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차 : 초록잎새 두번째 머리를 감긴날
제16일차 : 2016년 10월 03일 월요일
여우비가 내린다.
초록잎새야 간밤에 잘 잤느냐 ?
이런~!!!!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물어도 대답없이 완전 축 처진 모습에 나의 애간장이 다 녹는다.
전날 복용한 약에 변비약이 있어 한차레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난밤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기운이 남아 있어 계속 배가 아파 온단다.
그러다 또 한차레 일을 치룬 초록잎새는 아예 깔아저 눕는다.
기분도 날씨따라 다른지 아님 체력 때문인지 ?
옅은 운무의 도심처럼 초록잎새는 우울모드에 접어 들었다.
아예 말도 못 붙이게 한다.
점점 더 깔아지는 것 같아 탈진하면 안된다고 달래 물을 먹였다.
그리고 난 후...
크림빵이 있어 내가 반쪽 먹을테니 반쪽만 먹어보자 하니 다행히 말을 듣는다.
이왕 나간김에 더 나갔다.
목이 멕힐테니 쾌변에 좋은 음료 윌~과 함께 먹자고 꼬여
발효식품 윌 한병을 다 먹였다.
(15층 입원실에서 내려다 본 도심의 풍광)
역시...
먹고나니 힘이 나나 보다.
얼굴의 혈색이 달라진다.
얼마후...
뜻밖에도 주주클럽 회원인 피오나님이 꽃다발과 함께
국과 반찬을 그리고 뒤이어 여고 동창생 서정미씨가 역시 반찬과
영양떡을 한아름 들고 오셨다.
지인들의 기를 받아 그런지 순간 초록잎새가 힘을 낸다.
그리고....
비로소 우울모드에서 밝음으로 바뀐다.
그녀들이 돌아가고 난 점심 식사 시간...
나의 직장동료 병일이가 찾아 오더니 초록잎새를 보며 한마디 한다.
"어~!"
"멀쩡하네~?"
"역시 무쇠다리라 다르네 그랴~!"
그말에 초록잎새 웃음을 터트린다.
역시 싱거운 놈이다.
ㅋㅋㅋ
병일이와 잠시 파업중인 직장의 분위기에 대한
소식을 먼저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오전의 시간을 보낸 후....
헤어 드라이가 필요하다 하여 점점 더 추색이 짙어가는 도심의 가로수 길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오후엔 모처럼 초록잎새의 머리를 감겨줄 예정이다.
집에 돌아와 우선 헤어 드라이기를 챙겨놓고
메론을 깍아 타파통에 담아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초록잎새가 하루 먹을 만큼만 용기에 담아 놓은 후 홍화씨 다린물과
그라비올라 약초를 우린물을 각각 반씩 베낭에 넣어 병원을 향해 걸었다.
오전엔 잔뜩 찌프린 하늘이 오후엔 맑게 개임이다.
잉크빛 하늘이 이쁘다.
이런날 산에 오르면 멋진 조망을 볼 수 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한동안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당하고도 산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에 잠시 젖어든다.
이런~!
초록잎새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아마도 그럴거다.
어제 아랫집 수지엄마가 면회를 오면서 조그만 용기에
양념을 담아 왔는데 비박갈때 양념통으로 쓰면 딱이다 라며 욕심을 내
주위 사람들이 못말리는 여자라며 웃던 생각이 난다.
을지 병원 가는길...
난 샘머리 공원까지 이어진 이길이 차~암 좋다.
도심속의 가로수는 이미 가을색이 내려 앉기 시작 했다.
매일 오고갈때 마다 그 빛깔이 점점 더 짙어만 간다.
저 가로수 단풍이 곱게 물들어 낙엽으로 뒹굴기 전 병원을 탈출하면 좋은련만....
어느덧 병원입구.
저 꼭대기 15층의 병실 창가에 위치한
초록잎새는 매일 매일 이곳을 내려 보고 있다.
오늘 아침은 정말 아름다운 불덩이가 쑤욱 올라 오는걸 누워서 보았단다.
그거 하나는 좋은것 같다.
초록잎새는 앞으로 멋진 일출은 실컨 보게 생겼다.
병원 도착후...
간병인과 힘을 합쳐 초록잎새의 머리를 감겼다.
일주일만에 다시 감기는 머리인데 머리숱이 뭉텅 뭉텅 빠저 나간다.
이러다 그 많은 머리숱이 훵~ 해 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건 아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럴거다.
깨끗하게 감긴후 말려 놓고 환자옷을 갈아 입히고
침대 시트까지 갈아주자 개운한지 초록잎새의 표정이 차분해 진다.
아내의 머리를 감기는 동안에
우리 앞집의 부부와 옆동의 이미경씨가 찾아왔다.
지난번 중증환자 병동에 있을때 동생이 걱정되어 찾아 왔다가
잠든 모습만 지켜 보고 돌아 갔다는 앞집의 희정이 엄마가 초록잎새를 보더니
온몸이 노~오래서 걱정 많이 햇는데 혈색이 돌아와 안심이라며 기뻐한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
손사레 치는 내손에 쥐어준 봉투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얼른 낳아서 앞집으로 커피 마시러 와~"
다정한 이웃분들을 배웅후
15층 휴게실에서 한동안 창밖을 내다보며 멍~을 때렸다.
저멀리...
식장산과 고리산을 걸었던게 아마득한 옛일 처럼 느껴진다.
벌써 2주...
이 또한 지나 가리란 말이 정말 맞는말 같다.
죽을것 같던 고통의 시간들이 지나자 이젠 초록잎새나 나나 안정을 찾아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록잎새는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나 역시 한밤중 깊게 잠들지 못하고 깨어나면 불면의 밤이 지속된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 가리라...
어느덧 저녁식사 시간...
아직 입맛이 돌아 오려면 멀었나 보다.
그래도 저녁을 제일 많이 먹었으니 그걸로 만족을 했다.
식사를 끝내고 마지막 절차가 남았다.
잠시후 호출...
침대를 끌고 처치실로 가 수술부위 소독과
드래싱을 끝낸걸 본 후 나홀로 집을 향해 터덜 터덜 걸엇다.
집으로 가는길...
오후에 걸었던 그길이 화려하게 변신을 했다.
아내가 보면 참 좋아 할텐데...
훗날.
옛 이야기를 하며 밤에 한번 다정히 손을 잡고
이길을 꼬옥 한번 걸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