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님이 사무치게 그리워 찾아간 봉하산
산행지 : 진영.봉하산 & 화포천 아우름길
산행일 : 2015년 11월11일 수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아우림길 개념도)
가을비 한차례는 이불 한채라 했던가 ?
지독한 가뭄을 달래주던 단비가 내린 지난 주말 이후 날씨가 제법 싸늘하다.
도심의 가로수가 가을비에 젖고 나자 한순간에
온통 짙은 가을색이 내려 앉은 한가로운 평일의 비번날에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KTX에 몸을 싣고 달려온 경전선의 진영역.
준비 없이 그냥 새벽녁 느닷없이 결행한 걸음이라 준비가 부족햇다.
어찌 가야 할지 ?
급하게 준비한 개념도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막막하다.
일단...
그리운 그님을 먼저 만나보기로 했다.
하여...
택시를 타려다 진영 역사내
정류장에 적혀 있는 시간을 보니 봉하행 버스가 10분만 기다리면 온다.
10번 봉하행 버스...
셔틀버스 개념인가 했더니
이거 원~!!!
온 시내 구석 구석을 쏘다니다 5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35분만에 우리 부부를 봉하마을에 내려 준다.
일단...
안내소에 들려 화포천 아우름길 개념도와
이것 저것 관련 정보를 담은 안내도를 구해 들고 그님이
머물던 발자취를 더듬어 보기로 했다.
그 첫 걸음...
노무현 대통령 생가...
역시...
똥구녁 찢어지게 가난했던
내 어린시절의 고향집과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는 별반 다르지 않다.
등잔불...
화로.
주판과 붓...
그리고 시멘트 종이를 깔았던 장판.(우리집은 콩기름을 발라 반들 거렸다)
참으로 오랫만에 만나본 예전의 모습들이다.
사실...
그당시 못 살던 집의 벽면엔 신문지도
감지덕지 였고 그마저도 못 바른 벽은 그냥 황토였다.
다시 발길을 옮긴곳...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을 향하다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던 그님의 이미지 형상에서
사람좋은 미소에 끌린 우리부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우리 곁을 스치는 사람에게
어렵게 부탁하여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우리 둘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언제고 그님이 꿈꾸던 그런 세상이 오길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제16대 대통령 노 무현....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우린 너무 일찍 시대를 앞서간 그분을 대통령으로 모신탓에 그분을 잃었다.
차라리...
그를 선택하지 말것을...
오죽하면 바보 대통령이라 불렀을까 ?
무소의 뿔처럼 정도를 향해 거침없이 걸었던 그의 일생은
솔직히 남들이 보면 바보라 불릴만 했다.
3당 합당후...
김영삼을 따르지 않아 무자비한 댓가를 치른 노무현.
199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쿠데타의 주역 허삼수에게 패하고
4년 뒤엔 또 종로에서 천추의 한을 남긴 쥐박이에게 깨진것도 원통한데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선 지역감정을 자극한것 외에 특별한 선거 전략도 없던
허태열에게 13,000표로 부산에서 깨진일을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그렇게 허태열에게 표를 던진 부산 시민들...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낳아 지셨는지 ?
하긴...
그님이 가셨으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걸 보면 한심하다.
몇일전 인터넷 기사에 대구 시민들 여론 조사를 보면 충격적이다.
그냥 무조건 다음 선거에도 그녀와 당을 찍어 주겠단다.
하긴...
제수씨 올라탄 파렴치한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인데 뭔 말을 .....
추모의 집에 들어서자 마자
나의 시선을 오랫토록 잡은 그님의 친필에서 분노가 인다.
가슴이 쓰리다.
정말 저런 세상이 와야 하는데 이놈의 세상은 아직도 희망이 안 보인다.
하긴...
고졸이라고 대통령도 그 모진 수모를 당했는데
민초야 무슨말을 ?
1975년 60명만 뽑는 사법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한 수재를 향한 그당시 전여옥 대변인의 망발이다.
"다음 대통령은 대학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 못 나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고졸 대통령 노무현이 싫다.
나는 대통령이 대학을 다니지 않은 경험이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는 대학을 졸업해서 정치를 관망하는 시각이 탁월하다.
대졸자들은 큰 그림을 보는 데 타고난 천성이 있는것 같다.
하지만 고졸자 대통령은 언행이 거칠고 역할이나 임무 수행에 문제가 많이 있다."
참말루~!!!!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지랄도 저런 지랄이 없다.
그래서...
니년이 말한 대학나온 그녀...
대통령 역할과 임무수행 잘 하시고 있는지 ?
오마바가 아주 개무시 하더라~
그 짧은 질문하나 기억 못하고 버벅 대냐며...
정치인들이 언론에 기사 한 줄 나 볼까 굽신거리던 시절의 노무현...
조선 동아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
이 한마디가 노무현의 성정을 잘 말 해 준다.
지금도 그렇지만 언론이 썩어도 너무 썩어 자정 능력을 잃은 우리사회...
오죽하면 이런말이 있을까 ?
(관제 언론이여 그대 이름 창녀이니 가랑이를 벌리는 대로 얻으리라).
그런 언론과 합작하여 어찌해도 안되니
장인의 전력을 내세워 빨갱이 덧칠을 하려던 그들을 향해
그럼 마누라를 버려야 되냐로 일갈 하시던 그분...
