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경이 환상인 예봉산
산행지 : 예봉산
산행일 : 2016년 7월30(토)~31일(일)
누구랑 : 구름님 부부 + 산찾사 부부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들이
다 죽어 나갈땐 나몰랑~!!! 하더니 ....
과잉도 이런 과잉 친절이 있을까 싶다.
니네들이 말 안해도 가정용 전력으론 겁이 나 무용지물인 에어컨을
켤까 말까 무쟈게 고민하게 만드는 폭염은 그렇게 알려주지 않아도 다 안다.
이젠 그만 좀 햇슴 한다.
스팸처럼 연신 울려대는 국민안전처의
문자 메세지엔 물이나 퍼 마시고 집구석에만 있으란다.
아~!
왕 짜증....
동물농장 닭장속의 닭들이 다 죽어 나가고
농작물은 타들어 가던 말던 그걸로 그들은 제 할일 다 했다 생각하겠지 ?
(산행 개념도)
살까말까 망설이는 물건이 있으면 사지말고
반면에 갈까말까 망설이는 여행 있다면 무조건 가야 한다.
더구나...
추억의 한 자락을 공유하는 산우님이 불러 준다면
나가지 마란 국민 안전처의 권고마저 깡그리 무시해도 좋다.
여행은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으로도 이루어진다.
먼 훗날...
추억을 반추하는 시간을 얻기 위해 우리 부부는
따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지글지글 끓어 오르는 아스팔트의
지열은 물론 휴가차량으로 정체가 반복되는 고속도로를 과감하게 들어선 얼마후...
분당구청 주차장에서 구름님 부부를 만나
팔당역 인근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주차후 산행을 준비하는데
그곳 주차장 관리원의 아줌씨가 우리의 차림새와 박베낭이 신기했나 보다.
다가와선 박베낭을 냉큼 들어보다 꿈적도 안하자 우릴 기인 보 듯 한다.
ㅋㅋㅋ
하긴...
이런날 이런 산행은 미친짓이다.
뭐든 미처야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이룰 수 있다지만
걷다보니 글쎄~?
이건 아니다...
정상에 있어야 할 빗돌이
떡~ 하니 입구에 세운짓은 미친 행정이다.
"애야~!"
"넌 왜 거기에 그렇게 서있니~?"
아주 잠시동안 걸었을 뿐인데....
시멘트 도로는 아주 곤혹 스럽다.
지열과 땡빛에 벌써 산찾사는 땡치리가 된다.
으29~!
이거 괜히 온거 아녀~?
드디어 산행초입의 갈림길...
우리 부부에게 멋진 추억을 안겨 주고 싶어한
구름님은 이미 일주일전 이곳을 미리 답사 하셨단다.
구름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 먼저 좌측의 숲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숲속에 들자...
땡빛이 숲속에 가리니 일단 살것 같다.
그러나...
얼마 못 가 구름님이 바위턱에 베낭을 내려 놓고 한숨을 푸욱~
우리 부부를 얼마나 살찌우게 하려는지 박베낭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ㅋㅋㅋ
역시나 무겁긴 무거운가 보다.
떠날때 무게를 달아 보니 25키로를 훌쩍 넘었다 던가 ?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인건 혜숙씨가 그거 다 못먹을 양이라고 덜어낸게 저 정도란다.
다시 시작된 걸음...
에구~!
에구~!
완전 디질랜드가 따로 없다.
뽕베낭 안 만들어 줌 어림도 없다란 혜숙씨도 지치고
박베낭의 압박감에 두 남정네는 이미 지옥속을 헤메고 있는데
룰루~랄라...
초록잎새의 표정엔 아직 생기가 남아 돈다.
그래...
한명이라도 온전 해야 쥐~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이젠 보이는 휴식터마다 퍼질러 앉아 다리쉼을 한다.
"당신은 정말 소중하니까~"
"이건 꼭 하고 다녀야 징~!"
구름님의 알뜰살뜰 보살핌이 참 보기 좋다.
울끈불끈 경상도 사나이의 뻔대가리 없는 속정이
속절없는 세월앞엔 저렇게 들어난다.
그럼 넌~?
난 아직 젊어서 저렇게는 못 혀~!
어느덧 예봉산 정상을 앞둔 900m.
아직 해가 중천이니 서둘것 없다는 구름님...
천천히 진행하자 하시는데
그런말씀 안 하셔도 진심으로 그럴 힘이 없다.
어느덧...
싱싱하던 초록잎새도 더위에 지친 기색이 뚜렷하다.
이미 초록색이 누렁잎새로 변색되어 가는중....
오름길에 또다시 박베낭을 내려 놓은곳...
조망처가 되시겠다.
그러나...
조망처는 혜숙씨가 앉아 있는 곳을 불과 5m만 더 걸어도 되지만
이미 체력방전의 혜숙씨는 조망이고 뭐고 만사가 다 괴찮을 지경이다.
그순간..
구름님의 베낭이 열리며 급속 충전의 열량이 투입 되었는데
울퉁불퉁 맛만 좋아~?
