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 삼두마애불 아래서 한밤을....
산행지 : 민주지산
산행일 : 2016년 7월25일(월)~26일(화)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어떻게 : 물한리 주차장~황룡사~촉새골 갈림길~능선안부 민주지산 갈림길~삼두 마애불 1박
삼두마애불~석기봉~삼도봉~삼마골재~미나미골~황룡사~물한리 주차장
과거로 돌아갈 수도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할 수도 없는 50대 후반의 나이라 그런지
점점 더 힘겨워 진다.
예전엔 새로운 기종의 기관차가 도입되면
어서 빨리 운전해 보고 싶어 안달이고 이것 저것 마구 만저보던 일이
이젠 두려움이 먼저 왈칵 드는게 세월 탓이 아닌가 싶다.
보고 익히면 그때 뿐...
돌아서면 까마득한 망각의 늪에 빠저드는 기억력이 매일 매일 다르다.
아~!
세월의 무심함이여...
지난밤은 참 힘들었다.
33년 짬밥의 실무경력으로 위기를 잘 넘기긴 했지만
이젠 업무에 대한 긴장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전문가는 이런 저런 실수를 통해
내공이 쌓인 사람이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 실수를 용납 못한다.
그냥 한방에 보내 버린다.
특히 기관사....
ㅋㅋㅋ
20년 넘었을까 ?
행운목이 우리와 함께 한 세월이다.
그간 향기 좋은 꽃망울을 터트리던 이놈의 키가
너무 자라 천장을 뚫을 지경이라 어쩔 수 없이 싹뚝 잘라
주저 앉히고 일부 가지는 뿌리를 내려 이웃에 시집도 보냈는데....
그 행위가 너무 심했던지 몸살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이놈이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행운목에 물을 주던 초록잎새가 놀라워 하며 나를 부른다.
햐~!!!
어쩜 저리 이쁜지 ?
생명이란게 참 신비롭고 경이롭다.
저 여린 잎으로 어찌 굳은 땅을 비집고 무거운 돌틈 사이를 빠저 나왔을까 ?
영주 부석사 해우소엔 이런 글이 적혀있단다.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
한조각 구름마저 없어 졌을 때
서쪽에 둥근 달빛 미소 지으리....
살아가며 자연스레 생긴 가슴속의 응어리를 비워내고
머리는 차겁고 냉철한 이성으로 채우러 떠나는 우리 부부에게
행운목의 여린 새순이 기쁨을 안겨준다.
안녕~!
우리 부부 다녀올 동안 무럭 무럭 잘 자라렴~!
(산행 개념도 실제이동 동선 노란실선)
평일...
역시 한가로움이 좋다.
넓직한 물한리 주차장에 덩그러니
나의 애마를 잠재우고 시작된 우리의 걸음이 황룡사를 향한다.
작열하는 태양...
지글 지글 끓어 오르는 지열로 열탕에 든것 같다.
이제 겨우 몇걸음 걸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후줄건한 몸띵이가 추욱 처진다.
그런 나와 다르게 초록잎새의 걸음이 싱싱하다.
젠장~!
문득 후회가 든다.
무거운 짐을 저곳에 더 쑤셔 넣을걸...
ㅋㅋㅋ
어느덧 황룡사를 지나
향긋한 향기를 내뿜는 낙엽송 군락의 숲속에 들자
기온이 확연하게 다르다.
그제서야 산찾사...
살 것 같다.
한여름 산행은 되도록 짧게...
오늘은 석기봉 아래 삼두 마애불에 여장을 풀기로 했다.
예전같음 당연 삼도봉을 경유 하겠지만 이젠 저질체력이라 엄두가 안난다.
하여...
민주지산으로 방향을 튼 우린
한동안 완만하게 이어지는 속세골을 따라 이어진
숲속길을 걷다가 다시 만난 갈림길에서 좌측의 등로를 택한다.
우거진 숲속 푸르름이 너무 아름답다.
푸름~!
푸름~!
푸름~!
내마음도 따라서 푸름이다.
민주지산에서 석기암봉을 이은
능선 안부로 올라서는 막바지의 빡센 오름질...
산찾사 디지는 줄 알았다.
몇번이나 베낭을 집어 던지며 옷을 벗어 땀방울을 짜낸 악전고투 끝에
능선 안부에 올라서자...
흐미~!
그간 바람 한점없이 악랄하게 괴롭히던
오름길의 기억을 깡그리 잊게 만든 골바람에 전신을 맡겼다.
햐~!
상쾌함이 온몸에 밀려든다.
타는 갈증을 달래주던 시원한 맥주보다 골바람이 훨~ 좋다.
능선엔 간간히 바람이 분다.
그러면 됐다.
이젠 시간도 넉넉하니 오름길도 두렵지 않다.
그렇게 걷다 만난
석기암봉을 앞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향한다.
