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발길을 돌려 찾아든 순창 책여산

산 찾 사 2016. 3. 21. 09:43

산행지 : 순창 책여산

산행일 : 2016년 3월18일.금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 & (산이랑+맑은소리)

어떻게 : 무량사~당재~송대봉~장군바위~24번 국도변~무량사

 

-프롤로그-

 

1박2일 여정으로 거문도를 계획한다.

아주 오래전....

불탄봉,보로봉과 신선대 그리고

목너머까지 이어지던 쪽빛 바다에 감동을 먹고 난 이후

등대로 이어지던 동백꽃 숲터널과 맞닥트렸을때 그 숨막히게

아름답던 풍경이 순간 내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 기절 할 뻔 했던

기억을 잊지 못해서 였다.

그래서...

항상 동백꽃이 필때면 나를 그곳으로 이끌게 되었는데....

풍랑으로 한번 짙은 농무로 두번째 실패를 맛 본 이후 이번이 세번째 시도이다.

 

    (산행 개념도)

 

 

그런데...

왠지 오늘도 역시 불안 불안하기만 하다.

역시나....

그런 예감은 틀려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마는..

딘장~!!!!

그곳을 향해 신나게 달리다 오수 휴게소에 들렸는데

예약한 선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전 11시부터 해상 풍랑주의보가 내려 결항이니 오지 마란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함께 가던 님들이 못 가본 산행지를 물색해 걸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든 책여산...

오래전 산행의 기억을 더듬어 무량사에서 발걸음을 시작했다.

 

 

 

우린 무량사까지 이어지는 소도로를 타고 올라선 다음...

 

 

 

무량사 바로 앞에서

좌측으로 꺽어진 등로의 계단을 올라서자 마자

 

 

 

우리를 맞아준 화산옹 바위와 마주한다.

멀리서 보면 마치 백발의 노인처럼 보인다는 이 바위 역시....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었다.

내용인즉...

풍년이면 흰색, 흉년엔 검은색,

큰불이나 전염병으로 인명피해가 있으면 파란색.

그리고 전쟁이나 천재지변엔 붉은색으로 바위의 색깔이 변한단다. 

 

 

 

 

화산옹 바위를 뒤로하며 걸어 들어간 숲속길...

촉촉한 이슬비가 나린다.

그래~

내려라...

아니 마구 퍼부어 주어도 좋다.

그래야 위안이라도 되지 날씨가 좋다면 쏘가지가 더 난다.

 

 

 

드디어 올라선 안부 삼거리 당재...

여기에 베낭을 내려놓고 금돼지굴을 들리자는 나의 제안을 다들 개무시 한다.

그냥 인근의 맛집에 들려 맛있는거나 사 먹고 집에나 가지

비까지 맞아가며 여길 꼭 끌고 와야 되겠는 원망들이 쌓여 있어 더는 권하지 못했다.

 

 

 

비는 내려도 날씨는 참 포근하다.

천천히 걸어도 땀으로 벌써 옷이 후줄건 하다.

하긴...

이게 빗물인지 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올라선 순창의 책여산 정상 

송대봉엔 운무가 자욱하게 깔려 아무것도 보여주는게 없다.

이런~!!!!

송대봉의 황홀하기 그지 없는 조망만이

이곳으로 이끈 나에 대한 원망을 잠 재울 수 있는데 큰일이다.

 

 

 

할 수 없이 송대봉을 내려선다.

그런후...

송대봉 바로 아래의 기도처 굴에서

비를 피하며 우선 우리는 주린배를 채웠다.

 

 

 

그런후....

장군봉으로 향한 우리를

맞아주기 시작한 풍광에 다들 입가에 미소가 찾아든다.

 

 

 

 

온전히 다 보여주진 못해도

다 가려주기 힘들었던 심술궂은 운무가

살짝 살짝 그 아름다움을 엿 볼 수 있게 순간 순간 보여 주던 조망에

한순간 산우들이 뻑~ 가버리 더니 이젠 이슬비 따윈 아랑곳 없이 망연자실 넋을 놓고 내려본다.

 

 

 

참 오래전 이곳을 찾았을땐

이런 철재 다리 난간이 없었던거로 기억한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면 습기를 머금은 암릉으로 위험할 텐데 참 다행이다.

이제 이 다리만 지나면 최고의 조망처 장군봉이 우릴 맞아 줄 거다.

 

 

 

 

 

 

 

 

 

 

 

철재 난간을 지나오며 보여지던 풍광들....

날씨만 좋다면 내장산을 비롯하여 추월산 강천산까지

호남의 명산들이 마중나와 우릴 반겨 줄텐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장군봉을 지나며 시작된 칼능선....

조심스럽다.

그래도 다들 가끔씩 내 주는 조망을 포기할 순 없어

조망처에선 용기를 내어 절벽에도 서 보며 맘껏 풍광을 즐긴다.

 

 

 

 

 

 

 

 

 

 

 

비록...

계획은 틀어저 느닷없이 찾아든 산행지이나

다들 맘에 들어하며 기뻐하니 다행이다.

언제 빛좋은날 다시 찾고 싶다는 이곳 책여산이라

기회되면 한번 더 이번엔 아주 많은 산우들을 이끌고 찾아오고 싶다.

 

 

 

 

 

 

 

 

 

 

 

 

 

칼바위 능선을 지나면

이젠 곧장 등로는 24번 국도변으로 떨어진다.

 

 

 

역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목책의 계단길이 맞아준다.

 

 

 

덕분에 안전산행이 될 수 있었던 계단길을 내려서면

 

 

 

비로소 아주 짧은 순창의

책여산 산행을 끝내게 되나

도로를 건너 맞은편 산이 또다른 남원의 책여산이다.

우리 저기도 오를까~?

그말을 꺼내기 무섭게 초록잎새가 그런가.

 

서방님~

니나 다녀 오세요....

 

 

 

이만함 서운함도 많이 덜었다.

이내 욕심을 접는다.

터덜 터덜...

무량사로 향하며 우린 2시간 남짓 짧은 산행을 끝냈다.

그런 우리를 봄을 재촉하는 국도변의 버들 강아지가 이슬을 잔뜩 머금은 채 배웅하고 있었다. 

 

 

-에필로그-

 

그날...

날씨도 흐리고 기분도 꿀꿀하니 우린 그냥 헤여질 수 없었다.

어짜피 준비한 음식도 있었고...

우리집 거실에서 시작된 작은 파티.

난 이미 취해 손님 대접은 마눌님께 맡기고 들어가 누었는데

ㅋㅋㅋ

그날 앞집,아랫집도 소문듣고 찾아와 날을 넘긴 새벽까지

시끌벅적 햇다는 풍문을 다음날 늦은 아침 나절에서나 나는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