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강풍 폭설 한파에 뒤틀린 1박2일 지리산

산 찾 사 2016. 1. 21. 14:10

산행지 : 지리산

산행일 : 2016년 1월18일(월)~19일(화)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

어떻게 : 백무동 주차장~한신계곡~세석산장(1박)~거림



올해는 겨울의 진객 상고대를 만나지 못햇다.

그래서 찾아든 지리산.

몇일전 일기예보엔 전날 오후까지 눈 그리고 우리가 지리산에 드는 날엔 개임였다.

그럼 ?

당연 상고대 확률 99.99%

한신으로 올라 세석을 거쳐 장터목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천왕봉 일출 후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원점휘귀 코스로 진행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눈발이 장난이 아니다.

초록잎새가 휘몰아 치는 강풍에 선뜻 차에서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

  



매표소 입구...

관리공단 직원이 산장예약을 확인후 입장 시킨다.

날씨가 어떻든 왔으니 출발을 하는데...

 

 


백무동과 한신계곡으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날씨가 안 좋으니 오늘은 짧게 산행후 내일 길게 하려면 백무동으로 꺽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충분하고 일찍 산장에 들어가야 마땅히 할일도 없으니 한신 계곡으로 직진.




갑자기 몰아 닥친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누군가 ?

부지런히 걷다 보니 우모복은 벌써 베낭속에 들어간지 오래..

 

 


우리의 발걸음이 어느새 한신계곡 깊숙히 들어 왔다.

아무도 없는 깊은 계곡...

그야말로 지리의 깊은 계곡은 적막강산인데 

가끔씩 세찬 바람만이 숲속을 흔든다.


 

 


날씨가 좋아 지겠지란 바램은 바램으로 끝.

한신계곡을 올라 붙을 수 록 강풍에 눈발이 더 거세진다.

순간 노출된 얼굴이 벌겋게 물들고

아주 잠깐 주위 풍광을 디카에 담기 위해 손을 노출하고 나면

한참동안 시린 손이 고통 스럽다.


 

 

 

 

 

 

 

 

 


어느덧....

한신지곡과 갈리는 지점을 지나며 시작된

가파른 오름질에선 쌓인눈의 방해가 산행 속도를 지체 시킨다.




겨울 산행엔 더우면 얼른 벗고

추우면 입고 배고프기 전 열량을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워낙 추운 날이다 보니 베낭속에 들어 갔던

우모복을 꺼내 다시 입어야 했다.

 

 


휘몰아 치는 강풍.

그 거센 칼바람을 한번 맞으면 살을 에이는 듯 고통이 밀려든다.

그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 버프로 얼굴을 가려 최대한 노출을 피하는데

어느순간 답답증에 잠시 버프를 벗고 나면 한순간에 버프는 뻣뻣하게 얼어 붙는다. 


 


강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이게 등로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가끔씩 헷갈리게 하는 등로를 헤치며 체온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우리는 황소걸음으로 천천히 오름질을 해야 했다.


 


그렇게 걷던 중 어느 순간...

그간 아무말 없이 꾸준히 잘 따라오던 초록잎새가 고통을 호소한다.

평소엔 열이 펄펄 나던 손이 차갑게 얼어 있다.

준비한 다른 장갑으로 갈아 끼기 전 마찰로 열을 내 손을 풀어주자

이번엔 발까지 시렵단다.

이런~!!!!

그간 이런일은 없었는데.

울 소재의 등산 양말을 신었냐 물어보니 평소 신던 등산 양말 이란다.

딘장~!

서방님 말을 안 듣더니 쌤통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대신 할 수 없으니 바라보는 나도 힘들다.

계속 꾸준히 걷는 수 밖에...


 

 

 


세석 산장을 얼마 앞두고 시간을 체크하니

장터목 산장까진 해가 지기전 갈 수 있으나 웬일일까 ? 

초록잎새의 컨디션이 최악이다.


 


그러나...

체력보다는 지리의 주능선에 올라서자 마자

우리를 맞아 준 건 몸을 가눌 수 없는 강풍였다.

이대로 진행하기엔 무리다.


 


이미 초록잎새는 전의를 상실...

회오리 바람이 눈바람을 일으키자 순간 몇 미터 앞조차

등로는 물론 천지분별이 안된다.

완전 혼돈의 세계...

처음으로 지리산이 무섭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오후 3시를 겨우 넘긴 시각...

장터목 산장을 포기하고 세석산장에 든다.

공단직원에게 기상악화로 세석산장에서 묵어야 되겠다니

장터목 산장 예약을 취소 시켜주며 하는말이 

환불은 따로 받으시고 이곳 산장비는 다시 내야 한덴다.

같은 지역 국립공원 에서 무슨 이딴 일처리 행정 ? 


우리는 배정받은 숙소로 이동하며

세석산장 접수처 거실의 상황판을 보니

지리산 현재 기온이 영하 16.6도로 표기 돼 있다.

역시...

오늘 날씨가 춥긴 추웠나 보다.


숙소동 구조는 

남자 아랫층, 여자 윗층으로 분리 되어 

산장에 든 우린 어쩔 수 없이 이산가족이 됐다.

우야튼...

배정받은 침실에서 가저간 에어매트를 깔고 모포 한장을

대여 받아 덮고 있자 얼마 후 얼었던 몸이 풀리자 비로소 살 것 같다. 


 


계속 휘몰아치는 강풍...

초록잎새는 화장실 가는것도 춥다며 귀찮아 하더니

배가 고픈가 밥 좀 먹잖다.

