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정년후의 일상
일요일...
아버님 기일이라 조치원에 있는 선산을 찾았다.
막내동생과 함께 대충 웃자란 풀을 깍은후
울 마눌님이 준비한 제수용품을 차려 놓고 아버님께 절을 올린다.
그런후...
살아생전 그렇게도 좋아하신 술 한잔 가득 부어 드렸다.
이번엔 동생 다음으로 마눌님이 술잔을 올렸다.
아마도 울 아부진 둘째 며느리의 술잔을 젤 좋아 하셨을 듯....
예전 살아 생전에 우리집을 찾아 오실때 초록잎새는 밥상보다 먼저 항상
주안상을 올려 드렸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내맘을 아는건 너 뿐이다 하시며 유난히 울 마눌님을 이뻐 하셨다.
그런 시아버지를 울 마눌님 또한 친정 아버지보다 더 좋아 하셨고...
우리 아버님은 살아생전 온갖 고생만 하시다 돌아 가셨는데
솔직히 그런 아버지의 삶이 난 정말 싫었다.
너무나 착해 빠저 평생 이타적인 삶을 사셨던 울 아버님이 그땐 왜그리 바보 같아 보였는지 ?
그런데....
살다보니 내가 그런 아버님의 삶을 살고 있다.
ㅋㅋㅋ
아버님 산소를 찾아뵙고 집으로 가던길...
세종시를 지나다 보니 고교 후배가 생각나 전화를 하니 다짜고짜 얼른 오란다.
오랫만에 얼굴도 보고싶어 들린 후배의 전원농장....
빈손으로 온것도 미안스러운데
마눌님은 오자마자 밭에서 이것저것 푸성귀를 뜯어 챙겼고
제수씨는 형님 이것도 가저가 저것도 가저 가라며
벼라별걸 다 우리차에 실어주고 또 먹여줘 배가 터질 지경인데
후배 부부는 숯불에 불을 댕기며 고기까지 구워먹고 가라는데 아무리
胃大한 밥통이라도 그것까진 힘들듯 하여 도망치듯 농장을 빠저나와 집으로 향했다.
ㅋㅋㅋ
그놈의 정이 뭔지 ?
누군가는 그랬다.
당신의 저금통장이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의 인생 성적표라고...
꼬렉~?
그렇담 정년 한달을 남긴 내 성적표는 어떨까 ?
물어보나 마나 뻔~하지 모~
그래도 내겐 아무때고 이렇게 반겨주는 후배가 있고
아플때나 괴로울땐 멀리서도 기꺼이 찾아와 위로해 줄 산우와 친구들이 있으니
그깟 저금통장이 깡통이면 어때~
진짜루 난 개안타 뭐~!
다음날 월요일....
임피라 두번 출근하면 3~4일 논다.
월요일이라 울 초록잎새는 산업전선으로 향하고
오늘도 놀아야 하는 난 실업자가 된 후의 일상을 미리 예습하러 인근의 산으로 향했다.
(트랭글에 그려진 동선과 시간)
이번엔 며칠전 행로와 달리
행복숲 둘레길이라 명명된 임도 한바퀴를 돌아 볼 여정이다.
오늘도 청년의 광장에서 출발했다.
주주클럽 마라톤 훈련장소라 아주 익숙한 임도길은 오월드 입구까지...
이후부턴 나도 초행길인데
대전둘레길과 접속된 능선길 이후부턴 며칠전 걸었던 그길이다.
임도는 전날밤 천둥번개까지 치며 요란맞게 내린 비가
곳곳에 아주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었는데 그 웅덩이에 비친 금계국이 볼만하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가 ?
임도 둘레길은 아주 가끔 스처 지나는 산책객만 있어 참말루 좋다.
나홀로 사색의 길이 된 임도 둘레길은 건너편의 식장산이 가깝게 다가오자
대전 도심이 발아래 펼쳐진다.
와우~!
그렇게 걷다 잠시 임도를 벗어난 호동석불도 들려가며
무상무념으로 걸었던 행복숲길 임도 둘레길은
오늘의 하일라이트가 될 보운대를 올라섰다.
언제 들렸더라 ?
참말루 까마득한 옛날에 들린후 오늘이 처음....
그때의 혈기 왕성한 젊은이는 어디가고 흰머리 듬성듬성 섞인 60대가 거기에 있노~?
보운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참 좋다.
언제 초록잎새랑 한밤의 산책도 좋을것 같아 여긴 이제 자주 찾을것 같다.
그럭저럭 청년의 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14키로 남짓의 거리라 서운하지도 않을 코스여서
이곳도 정년후 나으 일상이 될 놀이터로 낙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