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금평곁길을 연계한 구성산
산행지 : 김제 구성산
산행일 : 2020.9.13. 일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오리터~금평저수지 둘레길~학선암~상봉~구성산~동곡임도~동곡약방~오리터
(산행지도)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과 휴식을 포함한 산행시간)
벤저민 프랭클린 왈~
늙으면 벗님이 셋 밖에 없는데
늙은 마누라,늙은개.손에 쥔 현금이란다.
그런데 어쩔거나 ?
그중 가진게 난 울 마눌님 뿐이다.
그간 우찌 살아 왔기에 ?
성격탓도 있겠지만 사회 생활에
윤활유가 돼 주는 酒님에 대한 신심이 돈독치 못한 탓 같다.
그래서 나는 인맥보다 치맥이란 말도 그냥 우스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거기에 또 한가지를 더 추가 한다면 진실되지 못한 인연도 한 몫 한다.
법정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공자는 마흔이 되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했다.
그런데...
환갑이 다 지난 지금 난 아침 저녁으로 흔들리고 있으니 이걸 어쩔꼬~!
ㅋㅋㅋ
지금껏 살아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사는 데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것 같다.
오히려 행복한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러니 앞으론 나 하고 싶은 대로 북치고 장구치며 살아가려 한다.
내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이 있슴 알아서 껴들던지 제풀에 나가 떨어지던지 말던지....
그런 날 항상 만류하던 마눌님도 이젠 참견을 않는다.
덕분에 그래서 오늘은 마눌님과 단둘이 힐링의 산책에 나섰다.
늙어가는 내게 셋중 유일하게 남은 소중한 벗 마눌님은 그런 나에게
아름답고 쉽게 걸을 수 있으며 이왕이면 가까운 곳으로 안내하란 명을 내리셨다.
흐미~!
그렇게 어려운 일을 ?
나야 당연히 잘 알아 모시겠습니다 라고 정중히 응답은 했지만
미안해용~
선택은 내맘입니당~
그래서 찾아든곳...
김제의 금평곁길 둘레길을 연계한 구성산이다.
우린 집 떠난지 1시간 10분만에 김제 금구면의 오리터에 도착했다.
일단 마눌님 요구 조건인 가까운곳은 맞다.
그러나 얼마나 아름답고 걷기 좋을지는 산행을 해 봐야 안다.
이곳은 신라말 도선국사가 풍수의 안목으로
오리알터라 했던곳인데 아주 웅장한 사찰이 자리하고 있었다.
증산교인지 대순진리회인지 우야튼 그런 종교단체의 건물이다.
그 사찰의 대문 바로 앞엔 넓직한 공터가 있어 우린 그곳에 애마를 주차후
금평곁길로 명명된 저수지 둘레길을 걸었다.
둘레길의 데크가 아주 훌륭하다.
이곳 금평곁길은 한바퀴 도는데 거리가 3.5km다.
그러니 산책만 한다면 한시간이면 충분할 듯 한데
지금은 제방을 쌓은 뚝방쪽이 공사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린 그 끝머리에서 우측의 산 기슭으로 올라 설 예정이라
계획된 산행엔 방해받지 않았다.
데크길은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의
성지로 알려진 동곡약방을 앞두고 좌측으로 휘돌아 간다.
금평저수지를 좌측에 두고 길게 이어진 데크길은
정자 쉼터를 지날때 연로하신 어르신이 데크길을 쓸고 계셨다.
어쩐지~!!!
그곳 정자엔 신발을 싣고 올라서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들반들 하더라니...
아마도 저 어른신의 자원봉사 덕분 아닌가 생각된다.
제방 끝에 다다를쯤 우린
왔던길을 되돌아 보자 제비산 끝자락의
대순진리회 건물이 멀찌감치 물러나 있는데
산 중턱을 자세히 보자 사찰 하나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바로 월명암이다.
정여립의 고향은 이곳 김제의 금구면이다.
일찌기 선조를 머저리 등신으로 취급한 정여립은
군주제도에 대한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지식인였던 탓에
서인들은 그를 모반으로 엮어 동인들을 말살 하는데 최적의 인물였다.
저곳 월명암은 급진적인 사상가 정여립의 활동지로 알려진 금산8경중 하나다.
제비산은 저 월명암으로 올라서면 된다.
금산 8경의 하나라니 그 풍광 또한 뛰어날것으로 짐작되어
우린 하산후 한번 가보려 계획했는데 결론은 귀차니즘에 굴복당해 오르지 못했다.
금평 저수지의 데크길에서 숲속을 파고 든 등로가
제방길과 숲속길로 나뉜다.
금평곁길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우린 여기가 구성산 초입이다.
금평 저수지에서 부터 올라 붙기 시작한 등로가 초입부터 아주 빡세다.
가파른 경사는 다행히 짧게 끝났다.
이후부턴 룰루랄라~!
그야말로 울 마눌님이 원하고 바라던 그런 솔숲 오솔길이다.
228.5봉을 넘겨 다시 한차레 시작된
오름질 끝자락엔 263.2봉인데 그곳엔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산불감시 초소는 최고의 전망대다.