아마도 그들은 나는 모르고 결혼 한거니 내 책임은 아니다란 말을 듣고 싶었을거다.
만약 그랬다면 ?
2차 3차 빨갱이 덧칠로 엉망진창이 되었을터...
그러나 당찬 그분의 한마디로
수많은 여성들의 표를 얻는 결과가 되었으니 아이러니 하다.
ㅋㅋㅋ
그때 그일이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하던지...
노무현님...
당신의 글귀처럼 정말로 그랬습니다.
님은 정말이지 도도히 흐르는 강물였습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저희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돌이 정 맞는다 였습니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챙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뤄져야만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아직도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그의 연설이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역사를 거슬린 선택으로 우린 지금 고통받고 있다.
헬조선~!
이게 무슨 소리 ?
쥐바기의 뒤를 이어 선택한 정권의 실정에 대한
절규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외침이다.
발걸음을 옮긴곳....
국민들의 눈물과 정성으로 조성된 세계 최초의 국민참여 묘역을 먼 발치에서 바라 본다.
국화꽃 한송이를 받치는 것 조차도 너무나 죄송하여 가까이 다가갈 염치가 없다.
그는 우리의 정치 토양에선 고사 할 수 밖에 없었던 거목 였다.
그런 거목을 선택한 죄가 참으로 크다.
좀 더 기다려야 했는데....
(봉화산 개념도)
묘역을 뒤로하며
한 많은 세상을 등져야 햇던 부엉이 바위로 향한다.
가던 도중
부처님이 누워있는 마애불을 들려
삶과 죽음도 자연의 일부 아니겠는가 ?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신 그분이 마지막으로 서 있던 그곳.
그러나...
그곳은 목책과 철망으로 막아 놓았다.
차라리...
두하니의 뻔뻔함을 단1%라도 좀 닮으시지...
그럼 그런 마음 먹지도 않았을 텐데....
가슴을 아프게 하는 그곳을 한없이 바라보다 힘없는 발길을 옮긴다.
숲속길을 상념에 젖어 걷다보니...
능선 안부를 갈라 놓은 임도를 넘는다.
그런후...
등로에서 벗어난 호미 관음상을 향했다.
사자바위를 거처
대통령 서거 후 49재를 지냈던 정토원이 내려 보이는 정상에 서자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그곳 정상의 관음상...
호미를 든 모습이 다른 불상과 달라 특이하다.
자유당 정권의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59년 불교학도 31명이
농촌 발전의 기원을 담아 봉안한 불상인데 불이 나 타버린 것을 1998년에 다시 세웠다고...
호미 관음상의 전망대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좀 늦은 중식을 하고 난 다음 갈길을 서둔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오솔길...
짙은 솔향이 그간 우울한 내 마음을 달래준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만날 수 없던 오솔길이 한적하니 참 좋다.
걸어도 걸어도 실증 나지 않는 그런길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를 쯤...
편백나무 숲길이 우릴 맞아 줬는데
그 향이 어찌나 짙게 풍겨 나던지 정신이 맑아 지는 느낌이 팍~!
우리들의 발걸음이 어느덧
숲속을 벗어나 경전선이 지나는 터널을 지나자
(화포천 아우름길 3코스 개념도)
화포천 아우름길 3코스가 반긴다.
화포천 아우름길은 국내 최대의
하천형 배후습지인 화포천을 따라 걸으며 만나게 되는 생명,역사,삶을
아우르는 길인데 이곳에선 살아 숨쉬는 800여종의 생명들을 만날 수 있단다.
어느새 이삭을 다 떨군
억새군락을 넘어선 화포천 물가엔 수많은 철새들이 노닐고 있다.
이길은 봄날 또는 늦가을도 좋고 겨울에 걸어도 좋을것 같다.
무심코 걷던 초록잎새...
무얼 보셨남~?
이런곳엔 우렁이가 많을것 같단다.
우렁이 뿐이겠냐~?
온갖 생명들이 다 어우러저 살고 있겠지...
길게 이어지던 수변길이 갈린다.
직진하면 4코스로 이어지고 그길은 한림정 역으로도 이어진다.
4코스와 이별한 우린
생태 학습관 건물까지 제방뚝을 걸었다.
제방뚝길 종점의 학습관 입구엔
소원을 들어 준다는 황새 조형물이 있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초록잎새...
황새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
생태 학습관을 잠시 들린후...
시간을 보니 진영역에서 우리가 타고 가야 할 열차시각이 좀 급하다.
못 타면 말구...
다음차를 타면 될테니 여유롭게 걷기로 한다.
급한 마음에 불을 끄고 나자
도란 도란 나누는 정담에 멀게만 느껴지던 길이 어느덧 야금 야금 잡아 먹힌다.
걷다가 문득 바라다 본 부엉이 바위....
웬지 허망한 마음에 가슴이 허전하여 애써 외면을 한 후엔
미련을 떨치 듯....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 덕분였나 보다.
진영역을 향하는 화포천 돌다리를 건넌 후
시계를 바라보자 서둘면 열차를 탈것 같다.
순간...
급해진 발걸음은 급기야 뜀박질로 이어지고
열차출발 5분전에
우린 진영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 가면서 결코 잃어 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삶의 가치와 철학을 그분은 몸소 실천하고 가셨다.
부디...
그분이 그토록 바라던 사람사는 세상이
하루빨리 이루어 지길 간절히 빌어보며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산찾사.이용호