아니 울끈불끈 힘은 더 좋다는 초코렛이다.
초코렛의 힘이 사그라 들던 근육을 되살린다.
그덕에 힘을 내 조망 바위에 올라 내려본 풍광은 그러나 박무로 실망 스럽다.
그나마....
말 많고 탈도 많았던 하늘을 향해
똥침을 날리는 저 빌딩이 보이는게 다행일 정도이며
아주 가까이의 팔당대교는
그냥 내려보나 가까이 땡겨보나 희뿌였다.
정상을 얼마 앞두고 만난 원목 조망데크...
햐~!!!!
이곳에서 구름님은 희심의 미소를 날리게 만든 간식을 선 보였다.
달콤 새콤한 아이스케끼...
먹는데 온 정신을 빼앗긴 산찾사는 덕분에 사진 한장 남긴게 없다.
이궁~!
아무리 무거워도
캔맥주 6개 얼린걸 못 가저온게 못 내 서운했던 구름님...
그래도 일념의 희망 하나가 가파른 오름길의 그 힘듬을 견디게 만든곳이 있었다.
바로 이곳...
예봉산 정상 바로 아래의 점방이다.
우리가 올라서자 쥔장은 내려가려 짐을 꾸리고 계셨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맨 마지막으로 올라서는 혜숙씨도
이곳을 알고 있어 그런지 얼굴엔 기대만땅의 표정이 엿보인다.
햐~!!!!
인간의 간사한 마음이 이렇다.
힘든데 집에서 편히 쉴걸이란 후회가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 한잔에 참말루 잘 왔다란 생각으로 바뀐다.
세상에 이렇게 맛좋은 먹거리가 또 있을까~?
한잔술에 순간 우린 행복 만땅이다.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드디어 올라선 정상....
조망이 션찮아도 우린 까이거~!
괜찮다....
뿌듯한 성취감에
행복함이 차오르기 시작한 가슴을 안은 채
선비가 한양을 갈때면 임금이 사는 도성을 향해
신하로서 예를 표해 예봉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그곳을 뒤로 한 얼마 후
우리는 다산 정약용이 약전,약종 형들과
이 능선을 걸으며 학문을 논했다는 철문봉에 올라선다.
오늘따라 어여쁜 여인의 미소가 철문봉에선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빡센 오름질이 끝나고
부드러운 능선이 우리를 활공장까지 이끈다.
드디어...
오늘밤 숙영지에 도착하자 초록잎새가 감동의 파노라마를 맞는다.
"구름니~~임~!"
"감사해요~ 너무 고마워요~!"
얼러려~!!!!
나는 여기보다 훨~ 좋은델 여러번 데려 갔어도
저런 소릴 들어보도 못햇는디...
ㅋㅋㅋ
서둘러 보금자리를 만들던 사이에
무엇이 그리 급한지 황홀한 색감은 아니나 그런대로
봐 줄 만 하던 석양이 구름속에 숨어 들며 시작된 우리들의 만찬이 화려하다.
혜숙씨가 직접 만들었다는 닭갈비...
그냥 데치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고향이 춘천이라 그런지 닭갈비 솜씨가 대단하다.
사정없이 손이 가요 손이 가~!
그럴수록 빵빵 해지는 뱃고래...
그래도 胃大함을 내세운 우리들이 酒님에 대한 信心까지 불태우자
한층 기분이 업~ 되는데
바람은 또 어찌나 시원스레 불어 주던지....
세상 다 가진것 처럼 정말이지 우린 그순간 만큼은 부러울게 하나도 없었다.
진짜루~!!!!
배가 부르고
알맞게 취기에 오르자 기분은 더 좋다.
밤이 깊어갈 수록
발아래 도심의 불빛은 찬란해 지고...
우리들의 정담은 짙어만 가는데...
예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은 구름님이
고집을 부려 아무리 무거워도 이건 꼭 가져 와야 했다는
안락함을 보장하는 벤취와 또 그님이 무겁게 들고 온 음향기기에서
흐르는 음악이 우리를 지상천국으로 이끈다.
여행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으로 이루어 진다란 말이 실감난다.
바로 그 시간들을 반추하는 음악들이 연이어 흘러 나온다.
구름님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인도 베낭여행을 할때 들었던 음악들이다.
아~!
귀에 익은 청춘이 흘러 나올땐
인도 북부의 산악지대 맥그로간즈에서 올랐던 트리운드의 야영지가 생각나고
그래서 그때 우리부부와 함께 그곳을 여행했던 구름님 부부와 또 이자리에서 그날을 회상하게 된다.
이런~!
이런~!
이번엔 마이 웨이가 산 정상을 감미롭게 울려 퍼진다.
난 항상 이 노래가 나오면 구름님이 생각난다.
예전...
구름님과 함께 킬리만자로를 무사히 등정후
우린 나이로비의 사파리 호텔 연회장에서 파티를 즐겼었다.
그때...
10불인가를 주고 구름님이 마이웨이를 열창 했는데
순간...