그곳에 올라서자
바로 앞엔 제비산이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론
모악산을 삼켜버린 운무가 능선 자락만 내 주고 희롱중인데
지금 우린 한참을 걸은것 같았어도 금평저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엔 시선을 좌측으로 돌려
우리가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자 정면 좌측엔 반쯤
구름이 가린 구성산과 그곳과 마주한 반대편의 삿갓봉이 확인 된다.
이번엔 몸을 완전히 돌려 세우자
오우~!
절기를 속일 수 없다는건 불변의 진리다.
아직도 더위의 끝자락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가을은 성큼
우리곁을 다가 왔슴을 증명한 금만 평야의 들녘이 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다시 시작된 걸음....
여전히 아름답고 걷기 좋은 솔숲 오솔길의 연속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우린 도중 쉼터에서 과일과 빵으로
일찍 나선탓에 그간 허허롭던 뱃고래를 달랜 후
학선암으로 향한 시멘트 도로와 만나 잠시 그길을 걸어 올라
등로에서 조금 비켜난 명당터에 자리한 학선암에 들렸다.
암자치곤 제법 규모가 큰 학선암 대웅전 댓돌엔 고무신 하나가 가즈런히 놓여있다.
고요한 사찰엔 인적이 끊긴듯 침묵속에 잠겨 있어 스님은 참선 수행을 하시고 계신듯 하다.
아마도 후각을 파고든 오래전 내 고향집 된장국 냄새가 없었다면 우린 아마도 빈절이라 생각 했을거다
마눌님이 그런다.
"향내가 너무 구수해 먹고 싶넹~!"
참선수행에 방해되지 않게 곧바로 학선암을
되돌아 나온 우린 암릉 아래에 부도탑이 서있던 등로를 따라 구성산을 향했다.
학선암에서 구성산은 가깝다.
구성산 정상은 헬기장을 지나야 하는데
예전에 이곳은 상봉으로 불리던 無際(무제)터로 기우제를 지내던 장소다.
이곳 상봉엔 묘를 쓰면 가뭄이 든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구성산 정상은 헬기장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 거리에 있다.
정상의 조망은 잡목에 가려 션찮다.
우린 인증사진만 남긴후...
곧바로 그다음 봉오리 삿갓2봉에 올라 섰는데
삿갓2봉 바로 아래의 단애 절벽이 오늘 최고의 조망터다.
그곳에선 전주시내는 물론
우리가 내려서야 할 동곡임도 건너편
삿갓봉 너머로 아직까지 운무가 삼켜버린 모악산과
우리가 처음 걸음을 시작한 제비산 자락 아래의
금평 저수지 둘레길과 지금까지 걸어 올라온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한동안 조망에 빠저 허위적 대던 우린 얼마후 갈길을 서둔다.
내림길은 동곡 임도까지 가파르다.
그 가파른 내림길 중간엔 조망데크가 있었다.
전망 데크는 1인용 텐트 한동을 들어 안치면 딱이다.
그걸 보고 마눌님이 그런다.
여기서 전주시내를 보니 야경이 아주 멋질것 같아 한밤을 보내고 싶단다.
그 야경이 멋질것 같다는 전주시내를 한번 땡겨 보았다.
참 좋다...
그래도 여긴 다시 오기엔 장소가 너무 협소하다.
꼭 여기가 아녀도 이곳 인근엔 박지가 많다.
드디어 다 내려선 동곡 임도길...
삿갓봉이 여기서 가까워 다녀와도 되지만
ㅋㅋㅋ
이제 우리에게 그런 열정은 다 식었다.
비록 원점휘귀 때문에 코스를 이렇게 정했더라도
예전같음 분명 싸리재를 넘겨 상목산까지 우린 왕복으로 다녀왔을 거다.
얼마후..
터덜터덜 임도길을 걸어내려 가산골 쉼터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휴~!
도착한 가산골 쉼터는 쉼터가 아닌 쓰레기 터로 변해 있었다.
왜들 저러는지 ?
지저분한 가산골 쉼터를 스처지난 우린
계속 임돗길을 따라 내려선 끝에
동곡약방에 도착하여 처음 걸음을 시작한
금평 저수지로 발길을 옮겨
왔던길 그대로 되돌아 걸어간 끝에
11키로 남짓의 원점휘귀 산행을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간편식으로 싸온 떡을 먹기엔 점심 시간이 애매하여
그냥 내려 섰는데 집까지 가기엔 또 배가 고플것 같아 좀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식당은 금구 면사무소 뒷편의 유명 음식점으로 옛날 식당명이 면 사무소인 예촌이다.
국수 전문점 예촌은 코로나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듯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식당은 그런대로 인테리어도 세련됐고 써있는 글귀도 재미있다.
여기서 난 멸치육수로 맛을 낸 국수 정식 만냥짜리를
마눌님은 비빔국수 정식 만천냥 짜리를 시켰다.
맛 ?
솔직히 내가 말만 하면 뚝딱 식탁에 올려주던 울 마눌님의 솜씨가 훨 낳다.
맘에 든건 식당이 깔끔한것 외엔 정말로 별로였다.
그나마 양이 많은건 다행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게 이해불가.
집으로 가는길....
베스트 드라이버 마눌님이 운전대를 잡았다.
이날 집에 도착할때 까지 난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에 마음을 몽땅 뺏겼다.
이런 하늘은 예전 동티벳 고원에서나 보던 하늘였다.
와우~!
(동영상으로 보는 산행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