홍류폭포에서 올라서는 길로써
이길은 멋들어진 소나무가 있는 무덤을 지나 임도로 올라선다.
날은 이미 저서 어두운데
올봄 밤세워 달렸던 대청호 울트라 마라톤의 최대 고비였던
피반령을 넘어설때처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임도를 온몸 젹시는 땀방울을
노고의 댓가로 겨우겨우 간월재에 올라섰다.(18:40착)


간월재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각종 공사자재들로 어수선하다.
그중 적당한 장소에 텐트를 치고 젖은 속옷을 갈아입고
찌게를 끓여 백세주를 반주로 저녁을 먹곤 잠을 청하는데




잠은 안자고 뭘 처다보냐고요?
그날밤 살 떨리는 공포를 접하곤 잠이 싹 달아남니다.


어느순간 겨우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쇠사슬을 끄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텐트를 툭툭 치며
킁킁 대고 땅을 끍는 소리가 나는게 아니가 ?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공포와 당혹감에 소름이 쫙 돋는다.
헤드랜턴을 들고 텐트 문을 살며시 열고 내다보니
으잉 !!!! 우째 이런일이 ...
하얀 개 한 마리가 목사리를 메단채 고개를 외로 꼬고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헤드랜턴 불빛을 갑자기 확 비추며 소리를 냅다 지르니 날살려라 도망친다.
이후 잠이 확 달아나 멀리 언양시내의 반짝 반짝 빛나는 야경도 보고






                     밤하늘의 달과 별도 보며 나홀로 고독을 즐겼다




    너무 놀라서인가 ?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리고 매습껍고 고통스럽다.
    집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엄지와 검지의 날개죽지 사이를
    꾹꾹 지압을 하라고 일러준다.
    일러준대로 하니 트림이 나오며 잠시후 답답하던 속이 개운함으로
    노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를 잤는가 ?
    또다시 텐트를 툭툭치고 집적거리는 놈이 있어
    헤드랜턴을 켜고 처다보니 이번엔 누렁이가 왔다.
    아니?
    이곳에 웬 똥개가 이래 많나 ?
    당장 물러가지 않음 된장 바른다이 하며 냅다 소리치니
    그놈도 꽁지빠지게 달아나고
    다시금 난 단잠에 빠졌다.

 

 

    악몽의 한밤이 다가기전 눈을 뜨니 아직 어두운 새벽 4시50분이다.
    어느새 잠은 달아나고......
    끄적끄적 일어나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는데
    어제 저녁 체력을 너무 소비해서인지 입안이 쓰다
    구수한 슝늉만 훌쩍 마시는걸로  식사를 끝내고 짐을 정리했다.

    아직은 어두운 등산로를 헤드랜턴에 의지한채 산행을 시작.(06:10)
    간월산 정상에 도착했다(06:35-40)




    배내봉을 올라서기전
    붉게 동녘하늘이 물들기 시작함으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자리를 잡고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였다










    어제 저녁 일몰을 놓친 아쉬움은 일출을 봄으로 서운함은 덜은 것 같다.
    내친 발걸움이 단숨에 배내봉을 올라선다 (07:40-45)



            배내봉에서 바라본 영취산으로 향하는 능선



               배내고개에 도착하여 식수를 보충 (08:03-15)




    석남터널로 향하는 능선은 가지산으로 이어지며
    언양으로 향하는 24번 국도가 허여케 보인다.




                                 석남터널 삼거리 (09:25-30)




           가지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 뒤돌아본 걸어온 능선




    가지산은 쉽사리 정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전날 실수로 인한 체력소비가 오늘 가지산을 오르는데
    힘겨움을 배가 시킨다.
    벌써부터 지쳐오는 체력의 걱정으로 쉬엄쉬엄 정상을 올랐다
    (정상 착.발 - 10:50-11:00)





                                                가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운문산




    아랫재 도착하여 점심을 먹으려니
    입맛이 통 없기에 물을 말아 김치 하나로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11:55-12:20)




    인생살이가 등산과 똑 같다.
    성공이 눈앞에 있는 것 같은데 다가서면 멀리 도망가는 것처럼
    정상은 눈앞의 언덕을 올라서면 다 온 것 같은데
    막상 올라보면 정상은 저 만큼 달아나 있다.
    아래그림의 바위군상은 아래에서 보면 정상과 근접해 있어
    그것을 목표로 힘을내 막상 올라서보니 정상은 한참을 더 올라야 했다.




    멀고먼 오늘 산행의 마지막 종점 운문산은
    내 핏속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 연료를 몽땅 소진시키고
    연료공급의 시스템을 변환시켜 마지막 남은 비상연료 저장고인
    얼마남지 않은 아랫배의 지방까지 태우고야 정상 정복을 허용했다.
    (13:17착 - 13:30발)







          운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명리와 천황산



      
           그사이 까마득히 멀어저 버린 내 발자취가 남아있는 가지산




            상운암 전경과 뜰 (13:45-50)






          석골사로 가까이 갈수록 추색이 그런대로 남아있는 등산로의 모습




              모든 등산로의 이정표를 요렇게 바꾼다면 을매나 좋을꼬 !!!




         석골사에 14:55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내고




    밀양가는 버스를 타러 24번도로 까지 25분을 더 다리품을 팔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억산을 다녀왔다는 아줌씨들이
    애교로 붙잡은 6밴 봉고차의 짐칸에 덤으로 앉아 밀양까지 편하게 온후
    택시로 밀양역을 가니 서울행 무궁화호가 발차전 10분전이다.
    다행이 좌석이 남아있어
    편하게 대전에 도착하니(18:53)
    무사고 안전산행의 피로도 성취감에 눈녹듯 풀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