숙소동에서 취사동으로 이동도 힘들다.

그래도 어쩔랴~!!!

휘몰아 치는 강풍을 뚫고 샘터에서

겨우 질질질 흐르던 식수를 받아 왔는데

남들은 다들 그냥 주위의 눈을 퍼다 녹여 취사를 하고 있다. 

얼마후..

고실하게 밥을 짖고 북어국을 끓일 동안 삼겹살을 구웠다.

초록잎새....

삼겹살 하나 입에 넣더니 하는말.

"역시 남의 살이 맛있긴 하네~"

ㅋㅋㅋㅋ

삽겹살엔 독한 술이 좋다.

마침 가져간 술이 오래 묵은 더덕술이라 그 향이 기막히다.

그런데 돗수는 상대적으로 약한 듯...

연거푸 들이키던 초록잎새은 아무리 마셔도 느낌이 안 온다나 뭐라나~?

난 순간 다리가 풀리던데...




겨울밤은 참으로 길고 길었다.

초저녁 술기운에 잠깐 잠이 들었다 깬 시각이 겨우 밤 10시.

이후...

밤세도록 울어대는 숲을 흔들던 바람소리에 시달렸다.

 

 


날이 밝은 다음날...

전날 이미 우리가 세석에 들어선 이후

지리산 전구간 입산 통제가 풀릴 기미가 없다.

아침으로 누릉지를 끓여 먹고 베낭을 꾸려 떠날 준비가 됐어도

공단직원의 통제로 산장을 벗어 날 수 없다.

아침 9시를 넘기자

지리산 주능선은 산행금지 이며

하산로 개방은 장터목 산장은 중산리로 세석산장은 거림으로만 허용된다.


 


거림에서 백무동 산장까지 차량 회수가 골치 아프다.

순간 드는 생각...

조심 스럽게 막아놓은 주능선을 향한 철책을 넘어 선다.

그런데...

몇 발자욱 못 가 눈이 허벅지까지 잠긴다.

그걸 본 초록잎새가 기겁을 하며

객기 부릴때가 아니니 안전하게 하산 하자며 극구 말린다.

혼자 몸도 아니니 욕심을 접는다.

순간...

머리속이 복잡하다.

거림에서 산청까지 그리고 인월에서

백무동까지 이동해야 하는 절차를 우찌 해결 해야 할지 ?

간단한 방법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거리가 장난이 아니라 요금은 또 얼마가 될지 ?


 


거림으로 향한 등로는 유순하다.

남쪽 사면이라 그런지 의외로 쌓인 눈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회몰아 치는 광풍은 장난이 아니다.

귀가 아플 정도의 바람소리와 눈보라...

또다시 새삼 자연의 분노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절감한다.


 

 


 

우리는 남부능선 갈림길을 지나

매표소에 이를때 까지 쉼 없이 걸었다.

가끔식 하늘을 보면 한점 티끌 없이 맑은 하늘이라

참으로 이쁘긴 한데 지리산의 등로엔 강풍에 날리는 눈보라가

우리의 걸음을 더디게 심술을 부리는 한편 한도 끝도 없이 계속하여 

숲속을 흔들던 바람소리가 정신마저 사납게 만든다.

 


 

우야튼...

드디어 우린 무사히 거림 매표소를 통과 했다.

그런후...

택시회사에 폰을 했다.

만약 택시비가 15만원 이하면 토 하나 안달고 가겠다 맘을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 ?

9만원은 주셔야 된다고 오히려 애원이다.

ㅋㅋㅋ

 



 

택시를 부르고 기다는데 30분.

백무동까지 이동하는데만 1시간 30분 걸려 마천을 들어서자

택시기사가 벌벌 긴다.

자기는 이런 빙판 운전이 처음 이란다.

그만큼 지리산은

남쪽과 북쪽이 갈라진 남.북의

현실 만큼이나 확연히 다른 날씨를 보여 줬다.

 

얼마후...

택시 기사를 보낸후 내 차의 시동을 걸어 보는데.

이런~!!!

요지부동 이다.

지난번 방전으로 약화된 밧테리의 성능에 급격한 기온강하가 원인 인 듯.

또다시 보험사에 긴급 구난 써비스를 요청 후 우린 30여분을 주차장에서 떨었다.

나중엔 알게 된 사실인데

약화된 밧테리에 급격한 기온강하가 주 원인이지만

의외로 블랙박스가 밧테리의 전원을 많이 소모 시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날 이후 추운날 블랙박스 전원을 OFF 시켜 놓은 뒤엔

별 문제 없이 시동이 잘 되기에 우린 그냥 좀 더 밧테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참으로 길고 긴 1박2일 였다.

그간 지리산을 골골이 뒤지고 다닌 숱한 기억속에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한치 앞도 분간 못 하게 휘날리던 눈보라 광풍...

그리고 살을 에이듯 파고들던 추위는 물론 바람이 뒤 흔들때

숲속이 내던 울음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생생하다.

그래서 그런가 ?

그간 어머니 품 속처럼 아늑하게 느껴지던 지리산의 모습이

나에겐 아직도 웬지 생소하여 지난 1박2일이 꿈결처럼 느껴진다.

 

대전 도착후...

1박2일 추위에 떨어던 탓에 얼큰한 해장국이 간절하다.

그래서 찾아 든 음식점 식탁에 순대 국밥과 시원한 맥주가  놓이자 마자

그간의 쌩~ 고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모락 모락 행복이 피어 오른다.

 

 

(산행 모습을 동영상으로...)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