이정표도 없고 빛바랜 선등자의 시그널 몇개만 달랑 거리는
그길이 바로 삼두 마애불로 향한 등로가 되시겠다.
그 길을 따라 얼마쯤 걷다 보면
정작 있어야 할 곳엔 없던 이정목이 뜬금없이 우릴 맞아 준다.
그 이정목이 가르키는 석기봉을 향한다.
그러다 만난 암봉아래의 넓직한 공터가 오늘 우리의 아지트...
그곳 암봉엔 삼두 마애불(삼신상)이 양각 되어 있는데 삼국시대 또는 고려때로 추정된다.
석기봉의 삼두마애불은 각각 하늘을 상징하는 칠성,땅을 상징하는 용왕,사람을 상징하는 산신을 뜻한다고....
삼신상 아래엔 석간수의 샘이 있다.
오자 마자 들이킨 시원한 물맛이 기막히다.
한여름엔 무거운 박베낭에서 차지한 물병의 무게가 제일 크다.
그 부담을 덜 수 있어 우리부부가 이곳을 야영지로 정한 이유다.
외진 곳이며 늦은 저녁무렵이니
누가 찾아올리 없어 우리만의 천국이다.
물을 받아 몸을 씻고 옷을 갈아 입으니 개운함으로 날아갈것 같다.
그리고 시작된 만찬....
힘들게 올라온 지친몸에 영양 덩어리 투입...
그리고....
시원한 맥주가 함께 하니 여기가 천국이다.
오늘밤은 비가 예고된 날씨다.
서쪽 하늘엔 시커먼 먹구름으로 가려 있어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노을의 기대는 아예 접어둔 채
산중에서 도란도란 우리 부부의 정담에 밤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지난밤...
구라청을 면한 빗방울이 흔적만을 남겼다.
덕분에 청천 하늘엔 별들도 많구나의 소박한 우리의 꿈은 그냥 꿈이 된 아침.
일출의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대신....
자욱한 운무가 깔린 풍광의 기대치를 않고 올라선 석기봉은
역시나 예상대로 조망 꽝~!
다시 내려와 아침 조반으로 떡국을 드셔 준 우리...
젖은 텐트를 말릴 틈도 없이 그냥 짐을 팩킹 했다.
더 늦으면 더워 내림길도 힘들것 같아서..
깔끔한 뒷정리는 기본....
칠성님,용왕님,산신님의 삼두 마애불께
지난밤 살펴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린 후 우린 석기봉을 향했다.
석기봉...
왔으니 기념증명 사진 한장 남긴다.
조망...
박무로 션찮다.
차라리...
세찬 비바람과 천둥이 치는 밤을 보냈다면
조망 만큼은 참으로 황홀했을 텐데...
그래도 바람만큼은 맘에 든다.
도무지 발을 떼기 싫을 정도의 시원함을 안긴 석기봉을 내려선다.
전날...
빗줄기가 강해지면 식수만 받아
이곳에서 한밤을 보내려 마음을 먹었던 석기봉 아래의 정자를 지나자
삼도봉을 향한 숲그늘이 우릴 맞아준다.
그러다 만난 갈림길....
민주지산은 자주 찾았던 등로라 곳곳엔 추억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지난번 만보님과 그 형님들을 모시고 야영을 한 후
쏟아지는 빗줄기에 그만 삼도봉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내려선 기억이 새롭다.
푸름~!
푸름~!
온 세상이 푸르다.
그속에서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청량하다.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은 차분해 지고 정갈해 짐을 느낀 등로가 삼도봉으로 우릴 이끈다.
드디어 만난 헬기장...
이곳을 지나면 바로 삼도봉을 만난다.
삼도봉 대화합 기념탑....
좁아 터진 이나라 이땅을 갈갈이 찢어놓은 분열이 얼마나 심하면
이런 대화합을 염원하는 탑까지 세웠을까~?
어떤 사람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잠시 머물다 그냥 떠나지만 어떤 사람은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 시키는 아름다운 발자국을 가슴속에 남겨놓고 떠난다
-플라비아 위즈-
아름다움은 커녕
추한 발자국 만이라도 남기지 말고 가야 할텐데...
삼도봉의 하늘엔 우리 시대의 암울한 현실처럼 시커먼 구름이 밀려든다.
이젠...
시원하게 한판 퍼 붓고 맑고 투명한 하늘을 보여 주면
차라리 좋겠단 생각이 불현듯 든다.
삼도봉을 벗어난 우리의 발걸음이..
삼마골재에서 방향을 튼다.
어느덧 발걸음이 음주암 폭포를 지나
잣나무 숲속의 등로가 낙엽송 군락으로 모습을 바뀌자
이젠 황룡사가 지척이다....
되돌아 온 물한리 주차장...
숲속을 벗어나자 마자 또다시 열탕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1박2일 민주지산
숲속의 추억은 저 더위를 이겨 낼 힘이 돼 줄거다.
(그날의 흔적을 모아 이 한편의 동영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