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후기

나홀로 민주지산 백패킹

산 찾 사 2020. 8. 23. 17:24

 

 

산행지 : 민주지산

산행일 : 2020년 8월20일(목)~21(금)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물한리 주차장-석기봉 갈림길-정상(1박)-석기봉-삼도봉-황룡사-주차장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이동 동선)

 

 

 

그간 장마로  한동안 뜸했던 박산행을 떠났다.

산행지론 개인적으로 제일 많이 다녀 본 민주지산이다.

민주지산 야영지론 삼도봉과 마애 삼두불 그리고 무인 대피소가

적당한데 이번엔 새로 생겼다는 민주지산 정상의 데크에서 한밤을 보낼 생각이다.

 

 

 

 

오후 3:30...

한낮의 물한리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그곳에 나의 애마를 잠재운 후 에어컨 빵빵했던 차에서 내리자

흐미~!

일시에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햇살이

내 전신을 향해 바늘로 찔러대듯 따갑게 내리쬔다.

이런날 박짐을 메고 산을 올라야 할 일이 순간 아마득하다.

누가 시켜서 한것이람 아마 죽인다고 했을게 분명하다.

ㅋㅋㅋ

땡볕에 지글대는 지열까지...

황룡사를 스처지나 향긋한 낙엽송 그늘이

드리운 숲속에 들어설 동안 이미 내 몸은 반숙이 다 되었다.

 

 

 

 

그러나....

숲속에 들자마자 땡볕의 노지와 기온은 완전 다르다.

햐~!

이제야 살것 같다.

바로 이런게 한여름도 산을 오를 수 있는 이유다.

 

 

 

 

어느덧 석기봉 갈림길을 지나

민주지산 정상을 향한 깊은 산중을 파고 든지 오래...

이젠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자연과 한몸이 되어갈 쯤 

내 발길은 계곡의 물길을 여러번 넘어선 끝에

 

 

 

 

쪽새골 능선 삼거리를 향한 막바지 오름짓에 열중하고 있다.

 

 

 

 

저곳만 오르면 이젠 다 온거나 마찬가지다.

저 능선에 안착하기까지 등짐을 내려놓고 머리띠의

둑을 타고 안경알로 흘러 내린 땀방울을 몆번이나 훔쳐 내야 했던지 ?

오늘만큼은 일기예보가 다른건 몰라도

폭염주의보는 기막히게 잘 맞힌걸 나는 인정해야 했다.

 

 

 

 

드디어 올라선 민주지산 정상....

 

 

 

 

일단 셀카로 후줄근하게 젖은 내 모습을 담아본다.

 

 

 

 

그런후...

시원스레 불어오는 산바람에 땀방울을 식히며

사방팔방 푸름 푸름의 산하를 내려보며 나는 한동안 멍~을 때렸다.

 

 

 

 

 

 

얼마만에 찾아든 민주지산 였던가 ?

몆해전 소문에 이곳도 데크가 설치됐다는 소릴 들어 궁금했었다.

그런데...

정상아래 빙둘러 반쯤 설치된 데크는

1인용 텐트를 설치하자 통로가 다 막힐 정도라

전망대라기 보단 걷기 편안하게 설치한 데크의 등로라 보는게 옳다.

 

 

 

 

텐트를 설치하고 주위가 정리된 후

간편식으로 준비한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어느새

지구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빛이 사그러들던 느낌에 서쪽 하늘을 보니

햐~

그놈 참...

강열했던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순식간였다.

한마디로 꼴까닥 넘어간 뒷끝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순간

일시에 땅거미가 밀려들더니 산정엔 암흑의 어둠으로 채워졌다.

 

 

 

 

일몰이 끝난뒤의 산 정상....

외로운 나에게 새로운 벗이 찾아든다.

한줄기 여린 빛줄기로 반원을 그려넣은 손톱달이다.

 

 

 

 

산 아래엔 밤이 깊어갈 수록 세속의 불빛들이 더 늘어만 갈때

나에겐 또다시 새로운 친구들이 나타났다.

수많은 보석마냥 밤하늘에 점점이 박혀 반짝이던 별들이다.

 

 

 

 

별빛에 취하고 술향에 취한 밤이 이슥해질 쯤...

문득 그리운이가 생각나 나는 술기운의 힘으로 통화를 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한때 잘 나가던

여행사 대표였던 그는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었다.

오히려 그가 걱정하던 날 위로한다.