객석은 구름님의 열창으로 인해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고
한순간 뻑~ 가버린 흑인 여성이 감동을 주체하지 못 하고 그만
구름님을 가슴골에 파뭍히도록 꼬옥 끌어 안고 말았었는데....
그때...
나는 수박 덩어리 만한 가슴에 파뭍힌 구름님이
질식하지 않을까란 씰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면 다들 믿을랑가 모르겠다.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를 하며 흘낏 혜숙씨를 바라 보았다.
그런데...
여자는 질투의 화신이라는데 우찌 빙그레~ 웃고만 있댜~?
도심의 황홀한 불빛에 취하고
산우들의 우정과 향기로운 술향기에 취한 밤이 무르 익는다.
계속되는 식도락....
주꾸미를 살짝 삶아 초고장에 찍어 술안주로 먹고 난 후엔
그 국물에 라면을 끓여내자...
궁물이 아주 끝내줘용~!!!
마지막 후식으로 과일까지 드셔준 우리들....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에
온몸을 맡긴채 깊어가는 여름밤을 속절없이 흘려 보낸다.
지난밤...
행복한 밤을 꿈결처럼 보낸 아침...
자연과 하나가 된 다음날은 항상 이렇게 가쁜함에
공중부양의 진수를 보여준 구름님의 퍼포먼스를 끝으로 우린 하산을 준비한다.
이곳이 너무나 아름다워
가을날 다시 또 뭉쳐 보자는 구름님의 바램을
생각만 하여도 울렁대는 기쁨의 눈빛으로 화답하며
우리 부부는 다음을 기약한다.
내려가는 길은 왓던길을 되돌아 가다
철문봉과 예봉산 중간쯤...
계곡을 향한 능선을 구름님의 안내로 걸어 내리다.
일주일전 길옆에서 봐 둔
영지버섯 하나를 딴 구름님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이내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우리를 안내 했다.
오늘도 역시 습한 날씨라 무척이나 덥다.
마침...
갈증에 시달리던 탓이라 그런지
옹달샘의 물 맛이 기대 이상으로 달고 시원하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온몸이 열탕에 든것 처럼 후끈 달아 오른다.
그러다 만난 계곡...
우린 그냥 옷을 입은채 풍덩 몸을 담군다.
한동안 계곡에서 물놀이로 신선놀음을 하다
점심시간에 맞춰 내려선 우리들...
구름님이 봐 둔 운길산역 인근의 맛집을 향했다.
푸짐하게 한상 차린 장어의 맛집엔
인근에 사신다는 구름님의 대학 후배부부가 찾아 오셨다.
유유상종...
역시 좋은분의 지인이라 그런지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사람들이다.
덕분에....
함께 하는 식사가 참 정겨운 자리가 되었다.
식사를 하기전....
옛날 우리 부부가 서울을 찾았을때
구름님께 푸짐하게 대접만 받았고 지난번 함께 백패킹을 다녀온
월출산 산행때도 전라도의 특식인 홍어 정식을 푸짐하게 얻어 먹은 터라
이번 만큼은 당신이 내야 한다며 마눌 초록잎새가 슬며시 카드를 나에게 건네 주었었다.
사실...
서로 낸다고 옥신각신 하는 의례적인 절차가 난 참 싫다.
그래서 항상 계산은 마눌이 전담인데 오늘 그 어려운 일을
어쩐일인지 초록잎새가 나한테 맡겼다.
이런일은 남자가 해야 통이 커 보인다나 뭐라나 ?
그런데...
계산 타임도 읽기 어렵고 우리가 식사를 한 장소가 야외라
어디서 계산 하는지도 얼빵한 난 모르고 있었기에
일어날때 테이블에 걸려 있던 계산서를 들었었는데 이미 계산은 끝나 있었다.
그날 비용은 선배님 맛난것 사드릴려고 일부러 찾아 왔다는
구름님 후배가 어느새 깔끔하게 계산을 한 이후라 난 뒷북을 치고 있었던 거였다.
ㅋㅋㅋ
덕분에 그날 난 내려오는 차 안에서
마눌 초록잎새에게 지청구만 엄청 얻어 먹어야 했다.
귀로....
한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듯 달려
도착한 곳은 절대 그냥 보낼 순 없다며 데려온 구름님 자택이다.
아름다운 정원과 텃밭...
그리고....
손님들이 오면 바베큐 파티로
왁작지껄 수다방이 된다던 잔디밭이 부러움을 일게 만든다.
거실에 들려 차 한잔 마신 후...
이젠 헤여짐이 아쉬운 이별을 앞두자
정 많은 혜숙씨가 초록잎새에게 친정 엄마처럼 이것 저것을 챙겨 준다.
마지막까지 우리뒤를 따라오다 텃밭을 일구어 얻은 고추를 하나라도 더 따 주고 싶은 혜숙씨....
손사래 치며 사양하는 우리에게 이미 감자 한박스를 받은 양팔의 무게를 더 늘려 놓는다.
다시한번 함께 1박2일의
소중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자릴 마련한 구름님 부부께 감사 드립니다........(산찾사.이용호)
(그날의 흔적들을 모아 모아 한편의 동영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