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겨울맛 나던 만뢰산 야영
산행지 : 만뢰산
산행일 : 2015.12.26(토)~27(일)
누구랑 : 산찾사.피아노.김헌수님.김헌수 옆지기
일요일 오후 출근.
멀리는 못 가도 가까운 곳은 가능하다.
피아노에게 카톡을 날렸다.
그런데..
이녀석 왈~!
박베낭 메고 그렇게 길게 걷는건 미친 짓이라 나 앙가~!
딘장~!
욘석이 이렇게 팅길 줄 몰랐다.
그래서..
김유신 생가터에서 시작 하려던 계획을 수정한다.
그냥 짧게 보탑사에서.
피아노가 가면
피나노의 질긴줄에 달려 묵직한 헌수님 부부가 딸려 온다.
그런데...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울 마눌님이 그 짝이다.
왜그리 나보다 더 바쁜지 토요일 여고 동창생들과 모임이 있단다.
그래서 이번은 나홀로의 걸음.
.
.
.
이곳 만뢰산은
오래전 다녀온 터라 산행의 기억은 희미한데
산행후 뒷풀이로 다녀온 병천 순대맛의 기억 만큼은 뚜렷하다.
내일 시간만 허락 한다면 일부로 라도 다녀오고 싶다.
보탑사 주차장에
나의 애마를 잠재우고...
힐끗 개념도를 흘겨 본 것 으로 나의 머리속에
그려진 코스를 향해 숲속으로 성큼 발을 들여 놓았다.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이 분다.
그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와
구질 구질하게 매일같이 내리던 겨울비에 짜증만 나던때와 달리
오늘은 제법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가 느껴진다.
수북히 쌓인 낙엽...
묵직한 박베낭의 무게를 더한 발자욱에 내리 눌린
낙엽들이 외마디의 비명을 내지르며 바스러지기 시작한
거침없은 우리들의 발걸음이
어느덧....
능선 삼거리에 올려질 쯤.
한차레 무장해제를 당한 겉옷 사이로 찬바람이 몰아친다.
이젠 추위 때문에 길게 쉬지도 못한다.
어느결에 아스라히 멀어져간
산행의 기억을 더듬거려 보지만 이곳 저곳의 등로마다 생소한 능선 자락이다.
그런 나를 위해 새롭게 단장하고 맞아 준 이정표와 선등자의 자취가 정상으로 우릴 이끈다.
햐~!!!
딱히 봐줄게 없던 능선을 걷던 우리의 시야를 잡아 놓은건
이런~!!!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심할거라 하더니.
이게 뭔가~?
미세먼지가 태양을 삼켜 버렸다.
저게 달님이라 해도 누가 뭐라 토를 달 수 없을것 같다.
드디어 우린
만뢰산 정상에 선다.
정상 표지석 앞의 만뢰산 안내도...
예전 태령산에서 만뢰산을 거처 보탑사로 내린적은 있지만
반대편 능선은 아직 미답이다.
대전에서 가까우니 언제 한번
저 안내도에 그려진 대로 걸음 한번 더 해야 겠다.
겨울해는 짧으니 서둔다.
후딱 칠성급 호텔을 지어 놓은 우리들...
일찌감치 먹방의 시간을 갖는다.
저녁 노을이 미세먼지와 구름속에 사라진 늦은 오후에 시작된
우리들의 식도락은 늦은밤까지 이어진다.
酒님이 떨어지고 나자...
이젠 마지막으로 라면까지 끓여 속을 덮힌 후
잠자리에 찾아든 우리들...
하늘엔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 비춘다.
코 끝이 알싸한 정상의 추위.
제법 겨울맛이 난다.
그래 ~
겨울은 이래야 된다.
한밤중....
갈증에 잠이 깬다.
그런데.
춥긴 춘가 보다.
텐트안에 둔 물병이 꽁꽁 얼었다.
다행히...
베낭에 두었던 물병은 반쯤 물이 남은 상태.
벌컥 들이키자 이가 시리다.
핫 팩에 의지해 다시 잠든 한밤...
어느새 일어 났는지 일출이 시작된다는 피아노의 외침에 잠이 깼다.
굳어진 몸을 서서히 풀어주며 부시시 일어나 텐트를 젖히자
아직도 달아나지 못한 서러운 낮달이 먼저 반긴다.
붉게 물드기 시작한 동녁...
그러나.
그러고도 한참을 진통에 시달리던 동쪽 하늘인데
어느순간....
붉은 태양이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햇님이 떠오르자
우린 아침을 또 준비한다.
그런데...
식수가 몽땅 얼어 붙었다.
다행히...
피아노의 D팩에 보관한 물은 온전하다.
그래서...
지난밤 숙취로 타는 갈증을 달래기 위해 컵에 물을 따랐다.
그순간.
컵 속의 물이 바로 얼어 붙는다.
그걸 본 산우님들 이구동으로 하는말..
오잉~!
춥긴 춘가 벼~!
얼큰하게 끓인 오징어국이 속을 달래준다.
한마디로..
궁물이 끝내 줘요...
일요일 이른 아침.
벌써 부지런한 산객들이 올라서고 있다.
그님들이 보기엔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을리 없을것 같아
우린 서둘러 정리에 들어 갔다.
조금 더 머물고 싶은 정상.
그러나 난 오후 출근을 해야 하기에 갈길을 서둔다.
함께하신 님들껜 미안한 일이다.
다시 내려서는 길...
김헌수님 옆지기가 기겁을 한다.
ㅋㅋㅋ
동네 아저씨가 송아지 만한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오신것...
그러나 덩치만 산 만 하지 유순한 개다.
능선을 걸어 내릴땐 귓때기가 시렵다.
그러나..
바람이 잔잔한 숲속에 들자
이내 따사로운 햇살에 포근함이 느껴진다.
겨울산행은 정말 장소에 따라 체감온도는 이렇게 극과 극.
어느새...
우리의 발걸음이 보탑사 경내에 이른다.
그 사찰의 앞마당 소나무 가지에 연꽃이 주렁 주렁 피었다.
그 연꽃아래 환한 미소를 지은 헌수님 부부...
보고 또 봐도 아름다운 미소다.
자연을 그대로 닮은 꾸밈없는 순박함이 절로 들어나는
그런 부부의 모습은 보는이 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와 같다.
함께 하신 산우님께 감사 드리며..
산찾사.이용호
(동영상으로 보는 만뢰산 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