"형님 너무 걱정 마세요"

"요즘 택시 운전으로 그냥저냥 버티며 살아요"

하아~!

마음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어쩌겠나 ?

내가 해 줄수 있는건 그저 곧 또다시 좋은세월 오겠지란 립써비스 뿐인걸....

 

 

 

 

 

 

 

 

지난밤엔 초록잎새의 폰을 받았었다.

"서방니임~!"

"천고지 높은 산에 드셨으니 당신 원한대로 개떨듯 떨고 오셩~!"

ㅋㅋㅋ

마눌님이 원한대로 개 떨듯 떨진 않았어도

지난밤엔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산정의 밤은 싸늘했다.

그 덕분에 난 더 아늑하게 잘 주무셨다.

그래 그런가 ?

밖에 나오자 텐트는 이슬에 흠뻑 젖어있다.

얼마후..

이슬 잔뜩 내려앉은 수풀을 헤치고 정상에 올라서자

 

 

 

 

동녁엔 붉은띠가 그려지며 일출의 산고가 시작되고 있다.

 

 

 

 

 

 

 

 

이날 일출은 운무속을 뚫고

태양이 순식간에 떠올라 싱겁게 끝났지만

 

 

 

 

이후의 풍광이 더 장엄했다.

산 골골이 들어찬 운무에 아기 햇살이 비춰지자

오우~!

영롱한 색감이 풀어지며 황홀한 자태를 들어낸 산하가 신비스럽게 펼쳐진다.

난 미동도 않은채 그 풍광에 압도되어 그자리를 한동안 떠날 수 없었다.

 

 

 

 

 

 

 

 

 

 

 

 

감동의 일출을 보고 내려선 이후....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텐트는 젖은채로 그냥 배낭에 구겨넣고

아침은 간단하게 떡으로 끼니를 때운후 하산을 서둔다.

 

 

 

 

더운 여름엔 이른 아침 산행이 훨 수월한 법...

서둘러 산행한건 참 잘했다.

태양이 떠오른지 얼마안돼 벌써부터

숲 그늘만 벗어나면 역시나 햇살은 부담스런 존재다.

 

 

 

 

어느새 발걸음이 석기봉 오름길을 앞둔다.

그런데....

직등길을 막아 놓았다.

안그래도 진행방향 우측의 마애 삼두불로 향하려던 참이다.

 

 

 

마애 삼두불로 향하던 등로...

뒤를 돌아보니 수풀 사이로 민주지산이 조망된다.

걸음한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민주지산은 저 멀리 멀어져 갔다.

이래서 사람 걸음이 무섭다 하는가 보다.

 

 

 

 

드디어 도착한 마애삼두불...

삼두불 암벽 아래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석간수가 있다.

예전 한여름 마눌님과 이곳에서 야영할땐 그래서 그 물로 목간까지 한 추억이 있다.

그때 새앙쥐 녀석이 한밤중 우리 텐트를 쑤시고 돌아다녀 귀찮게 한 기억도 함께....

 

 

 

 

마애 삼두불에서 식수를 보충후

힘 한번 살짝 주면 곧바로 석기봉 정상이다.

 

 

 

 

석기봉 정상의 조망은 거침없다.

그곳에선 백두대간 줄기가 힘차게 이어간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운무가 희롱하고 있던 덕유산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침 이슬을 털어내며 부지런히 옮긴 발걸음이 삼도봉을 넘기며

 

 

 

 

걸었던 길을 되돌아 보니

흐미~!

방금전 머물던 석기봉을 운무가 감싸고 있다.

햐~!

조금전 까진 티끌 한점 없이 깨끗하던 석기봉 였는데....

 

 

 

 

어느새 몰려든 운무가 삼도봉에서 

화주봉으로 향한 능선을 사이에 두고 공방전이다.

저 사이를 향한 나의 발걸음이

 

 

 

 

삼거리 갈림길에서

 

 

 

 

진행방향 좌측의 무덤골로 향한 순간 본격적인 내림길에 든다.

 

 

 

 

탄력이 붙기 시작한 내 발걸음은

동족상잔의 슬픈 역사의 사연을 품은 무덤골을 지나

 

 

 

 

음주암 폭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 이후엔

 

 

 

 

황룡사로 이어진 아름다운

숲속 터널을 빠저 나올때 까지 쉼없이 걸어 나간 끝에

오랫만에 맛본 나홀로의 1박2일 백패킹을 끝낼 수 있었다.

 

 

 

 

(1박2일 백패킹을 동영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